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바낭] 본격 시골 청년 슬래셔, '라스트 스트로' 잡담입니다

 - 재작년 영화구요. 런닝 타임은 1시간 2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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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말 그대로 최후의 하찮은 희망 같은 걸 뜻하는 거겠습니다만. 내용상 '어둠의 표적(Straw Dogs)'가 살짝 생각나기도 하네요.)



 - 낸시라는 스무살 난 시골 처녀의 일상으로 시작합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칼리지에 입학했지만 딱히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삶에 특별한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 빈둥거리며 살고 있는데... 어익후 임신을 했네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당장은 아빠가 운영하는 시골 도로변 식당의 (매우 미국스러운 바로 그곳!) 낙하산 매니저로서 사명을 다 하기 위해 출근을 해야 해요.

 그런데 그 날 따라 일진이 사나워서 낸시의 낙하산 태생을 비꼬는 직원들 때문에 짜증이 나고, 같이 일하는 부하 직원 겸 애 아빠(...)의 로맨틱 모드도 짜증이 나고, 그 와중에 스쿠터를 탄 양아치 4인조가 찾아와 괴상한 복면을 쓰고 동물 시체를 던지며 진상을 부려대서 더욱 더 화가 나서 결국 임계점을 넘어요. 네 명 밖에 없는 남자 직원들을 모아 놓고 버럭버럭 화를 내다가 그 중 자기를 가장 긁어댄 한 명을 해고해 버리구요. 그러는 바람에 일손이 부족해져서 혼자 식당에 남아 철야 근무를 하게 되죠. 그리고 당연히 복면 4인조의 습격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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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처녀 낸시의 '운수 좋은 날'로 시작을 하는데요. 이 분이 김첨지 못지 않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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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질을 해서 괴상한 긴장감이 생깁니다. 으악 화난 건 알겠지만 조금 진정해봐... 라며 보게 되는. ㅋㅋㅋ)



 - 정말정말 흔해 빠진 설정으로 굴러가는 인디 스릴러/호러 영화에요. 다만 약간의 차별점이 있다면 이 영화가 이런 구질구질 시골 마을 청춘의 꿈도 희망도 없는 고루한 삶에 조금은 디테일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 정도. 처음엔 낸시의 입장으로 시작해서 그런 이야기를 펼치다가 중반 부터는 또 다른 캐릭터로 갈아타서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요. 그 와중에 이런 동네 식당, 시골 마을 생활의 디테일이 역시 아주 조금씩(ㅋㅋ) 들어갑니다. 특별하고 매우 진지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한 장점이긴 했어요. 어차피 흔한 스릴러 이야기의 반복이라면 이런 정도의 성의는 보여줘야 뭔가 존재 가치 같은 게 느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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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하도 봐서 죽기 전에 한 번은 가 봐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미국의 명소(?) 중 하나입니다. 이런 식당이요. ㅋㅋ 과연 가 볼 수 있을지!!?)



 - 그래서 영화는 전반부/후반부로 나뉩니다. 낸시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다른 캐릭터로 넘어갔다가 다시 낸시의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 식인데요.

 사실 초반엔 이 낸시라는 양반이 좀... 짜증나요. ㅋㅋㅋ 상황이 매우 안 좋으니 어쩔 수 없다고 이해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을 좀 넘는 행동들을 하기도 하고. 또 기본적으로 그다지 인생을 진지하게 열심히 사는 애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대충 납득이 됩니다. 그래 얘 여건과 지금 상황을 보니 그럴만도 하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입을 하게 되는데 이게 썩 괜찮은 게 아닌가 싶었구요.

 또 다른 캐릭터의 사연도 뭐... 낸시와는 다른 입장, 다른 관점에서 비슷한 삶의 질감을 체험시킨다는 점에서 괜찮았습니다. 얘는 낸시보다 한술 더 떠서 별로인 캐릭터라서 이입까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고. 계속 말했듯이 '미쿡 시골 청년의 꿉꿉한 삶'을 곁들인다는 영화의 컨셉도 보강이 되어서 좋았구요.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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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배경으로 하는 슬래셔! 이니 각종 흉악한 무언가가 떠오르시겠지만... 의외로 보기 힘든 고어 장면은 없습니다. 살인 장면 묘사에 그렇게 공을 들이지 않아요. 제겐 장점이었네요.)



