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감상...아이언맨1이 되지 못한 주춧돌(노스포)


  1.제임스 건의 슈퍼맨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이 영화 자체만으로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향후 10년간 이어질 거대한 도미노의 첫번째 조각으로서 평가해야 할까? 


 일단은 후자겠죠. 이 영화가 잘못되면 도미노 게임은 시작되지 않으니까요. 스포 없이 쓰니까, 스포 있는 감상글도 다음에 한번 써볼까 해요.



 2.영화 자체로 평가하자면 2점 정도 되겠네요. 그리고 이 영화에 건 기대감과 막중한 책임을 고려하자면...글쎄요. 0점도 아니고 이건 그냥 다시 만들었어야 하는 영화예요. 그냥 유니버스 프로젝트를 접을 게 아니라면, 아이언맨1 급으로 프로젝트 전체의 등을 밀어주는 역할을 해내는 영화가 나올 때까지 다시 찍었어야 하죠.


 사실 어벤저스1이 나오기 전까지의 영화들도 영화 자체보다는 어벤저스까지 동행하는 여정을 함께하는 의무감으로 본 거니까요. 다만 아이언맨1이 워낙 재밌었고 토니의 캐릭터도 너무 좋아서, 아이언맨1이 남긴 여열만으로도 어벤저스까지 관객들은 동행할 수 있었어요.



 3.그럼 누가 범인인가? 라고 지목한다면 글쎄요. 제임스 건을 기용한 간부들이겠죠. 나는 제임스 건이 DC영화 프로젝트를 총괄한다는 말을 들은 순간 그 속담이 떠올랐어요.


 '유능한 사람은 그 자신이 무능해지는 자리까지는 출세한다.'라는 명언 말이죠. 첫번째 문제-일단 제임스 건은 저런 큰 프로젝트의 수장 자리에는 본질적으로 안 어울려요. 


 두번째 문제는, 제임스 건은 지난 10여년 동안 한번도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어요. 다른 감독들이 실패할 때도 그는 그 자신에게 맡겨진 프로젝트만큼은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잘 해냈죠. 한데 내 경험상 10년 넘게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은 작가는 슬슬 사람들을 실망시킬 때가 된 거예요. 제임스 건의 가장 큰 무기인 발랄함과 재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바닥나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에너지니까요. 내가 보기에 제임스 건의 작가 에너지는 헐리우드에서 너무 많이 소진됐거든요.



 4.휴.



 5.그래서인지 슈퍼맨에서는 그의 장기는 단점처럼 보이게 됐고, 그가 애초부터 가지지 못한 재주들은 더 크게 단점으로 드러났어요. 애초에 그가 일을 잘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잘할 수 있는 일만 맡아서였거든요. 


 이 게시판 글들을 보니 제임스 건을 너무 나쁘게 말하는 말이 많긴 한데...하필이면 이 영화에서 그에게 안좋은 억까들이 몽땅 터져버린 것 같아요. 사실 제임스 건이 제일 초롱초롱할 때 이 영화를 만들었어도 잘 만들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오히려 더 경망스러운 슈퍼맨이 나왔을지도 모르죠. 제임스 건은 슈퍼맨을 만드는 데 써먹기엔 적합한 도구가 아니니까요. 


 한데 하필이면 작가 에너지를 많이 빨아먹힌 제임스 건이 슈퍼맨을 맡아버리니 이 사단이 나버린 것 같네요.



 6.사실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승진시키거나 더 큰 일을 맡기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은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냅두면 되거든요. 그런데 맡은 일을 10년 넘게 계속 잘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승진시킨다? 무슨 결과가 나올지 알 수도 없는데 그런 도박을 하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가요.



 7.게다가 코믹스 영화화 프로젝트는 마블이 만들고 이미 써먹은 방정식이예요. 내 경험상 같은 방정식을 써서 잘된 사례가 별로 없거든요. 남이 써먹은 방정식을 써먹어서 성공할 거면 그 방정식의 결과물, 퀄리티가 압도적이어야만 해요. 그럴 거면 차라리 새 방정식을 만드는 게 더 싸게 먹힐걸요.


 어쨌든 이 영화의 문제점은 간부들에게 있어요. 결국 크리에이티브한 프로젝트의 수장을 시킬 때는 파격적인 결정이 옳은 결정이거든요. 아직 창작 에너지를 많이 안 쓴 사람, 논란이 있을 사람을 가져다가 앉혀야지 10년 넘게 일을 잘한 노인을 시키면 안 된다고요. 


 제임스 건은 나쁜짓한 게 없어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너 슈퍼맨 감독 할래?'라고 물어보면 할거잖아요? '너 새로 시작하는 DC영화 프로젝트 맡을래?'라고 물어보면 할 거고요. 그는 그저 좋은(나쁜) 제안을 받아들인 노인일 뿐이니까 욕할 필요 없어요. 한 남자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실패를 맛봤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슈퍼맨 감독직이라면 운이 나빠도 너무 나쁜 거 아니겠어요?







    • 제임스 건은 가오갤 이후로 점점 천천히 내리막이었습니다. 그리고 실망은 이미 빠르게 찾아온 뒤고, 그 실망은 구체적으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부터였죠. 애시당초 DC의 할리퀸 나오는 영화 3편 모두 여배우 팔아먹기 이상의 내용이 없던 게 문제였기 때문에 제임스 건 탓이 아니라고 할수는 있겠지만, 이미 그의 팬보이 놀이는 단물 다 빠졌다고 봅니다.  


      딱히 나쁜 짓을 한게 없다~라는 말씀에 대해선 제임스 건 관련으로 떠도는 인성 개차반이니 이런저런 루머 같은 건 실제 증거 나오고 재판받아 실형나오기 전엔 의미없는 거라 보지만, 문제는 자칭 팬보이라는 감독이 어줍잖게 인터넷 밈에 젖은 듯한 괴이한 팬픽 정서로 만든게 나쁜 짓이라면… 뭐 이것도 누구도 확답할 수가 없지만, 일단 도미노 게임의 첫 도미노조차 제대로 놓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워너+DC의 영상사업은 그냥 도미노 게임조차 아니고 큰돈을 걸고 굴리는 핀볼 머신의 구슬을 굴리는 건데, 구슬이 어디로 튈지는 굴려보기 전엔 모르는 거고요. 일단 실제 핀볼 머신이라면 구슬이 추가 구슬을 못 만든 체 아웃되는 구멍 근처에서 돌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상업적으로 좀 흥행을 한다고 해도 정말 다음 구슬이 장전 될지는 이미 모르지 않냐 싶네요. :DAI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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