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잘 만들었는데 왜 만들었을까 싶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번째 날' 잡담입니다

 - 작년에 나왔죠. 런닝타임은 1시간 29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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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정말 고양이파 사람들의 열성이란!!!! ㅋㅋㅋㅋ)



 - 제목 그대로 지구에 외계 괴물들이 쏟아지던 날입니다. 말기 암 환자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살고 있는 사미라, 혹은 샘이 주인공이구요. 젊은 나이에 이렇게 되다 보니 심술이 풀파워로 뻗쳐서 죄 없는 다른 환자들을 조롱하고 놀리는 시를 지어 면전에서 읊어대고 담당 간호사에게 심술 부리고... 참 안됐지만 동시에 참 난감한 사람인데요. '돌아오는 길에 시내 피자집에 데려가 주마'라는 약속을 받고 외출을 한 그 날이 바로 데이 원, 혹은 디 데이였던 거죠.

 그래서 아수라장이 된 뉴욕 시내에서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힌 시간을 보내다 대충 정신을 수습한 샘은 결심합니다. 그래, 어차피 암으로 죽든 괴물에게 죽든 결국 금방 죽을 거라면 내가 먹고 싶던 그 가게의 그 피자는 반드시 먹고 죽겠어! 그리고 그 길에 우연히 마주친 순박한 영국 청년 에릭이 짐덩이처럼 달라 붙고요. 이렇게 두 사람 + 한 마리 고양이의 여정의 끝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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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키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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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에와!!!! 라는 썰렁한 드립을 꼭 치고 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코로나 때문이든 헐리웃 파업 때문이든 암튼 뭔가 사정이 있어서 일정이 꼬였다든가 그랬던 모양입니다. 원래는 2편과 비슷한 시기에 완성되었어야 할 플랜이었는데 2024년에나 공개가 되었으니 말이죠. 2편과 이야기 상으로 얽히는 설정도 하나 있어요. 괴물들이 물을 건너지 못한다는 걸 알아내고 인간들이 섬을 안전지대 삼아 살아남게 되었다... 라는 설정이 두 영화 모두에 중요한 부분으로 나오죠. 그리고 그 내용상 2편 후에 나오는 게 맞는 이야기이긴 한데,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이게 딱히 3편과 이어지는 내용은 아니어서 1편과 2편 사이에 나오는 게 맞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좀 애매하네요. 뭐... 하지만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니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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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 바쁘고 잘 나가는 두 분이죠. 마블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시고... ㅋㅋ 암튼 캐스팅은 완벽합니다. 두 배우가 끌고 나가는 부분이 아주 큰 영화였어요.)



 - 어차피 곧 죽을 사람, 그리고 자신을 걱정해 줄 가족 하나 없는 사람의 이야깁니다. 그래서 사방에 삐죽거리며 자신의 한과 짜증을 발산해대던 한 마리 가련한 중생이 이 괴물 난리 덕에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죽을 날까지 절대 다시 느낄 수 없을 거라 여겼던 누군가의 따스한 마음도 느끼고, 그렇게 철이 들어서 아주 훈훈한 엔딩을 맞게 된다는 휴먼 드라마인데요. 이걸 또 루피타 뇽오와 조셉 퀸이라는 좋은 배우들이 아주 적절한 연기와 화학 작용으로 진지하게, 감동적으로 잘 풀어줘요. 확인해보니 비평적으로도 상당히 호평을 받았던데 그럴만 했다고 생각했어요. 참 좋은 일이긴 한데 한 가지 심대한 문제가...


 이 프랜차이즈에 이 이야기가 필요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ㅋㅋㅋ 이게 무슨 007처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편 수가 많은 프랜차이즈가 아니잖아요. 현시점에서 본편 시리즈 두 편이 나왔을 뿐이고, 이제 하나 더 나오면 완결이라는데요. 이렇게 메인 스토리와 거의 아무 관련이 없고, 딱히 2편과 3편의 가교 역할 같은 걸 하지도 않는 외전격 작품이 툭 튀어 나와 있으니 좀 쌩뚱맞은 거죠.


 만약 이게 티비 시리즈였다면 그냥 호평 받고, 팬들에게 감동 주고 끝났을 겁니다. '세계관'이란 게 중요한 이야기이니 주인공들 메인 스토리 한참 끌고 가다가 중간에 환기용으로 이런 살짝 동떨어진 이야기 들어가면 좋죠. 근데 이런 성격의 이야기를 따로 영화 한 편으로 만들어서 극장에 개봉한다? 라는 건 뭔가 좀... 억지로 쥐어 짜내보자면 중간에 나오는 그 괴물들 식사 장면이 3편과의 연결 고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거 하나 빼면 아무 것도 없이 독립된 이야기거든요. 만든 사람 입장에서야 '그냥 이런 것도 해보고 싶었는데요?' 하면 끝이겠지만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다 보고 나서 머릿 속에 물음표가 뜰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게 뭐죠? 라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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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무의미한 질문이긴 합니다. 이렇게 시리즈 최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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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내를 배경으로 스케일 큰 장면을 보여주는 것만 해도 흡족할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요.)



 - 암튼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 본다면 썩 괜찮은 휴먼 드라마였습니다. 사마라와 에릭이 점차 가까워지며 서로 위안을 주고 받는 전개도 참 보기 좋았고. 배우들 너무너무 잘 해줬고. 그래서 막판엔 꽤 감동도 받았고 마지막 장면도 괜찮았어요. 아마 이 시리즈 세계관의 열성팬들이라면 저와 다르게 아주 좋게 봤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 입장에선 그게 참... ㅋㅋ 차라리 제작비를 팍팍 긴축해 만들어서 2편 개봉 직후, 혹은 3편 개봉 직전에 OTT 같은 데서 특별 이벤트 식으로 공개했다면 그냥 모두 다 좋아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걸 극장용으로 따로 만들어 개봉시다는 아이디어는 살짝 무리였던 것 같아요. 