 - 문제는 어쨌든 이게 '고립된 집에 홀로 남아 침입자들의 공격을 받는' 스릴러 이야기인 것인데요. 앞서 말한 그런 두 개의 관점 컨셉이 이런 스토리엔 필수적인 긴장감, 응집력을 많이 깎아 먹습니다. 스포일러가 되는지라 설명은 못하겠지만 암튼... 메인 캐릭터가 바뀌는 부분에선 긴장감이 훅 떨어져 버려요. 그 부분이 좀 지나치게 긴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결국엔 낸시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것이니 이쪽은 살짝만 보여주고 낸시 입장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애초에 감독님이 낸시의 이야기 하나만으로는 런닝 타임 80분을 채우기 어려워서 이랬을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그리고 나머진 다 괜찮다가 마지막 장면이 살짝 억지입니다. 대략 어떤 장면으로 끝맺고 싶어서 일부러, 알면서 무리수를 던져 봤구나... 싶긴 한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갑자기 주인공이 납득이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또 그게 '이게 가능해?' 싶은 식으로 전개가 되다 보니 사알짝 깨더라구요. 단순한 칼질 칼질 피범벅 파티 영화를 만들고 싶진 않았던 감독님의 마음은 짐작이 갑니다만. 그래도 좀 무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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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런 마스크는 왜 만들어서 누가 사는 겁니까? 이런 영화에 나올 때마다 궁금합니다. 재미도 없고 귀엽지도 않고 그냥 불쾌하기만 하지 않나요? ㅋㅋㅋ)



 - 아마 듀게에 딱히 슬래셔 무비를 즐기는 분들은 거의 없는 걸로 평소에 느끼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B급 호러, 슬래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적당히 기대치 조정해서 즐겨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매우 평작에서 살짝 윗 자리 정도? ㅋㅋ

 주연 배우님의 연기도 좋았고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반전도 저한텐 먹혔어요. 그리고 앞서 말했던 그 '미국 시골 청년 라이프' 묘사 같은 차별화 전략도 나쁘지 않았구요. 딱히 보고 나서 무슨 건더기를 건질만한 무언가까진 도달하지 못합니다만. 그래도 없는 살림에 열심히 머리 굴려 그래도 볼만한 장르물을 뽑아내는 가난한 사람들(...)의 소품들을 즐기신다면 한 번 시도해 봄직한 작품 아니었나. 뭐 그렇게 봤네요. 저는 잘 봤습니다. ㅋㅋㅋ 끝이에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4인조의 습격이 시작된 후로는 당분간 아주 뻔한 스릴러 공식대로 흘러갑니다. 일단 밖에서 수상한 소음이 들려오구요. 창 밖으로 스쿠터 네 대가 보인 후엔 마스크 쓴 사람 그림자가 주변을 어른거리며 창문을 두드리는 등 점차 강도를 높여가며 겁을 주겠죠. 다행히도 우리 낸시는 바보가 아니어서 정말 빠르게 보안관을 소환합니다만. 아 뭐 동네 건달들 장난질에 바쁜 사람 부르고... 라는 태도를 보여 낸시를 열받게 하는 보안관 아저씨. 그러다 낸시가 낮에 있었던 스쿠터 4인조의 진상질 건을 얘기하니 갑자기 표정이 돌변해요. "방금 내가 난생 처음 보는 엄청 끔찍한 살인 현장에서 왔는데, 거기 스쿠터 여러 대의 바퀴 자국이 있었다고!!" 그래서 낸시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차를 타려는데... 당연히 복면 4인조의 매복 습격에 보안관 아저씨는 시신이 되고. 낸시는 그 틈을 타서 도망쳐 다시 건물 안에 숨습니다.


