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바낭] 본격 신앙 토론 호러, '헤레틱' 잡담입니다

 - 작년 영화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5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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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 참 마음에 듭니다. 영화 분위기를 아주 잘 압축해서 표현한 것 같아요.)



 - 후기 성도 교회, 그러니까 몰몬교 전도사 둘이 열심히 할 일을 하러 다닙니다. 대체로 세상 때가 적당히 묻어서 융통성도 있고 똑똑하며 대차 보이는 검은 머리의 반스 자매님. 그리고 정말 순진무구한 신앙 열정에 불타는 느낌의 금발 머리 팩스턴 자매님. 이런 조합인데 둘이 자기들의 신앙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고 있으면 귀엽고 좋아요. 길에서 전도하면서 씹히고 조롱 당하며 고생하지만 불타는 신앙심으로 극복! 하며 한참 걷고 또 자전거로 달려서 내방을 신청했다는 미스터 리드, 대충 리드 씨의 집에 도착하는 둘인데요. 몰몬교의 교리에 따라 집 안에 여성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지만 낯 가리는 와이프가 곧 나올 테니 안심하라는 리드씨의 상냥한 인도에 따라 집에 들어가고. 자리에 앉아 아름다운 교리를 전파해 보려는데 우리의 리드 씨는 자꾸만 이상한 돌발 질문으로 분위기를 묘하게 만들고... 기다리는 와이프도, 블루베리 파이도 나오지 않고... 한참 후에야 어익후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아! 라는 걸 느낀 둘은 암쏘쏘리를 외치며 퇴각해 보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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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콤비가 둘 다 참 귀엽고 매력적이며 둘의 합도 좋습니다. 이런 부분은 호러/스릴러에서도 다른 장르랑 똑같이 중요한 거죠. 살아야한다! 라고 응원할 마음을 심어주니까요.)



 - 휴 그랜트가 말빨로 사람을 영혼까지 털어 버리는 사악한 빌런으로 나오는 호러. 라는 설명만 듣고도 이건 꼭 봐야해! 했던 영화였는데요. 웨이브와의 합병은 대체 어찌될지 모르겠는 가운데 암튼 웨이브보단 자기 할 일 열심히 하고 있는 티빙님께서 업어 와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티빙. ㅋㅋㅋ 하지만 합병은 좀 서둘러 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될 거면 걍 시원하게 포기 선언이라도 해주든가!!! 가성비도 별로인 요상한 결합 요금제 같은 게 출시하며 자랑질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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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휴 그랜트의 리즈 시절을 바라보면서 이 배우가 환갑이 넘어서까지 성실하게 활동하며 이런 다양한 역할들을 잘 소화해 내고... 이런 안정적인 미래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네요. 칭찬입니다? ㅋㅋㅋ)



 - 그래서 참으로 컨셉에 맞는 전반부 전개를 보여주고요, 이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아무리 완력에서 밀린다 해도 두 젊은이가 노인 하나에게 이렇게 꼼짝도 못하고 탈탈 털리는 상황이 좀 이상해 보일 수 있겠구요. 또 사실은 리드 씨가 떠들어대는 종교에 대한 장광설이란 게... 딱히 깊이가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저 같은 사람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를 시청각 보조 자료들을 동원해서 재밌게(ㅋㅋ) 떠들어 대는 것 뿐. 딱히 새로울 것도 충격적일 것도 없어요. 그런데 이런 장면에 이런저런 배경 설정이 달려서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는 거죠.


 일단 사악한 리드 씨가 당연히 두 젊은 선교사들보다 아는 게 많은 달변가이기는 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인간에게 두 선교사가 전도를 해야 할 대상이라는 어드밴티지가 붙어 있다는 거죠. 그러니 우리 불쌍한 젊은이들은 이 분의 비위를 맞추며 적당히 맞장구도 쳐 줘야 하고, 다소 불쾌한 질문에도 답을 해줘야 하며 이 사람 말에 막 정색하고 반박을 하기도 어렵죠. 결정적으로 금방 포기하고 내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불리한 여건이 두 젊은이들에게 닥쳐 올 불행에 개연성을 만들고. 또 리드 씨의 캐릭터를 좀 더 입체적, 사실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겁나 똑똑한 카리스마 빌런처럼 보이고 본인은 그렇게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냥 자뻑 찌질이라는 것... ㅋㅋㅋ


