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글을 적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배틀 스쿨' 잡담입니다

 - 2018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5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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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를 보고도 찜을 눌러 둘 생각을 했던 제가 참 대단하고 그렇습니다.)



 - 정신 사납고 뭔 소린지 알 수 없는 부분들을 제외하고 대략 도입부를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백합 갬성 뿜뿜 터지는 구질구질한 고등학교(?)가 배경이구요. 한 여학생이 왕따 학생이 두들겨 맞고 괴롭힘 당하는 걸 그냥 구경합니다. 근데 그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엄하게 본인이 코피를 흘리구요. 그러자 지금껏 두들겨 맞고 있던 학생이 손수건을 건네줘요. 고맙다고 인사하고 하루 잘 보낸 후에 귀가를 하는데... 아 맞다 손수건 돌려줘야지! 라며 아까 그 피해 학생이 두들겨 맞던 학교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손수건 주인은 못 만나고 걍 하늘 예쁘다고 드러 누웠다가 잠들어 버리네요. 한참 후 새벽에 눈을 떠서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토끼 가면을 쓰고 일본도를 든 여학생이 다른 학생을 죽이는 걸 목격하고. 우와아앙 이게 뭐야! 하고 도망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아침!! 근데 자기는 오골오골 이상한 차림새를 하고 있고 남들이 자기를 '세나'라고 부르는데 영문은 모르겠고. 그보다 더 난감한 건 이 학교에서 지금 배틀 로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몽둥이, 야구배트, 일본도, 크로우바 등을 든 여학생들이 마구 달려들어 서로 죽여대는 이 시국에 유난히 남들보다 맥아리 없고 운동에도 소질 없어 보이는 우리의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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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로얄 액션!!! 장면 짤이 바보 같아 보이는 건 실제로 영화가 이런 상태이기 때문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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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사실은 힘을 숨기고 있던 비정한 살인마처럼 보이는 건 그냥 배우가 저 표정 밖에 지을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마 슬퍼하던 장면 같은데...)



 - 그러니까 여고생들만 나오는 배틀 로얄인 동시에 '일종의' 이세계물입니다. 규칙도 없고 뭐 아무 것도 없어요. 그냥 죽이면 되고 마지막 한 명을 남긴다. 라는 식인데 웃기는 건 영화 속에서 이런 설명도 안 나와요. 주인공이 '세나'가 되어 그쪽 세상에 도착했을 땐 이미 게임은 진행 중이었고 그래서 남들에게 설명을 들어 알게 되는 식이구요. 이게 매우 초현실적인 상황이라는 핑계로 감시역도 없고 진행 요원도 없어요. 그냥 열 두 세 명의 여학생들이 제한 시간 안에 서로 죽여야 한다. 이걸로 끝. 그래서 다짜고짜 액션인 것인데...


 그 액션이, 전혀 과장하지 않고 정말 있는 그대로, 초등학생 수준입니다. 기본 자세 같은 건 말 할 것도 없고 칼이나 무기 휘두르는 폼이나 속도가 다 초딩 수준이며 '안무'랄 것도 존재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참신한 무기 같은 게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다 일본도 아니면 식칼 아니면 몽둥이. 뭐 애초에 액션에 신경쓰는 영화가 아니긴 하지만 그게 보기 민망한 수준이면. 게다가 얘들이 들고 나오는 무기들이 다 플라스틱에다 종이 붙여서 만든 초중등 수업 시간 공작품 같은 외양을 하고 있다면 그건 문제 아니겠습니까. 근데 이 영화는 그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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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이 짤에선 비교적 멀쩡한 칼 소품처럼 나와 있는데 절대 아닙니다. 애들 장난감으로 사주면 그 애한테 욕 먹을 것 같은 퀄리티의 소품들이 난무해요.)



 - 갑작스레 아무런 정보 없이 이상한 세계로 던져져서 목숨 걸고 싸우고, 도망다니고 있으니 이야기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이해합니다. 그 와중에 주인공이 그렇게 맥아리 없이 비실거리고만 있는 것도 나중에 보면 극중 상황 상 어쩔 수가 없는 걸로 설명이 되구요. 근데 보다 보면 이야기가 혼란스러운 이유는 그냥 각본이 개판이어서구요. 주인공이 그렇게 괴상할 정도로 아무 의욕이 없어 보이는 건 그냥 연기를 못해서 그래요. 마지막으로 등장 인물들의 허접한 액션 역시 이야기 설정을 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만, 그거랑 별개로 아주 많이 허접한 것도 사실이에요.


 간단히 요약하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매우 큰 영화인데, 그 이상이 목표로 하는 곳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지나치게 시궁창인 겁니다. 그래서 보다 보면 괴작처럼 보이지도 않아요. 그저 격하게 못 만든 영화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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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런 포스터를 만들어 홍보하던 영화를 두고 제가 너무 핀트가 안 맞는 소리만 늘어 놓은 것 같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기도 하고...)