 그런데 그때, 참으로 눈치도 없이 낸시의 직장 부하이자 뱃속 애 아빠 젊은이 바비가 나타나요. 낮에 낸시와 말다툼 벌인 게 신경 쓰여서 사과하러 왔다는데, 헐레벌떡 뛰쳐나가 입 다물게 시킨 후 상황을 설명하고. 바비의 폰으로 경찰을 부르려는 찰나에 큰 소리를 내버려서 둘이 함께 붙들려 의자에 결박 당하네요. 니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제발 살려줘!! 라고 절규하는 낸시. 그러다 이 놈들이 바비를 고문하려는 순간 어설프게 묶인 결박을 풀고 주방의 식칼을 하나 집어 들고 건물 밖으로 뛰쳐 나가는데요. 그때 뒤에서 다가온 복면남을 느낀 낸시가 엄청난 순발력으로 배를 푹 찔러 버리는데. 스스로 복면을 벗은 그 남자의 얼굴은... 어라. 아까 낸시가 해고한 직원 제이크의 조금 모자란 동생놈이었습니다?? 아니 니가 왜...? 하고 당황하는 낸시 앞에 나머지 복면남들이 나타나고. 어익후. 이들은 낮에 와서 진상 부렸던 건달들이 아니라 낸시네 직원들이었어요!!!


 ...여기에서 시점이 바뀌어 전반부의 이야기를 반복, 다른 관점에서 보여줍니다.

 낸시가 자신을 박박 긁는다고 느껴서 홧김에 해고해 버린 직원의 이름은 제이크. 여러가지 험난한 가정사로 인해 가정 형편이 매우 안 좋고 이 식당에서 버는 수입이 아주 완전 소중한 남자였죠. 낸시 아빠가 식당을 차릴 때 처음으로 채용했던 직원의 아들... 인 데다가 솜씨도 좋고 일도 잘 하는 편이라 아빠의 신임을 받고 있었는데 다만 낸시랑 성격이 너무 안 맞아서 미움 받다가 본인 입장에선 억울하게 잘려 버린 것. 당장 자기 지병(조울증 같은 게 있나 봅니다) 때문에 먹어야 할 약이 다 떨어졌는데 그거 살 돈도 없고. 그래서 미리 쟁여뒀던 마약(...)이나 신나게 빨며 낸시에 대한 분노와 울분을 터뜨리다가 갑자기 차를 몰고 달려서 낮에 진상 부렸던 4인조를 찾아가요. 그래서 버럭버럭 화를 내다가 싸움이 벌어질 것 같으니 총을 꺼내서 제지한 후 몽땅 다 요리 도구로 처참하게 죽여 버립니다. 그러고서 스쿠터를 본인 트럭에 싣고 집으로 돌아가고.


 집 앞마당에 모여 술 먹기로 했던 나머지 직원 셋(낸시 남친 바비, 좀 모자란 동생 + 별로 안 중요한 한 명)을 만나 약에다 술에다 헤롱거리다가 낸시가 자기에게 이럴 수는 없는 거라며, 내가 잘린 건 어쩔 수 없어도 복수는 해야겠다며 나머지 셋을 억지로 멱살 잡고 끌고 가서 '복면 4인조의 습격' 장난을 쳤던 거죠. 해칠 마음은 없고 그냥 겁만 주려고 했던 건데 낸시가 예상 외로 계속해서 강하게 저항을 하니 더욱 더 화가 나서 정신줄을 놓았고. 그러다 바비는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복면을 벗고 낸시를 꺼내가려고 했는데 일이 꼬여서 충동적으로 보안관도 죽이고. 이 모든 걸 덮기 위해 낸시를 죽여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겁니다. 쯧쯧.