 그리고 기대대로 휴 그랜트가 정말로 잘 합니다. 작정하고 캐릭터를 즐기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냥 이 사람이 본인 성대와 안면 근육을 절묘하게 써 가며 연기하는 것만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구요. 또 휴 그랜트의 이런 화려한 빌런 연기가 최대한으로 살아날 수 있도록 젊은이 배우 둘이 성실하게 잘 받쳐줘요. 소피 대처와 클로이 이스트. 두 분 다 참 잘 하더라구요. 이 두 사람이 적절히 잘 받쳐줬기에 휴 그랜트의 연기가 더 멋져 보일 수 있었고. 또 후반부에 본인들 캐릭터도 살아날 수 있었고. 그랬던 듯 합니다. 배우 셋 구경만 해도 본전은 찾을 수 있을 법한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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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캐릭터의 이미지가 후반부에 슬쩍 뒤집어지는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자세한 이야긴 스포일러라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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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벗으면 (원래 보다 더) 미녀!!! 라는 클리셰를 이런 장르물에서 보니 괜히 웃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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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노나 라이더 이후로 제겐 어두운 머리칼의 단발머리 멘탈 불안정 미녀 캐릭터를 만나면 쉽게 반해 버리는 마음의 병이 생겼습...)



 - 중반 쯤부터는 장소도 바뀌고 상황도 달라지고 액션(?)도 좀 들어가며 클라이막스를 향해 갑니다만. 이때 부터는 사알짝 덜 재밌었습니다. ㅋㅋ 

 뭘 잘못 했다기 보단 그냥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죠. 영화 내내 얘가 빌런이게 그냥 꼰대게~ 로 헷갈리게 하면서 수다만 떨 순 없으니까요. 장소도 옮기고 상황도 계속 변하고 몸 쓰는 액션도 들어가고 피도 좀 봐야 하고... 뭐 이 부분들도 신경 써서 열심히 썼다는 건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평범해지고. 전반부의 독특한 재미는 거의 없어요.


 또 클라이막스까지 가면 등장 인물들 중 한 분이 갑자기 사알짝 당황스러운 퀀텀 점프(...)를 하면서 문제 상황을 막 헤쳐 나가는데... 이것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이야기 전개상 그 분이 각성(?)을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설득력도 조금 약했고. 또 변화가 너무 급격해서 말이죠. ㅋㅋ 이럴 수 있는 양반이 그동안 왜 그러셨쎄여... 이런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좀 나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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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고 보면 무서운 사진.jpg)



 - 그래도 전반적으로 볼 때 괜찮은 아이디어와 각본, 역할 별로 잘 캐스팅 된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덕분에 꽤 즐겁게 볼 수 있는 스릴러였습니다.

 보는 내내 '이렇게 각본 써서 개봉해 버리면 몰몬교에게 테러 안 당하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엔딩을 보면 그것도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됐구요.

 뭣보다 도대체 더 이상 신선하다 싶은 아이디어가 남아 있긴 한 걸까... 싶은 이 장르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신선하고 또 개성 있는 이야기를, 그것도 설득력 있게 뽑아냈구나 싶어서 점수를 더 후하게 쳐 주고 싶었네요. 하하.

 세 배우님들 중 한 분이라도 좋아하신다면 꼭 보시구요. 그게 아니더라도 알찬 소품 스릴러 좋아하면 한 번 시도해 보시구요. 크게 잔혹한 장면 같은 것도 별로 안 나와서 대체로 폭 넓게 추천할만한 수작이었습니다. 역시 호러는 A24죠! ㅋㅋㅋ 잘 봤어요.




 + 사실 엔딩은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좀 있었습니다. 이야기 구성에 어울리고 적절한 마무리이긴 했지만 그냥 제 취향에 아쉽기도 했고. 클라이막스를 살짝 서둘러 급하게 맺어 버린 느낌도 있고 그랬네요.

 


 ++ 제가 소피 대처를 알게 된 게 '옐로우재킷'인데요. 이 시리즈 이후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엘라 퍼넬의 뒤를 이어 이 분도 잘 나가게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매력이나 연기력은 이 분도 출중하니 말이죠. 근데... 이제 이 시리즈는 이어서 볼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인가요. ㅠㅜ 시즌 1만 보고 서비스되는 곳이 사라져 버리니 참 난감하네요.



