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다시 보니 은근 멀쩡한 영화. '케이블 가이' 잡담입니다

 - 1996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6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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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주연이자 사실은 이야기상 단독 주인공인 매튜 브로데릭을 포스터 밖으로 밀어내 버린 당시 짐 캐리의 위용이 느껴집니다. ㅋㅋ)



 - 주인공은 매튜 브로데릭이 연기하는 스티븐. 여자 친구랑 동거하다가  프로포즈를 한 죄로 쫓겨나서 새로 임대한 집에 이사 들어옵니다. 그러면서 케이블 티비도 설치를 하는데... 약속 시간을 한참 어겨 가면서 나타난 설치 기사 놈은 괴상한 오지랖을 부리고 뜻도 모를 쌩 오타쿠스런 말을 음침하게 중얼거리며 스티븐을 질리게 만들죠. 하지만 마지막에 '50달러 줄 테니 불법 공짜 영화 채널 달아줄래?' 라는 수줍은 부탁을 아주 열심히 들어주니 기분이 좋아져서 잠시 상냥하게 대해 줘 버린 결과... 아싸 좋구나!!! 하고 신이 난 이 음험 불쾌한 아저씨가 찰싹 달라 붙어 집착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이야 뭐 공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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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건진 모르겠지만 요즘 시점에서 볼 때 이 둘 사이에 살짝 동성애 코드스런 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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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유독 서양 영화에서 남자 둘의 끈끈한 관계가 등장하면 곧 그런 코드가 떠오르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제 선입견일까요. ㅋㅋ)



 - 전설의 망작이자 흥행 실패작... 이라는 이미지로 유명한 영화였는데요. 당시에 매번 승승장구하며 헐리웃 원탑 급으로 대접을 받던 리즈 시절의 짐 캐리 커리어에 일격을 날린(ㅋㅋㅋ). 작품 평가 면에서나 흥행 면에서나 별로였던 작품이었던 건 맞습니다만. 시간 좀 지난 후에 여러 번 재조명 되었듯이 사실 그렇게까지 폭망한 영화는 아니었죠. 짐 캐리 인기빨이 있다 보니 재미 없고 이상한 영화라는 입소문이 나기 전에 이미 제작비 정도는 건져 버렸고. 결국 극장 수익만으로 손익 분기 돌파는 못했지만 순 제작비 이상은 건졌으니 '폭망'까진 아니었구요.

 아마도 저는 비디오 대여든 케이블이든 이런 2차 매체 쪽을 봤을 텐데 딱히 구체적인 기억은 없습니다. '응 망할만 했네'라는 생각을 했던 어렴풋한 기억만 있는데... 최근에 주랜더 시리즈를 보면서 이 영화의 각본, 감독이 벤 스틸러라는 걸 참으로 뒤늦게 알게 됐어요. 그래서 호기심이 생겨 봤습니다.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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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영화로 헐리웃 사상 최초... 니까 사실상 지구 최초로 출연료 2000만 달러를 돌파했던 짐 캐리씨. 영화 제작비의 절반이었다네요.)



 - 이미 제목에 결론을 적어 놓았죠. 이거 의외로 상당히 멀쩡한 영화였습니다. ㅋㅋㅋ

 다만 당시 사람들이 짐작했고, 또 배급사에서도 열심히 홍보에 써먹었던 포인트가 뭐랄까. 일종의 사기였습니다. 어쩌면 진심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암튼 포인트가 안 맞아요. 그러니까 이건 스릴러 맛 코미디가 아니라 코미디가 함유된 스릴러였던 것. 


 아마도 그 시절엔 당시 펄펄 날던 코미디 전문 배우 짐 캐리가 나오니까. 그리고 맨날 하던 자신의 개인기들을 계속 쏟아내니까. 당연히 코미디라고 생각을 하고 봤을 텐데 이게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진짜로 어둡고 진지 심각하거든요. 그래서 안 웃겨요. 그 개인기의 대부분이 웃기기보다는 캐릭터의 기괴하고 무서운 느낌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는데 '이건 짐 캐리 코미디 영화야!' 라고 생각하고 보니 소감이 망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이거 그냥 싸이코 스릴러였네??' 하고서 웃김을 포기하고 보면 멀쩡하고 무난하게 뽑은 영화가 됩니다. 심지어 진짜로 무시무시해 보이는 장면도 꽤 있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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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과 온 얼굴 근육을 다 쓰며 연기하는 짐 캐리의 연기 차력쑈를 간만에 다시 감상하고 싶으시다면 괜찮은 영화입니다.)



 - 이야기 측면에서 따져 보면 뭐랄까... 아마도 '위험한 정사'나 '위험한 독신녀' (왜 계속 위험해;) 이후로 헐리웃에서 한참 쏟아져 나왔던 갑작스럽게 친해진 외부인 스릴러(...)의 전형을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좀 이상한 사람이랑 갑작스레 친밀한 관계가 되었는데 너무 이상하고. 그래서 밀고 당기고 하는 와중에 상대방이 너무 잘 해줘서 틈을 보이다가 결국 에이 이건 아닌 것 같아. 라고 결심하는 순간부터 엄청난 공격이 쏟아지면서 사회 생활이 망하고 가정 생활이 망하고... 그러다 마지막엔 결국 물리 어택까지 들어와서 몸싸움 한 판 벌이고 이러다 마무리되는 영화들 있잖아요.