 이후는 뭐 간단히 요약해서, 일단 넷 중 하나는 이미 낸시의 칼에 찔렸구요. 전형적인 스릴러 숨바꼭질 배틀 끝에 '별로 안 중요한 애'가 또 낸시에게 죽어요. 그러다 낸시가 위기에 처하는 순간 바비가 변심(?)해서 낸시를 도우려다가 이 빌런짓의 주동자인 제이크에게 목을 베여 쓰러지고 이제 낸시 vs 제이크만 남았습니다. 그동안 최선을 다 해 활약한 낸시였지만 피지컬 차이가 크다 보니 생존 가능성이 떨어지겠죠. 이때 문득, 낮에 제이크가 내다 버린 상한 고기 덩어리들을 주시하는 낸시.


 그리고 결국 낸시가 급습으로 먼저 제이크를 찌르지만 곧바로 역습을 당해 등과 배를 대여섯 번이나 찔려 바닥에 쓰러지고,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제이크는 경찰에 가짜 신고를 하며 자기 집으로 돌아가 몸을 씻는데... 한참 후. 당연히 죽은 줄 알았던 낸시가 눈을 뜨고 비틀비틀 일어나요. 알고 보니 옷 속에 그 상한 고깃덩어리를 앞뒤로 덧대어서 치명상은 피한 거였네요. 그럼 이제 경찰에 신고하면 다 끝인데...


 굳이 차를 몰고 제이크의 집으로 갑니다. 마지막에 자기를 지켜 주려다가 안타깝게 숨을 거둔 바비 때문에 어지간히 열받았나 봐요. 그래서 죽은 바비에게 애틋한 사과의 말을 남긴 후 우다다 제이크 집으로 간 낸시는 제이크의 가슴팍에 칼을 꽂고는 목을 베어서 확인 사살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그러고는...


 어딘지 모르게 그냥 혼자서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ㅋㅋ 아마 본인도 피를 많이 흘렸고 상황상 더 살아 보겠다는 의욕도 사라지고 그랬나 보죠.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결국 도로변에 쓰러져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데...


 그대로 죽는 줄 알았더니만. 멀리서 차 한 대가 나타나 달려오다가 낸시를 보고 차를 세운 후 운전자가 달려와요. 철야 근무 딸래미 퇴근 보러 온 아빠였네요. 낸시야 이게 대체 뭐냐! 정신 차려!!! 라고 외치는 아빠에게 퀭한 눈의 낸시가 가까스로 한 마디를 하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아빠. 제 아기는 어떡하나요... 아기가 죽으면 어떡해요!! 이렇게 울부짖는 낸시와 아빠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엔딩입니다. 대충 철 없던 낸시가 철 들었단 얘기겠죠.

    • 포스팅하신 줄거리를 읽고 보니 역시 Straw Dogs와 타이틀의 유사성 이외에도 비슷한 지점이 있네요.
      전반부까지 빌드업 드라마로 가다가 후반부에 약한 주인공의 복수극으로 간다거나 공간적 제한성 
      그런데 복수의 주체는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군요. 
      찾아보니 저예산 독립 영화다 보니 미국내에서도 제한 상영후 OTT 직행. 제작비나 흥행 스코어 자료도 없어요.
      스토리나 배우들의 역량에 기대를 걸고 제작했겠죠. 주연 여배우의 얼굴이 익는데 필모를 찾아봐도 아는 작품이 없네요. 

      • 앗. 저랑 똑같은 일을 겪으셨군요. ㅋㅋㅋ 저도 주인공 배우를 보고 '아, 확실히 아는 얼굴인데!!' 하고 검색해 봤는데 제가 본 유일한 작품이 이 영화 8년 전인 열 살 조금 넘었을 때 나온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하나 뿐... 그나마도 전혀 비중 없는 병풍 캐릭터였구요. 다른 누굴 닮아서 그랬던 모양인데 누굴 닮은 건지는 또 전혀 감이 안 옵니다. ㅋㅋ




        말씀대로 영화제 상영을 전전하다 아주 극단적인 제한 상영(...) 후에 곧바로 vod로 보내 버린 것 같아요. 사실 딱히 흥행이 될 영화도 아닌지라 이렇게 어떻게든 배급이 되긴 한 것만 해도 다행인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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