 +++ 아니 토퍼 그레이스가... 이제는 이 정도 급까지 내려온 건가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당황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카메오가 아닌 것 맞나요...;



 ++++ 라디오 헤드 '크립'의 표절 시비 이야기가 나옵니다. 첨엔 어라? 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한참 전에 들었던 얘기더라구요. 완전히 까먹고 살았네요. ㅋㅋ



 +++++ 대충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가능한한 다 쳐내고 중심 뼈대만...


 그래서 상냥한 리드씨에게 이끌려 거실 소파에 앉아 언젠간 나올 거라는 리드씨의 아내와 블루베리 파이를 기다리며 난감하고 상당히 무례한 질문 세례를 견뎌내던 두 젊은이는 결국 탈출을 결심하게 됩니다. 리드씨가 대화 내내 붙들고서 흐뭇해하던 그 향초가 '블루베리 파이 향'이라는 걸 알게된 게 결정적이었죠. 나오지도 않을 블루베리 파이에 대해 계속 싱글벙글 웃으며 떠들어댔으니 뭐.


 근데 문이 잠겨 있습니다. 집 구조가 특이해서 사람이 빠져 나갈만한 창문도 없어요. 고민고민하다 리드씨에게 다 털어 놓고 내보내 달라고 하지만 '이 집의 문은 시간 장치가 되어 있어서 내일 아침까진 나도 못 열어요? ㅋㅋㅋ' 라며 이죽거리구요. 정 집에 가고 싶으면 보내주겠다며 안쪽 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리드 아저씨. 그 곳엔 문짝 두 개가 있고 '이 중 하나가 밖으로 나가는 문이니 한 번 맘대로 골라 보시죠? 전 방해 안 한다구요?' 라며 깐족거리다가 또 한참을 이어지는 신앙과 종교에 대한 장광설을 퍼부어요. 니네 교주는 뭐가 문제였고, 니네 종교의 모태가 된 유대교 신앙은 또 이런저런 허점이 있고, 그래서 결국 다 근거와 토대가 허약한 뻘소리인데 니들은 그래도 믿겠단 말이지?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공격을 해대는 리드 씨에게 그나마 적극적인 성향의 반스는 몇 마디라도 대꾸를 해 보지만 선량 순진한 성품의 팩스턴은 거의 울기 직전 모드로 네 네 님 말이 다 맞아요. 그러니까 우리 좀 나가게 해주세요... 라고 빌다시피 하는데요. 반스가 이걸 뜯어 말리고는 "이 인간은 우리가 결국 '불신'을 택하게 만들고 승리감을 느끼려는 찌질이라고. 우린 이 쪽으로 나가야 해" 라며 '믿음' 이라고 적힌 문짝을 열고 음침한 지하 계단을 한참 내려갑니다만...


 그 계단의 끝은 매우 음침한 지하실이었고. 나가는 길 따윈 없어요. 더 짜증나는 건 구조를 보아하니 이들이 '불신' 문짝을 택했어도 어차피 이 곳에 도착했을 거라는 점입니다. ㅋㅋ 그러고 있는데 배경 음악으로 라디오 헤드의 '크립'을 틀어주고는 내가 니들에게 진짜 기적을 보여주겠네 어쩌겠네 하는 리드씨. 잠시 후 매우매우 호러스런 분장을 한 여인 하나가 나타나서 매우매우 기괴한 자세의 퍼포먼스를 한참 보여주고는 리드가 갖다 준 블루베리 파이(ㅋㅋㅋ)를 와구와구 먹습니다. 근데 이때 이어지는 리드씨의 설명대로 이 파이에는 맹독이 잔뜩 들어 있었고 여자는 곧 죽어요. 잠시 후 이 여자가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리드씨입니다만. 미친 놈이 뭐라고 떠들든 말든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겠다고 주위를 열심히 살피던 반스. 결국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자 팩스턴에게 윗 방에서 몰래 들고 온 나이프를 건네주며 "내가 '마법 팬티'라고 말하면 이걸로 놈을 찔러! 꼭 해야해!!" 라고 다짐을 하네요.


