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랑자'

1971년 고보수 감독작품


원제는 '봉비비', 주인공 이름입니다.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여협 봉비비가 강간범을 때려잡는다는 한줄로 요약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언니가 노상에서 강간범을 만나 살해당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은 비비는 당장 목격자인 조카와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섭니다. 어렵지 않게 범인을 찾아내 죽이려고 하는 순간, 그자가 어렸을 적 소꼽친구이자 자기의 약혼자였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게다가 아버지가 그집 어른에게 큰 은혜를 입은 적도 있고 두 집안이 예전부터 거의 한가족처럼 지낸 사이여서(그런 거 치고는 두 집 자녀들이 서로 얼굴도 모르고 있긴 했지만...) 원수지만 자기 손으로 죽일순 차마 없어서 일단 사정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집에서 순순히 아들을 내줄지는....

원수가 알고보니 절친한 사이였다는 메인 플롯은 유명한 미국 서부영화에서 따온 거라나 봐요. 
당시 쇼부러드스 영화들 중엔 서부극 내용을 무협으로 이식한 게 꽤 많이 있었죠. 근데 그런 경우 대개 딱 보면 이거 서부극이구나 싶은 느낌이 바로 드는데 이 영화는 원소스인 영화를 모르고 보면 서부극이란 느낌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감독인 고보수는 원래는 50년대초부터 활동해 1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던 유명 여배우입니다. 여배우가 다른 장르도 아닌 무협영화의 연출을 맡았다는 당시로선 보기 드문(지금도 흔하진 않은듯...) 케이스인데 이 영화가 홍콩 개봉일자를 기준으로 하면 첫번째로 공개된 고보수 감독 작품인 것 같습니다. 다만 당시 그동네는 제작시기와 개봉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흔해서 이게 데뷰작인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그후 만든 약 10여편의 감독작 대부분이(혹은 전부) 무협/무술/액션 영화들이라는 것도 흔한 케이스는 아니겠죠.

남자들의 놀이터인 무술영화판에서 여성감독의 영화지만 남자들이 만든 영화 못지 않은, 아니 흔한 양산형 무협영화들에 비하면 더 긴박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거기다 주인공도 여자, 주인공과 마지막 결전을 펼치는 악역도 여자입니다.
(두 여자가 벌이는 결전이 후대에 '와호장룡'같은 영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있는 것 같고...)

주인공 하리리는 당대 쇼부러드스 여배우들중 미모로는 리칭과 투탑을 먹고 무협 분야에서는 정패패와 투탑을 먹는 배우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협뿐 아니라 장르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였죠. 정패패가 일찍 은퇴한 뒤로는 무협/액션쪽에선 원탑이었던 것 같고(하리리도 얼마 안가 은퇴하기는 했지만...)
이 영화에선 수십명을 상대로 무쌍찍는 장면이 여러번 나와 작중 최강자급 역할을 위화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데... 아직 본격적으로 쿵후영화 시대가 오기 전이고 해서 실제로 무술이 전공인 사람들 위주로 나오는 건 아니다 보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몸놀림을 보여주는건 조카역으로 나오는 (1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이분 정확한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찾지를 못하겠네요) 맹원문이네요.
맹원문은 약 10년 뒤에 고보수가 감독한 본격 쿵후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성인배우로 활동한 기간이 짧아서 칠소복 출신들 중에서는 지명도는 떨어지는 편이죠.

천하에 찌질한 인간인 대표악당 (사실상 남주...)역에 남석훈, 하리리 아버지역으로 이해룡, 하리리 언니역으로 박지현, 그외에 진봉진 등 한국배우들이 출연합니다.


무술지도는 한영걸과 서이우



한국에선 '철랑자'라는 제목으로 72년에 개봉했습니다.('娘'자는 대표발음이 '낭'이지만 울나라에선 '랑'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과부신랑'이라든가 '귀신랑'이라든가...). 근데 비슷한 시기에 대만에서 나온 원제가 '철낭자'인 영화가 있어 한국 한정으로 혼동되기도 합니다.(국내에 홍콩 철랑자 껍데기를 씌운 대만 철낭자 딥디가 나온적도 있다는 듯...)
흥행에 대성공해서 하리리(호리리)라는 이름이 국내에서 리칭과 함께 중국 여배우의 상징이 되도록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하는데, 하리리가 얼마후 결혼과 함께 은퇴해버려서 리칭에 비해 인기가 오래가지는 못했다는 듯...


DVD 복원판 기준으로 88분



Lady-With-A-Sword.jpg?fit=1000%2C1422&ss

영화 내용과는 1도 관계없는 이미지로만 채워진 한국 포스터


%EC%B2%A0%EB%82%AD%EC%9E%90.jpg?type=w42

이건 실제 영화 이미지가 반영되긴 했지만 관계없는 것들도 많이 끼어있습니다.



    • 마지막 포스터들 설명 읽으면서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참으로 낭만 가득했던 옛날 포스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


      늘 그렇듯 제가 아는 게 없어서 여기 적어주신 이름들을 하나하나 검색해보고 있었는데요. 언급해주신 한국 배우 남석훈씨는 작년에 돌아가셨다는군요. 뜬금 없이 명복을...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8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0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