 그리고 이때 등장하는 이방인 빌런들에겐 늘 컨셉이 하나씩 있는데요. 이 영화의 케이블 가이님의 경우엔 그게 히키코모리 티비 중독자입니다. 인생을 다 티비로만 배워서 정상적인 교감이나 교류가 불가능한, 그래서 고독에 몸부림치던 인간이 현실 세계의 정상 인간과 교류의 기회가 생기자 미친 듯이 달라 붙어 진 빠지게 만드는데 이 인간이 하는 일들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간에 다 결국 티비에서 배운 것이고. 그것도 막장 쇼프로나 드라마들을 통해 배운 것 말곤 아무 것도 모르는 인간이다 보니 결국 뭘 해도 기괴하고 불쾌하며 안 좋은 결과들만 남기게 되는 거죠. 그래서 영화는 시작부터 티비의 유해성을 보여주는 몽타주로 시작해서 클라이막스까지 그 테마를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쭉 끌고 갑니다. 매우 진지한 티비 비판, 티비 중독 현대인 풍자 영화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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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니 이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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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놓고 붙여 놓으니 별로 안 비슷해 보이네요. 하지만 퍼 올린 정성이 아까워서 그냥 두겠습니다... ㅋㅋ)



 - 근데 뭐. 이제라도 제 오해를 풀고 영화를 즐기게 된 건 다행인 일이겠지만 아쉽게도 '알고 보니 수작이었다!' 이럴 정도의 완성도까지는 가지 못합니다. 


 일단 아직은 초짜에 가까웠던 감독 벤 스틸러가 헐리웃을 호령하던 탑스타 짐 캐리의 불타는 연기에 잡아 먹히는 느낌이 좀 있어요. 이 분이 약간 완급 조절이란 걸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정말로 시작부터 끝까지 과잉으로 와다다 달리기만 하거든요. 장면에 따라선 그게 정말 훌륭해 보이기도 하는데 또 어떤 장면에선 지금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이게 광인 연기인지 그냥 짐 캐리식 코믹 연기인지 헷갈리는 장면들이 있어서 작품의 테마를 받아들이기 애매해질 때가 있습니다.


 또 짐 캐리가 그렇게 혼자 다 해먹다 보니 정작 주인공인 매튜 브로데릭의 존재감이 사라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각본도 좀 그렇구요. 그냥 '착한데 소심한 남자'라는 걸 제외하면 거의 아무 캐릭터가 없어요. 성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주인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야기의 메시지도 약해집니다. 설정상으로 짐 캐리와 어울리는 것도, 대립하는 것도 아니고 걍 시종일관 어중간하거든요. (하지만 매튜 브로데릭의 연기 자체는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적당히 소심하고 불쌍해요. ㅋㅋ)


 그리고 영화 속에 인용이 되게 많거든요. 케이블 가이 캐릭터가 티비로 세상과 인생사를 다 배운 놈이다 보니 입만 열면, 뭐만 했다 하면 다 인용인데... 극중 대사로 상냥하게 설명해주는 걸 제외하면 거의 모르겠더라구요. ㅋㅋㅋ 이것도 미국 바깥 나라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데에 공통의 장벽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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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는 보시자마자 다들 알아 보실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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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의 포인트가 누구인지 찾아 보세요... 라고 하기엔 역시 너무 쉽군요. ㅋㅋㅋ)



 - 그래서 최종적으로... 어정쩡합니다. 분명히 현실 비판에 무게를 두는 블랙 코미디 & 스릴러를 의도한 영화인데. 그 중 어느 것도 확실히 살아나서 전달되는 느낌이 없어요. 아마도 그래서 당시 관객들도 '이거 코미디 맞지 않아?'라며 헷갈려 하다가 악평을 하게 된 거였겠죠.

 다만 진짜로 엄청엄청 웃기는 영화를 만들려다가 망했구나... 라고 생각했던 당시에 비해 '그래도 막 못 만든 영화는 아니었네?'라고 느끼며 그럭저럭 즐겁게 봤으니 저는 만족했습니다만. 그렇다고해서 2025년에 굳이 다시 찾아 보시라... 고 권할만큼 좋은 영화는 또 아니었구요. ㅋㅋ

 걍 젊다 못해 어려 보이는 짐 캐리가 딱 그 시절 본인 스타일로 온몸을 날려 시전하는 화려한 쑈를 다시 보고 싶다. 뭐 이런 분들에게만 소심하게 추천해 봅니다. 물론 그런 스타일로 더 웃기고 더 재밌는 영화들이 있지만, 그렇게 몸을 날려 이렇게 진짜로 다크한 캐릭터를 연기한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요. ㅋㅋㅋ 네. 끝입니다.