 그리고 그때 도무지 돌아오지 않고 연락까지 끊긴 자매님들을 찾아 온 교회 아저씨가 누르는 벨소리가 울려 퍼지고. 리드 씨가 손님을 응대해 속여 돌려 보내는 동안 둘은 후다닥 계단을 뛰어 올라가 굳게 잠긴 문틈으로 성냥곽을 땡겨 오고. 그걸로 지하에서 불을 붙여 보려 하고... 온갖 애를 씁니다만 다 실패. 그런데 그때 죽어서 쓰러져 있던 여자가 벌떡 일어나더니만 주인공들에게 다가와 뭔지 모를 이상한 소릴 중얼거리고는 '모든 게 다 가짜야'란 말로 마무리를 해요. 그리고 그때 후다닥 나타난 리드씨가 여자를 계단 중간의 비밀 방으로 돌려 보내고선 또 주인공들에게 잘난 척을 하며 수다를 떨려는데...


 이때 참다 참다 악에 받힌 반스가 리드 씨가 그토록 자랑하던 논리를 갖고 반격을 개시합니다. 야. 니가 저 여자로 뭘 어찌했는진 모르겠지만 니가 엉터리란 건 다 알거든? 아까부터 너 무슨 얘길 할 때마다 늘 너한테 불리한 논거는 싹 다 빼놓고 떠드니? 이것도 틀리고 저것도 틀리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정말 택도 없거든? 넌...

 이어지는 반스의 반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진 리드 씨는 뭔지 모를 헛소리를 중얼중얼거리며 우기기 시작하고. 반스는 이 때다 싶어 아까 정해 놓은 신호, '마법 팬티'를 발사! 합니다만. 그 말을 들은 패터슨이 나이프를 꺼내기도 전에 리드 씨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커터칼로 정확한 발도술을 선보이며 반스의 목을 그어 버립니다. 피를 콸콸 흘리며 쓰러지는 반스. 당황해서 나이프를 꺼낼 생각도 못하고 도망가려다 결국 붙들려 되돌아 온 패터슨. 그에게 리드 씨는 또 괴상한 뻘소리를 늘어 놓으며 패터슨을 압박하려는데...


 이번엔 패터슨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아까 그 여자는 살아난 게 아니다. 처음 여자는 죽었고, 그때 교회 아저씨가 찾아와서 우리가 살려달라 외치느라 계단을 올라가 있는 동안에 이 방의 비밀 통로를 열고 다른 여자가 나와 시체를 치우고 대신 엎드려 있다가 부활한 것처럼 일어나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거다. 그런데 이 여자가 당신이 시키지 않은 말 한 마디, '이 모든 건 사실이 아냐' 라는 말을 덧붙였고 이게 변수가 되었다. 여자가 한 말을 이미 예견한 것처럼 폼을 잡으며 우릴 속여야 하는데 다른 말이 첨가가 되니 이 말까지 수습하려다가 니 논리가 엉망진창 꼬여 버린 거지.


 그러자 이죽거리며 비밀 문을 찾아보라는 리드 씨. 하지만 패터슨은 의외로 쉽게, 지하실 천장에서 떨어져 고여 있던 탁자 위 물을 바닥의 흙이 쌓인 곳에 부어 씻어낸 후 바닥의 비밀 문을 찾아내구요. 진실이 뭔지 찾아보겠다며 그 아래로 내려갑니다. 당연히 그 곳엔 조금 전에 죽은 여자의 시신이 있었고, 계속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끝에는 주인공들이 타고 왔던 자전거의 잠금 장치로 잠겨진 마지막 문이 있고. 주머니 속의 열쇠로 그걸 열고 들어 가니 그동안 리드 씨에게 유괴 당해 감금된 여자들이 철제 우리 안에서 웅얼거리고 있어요. 그때 패터슨을 따라 들어온 리드 씨가 묻습니다. 자, 이것이 내가 너에게 알려주려 했던 세상 유일한 참된 종교의 모습이야. 이 상황의 의미가 뭔지 알겠니? 패터슨은 대답합니다.


"내가 지금 여기까지 도착한 게 내 의지가 아니라 사실은 니가 그렇게 유도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려주려는 거겠지. 그래서 니가 말하는 세상 유일한 참된 종교란 건 바로 '통제'야."


