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제목의 패기 때문에 봤습니다. '신은 없다: 이스트필드 엑소시즘'
- 2023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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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반전. 저 장황한 번역제가 사실 원제 그대로였습니다!!! ㅋㅋㅋ)
- 제목의 '이스트필드'는 대략 호주 깡촌 시골 마을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동네는 아닐 듯 한데 중요하진 않구요. 이 곳에 사는 젊은 부부 론과 라라가 등장하는데... 딱 봐도 라라의 상태가 아주 이상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들은 라라를 치료하던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하는데, 론이 의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소용이 없더라'는 소견서입니다. 왜냐면 이걸 받아야 카톨릭 교회에 엑소시즘을 신청할 수 있대요. 하지만 의사가 볼 때 라라는 그냥 조현병에 우울증과 이것저것이 겹친 환자이고, 자신의 치료가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하구요. 사실 라라도 의사 쪽을 조금 더 신뢰하는 듯 하긴 한데 본인 상태는 워낙 안 좋고, 또 남편을 너무 사랑하네요. 그렇게 좌절한 론은 평소 가깝게 지내던 신실한 동네 아줌마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는데, 이 아줌마가 아는 용한 엑소시스트가 있다는 거에요. 공식으로 허락 받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용하거든! 의사 따위가 뭘 알어!! 한 번 모셔다 부탁드려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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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 그래서 이후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궁금하신 분이 계실까요. ㅋㅋㅋ 너무 투명하고 뻔하잖아요. 게다가 영화가 시작할 때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으로부터...' 자막도 나오구요.
그나마 알 수 없는 건 과연 마지막에 라라가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지... 정도이고 그 외엔 정말로 도입부에서 딱 떠오르는 그 이야기들로만 흘러가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게 단점이 아니에요. 왜냐면 이게 결국 호러의 탈을 쓴 엄근진 사회 풍자 드라마이기 때문이죠. 영화가 끝날 때 자막으로 라라와 비슷한 일을 당했던 여성들의 이름을 띄워줄 정도로 자신이 선택한 메시지에 진지한 영화이고. 이렇게 실재하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 영화가 굳이 깜짝 놀랄 반전 같은 데 매달릴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냥 현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보는 사람들 마음 울적하게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고 이 영화는 그걸 상당히 잘 합니다. 오히려 앞으로 벌어질 일이 뻔히 보이니 더 효과적이기도 해요. 잠시 희망이 보일 때도 '이 타이밍에 그렇게 될 리가 없지' 라는 맘으로 더 고통스러워지는 이야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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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사이도 좋고. 남편도 좋은 사람이고. 또 라라의 병 때문에 둘 다 너무 힘들었고. 이런 걸 각본과 좋은 연기로 차곡차곡 쌓아주고 그걸 보는 사람 마음은 미리 우울해지고...)
- 그래도 감독님이 너무 다큐처럼 가고 싶지는 않았던 것인지. 라라에게는 한 가지 미스테리가 주어집니다.
일단 조현병에다가 강한 환각 증세... 라고 해도 라라가 정말 엑소시즘 영화들 속 진짜 빙의 당한 사람들과 비슷한 행동을 막 하구요. 툭하면 혼자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양팔을 동글게 모은 채로 이상한 춤을 춘다든가. 활활 타오르는 시뻘건 남자가 다가오는 악몽을 꾼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진짜 빙의 당한 거라는 반전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그리고 이런 세팅이 꽤 그럴싸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이 '엑소시즘'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그리는 태도를 보면 역시나 결말은 뻔해 보이기 때문에 낚이지는 않습니다. ㅋㅋㅋ
다만 정말로 그럴싸하니까. 그럼 대체 뭐지? 저 떡밥은 어떻게 수습하려고? 라는 미스테리 정도는 남아서 마지막까지 흥미를 끌어 줍니다. 꽤 열심히 쓴 각본이었구나... 싶었구요. 또 반전 이런 건 아니지만 이야기의 마무리 부분에 예상 못한 전개가 하나 튀어나오면서 사람 심란하게 만드는 동시에 주제를 더 강조해 줍니다. 괜찮은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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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것이 뭐다냐!!!? 라고 당황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자꾸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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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님의 연기도 한 몫 해주고요. 근데 정말 전혀 모르는 분인데 연기 되게 잘 하시더라구요.)
- 하지만 문제가 뭣이냐면요...
그냥 같은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는 겁니다. ㅋㅋㅋ
이게 일단은 극영화의 탈을 쓰고 있는데, 그렇다면 좀 더 극영화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구성을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연출도 매끄럽고 배우들 연기는 대단히 좋고... 그랬습니다만. 자꾸만 매우 고퀄의 사건 재연 고발 프로그램을 보는 기분이 들더란 말이죠.
게다가 또 이게 굉장히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되다 보니 고문 호러 영화 보는 느낌도 살짝 들고.