 + 그 티비란 물건이 인터넷, 스마트폰에 처참하게 발려서 멸망 멸족의 기로에 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참 추억 돋는달까... 그렇지만 극중에서 짐 캐리가 외치는 말들을 보면 의외로 미래 예견스런 대사도 있어서 재밌습니다. "다 함께 집에서 쇼핑을 하고 아프리카에 있는 친구랑 동시에 모탈 컴뱃을 하고 놀고! 그런 미래가 우리 눈 앞에 다가왔다고!!!"



 ++ 벤 스틸러는 감독 겸 각본 겸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쥬랜더'의 파트너 오웬 윌슨도 나오고 잭 블랙도 아주 작지는 않은 역으로 나오죠. 단역으로 몇 초쯤 보이는 밥 오덴커크도 있고 에릭 로버츠도 있고 지닌 가르팔로도 잠깐 얼굴 비추는 가운데 은근 벤 스틸러 영화에 빠짐 없이 나오는 누나 스틸러가 또 나오십니다... 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처음엔 거침 없이 들이대는 케이블 가이의 페이스에 휘말려 둘이 함께 멀리 차를 타고 달려서 거대한 방송 안테나까지 가서 낭만적인 데이트(...정말로 그렇게 밖엔 안 보입니다;)까지 하며 마음을 여는 스티븐입니다만. 그 다음 날 어떻게 알고 (스토커니까!) 스티븐이 직장 동료들과 하는 농구 시합에 나타나 게임에 끼워 달라더니 완전 개진상 플레이로 분위기를 망가 뜨려 버리는 케이블 가이의 행동에 아 역시 이건 아닌 듯. 하고 절교를 선언하고. 다음엔 케이블 가이가 거대한 사운드 시스템과 가라오케 머신을 선물하고 파티까지 열어줘서 마음이 녹았다가... 그 파티에서 처음 만나 섹스까지 해 버린 여자가 알고 보니 케이블 가이가 돈 주고 부른 성매매 여성이었다는 걸 알고 기겁해서 절교를 선언했다가. 다음엔 사실상 차인 상태였던 로빈의 마음을 돌려줘서 또 마음이 녹긴 했는데 그러자마자 곧바로 선을 넘는 모습에 질색을 하고는 또 또 또 절교를 선언했다가...


 그만 케이블 가이의 작정을 한 인생 멸망 어택을 당하게 됩니다.


 일단 장물 거래로 경찰에 체포되구요. (선물했던 사운드 시스템과 가라오케...) 보석으로 풀려났더니 그새 로빈을 구워 삶아서 로빈네 가족을 만나는 자리에 따라가서 스티븐의 멘탈을 살살 긁다가 결국 폭발하게 만들어서 가족 만남을 멸망으로 이끌구요. 그 다음엔 케이블을 설치해주면서 함께 심어 둔 몰래 카메라로 도촬한 스티븐이 회사 상사들 욕하는 영상을 회사에 풀어서 직장에서 잘리게 만들구요... 하다 못해 잠을 잘 때도 악몽까지 꿔 가며 고통 받던 스티븐은 케이블 가이가 로빈을 불러내서 처음의 그 거대 안테나로 데려갔다는 얘길 듣고 부리나케 쫓아갑니다.


 그곳에서 케이블 가이는 로빈을 높은 곳에 묶어 놓고선 온갖 영화, 드라마 명대사들을 섞어서 자신의 한과 분노를 외쳐대다가... 마지막에는 또 다시 배척 당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어린 시절 엄마의 방치 속에 티비만 보며 자라난 나 같은 놈들이 더는 없어야 한다며 자기 몸으로 거대 안테나를 박살내겠다고 투신해 버립니다. 그리고 케이블 가이가 떨어지는 순간 인근 지역의 티비가 모두 끊기면서, 하필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재판의 결과가 발표되려는 순간 방송이 끊기자 사람들은 엄청나게 분노하지만, 그 와중에 가족과 시간을 갖거나 책을 읽기 시작하는 사람도 보이네요. 그렇게 케이블 가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는데...


 잠시 후에 보니 케이블 가이는 본의 아니게 착지를 잘 해서 여기저기 부러지긴 했어도 죽진 않았어요. 그래서 들것에 실려가며 주인공 커플과 화해(ㅋㅋㅋ)의 대화 같은 것도 좀 나누고요. 그러고 구급 헬리콥터에 실려 날아가는데 구급 대원이 자기를 '친구!'라고 부르며 격려하니 "지금 저를 친구라고 부른 거에요? 정말로??" 라고 되물으며 눈을 반짝 빛냅니다. 요게 엔딩이에요. ㅋㅋㅋ

    • 96년 흥행 
      1위 인디펜던스 데이
      2 트위스터
      3 미션 임파서블
      4 더 락

      확인해보니 케이블 가이가 6월 개봉작인데, 경쟁작들이 막강했군요 한 11월 12월쯤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듭니다
      • 사실 막강한 경쟁자가 없었어도 크게 흥행할 영화는 아니었던 듯 합니다. 너무 어둡고 불쾌한 이야기인데 거기 짐 캐리의 코미디가 좀 엇나가게 섞여 있어서 웃지도 못하고 스릴도 크게 못 느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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