정답이라며 칭찬을 하는 리드씨. 그러면서 "니가 지금 여기에 서 있게 된 건 니가 평생 남들이 정해주는 대로 따르기만 하며 살았기 때문이야. 어떤 종교를 믿고 어떤 신을 찬양할지도 남들이 다 정해줬지. 세상 종교란 것의 본질이 그거거든. 통제. 그러니 널 이렇게 유도하는 건 정말 쉬웠어. 넌 남들이 정해주는 건 무조건 따르잖아. 심지어 속옷 조차도 마법 팬티를..."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그 단어가 튀어 나오자 패터슨은 아까 하지 못한 일을 완수합니다. 그 칼로 리드씨의 목을 찔러 버리고는 후다닥 도망치지만 역시나 밖으로 나갈 문은 다 잠겨 있구요. 다시 지하실로 돌아온 패터슨은 홀연히 나타난 리드 씨에게 배를 칼로 찔려 쓰러져요. 하지만 본인도 기력이 다해 쓰러진 리드 씨는 바닥을 기어 다가가며 "우리 둘을 위해 기도를 해보시죠." 라고 말하는데... 패터슨의 대답이 의외입니다. "기도는 효과가 없어요. 그건 이미 오래 전에 실험으로 입증되었죠. 하지만 전 그래도 기도는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잠시라도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며 기도를 한다는 것. 그건 아름다우니까요. 심지어 그게 당신이라고 해두요." 


 말을 마친 후 패터슨은 정말로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하고, 리드 씨는 집요하게 기어와서 손에 든 칼로 패터슨의 목을 노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 아까 전에 목을 베여서 쓰러져 죽은 줄 알았던 반스가 나타나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못 박힌 나무 몽둥이로 리드 씨의 머리통을 풀 스윙 가격. 리드 씨는 그걸로 사망. 반스도 말 한 마디 못 보태고 잠시 애틋한 눈빛을 보낸 후 쓰러져 죽습니다. 패터슨은 "안녕, 자매님." 이라고 작별을 고하고는 다시 윗층 방으로 올라와요. 그리고 그 곳에 있던 리드의 이 집 모형을 요리조리 뜯어 보고는 밖으로 탈출할 수 있게 된 창문 딱 하나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고 그 경로를 통해 기어이 탈출에 성공합니다.


 피를 줄줄 흘리며 밖을 걷던 패터슨이 잠시 쉬기 위해 바닥에 주저 앉았을 때. "나는 죽으면 나비로 환생해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손등 위에 앉고 싶다" 던 패터슨의 소망처럼, 아마도 반스의 영혼일지도 모르는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패터슨의 손등에 앉았다가. 사라집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와 함께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고, 엔딩이에요. 

    • 다크한 유머로 연기한 휴 그랜트의 캐스팅이 신의 한수가 된거 같아요.
      저는 max를 통해 재미있게 봤습니다. 지하로 내려가기 전까지 전반부가 더 좋았구요. 
      보고 나니 왠지 샤말란 제작의 영화처럼 생각되더라구요. 넘 과하지 않은 호러 부분요.
      라스트의 나비 장면도 기억에 남네요. 유머러스한 -_< 리뷰 글 잘 읽었습니다. 
      • 맞아요. 두 젊은이 배우들도 참 잘 해줬지만 휴 그랜트가 없었으면 이 분위기 만들어내기 어려웠죠.


        듣고 보니 그렇네요. 독특하게 시작하는 도입부라든가, 잔혹한 장면은 최소화하는 연출이라든가... 근데 요즘 샤말란 영화들 생각하면 이 쪽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구요. 샤말란은 늘 잘 나가다 후반을... ㅋㅋ


        저는 나비는 유머라기 보단 감동 코드로 봤습니다. 근데 의도적으로 짧게 휙 지나가게 해놓아서 좀 아쉽더라구요. 감동할 뻔 했는데!!! ㅋㅋㅋㅋ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호러에선 드물게 살짝 애잔한 감동으로 마무리.. 두 시스터 모두 무사했었더라면 좋았을텐데요.


          전 이번 리뷰가 로이배티님의 위트가 있었다는 뜻이었죠. ㅎㅎ

          • 아 제가 theforce님 댓글을 잘못 읽었네요. ㅋㅋㅋ 덕담 감사합니다!

    • 한국 여호와의 증인도 항상 2인 1조인데...언젠가 정말이지 그런 건 처음 보는 데 스물 언저리로 보이는 앳된 아가씨가 혼자 찾아왔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아니 혼자 다니는 거임? 이렇게 묻고 말았습니다. 옛날에는 하얀 반팔 셔츠, 그리고 명찰을 단 몰몬 교 백인 남자 2인조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모르겠습니다. 스포 부분까지 다 읽었지만 일단 찜해놓겠습니다 ㅎ 

      •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 쓰고 돌아다니는 백인 남자 2인조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 분들이 몰몬교 전도사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ㅋㅋ 20세기엔 그런 사람 보이면 100% 였죠. 고딩 때 길에서 그 분들을 만났다가 호기심에 이것저것 물어보며 세 시간(...)을 대화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의 전 대체 어떤 사람이었던 걸까요... 하하.