 - 참으로 의외였던 건 후반부 전개인데요. 중반을 넘어가면서 반전 하나가 터지고, 주인공이 떨어진 요 세상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전까지와는 많이 다른 이야기로 변신을 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그렇게 흐물흐물거리면서도 반전을 눈치 챌만한 단서는 충분히 던져 준 관계로 그 반전이 놀랍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였던 건 그 반전으로 인해 밝혀지는 이 영화의 주제인데... 음. 이게 사실은 매우 격하게 건전하고도 바람직한 주제를 가진 이야기였던 것입니다. ㅋㅋㅋ 그래서 아주 조금은 생각보다 괜찮은 점이 있었던 영화로 재평가를 해... 주려고 하는데 그것도 안 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후반부의 상태가 전반부보다도 더 허접하고 멍청해져요. 일본식 오골오골 감성 대폭발!!! 장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달려드는데 그 장면들 하나하나가 다 가능한한 최대로 허접하면서 쌩뚱맞고 앞뒤도 안 맞고 뭐... 그런 거죠. 심지어 이게 너무 어설퍼서 오골거리라고 만든 장면들을 보는데 오골거리지도 않습니다. 아예 기별도 안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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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참으로 열심히 '백합'을 팝니다. 근데 안 팔려요. 그것도 뭐가 좀 받쳐줘야 보는 사람들도 좋아하고 그러는 거지 이건...;)



 - 더 길게 얘기할 건 없겠구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늘려 놓았던 왓챠의 찜 하나를 삭제했다는 걸로 만족합니다.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 거면 런닝 타임이라도 좀 줄여서 80~90분 정도로 만들었음 조금이라도 덜 힘들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원작 소설도 어느 정도 존중 해줘야 하고 또 이야기에 캐릭터들이 많아서 그게 좀 힘들었나 보죠. 그리고 어차피 어디의 무엇을 어떻게 고쳐 본다. 라는 수준으로 구원해낼 수 있는 상태의 영화가 아니에요. 모든 스탭을 다 갈아 버리든가 아님 그냥 안 만들든가. 해결책은 둘 중 하나겠지만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실현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겠죠.

 암튼 뭐... 적당히 못 만든 괴작을 보며 즐거워하고 싶어서 해놓았던 찜이었을 텐데, 실패했습니다. ㅋㅋ 어제 격하게 만족스러웠으니 이걸로 밸런스를 맞춘 셈 치겠어요. 이상입니다. 끄읕.




 + 주인공 역 배우가 꽤 유명한 아이돌이었더군요. AKB에서 꽤 존재감 있는 멤버로 오래 활동했었다던데... 뭐 이 작품 하나로 판단하면 안 되겠습니다만 앞으로 배우는 그만 도전하시는 걸 추천해드리고 싶었구요.



 ++ 중반에 밝혀지는 스포일러는 모 헐리웃 영화의 진상과 아예 똑같아요. 그러고나서 생각해 보면 이야기 전개도 닮은 구석이 많았네요.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인데 아마 원작의 작가가 그 영화를 인상 깊게 봤나... 싶은 가운데 그래서 더 짐작하기가 쉬웠구요. 원본과 다른 건 주인공의 처지 뿐인데 그 차이점으로 인해 이야기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니 뭐 표절이라고 비난할 것까진 없는 걸로.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난감해서 걍 반전과 결말 위주로 적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무기력 몽롱 히로인 세나 짱은 정말로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어쩌다 착한 소녀에게 구출되어서 그들의 아지트로 끌려가 한 무리의 착한 소녀들을 만납니다. 대체 이 상황이 뭔진 모르겠으나 힘을 합쳐 살아나 보자! 아자 아자 화이팅!! 을 외치는 그들 사이에서 계속 무기력 몽롱하게 있다가. 이들이 가끔씩 들려오는 안내 방송의 출처가 학교 방송실 아니냐... 는 추리를 하고 다 함께 방송실을 습격하는 미션에 동참하게 되는데요. 거기에서 이때까지 늘 바람처럼 나타나 압도적인 검술로 소녀들을 죽여 없애던 토끼 가면을 마주칩니다. 그런데...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 토끼 가면이 가면을 벗더니만 '따라와! 내가 널 도와줄게!!'라며 끌고 가네요. 그래서 이게 대체 뭔가... 싶었는데요.


 잠시 후 토끼 가면이 들려주는 진실은 이겁니다. 이 세상은 그냥 다 세나의 마음 속이에요. 세나는 현실에서 폭력 & 변태 아빠에게 오만 몹쓸 짓을 당하다가 그만 어릴 때부터 정신이 나가 버렸고. 그런 상태로 현실을 감당하기 위해 상황에 맞는 대리 인격을 하나씩 만들어냈다는 겁니다. 그러다 세나가 더더욱 큰 위기를 맞았고 (중간중간 허접하게 몽환적인 톤으로 삽입되는 짤들을 통해 그게 자살 시도라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제 세나가 살아나기 위해선 그동안 키워 온 대리 인격들을 모두 없애고 자신의 힘으로 현실에 맞서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 세상 속의 수많은 여고생들은 모두 세나의 대리 인격들이고, 이들이 배틀 로얄을 벌이고 있는 건 그런 사정 때문입니다. 