그래서 몰입해서 한 시간 반을 휘리릭 흘려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쉽고. 뭔가 찜찜하고. 이런 기분이 들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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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도로 만든 좋은 영화란 건 알겠지만 내가 굳이 왜 이런 고통을 사서 받고 있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게... ㅋㅋ)
- 그래서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그게 영화의 완성도 문제는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네요.
분명히 자신이 의도한 바는 충분히 잘 해 낸 영화이고 보는 동안의 몰입은 확실히 책임져 줍니다만.
'근데 이걸 이런 식으로 만들어내는 게 과연 최선이었을까요 감독님.' 이란 생각이 계속 들어서 말이죠. ㅋㅋㅋ
그래도 아주 흔하게 보지는 못하는 호주 시골의 풍광이나 그 동네 사람들, 특히 시골 교회 사람들 모습 같은 게 꽤 인상적이어서 이런 소재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틀어보신다 해도 말리진 않겠습니다. ㅋㅋ 그러합니다. 끄읕.
+ 정작 감독님과 주연 배우들은 다 독실한 신자라고 합니다. ㅋㅋ 감독은 이걸 안티 종교(혹은 카톨릭)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극단주의를 경계하자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만들었대요. 다만 본인이 호러 매니아이고 엑소시즘 이야기도 좋아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 '실제 사건에 기반했다'라는 자막이 어떤 의미인지는 굳이 부연을 안 해도... ㅋㅋㅋ 근데 꽤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있어서 그걸 소재로 삼긴 했다는군요.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현실의 비슷한 희생자들 명단 중엔 한국 여성도 한 명 있어요. 호주에서 살던 분이었다고.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뭐 별 거 있겠습니까. 그 신실하신 교회 아줌마가 데려 온 남자는 자뻑 미치광이 꼴통이었고. 자신이 하는 행동에 의문이나 이의를 제기하면 가차 없이 신앙심의 문제로 몰아가며 비난해서 입 다물게 만드는 전형적인 나아쁜 광신도였습니다. 게다가 이 짓을 많이도 해 온 놈이라 일을 시작할 때 앞으로 남편이 제기할 태클들을 하나하나 미리 설명하며 거기에 대한 신앙적 설명까지 제시해두는 꼼꼼함까지 보이구요.
암튼 그래서 라라는 집 헛간 의자에 묶인 채로 밥도 물도 못 먹으며 온갖 폭언에 구타를 당하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져 갑니다. 뭣보다도 사랑하는 남편 놈이 그 옆에 같이 서서 '힘내! 조금만 견뎌!!' 같은 소릴 하고 있으니 더더욱 슬프고 열불이 타오르겠죠.
그러다 후반 들어갈 때 쯤에 기적적으로 헛간에서 탈출을 성공합니다만. 한밤에 광활한 숲을 헤매며 죽어라고 도망치던 와중에... 다시 증상이 나타나고. 또 그 불타오르는 남자를 보고. 또 이상한 춤을 추며 실실 웃다가 결국 추격대에게 붙들려 와요. 그리고 탈출 전보다 훨씬 더 잔혹한 가혹 행위를 당하다가 그만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데 영화가 여기에서 끝이 아니구요... 라라가 이승을 등지는 순간 라라의 플래시백으로 떡밥이 해소가 됩니다. 초반부터 알려주는 정보로 라라는 이게 재혼이었고. 첫 결혼 때 아기를 얻었던 적이 있다는 게 나오거든요. 그리고 그 때는 정신도 멀쩡했었고. 사연은 이렇습니다.
아기가 태어났고, 석고에다가 예쁘게 아기 발도장도 찍고 병원을 나와서 남편, 아기와 셋이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찌저찌 대화를 하던 중에 운전대를 잡은 라라가 딴 데 정신을 팔면서 큰 사고가 나 버린 거죠. 다행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들어 끌어내 준 덕에 라라는 살았지만 아가는 그대로 죽었고. 아직 의식이 있는 상태였으나 찌그러진 차체 때문에 꺼내주지 못한 남편은 차량에 불이 붙으면서 산채로 타 죽었습니다. 그리고 라라는 그걸 몇 미터 앞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이후로 정신 질환이 생긴 것이구요.
그러니까 그동안 라라에게 나타났던 불타는 남자는 사탄이 아니라 전남편이었고. 또 라라의 그 괴상한 춤의 정체는 자기가 아기를 안고 있다는 환각에 빠져서 팔을 동그랗게 모으고 흔들고 있었던 거에요. ㅠㅜ
그리고 정말정말 마지막은 뭐냐면... 라라가 죽으니 우리의 비공인 프로 엑소시스트께선 "이건 주님께서 기적을 보이려는 거다! 라라는 돌아온다 3일 후에!!!" 라고 선언합니다(...) 라라 담당 정신과 의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보안관에게 종교 탄압하지 말라고 맞서고 이 핵뻘짓에 가담했던 십 수 명의 신도들도 뭉쳐서 항의를 하니 보안관은 손 털고 "그럼 3일 후에 봅시다." 라며 떠나구요.