        • 아, 덕분에 저의 완전 이불킥이 생각났어요. 저는 고1때 담임 샘에게 스스로 접근하여(?) 신앙에 대해 권고성 발언을 했던 장면인데... '사춘기가 뭐지?' 라면서 그 시기를 보냈지만 나이들어 이 장면만 생각하면 혹독한 정신 문제가 있었지 않나 합니다.ㅋㅋㅋ     

          • 신앙에 대한 권고성 발언이라니! 어떤 내용이었을지 심히 궁금하지만 thoma님의 정신 건강을 위해 굳이 여쭤보진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 분명 나쁘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소품이기도 해서… 저희 어머니는 "뭐 이런 걸 굳이 챙겨 보냐"고 하셨습니다 ㅎㅎㅎ 근데 또 흔한 살인마 캐릭터 계열은 아니긴 해서 이런 쪽 캐릭터의 한계가 너무 똑똑해도 안된다는 것도 있곤 해서…


      문득 떠오른 게 독수리오형제 의 중간보스 베르크캇체가 갤렉터 군단 모집하는 역을 하는데 휴 그랜트가 나오는 망상이었습니다. 그 가면을 휴 그랜트가 쓰면 꽤 그럴듯 할 것 같지 않습니까 ㅎㅎㅎ :DAIN_EOM.

      • 정말 많이 소품이긴 하죠. 오래 묵은 톱스타와 방방 뜨고 있는 라이징 스타들을 캐스팅하긴 했어도 결국 집구석 한 군데에서, 그나마도 런닝 타임의 절반 이상을 노가리로 때우는 영화니까... ㅋㅋ




        그렇죠. 결국 주인공에게 일침을 맞아야 하니 너무 똑똑해선 안 되고. 또 작가님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캐릭터 창조란 건 애초에 불가능하니까요(...)




        그렇네요. ㅋㅋ 참 잘 어울릴 것 같긴 한데 왠지 그러고서 영국 악센트로 시시껄렁 농담을 시전하고 있을 것 같아요. 하하.

    • 전반부는 정말 요 근래에 본 영화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으로 꼽을만큼 긴장감이 상당했어요. 딱히 참신한 주장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만의 논리 완결성은 완벽한(?) 휴 그랜트의 밑도 끝도없는 신앙심 테스트와 불편하면서도 억지로 내색 안하려 노력하는 둘 사이의 미묘한 줄다리기와 블루베리 향초, 잘 알려진 명곡 몇가지를 활용한 장치들도 정말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후반부는 전반에 비해서는 조금 아쉽지만 뭐 '맨 프롬 어스'처럼 내내 토론으로만 영화를 채울 수도 없고 비주얼로 강하게 보여줄 부분은 보여주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니 딱히 단점은 아닌 것 같아요. 몇년 전 제법 호평 받았던 한 집의 제한된 장소가 배경인 모 호러영화도 생각이 나고 그랬습니다.




      휴 그랜트는 말년에 재미를 보고있는 얄미운 악역연기도 '패딩턴 2', '던전 앤 드래곤', '웡카' 등에서 좀 정형화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런 모습도 보여줄 수 있었나 싶어서 새삼 놀라웠네요. 워킹타이틀 롬콤 주인공 시절에도 그렇고 한가지 이미지에 고정되는가 싶으면서도 나름 영리하게 작품들 고르면서 확 티는 안나게 서서히 나름의 변신과 진화를 해가며 롱런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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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스톤 역할의 클로이 이스트는 '파벨만스'에서 주인공의 예수쟁이 첫사랑 캐릭터로 나왔던 모습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죠. 또 한가지 재미있는 캐스팅 비화로 전도사를 연기한 둘은 실제로 몰몬교 가족에서 태어나서 한동안 신자였다고 하네요. 지금은 나이 들면서 둘 다 몰몬교는 버렸다고




      반스 역할의 소피 대처는 엔드 크레딧에서 나오는 노래를 직접 불렀다고 하더군요.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죠. 여기서도 좋았지만 올해 초에 개봉했던 '컴패니언'에서 제대로 진가를 볼 수 있습니다.

