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라스트 레터] 감상

[라스트 레터] 2019
감독 : 이와이 슌지
출연 : 마츠 다카코, 후쿠야마 마사하루, 히로세 스즈, 모리 나나
“언니에 대한 글을 계속 쓰시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계속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 죽은 뒤에도 사는 게 되지 않을까요?”
이와이 슌지의 [라스트 레터]를 보았습니다.
[러브레터]의 팬들에게 보내는 답장 같은 영화입니다.
...넷플릭스에 있었는데, 이제 없습니다. 내려갔습니다...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첫장면부터 [러브레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련한 첫사랑의 그림자, 수신인과 발신인이 엇갈린 편지, 주연배우의 1인 2역, 과거 에피소드와 현재 장면의 교차편집.
특유의 아련한 감성, 따뜻한 햇살같은 영상, 그리고 조용히 스며드는 음악까지,
장면 장면들이 오래된 사진처럼 마음에 남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역시 장례식을 모티브로 하고 히로세 스즈가 출연하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따뜻한 자매애가 떠올랐습니다.
영화는 아유미의 엄마 미사키의 장례식으로 시작됩니다.
미사키의 동생 유리는 장례식 후 유품에서 미사키의 동창회 초대장을 보고 언니의 부고를 알리러 동창회에 참석합니다.
하지만 그녀를 미사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미사키 행세를 하게 되고, 미사키의 옛 연인이자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쿄시로와 인사를 나눕니다.
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진 후 날아온 쿄시로의 문자에, 미사키 이름으로 답장 편지를 보냅니다.
아유미는 엄마의 옛주소로 날아온 쿄시로의 편지를 받게 되고, 엄마의 죽음을 밝히지 않고 그에게 답장을 보냅니다.
쿄시로는 결국 유리의 정체를 알게 되고, 미사키의 죽음이 자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유리는 언니가 쿄시로와 결혼했으면 좋았을거라 아쉬워합니다.
쿄시로는 추억이 담긴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아유미를 만나고, 미사키의 불단에 분향합니다.
그리고 쿄시로가 쓴 소설 『미사키』와 편지들이 엄마의 보물이었다는 아유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쿄시로가 돌아간 뒤, 아유미는 미뤄두었던 엄마의 유언장을 펼쳐봅니다.
영화는 각 인물들이 편지를 통해 과거의 감정과 관계를 정리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즉문즉답의 스마트폰 메세지를 버리고 심사숙고를 거쳐 작성한 손편지에는 오해와 애틋함이 뒤섞인 느릿한 감정의 흐름이 담기고,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쓴 마음이 오가는 편지에 실려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쿄시로가 쓴 소설 『미사키』가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자전적인 연애소설인 듯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소설은 쿄시로가 과거의 자신에게, 그리고 미사키에게 보내는 ‘라스트 레터’로 느껴집니다.
소설을 쓰면서 그는 과거와 작별했고, 아유미를 만나 자신과 헤어진 후의 미사키를 대면하면서, 비로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다른 편지로, 미사키가 아유미에게 남긴 유언장이 있습니다.
함부로 열어볼 수 없었던 무거운 '라스트 레터'.
아유미가 쿄시로와 편지를 주고 받고, 그를 만나 엄마의 옛사랑의 추억을 듣고 나서 비로소 열어본 봉투 안에는
미사키와 쿄시로가 함께 작성한 고등학교 졸업식 답사의 원고가 들어 있었습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친구들에게 보냈던 격려와 응원의 메세지가 바로 홀로 남은 딸에게 엄마가 보낸 마지막 편지였습니다.
마츠 다카코는 세월을 잊었네요. [4월 이야기] 때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입니다.
첫사랑을 다시 마주했을 때의 설렘과 아련함, 현실적인 고민들과 어린 시절의 수줍음이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도 쿄시로라는 인물을 잘 표현했습니다.
유리를 만났을 때, 아유미와 소요카를 만났을 때, 에토를 만났을 때, 쿄시로의 순수함과 함께,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설명이 필요없는 히로세 스즈. 엄마 미사키와 딸 아유미를 오가는 1인 2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했습니다.
모리 나나 역시 엄마 유리와 딸 소요카를 잘 표현했습니다.
아유미와 소요카의 관계는 유리와 미사키를 닮았으면서도, 자기들만의 고민과 갈등을 좀 더 희망적이고 밝은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외에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와 토요카와 에츠시가 전남편 부부로 카메오 출연하고,
감독과 오랜 친분이 있는 안노 히데아키가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2018년 [라스트레터]의 중국판을 먼저 감독했습니다.
같은 감독이 두 나라 버전으로 영화를 만든 건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이죠.
히치콕의 [너무 많이 아는 남자](영국, 미국)와 미하엘 하케네의 [퍼니 게임](오스트리아, 미국) 외에는 검색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이와이 슌지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단편영화 [장옥의 편지]를 확장한 영화이니, 한중일 3개국 판본이 존재하는 샘이네요.
일본판은 아쉽게 넷플릭스에서 내려가며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중국판은 왓차에서 볼 수 있습니다.
[라스트 레터]는 단순히 지나간 옛사랑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아픔이 현재의 인물들을 통해 치유되고, 그 치유의 과정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완성되죠.
미사키의 마지막 편지에 담긴 진심이 아유미에게 잘 전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앗. 이미 내려간 영화 소개라니 당했습니다... ㅋㅋㅋ
근데 진작부터 넷플릭스가 추천으로 들이미는 영화이긴 했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겼는데 이와이 슌지였군요. 게다가 '러브레터'랑도 관련이 있다니. 마츠 다카코에 나카미야 미호도 나온다니 진작 알았으면 한 번 시도해 봤을 것을... 이라는 덧없는 생각을 해 보구요. 이렇게 된 김에 어차피 이제 내용 다 까먹은 '러브레터'라도 한 번 다시 볼까 싶네요. 날도 더운데 눈 구경이라도 해야.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