 그러면 생기는 문제가... 결국 착하고 세나를 아껴주고 어쩌고 했던 저놈들까지 모두 다 남김 없이 죽어야 한다는 건데. 이때 갑자기 우리의 토끼 가면이 '나는 기력이 다했어. 니가 직접 싸워야 할 것 같아. 미안.' 이러고서 자살을 해요. ㅋㅋㅋ 그래서 드디어 우리의 무기력 히로인이 액션을 시작하는데... 근본 없는 초딩 칼부림 액션으로 하나씩 죽어 나가고, 그 와중에 어떤 애는 '너를 위해 죽임 당하느니 나 자신으로서 죽겠어!' 라는 폼 나는 대사를 외치며 자살하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게 막 죽여 나가다가 이제 드디어 세나 하나만 남는데... 이때 세나는 번쩍 번쩍하는 몽환적(...)인 플래시백으로 드디어 현실에서의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앞서 말한 대로 폭력 변태 아빠 때문에 멘탈이 나가 다중 인격을 만들어냈고. 그러다 현실 세계 친구가 드디어 처음으로 생겼고. 그 친구에게 연인으로서의 감정을 갖게 되어 키스를 해 보려고 들이댔으나 '더러워'라며 도망가 버려서 상처 받았고. 홧김에 집에 가서 자길 더럽게 만든 아빠를 죽였고. 그러고 학교 옥상에 와서 손목을 그어 버린 후 지금 이 꼴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세나는 꺼이꺼이 울며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는데... 여기서 또 깜짝 놀랄 세기의 반전이 벌어지죠. 그 곳에서 세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손목을 긋고 죽어가던 진짜 세나였습니다. 어라?? 그리고 지금껏 우리가 세나라고 알고 있었던 그 주인공은 진짜 세나의 손목을 붙들고 인공 눈물과 함께 감동적인 대사를 무기력하게 줄줄 읊더니만 지금껏 들고 다녔던 일본도로 자살을 해요. 엥??? 그러니까 세나도 세나의 대리 인격이었다... 뭐 이런 반전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지금껏 세나를 살리겠다고 난리를 치며 죽어갔던 다른 대리 인격들은 뭐였을까요. 다 바보들이었나. 하긴 원본의 상태를 보면 대리 인격들이 똑똑하면 오히려 설정 파괴였겠네... 라고 납득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면요.


 뭐 그래서 진짜 세나는 비록 심하게 다쳤지만 살아나구요. 엉엉 울며 옥상을 내려가서 병원까지 가서 살아 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상처가 대충 아물어 돌아온 학교에서 자기가 좋아했던 학생을 또 다시, 그 옥상 위에서 만나고. 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뚜벅뚜벅 걸어가 박력 있게 키스를 하네요. 전에는 더럽다고 싫어하던 그 친구도 이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나 봐요. 집에서 식칼로 아빠를 찔러 죽인 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피 엔딩입니다. 굿바이. 사요나라.


 + 근데 결국 자살하려던 학생 하나를 살려내며 삶의 희망을 전해 준다는 휴먼 드라마... 가 이렇게 칼질로 피칠갑을 하며 사람을 죽이고 또 막 자살하고 이런 걸 중심 스토리로 삼아도 되는 겁니까? ㅋㅋㅋ


 ++ 그래서 조금 위에서 언급한 그 '헐리웃 영화'란 바로 '아이덴티티'였습니다. 기본 얼개가 거의 동일하다시피 하죠. 

    • 이세계물은 애니메이션으로 식당이랑 주점만 좀 봤는데 실사 영화도 만들어지는군요. 좀 괜찮게 만든 이세계 실사가 있으면 볼 수도 있겠다. 란 생각이 듭니다.

      전편이 격하게 즐거웠으니, 이번엔 격하게 못 만든 걸 고르신 안목도 대단하십니다. 균형을 맞추는 로이님의 본능!!!ㅋㅋㅋ
      • 사실 이게 '이세계물'의 개념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쪽으로 워낙 본 게 없어서요. ㅋㅋ 근데 이야기 자체가 워낙 흐릿해서 아무 거나 갖다 붙이고 그게 맞다고 우겨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구요(...)




        세상엔 참 재밌는 게 많을 텐데 저는 왜 자꾸 이런 걸 스스로 찾아 보며 고통 받는 걸까요. 하하; 타고난 취향이 문제인가 봅니다.

    • 모든게 '괴작'이라는 컨셉을 위한 큰 그림 아닐까요? ㅋㅋㅋ  

      • 만든 사람들은 참으로 진심으로 보인다는 게 또 슬프고도 충격적인 부분이었습니다. ㅋㅋㅋ 잘 만들고 싶었으나 재능과 자본이 철저하게 모자랐습니다. 라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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