      • 후반부가 결함이라기 보단 그냥 전반부가 너무 좋았던 거죠. ㅋㅋ 말씀 해주신 부분에 거의 공감하구요. 전 특히 전반부를 '이거 이러다가 리드 씨가 진짜로 무슨 싸이코 빌런 같은 게 아니라 되게 성격 나쁜 무신론자인 걸로 끝나도 재밌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봤다 보니 감독이 의도치 않은 스릴까지 느꼈습니다. ㅋㅋㅋ




        그동안 휴 그랜트가 빌런 역을 종종 하긴 했지만 이렇게 정말 사악 그 자체를 연기한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기대보다도 훨씬 잘 해서 놀랐구요.




        아 그런 재밌는 스토리가 있었군요. 근데 그런 경험이 있으면 연기하기 좋기도 했으면서... 또 좀 아이러닉하기도 했겠어요. 정작 본인들은 이제 다 떠났는데 캐릭터들은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니. ㅋㅋㅋ




        사실 본문에 제가 넘나 예쁜 소피 대처 움짤을 넣었는데 그게 용량 때문에 링크가 안 되고 있다는 걸 방금 전에야 깨달았습니다. 흑흑. 그 노래도 직접 부르셨다니 정말 매력둥이이신 것...

    • 배우들의 매력이 다 한 영화였던거 같아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기대치 이상의 영화? 휴그랜트야 워낙 유명한 배우고, 나머지 주연 여배우들은 몰랐는데 약간 원석같은 배우들을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 맞아요. 배우들 매력과 연기력이 엄청 큰 지분을 차지하는 영화였으니 제작자께선 캐스팅 담당에게 포상을 주셔야... ㅋㅋ 저는 둘 다 이전 작품들을 본 배우이긴 했는데, 이렇게 매력과 능력을 발견한 건 저도 이 영화였네요. 앞으로 팍팍 성장해서 더 잘 나가게 되길 빌어 봅니다.

    • 전에 듀나 님의 언급을 보고 기억해 뒀는데 아직은 제가 볼 수 있는 곳이 비싸군요... 호기심에 보고 싶은데 후반 부분 때문에 좀 쫄리기도 하고요.


      휴 그랜트는 저에게는 '어바웃 어보이' 배우라서 요즘 보면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되지만, 배우 개인적으로 곡절을 잘 넘어내고 일 열심히 하는 노년 배우로 거듭나는 거 같네요.  

      • 이것 하나 때문에 티빙 구독하란 말씀은 못 드리겠고, 적당한 가격까지 내려오면 그때 기대치는 살짝 내려 놓고 보세요. ㅋㅋ 아주 재밌게 봤지만 윗분 말씀대로 배우들 연기와 매력 지분이 아주 컸고 이야기는 가끔 "??" 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거든요.




        그 곡절의 대부분을 본인이 불러온, 인생 막 사는 스타 배우의 전형... 이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든든한 배우로 나이를 먹어 줄 거란 기대를 거의 안 했던 사람인데요. 그래서 괜히 감동스럽단 생각까지 들고 그러네요. 하하.

    • 덕분에 재밌게 봤네요. 종교에 대한 진지한 대화로 시작해서 주술적인 중반부를 거쳐 현실적이게 마무리 되는 구성이 좋았어요.
      • 재밌게 보셨다니 보람이!! ㅋㅋㅋ 네 그렇게 흘러가면서 생각보다 진지하게 '믿음'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고. 대충 끝 없는 회의론으로 마무리 짓지 않는 태도도 마음에 들고 그랬습니다. 제 취향에는 살짝 엇나가는 결말이었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이게 최선이었구나 싶기도 하구요.

    • 진짜 그 휴 그랜트가 이렇게 필모를 이어갈지 누가 알았겠어요. 이런거 보면 역시 오래 버틴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더라능ㅋㅋㅋ(추천하기 뭐한 언두잉에서도 연기가 꽤 좋긴했어요)
      • 아니 쿠팡 플레이에서 어느새 시리즈를 또 보셨나요!!? ㅋㅋㅋ 썸네일만 보면서 '키드먼 나온 티비 시리즈는 별로던데...' 라며 그냥 넘기던 시리즈였는데요. 제작자가 데이빗 E 켈리라고 하니 의리로 한 번 시도는 해봐야 하나 싶기도 하구요? 하하. 어쨌든 휴 그랜트 짱입니다. 이제 환갑 넘긴 시절에 갑자기 좋아하는 배우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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