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책 몇 권

[폴란드인]

지난 번에도 언급했던 쿳시의 최근 소설입니다. 읽은 지 한참 되었는데 훌쩍 다른 책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되새김질하게 되는 소설이랄까요,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지만 이 책을 마쳤다고 생각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견 단순한 이야기인데도요. 이런 점이 장인의 능력인가 싶습니다. 내용을 다시 떠올리며 적자니 게시판에 지루한 글을 보태는 것일까 걱정입니다. 폭넓은 재미있는 책 좀 읽고 소개하고 싶네요. 이 소설은 줄거리를 미리 아는 건 별 상관 없습니다. 그런데 독서 전에 타인의 감상으로 영향을 받기 싫은 분은 안 읽으시는 게 좋을 듯해요.


이 소설의 '폴란드인'은 피아니스트이고 연주를 위해 바르셀로나에 방문합니다. 그는 그를 초청한 주최측의 사교계 인사와 단 한 번 식사 자리에서 대면하고 특별한 인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를 떠난 후에도 그 인사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인연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피아니스트의 나이는 일흔이고 그의 방문 일정을 관리했던 주최측 서클의 그 여성은 곧 쉰이 됩니다. 폴란드인은 도대체 무슨 마음일까요. 이들의 이야기는 남편이 금융업자이며 장성한 자녀들도 있는 여성의 입장에서 전개됩니다. 독자와 마찬가지로 조금 어이없어하며 폴란드인의 접근을 곱씹게 되는 베아트리스라는 우아한 여성입니다. 

폴란드인의 정체는 애매모호하게 느껴집니다. 그의 내면은 베아트리스와의 대화를 통해 드러날 뿐이고 베아트리스와 현실적인 접점은 전무합니다. 그런데 그가 원하는 관계는 '오디너리한 방식'이라고 합니다. 실상은 그의 모든 시도가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다른 언어를 쓰므로 영어로 그럭저럭 의사소통을 합니다. 그래서 폴란드인은 언어를 대신할 자신의 쇼팽 연주 녹음을 들어달라고 보내기도 합니다. 자신의 연주 여행지로 와 달라고 하기도 하고 브라질에 가서 얼마간 함께 살자고 반복적으로 제안하기도 해요. 베아트리스가 자신이 제안하는 그런 만남에 응답하길 요청하곤 합니다. 이 여성이 자신과 같은 지점으로 오기를, 어떤 결심에 이르기를 반복적으로 초청하는 겁니다. 현실적인 베아트리스는 브라질 행은 제외하고, 나머지 그의 제안에는 응하기도 하면서 이 일이 무슨 일인지 알아 봅니다. 


이 소설은 '폴란드인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처럼 소개되곤 합니다만 그렇게 읽히지 않았어요. 

베아트리스는 교양 있는 여성이고, 자기 일상과 사회적 지위에 만족하며 상식적인 세계를 운용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이 이야기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인물이 인간의 특별한 욕망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과 사랑에 화답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었어요. 작품 속 표현 중 이런 게 나옵니다. '그녀는 거대하고 희망 없는 열정에 매달리지 않는다. 그건 분명히 그녀의 체질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가진 거대한 열정에 감탄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감탄할 줄 안다면 그것은 첫 발이겠습니다.