당연히 라라는 살아나지 못했고. 3일 후 보안관은 리더 놈을 체포해서 끌고 가지만 이 놈이나 또 주변 사람들이나 어떤 반응일진 뻔하겠죠. 그렇게 대환장 파티가 벌어지는 가운데 자신을 달래 주려는 정신과 의사에게 "다 너 때문이야! 니가 내 요청대로 소견서만 써줬어도!!" 라며 화를 내는 라라의 남편의 적반하장 오열 모습으로 엔딩입니다(...)
아마 지금 저희집 케이블 VOD에서 무료로 볼 수 있긴 할텐데, 그 뭐냐 러셀 크로우가 나오는 두 편의 엑소시즘 영화를 본지 얼마 안되서 그닥 땡기지 않는 군요. 어쨌든 글 잘 읽었습니다. :DAIN_
사실 전 (카톨릭 스타일) 엑소시즘이 이렇게 인기(?) 소재로 활용되는 게 좀 신기합니다. 아무리 변형을 준다 해도 결국 여자애 하나 묶어 놓고 앞에서 신부님이 성서 읽으며 물 뿌리는 거잖아요. 재미 없는데... ㅋㅋㅋ 차라리 동양 쪽 귀신 퇴치가 볼거리도 많고 귀신도 유능하고 영화 소재로는 훨씬 나은 듯.
기독교 광신도들이 귀신들렸다고 의심받는 여자나 아이를 고문해서 살해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신문 기사에도 볼 정도로 흔하죠. 전혀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지만, 이런 실화가 전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 되어버렸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마 영화 속에서도 자막으로였든가... 콕 찝어서 '여성과 어린 아이들'만 희생자가 된다고 지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 신기하죠. 왜 악마님들은 성인 남자들을 외면할까요. 물리력도 있으니 행패 부리기는 최강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이런 영화나 드라마들도 나오고 하니 이게 다 핵뻘짓이고 범죄 행위라는 인식이 옛날보단 많이 퍼지긴 했겠죠. 제발 사람이 아프면 의사에게... ㅠㅜ
1975년의 원조 엑소시스트(극장에서 당근 못 봤죠.. 국민학생 , 청소년 관람불가 였으니)를 못 보고, 아류작 '신들린 여인'을 겁 없이 국딩때 보고, 이후 나중에 극장 개봉한 원판 엑소시스트를 본 이후, 엑소시즘 영화는 너무 뻔해서.. 말씀하신대로, 묶어놓고 물 뿌리고, 뭐, 토하고, 짐승 소리 좀 내다가, 성직자가 중얼 중얼.. 악마 정체 드러낸 후.... 이런 공식이 너무 뻔해서 안 봅니다. ㅋㅋ (우리 나라 '검은 신부' 한번 극장에서 봤는데.. 똑 같더라구요.) 어떤 엑소시즘 영화도 어릴때 봤던 '신들린 여인' 이후 원조 엑소시스트를 넘지 못할 것이란 강한 확신 때문에, 다른 엑소시즘 영화는 시시뽕뽕 할 것이 뻔해서...ㅋㅋ
고 프레드킨 옹의 원조 엑소시스트 1편 제외하고 유일하게 재밌었던 이런 류의 작품이 로라 린니 배우님 출연작 깨기하다가 우연히 본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였던 걸로 기억해요. 역시 '실화 소재'라는 것을 강조했었죠. 이것도 참 웰메이드이긴 한데 실제 에밀리 로즈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안쓰러워하며 저도 보면서 정신적 고통을 당하는 느낌이었죠. ㅎㅎ
이후로 이 장르는 달리 기억나는 게 없는데(아!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 호주가 배경이라는 것도 꽤 신선하고 완성도와 별개로 관객들에게 여러모로 당황스럽거나 힘들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전문가 평점과 달리 관객들 호불호가 많이 갈리네요.) 그래도 관심이 가서 오랜만에 한 번 챙겨보겠습니다. 잘 읽었어요.
아마도 그 영화가 이 영화에 영향도 주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선택한 소재나 주제 의식 같은 게 많이 비슷하죠. 다만 그쪽은 평가는 평범했어도 본 사람도 많고 아는 사람도 많은 작품이지만 이 영화는 걍 이대로 묻히지 않을까 싶구요. ㅋㅋ
뭐 기본적으로 만듦새는 충분히 멀쩡하고 배우들 연기 좋고 각본도 나쁘지 않고... 해서 비평가들은 악평하기 어려울 수 있는 작품입니다만. 재미난 호러를 기대하고 틀었다가 실망한 관객들에게 별점 테러는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하하. 또 실제로 영화가 좀 어중간한 면도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