머티리얼리스트를 보고(스포있음, 사랑이 고픈 사람과 결혼이 필요한 사람의 차이)

저는 흥미롭게 봤습니다. 글을 보기 전 thoma님의 리뷰(와 그에 적힌 댓글들)를 보고, 그후 이동진이 별 두개반을 준 걸 봤고요. 영화를 보면서 이동진이 (패스트라이브즈에는 4개줬으면서) 왜 그렇게 각박한 평을 매겼는지.. 알것 같았지만, 2.5개는 좀 너무하고, 가끔씩 이동진에게 영화의 어떤 부분 마음에 안들어서 생긴 심술이 별점에 반영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우선적으로 영화는 두가지 트랙을 같이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하나는 주인공 루시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루시가 신경쓰이는 가장 비중이 큰 고객인 소피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루시가 패드로 파스칼이 연기하는 부자이자 사모펀드 매니저 해리를 고르지 않은것은... 저는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다시 크리스 에반스의 존을 고르는 이유도요. 이유를 적자면 이래요. 


해리는... 일종의 존의 유일한 결점인 가난을 제거한 버전입니다. 차이는 딱 그거에요. 다른 게 있다면 선후관계겠지요. 또한 루시에게는 해리와의 관계는 이제 막 시작한 참이고, 영화를 보다보면 두사람 사이가 같이 잠을 자고 여행을 갈 사이가 되어도 그렇게 깊은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이건 뭐 각본이 2시간이라서일수도 있고, 해리는 루시만큼 속내를 잘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루시가 심적으로 고통받을 때 유일하게 속마음을 밝히는 상대는 존이지요. 결국 결혼을 전제로 해리와 사랑의 감정을 쌓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 존과 해리 외 다른 사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건으로는 해리가 1등인데 그를 버린다면 나머지 대안은 2위부터 시작할테니까요(저도 싫어하는 표현이지만 순위적으로는) 이상황에서 존도 해리가 아닌 사람으로 새출발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시간이 지나버린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혼을 전제로 사랑을 쌓을 수 없다는 걸 안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찾기엔 조건은 어찌해도 해리보다 못할 거고, 소울메이트가 되기엔 존만큼 시간이 엄청 걸리겠죠.


전에 위대한 수업 중 결혼에 대한 분석 중에 하나가 이겁니다. 영상을 보다보면 결국은 자본주의적인 사랑으로 결혼이 이뤄진다는 내용인데..(??) 셀린 송의 영화는 오히려 이런 내용보다도 더 낭만주의적인 관점으로 결혼을 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걸리는 건... 소피같은 주요고객들의 이야기였어요. 사실 이 이야기가 저는 더 흥미롭게 탐구해야할 이야기라고 여겨졌습니다. 이사람들은 사실 결혼정보회사 등록을 굳이 하고 싶은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사랑을 하고 싶어서일지도 몰아요. 사랑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싶은 거지요. 결혼정보회사를 매개로 매칭을 받는 건 그저 수단의 문제랄까 신뢰성 여부겠죠. 회사를 통해야만 할 수 있는 인간관계와 매력의 부익부 빈익빈...

    • 루시의 경우에 막연하게 생각만 굴리던 때와 달리 막상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 하는 결혼이 현실로 눈앞에 닥쳤을 때 모든 게 더 선명하게 보였나 보다 합니다. 여행 전날 짐 사이에서 반지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었죠. 


      이 영화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이야기라고 본다면, 저에게는 조건 보다 시간이 준 신뢰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루시가 주방에서 해리에게 '사랑'이란 단어를 꺼내고 존을 선택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연애 감정으로서의 '사랑'이 뭔지부터 정의해야 할 거 같고...이 단어는 참으로 범위가 넓은 마법의 단어로 쓰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동진의 평가가 박하네요. 별 세 개는 줄 거 같은데.ㅎ   

      • 제목을 한국어로쓰면 물질주의자 같은 내용이 되니까.. 어쩌면 그 반대로서 플라토닉한 러브를 그려내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것이 오롯이 전달되기엔 세 주인공의 외모가 이미...(...) ㅎㅎ. 그래도 반지를 발견 후 또 약간의 반전은 신선했습니다. 초반의 복선을 그렇게 회수할 줄이야...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