두 사람이 두세 번의 만남을 가진 이후 몇 년이 흘러 이제 폴란드인은 기억 너머의 사람이 되었는데, 그가 죽었고 그녀에게 뭔가를 남겼다는 연락이 옵니다. 그런데 소설은 분량이 아직 삼분의 일 이상 남아 있습니다. 남긴 물건을 택배로 받으려는데 잘 안 되어 폴란드인의 삭막한 서민 아파트까지 찾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빈 집에서 그녀 앞으로 남긴 시 묶음을 발견하고, 폴란드어로 쓰여진 시를 번역자에게 번역하여 그것을 읽고 생각하는 것이 후반의 내용입니다. 후반의 내용을 다르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 뭘 남겼을꼬 번거롭다, 주저하고 고민하다가 폴란드까지 다녀온다, 시를 번역에 맡겨서까지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번거롭다, 그냥 태워버리면 어떨까 망설인다, 결국 번역을 맡기고 읽어 본다. 시가 이런 부분은 좋고 저런 부분은 이해도 안 되고 해괴하네. - 그 과정의 선택은 베아트리스라는 여성의 자신에 대한 충실성, 신중함, 일상인으로서의 성실성이 크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그런 성품은 정직하게 예술에 마음을 여는 길로 이끕니다. 폴란드인과 만날 때 접점이라곤 없다고 했는데, 그 극단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생사의 다른 환경이 된 상황에서 대화가 시도됩니다. 

폴란드인은 개별 인간이기 보다 은유이자 상징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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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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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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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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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수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댓글을 달 때도요. 단번에 쓰고 올리는 경우는 잘 없어요. 반드시 다시 읽어 봅니다. 그러면 거의 99프로 고쳐 쓰게 됩니다. 

게시판 글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낙서로 여기고, 여겨지고, 그렇다 해도요. 어떤 때는 자꾸 고치다가 문장과 문장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고 누더기가 되어서 애초의 뜻이 잘 통하지 않는 글이 될 때도 있고 그래서 아예 다 지워버리고 다른 일로 떠나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후회하기 전에 고칠 수 있을 때 고치려고 합니다. 



    • 아이디어가 독특한 이야기네요. 그리고 뭣보다 영상물로 옮기기에 적합하지 않은, 문학 양식 최적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구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라면 이런 부분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요. 영상물로 옮기기 좋은 이야기 vs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 이런 거요. ㅋㅋ




      저도 헐레벌떡 매일매일 올려대는 것 치고는 꼭 올림 버튼 누르기 전에 두어 번은 다시 읽어보며 슬쩍슬쩍 고쳐보곤 합니다만. 그래도 올라간 후에 다시 보면 틀린 내용 투성이에 맞춤법 이상하고 반복해서 쓰는 어휘나 표현이 너무 많고(...) 글쓰기란 게 참 어렵습니다 정말로. ㅋㅋㅋ

      • 전혀 의식하지 않는 작가도 있는 거 같고 글을 쓰면서 아는 배우들 동원해서 그림으로 장면으로 떠올리는 작가도 있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이 그 경향을 만들 것 같은데, 젊은 작가들은 과거 보다는 영상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받았기 땜에 글쓰기에도 스며 있을 듯해요. 문학 작품이 관심을 더 받고 해볼 만한 분야라는 환경이 되어서 다양한 작가군이 있다면 제일 좋겠죠. 현실과 동떨어진, 당연한 말이지만요.


         


        매일 올리시는 글을 읽으면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 글을 올리시자면 몇 번 되읽고 수정을 거쳤다는 것을요. 듀나 님 리뷰도 내용은 일단 제외하고 단순 오탈자가 거의 나오잖아요. 수십 년 전문 작가도 그런데요. 물론 자신의 홈피에 편하게 금방 쓰는 글이긴 하지만요. 로이배티 님께서 매일 영화를 보고 글을 올리신다는 것에 경외를 하는 이유에 글 한 편에 손질이 여러 번 필요하다는 점을 들 수도 있어요. 본인께서는 이런 말 쑥스러워하셔서 이제는 잘 안 하지만요.   

    •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thoma님의 책 소개글 좋아하니까 지치지

      마시고 오래오래 올려주세욤ㅎㅎ

      영상물은 어디서든 쉽게 정보를 얻지만 책은 그렇지 못하는 인간이라 더 감사합니다(도서관 가면 늘 보던 것만 보는 편식인간이에요)
      • 안 읽은 책 이야기는 지루할 수 있는데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눈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쏘맥 님께서도 지치지 마시고 글 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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