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올리는 2025 서울 퀴어퍼레이드 후기~
19년도? 부터인가 계속 듀게에 서울 퀴퍼 후기를 올리고 있는데 이제 7년째네요.
한 커뮤니티에서 이렇게 퀴어퍼레이드 후기를 오랫동안 올리는 것도 감개무량합니다.
올해에는 좀 의욕이 안났지만 가기로 했습니다. 퀴어퍼레이드에 처음 가본다는 지인들도 있고 해서 거기서 만나면 또 반가울 것 같더라고요.
이 날 저는 벼르고 있던 뉴진스 굿즈를 꺼내 입었습니다.

맨 왼쪽에 민지가 입고 있는 저 검은색 티셔츠입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콜라보로 글자 색이 알록달록하게 나온 상품인데요. 처음 봤을 때 너무 예뻐서 품절 소식을 보고 진짜 열받았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재고가 풀려서 득달같이 결제... ㅎㅎㅎ

제가 그날 입은 티셔츠입니다! 살 쪘는데도 저한테 다행히 맞았네요.
보는 분들이 다 퀴퍼 굿즈냐고 물어봐주셔서 괜히 뿌듯했습니다.
저 티셔츠는 너무 귀해서 앞으로도 연례행사로 입을 예정입니다. 아까워서 잘 못입겠더라고요.
이 날 정말 뜨거웠고,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사실 퀴퍼를 다닌지 꽤 되서 행사 자체가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다만 공간의 문제로 부스가 일렬로 죽 늘어서있는 가운데 끝에 무대가 있어서 무대가 부스들과 분리된 느낌이 있더군요.
역시 예전에 서울시청 앞 광장이 정말 퀴퍼에 적절했던 곳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저는 지인들과 부스 좀 돌아다니다가 얼음물 하나 줍줍하고 그랬습니다.

민우회 부스가 재미있더라고요.
저 딱콩 펀치머신이 귀여웠습니다.
저는 가볍게 900점대가 나왔습니다.
여성혐오 미니 피켓을 붙여놓고 딱콩 머신을 쳤는데 높은 점수가 나와서 다들 축하...ㅎㅎ
저는 퀴퍼의 꽃은 언제나 행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딱 붙고 싶은 행진차량이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 / 세종호텔 / 거통고 지회와 연대하는 1호 차량과 행진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제 마음이 좀 그랬던 것 같아요.
몇년 전에 봤던 페미당당 차량이 3040 줌마퀴어모임 이란 다른 이름으로 또 나와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저 분들이 벌써 30대라니...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또 행진 합류 대열에서 사람들이 너무 모여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고 저는 1호차를 놓쳤습니다.
이럴 거면 다음부터는 그냥 구경 잠깐 하고 행진 차량 따라갈 수 있게끔 행사장 바깥에서 기다리다가 합류하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요 ㅋㅋ

양산 쓴 분들 무지 많았습니다. 저도 양산 쓰고 다녔습니다.
친구랑 1호차를 따라잡기 위해 계속 빠른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행렬이 어찌나 긴지 트럭은 보이지도 않는데 사람들만 길게 늘어져있었습니다.
이런 시위에서 간간히 보이는 악단이 있었는데, 그 분들이 뉴진스의 디토를 트럼펫으로 연주하고 계시더군요.
한화건물쪽을 지나다가 갑자기 복받쳐서 마구 소리 질렀습니다.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
뭐랄까, 퀴어 퍼레이드가 퀴어 동지들의 죽을 것 같은 현실을 하루 정도는 벗어나 자부심을 같이 느끼자는 축제인 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 취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축제 분위기에 푹 젖지는 못하겠더군요.
좀 악다구니같은 게 올라와서 막 소리 질렀습니다.
그러자 뒤에 오던 사람들도 다 같이 호응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발걸음을 계속 서두르면서 2호차도 따라잡고 마침내 1호차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께서 저랑 친구랑 같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잡고 가줄 수 있냐고 요청해서 행진 도중 '펄럭'의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뭔가 좀 웃기고 신기했습니다.
연대의 마음이 이런 식으로 또 만나는 것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행진 도중 팔레스타인 연대에 항의하는 백인도 마주쳤습니다. 유대인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깃발을 들고 가다가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다른 사람에게 토스하고 다시 서둘렀습니다.
https://x.com/hooray_bird_/status/1934498085927006542
이번 1호차에서는 "호레이"라는 브라질 음악 밴드가 함께 했습니다.
윤석열 파면 집회에서도 간간히 나왔던 분들이고, 20대 청년분들이 꾸린 밴드 같은 건데요.
윤석열 파면 집회 때 이분들 음악이 너무 좋아서 행진하다말고 한 10분간은 구경만 한 적도 있습니다.
이번에 이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면서 행진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동안 퀴어퍼레이드에서 매번 케이팝을 듣고 떼창하는 게 사실은 조금 지겨웠습니다.
수용자가 전유하면 된다지만 그 안에 깔린 자본주의나 미국의 팝을 기조로 하는 문화적 제국주의가 쉽게 희석되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그게 퀴어 퍼레이드에 정말로 어울리는지 좀 의구심이 있었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 호레이의 음악은 그런 회의감을 완전히 떨치게 해주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모여 만든 밴드가 어떤 가사도 없이 그저 북과 다른 타악기들만을 연주하는 게 그렇게 흥겨울 수가 없더군요.
제가 여태껏 갔던 퀴어퍼레이드 행진 중 역대 최고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음악을, 이렇게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니... 저는 뒤늦게 합류해서 호레이의 공연을 다 못들은 게 정말 천추의 한입니다.
내년부터는 퀴어퍼레이드를 좀 쉴까 생각도 했는데, 호레이 공연이 있으면 무조건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내년에는 무조건 행진 위주로, 아예 밖에서 합류할 생각입니다.
정말 즐거웠던 퀴어퍼레이드였습니다.
티셔츠부터 시작해서 브라질 밴드 타악기의 흥겨움까지 깨알 재미가 느껴지는 글이네요. 항상 다녀오신 후기 잘 읽고 있습니다!
올해도 후기 감사드립니다. 올해는 저도 멋진 의상으로 빼 입고 참여해서 구경도 하고 굿즈도 사야지 생각했는데, 후기를 보고서야 끝났다는 걸 알았네요.
의미도 챙기고 재미도 만끽하신 것 같네요. 고생하셨고 후기 잘 읽었습니다!
짝짝짝!박수치고 싶습니다.
저도 사진을 올리고 싶으나PC를 킬 체력이 없네요.
아이돌 1도 모르는 저이지만,티셔츠는 정말 근사하네요.
길가다 저 티셔츠를 본다면혹시 Sonny님? 하려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