 그냥 두 배우들 좋아하심 보시고. 시리즈 팬이라면 '스페셜 에피소드' 하나 본다는 마음으로 기대 조절해서 틀어 보심 되겠고. 이도 저도 아니라면 굳이 안 보셔도 될 듯 하고... 그렇습니다. 네. 일단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ㅋㅋ




 + 근데 확인해 보니 어쨌거나 제작비의 네 배를 벌어서 흥행은 성공했군요. 그럼 됐죠 뭐... ㅋㅋ 

 그리고 제작비 얘길 하니, 2편보다 요 '첫 번째 날'의 제작비가 다소 높습니다. 아무래도 배경이 뉴욕이고 사태 발발 초기 상황이다 보니 배경도 넓고 엑스트라들도 많고 괴물들도 엄청 많이 나와서 뛰어다니거든요. 그렇군요. 이 영화의 존재 의의는 이 쪽에 있었던 겁니다. 



 ++ 이 영화에 나오는 고양이 말입니다... 사실 중간 중간 많이 깹니다. 민폐 캐릭터이기도 하거니와 그 와중에 또 쌩뚱맞게 '영물' 같은 행동들을 자꾸만 해서 말입니다. 고양이의 형상을 하고서 높은 곳도 잘 올라가는 강아지 같아요. 이런 역할들 시킬 거면 그냥 개를 출동시키지 굳이...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네요. 



 +++ 사실 오리지널 & 대표 포스터는 좀 별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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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저렴한 느낌이 꼭 넷플릭스 오리지널 포스터 이미지 같기도 하고. 또 조셉 퀸은 저런 쓸모 있어 보이는 표정과 자세 같은 거 거의 한 번도 안 한다구요. 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역시 가능한한 초간단 요약 버전으로.


 그래서 뉴욕은 난장판이 되구요. 군대가 맞서 보지만 무기력하게 작살나는 것도 살짝 조금은 보여주고요. 그러다 괴물이 물에 못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되어서 뉴욕에 남은 생존자들에게 부두로 가서 준비된 배를 타고 떠나라는 군대의 마지막 생존 전략도 제시가 되구요. 그 와중에 우리 사마라는 굳이 그렇게까지 해가며 생명 연장의 꿈을 꾸느니 그냥 피자나 먹고 죽어버리겠다는 맘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길을 떠나는데요. 그러다 공포에 질려 완전히 넋이 나간 에릭이란 젊은이를 마주치고. 기댈 곳이 없던 이 젊은이가 사마라에게 집착하면서 얼떨결에 자기 집까지 데리고 가서 이것저것 대화도 나누고. 서로 이해도 좀 하고 그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엔 찢어지려는 사마라였지만 또 우리 괴물님들의 활약으로 잠시 더 함께하게 되고, 그러다 정들어서 그냥 친구가 되어 버리죠. 특히 사마라에겐 그동안 고슴도치로 살았던 세월이 있는데, 이 세상 작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든 착한 친구라 참으로 각별하기도 하고 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암튼 이런저런 모험을 거쳐 결국 도착한 사마라 추억의 피자 가게는 허망하게도 이미 활활 타 버린 상태였구요. 그 가게 바로 옆에 위치한 바는 그나마 멀쩡해서 둘은 거기로 들어갑니다. 여기에서 밝혀지지만 사실 사마라가 그 피자에 집착한 건 아버지와의 추억 때문이었거든요. 이 바에서 연주를 마친 아버지가 사마라를 데리고 집에 가는 길에 사주던 피자 한 조각. 뭐 이런 스토리였던 것.


 상심에 잠겨 바에서 우울해하는 사마라를 두고 에릭은 밖으로 나가 헤매다가 비교적 멀쩡한 배달 피자집 하나를 찾아요. 심지어 다 구워진 채로 말라 붙은 피자 한 판도 있네요. 그래서 그 피자 상자에 사마라 추억의 피자 가게 이름을 펜으로 적고 들고 와 내미는 에릭. 사마라는 피식 하면서도 에릭의 정성을 봐서 한 입은 먹는 시늉을 하구요. 둘이서 사람들을 앞에 두고 공연하는 설정 놀이도 하고. 겁쟁이 찌질 민폐남인 줄 알았던 에릭이 이렇게 자길 위해 용기를 내고 목숨도 걸고 자상하게 챙겨주니 여러모로 감동한 사마라는 그 보답으로 에릭을 어떻게든 살려내기로 맘을 먹어요.


 그래서 둘이 함께 부두 근처로 가고. 강을 타고 내려오는 배를 바라보며 사마라는 에릭에게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리라고 주문한 후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입혀줍니다. 머뭇거리는 에릭의 등을 떠밀어 내보낸 후 근처에 버려진 자동차들의 유리를 깨며 경보음으로 괴물들을 유인하는 사마라. 이런저런 사정으로 둘이 차례로 위험에 처하지만 결국 간발의 차로 강물로 뛰어드는 데 성공한 에릭은 열심히 헤엄쳐가서 배에 탑승하는 데 성공하구요. 본인도 괴물의 추적에서 벗어난 사마라는 떠나는 에릭과 배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마지막은 '다 이루었노라' 라는 뿌듯한 표정으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걷던 사마라가. 이어폰을 빼고 음악을 자기가 들고 있던 스피커에 연결한 후 최대 출력으로 볼륨을 높여요. 즐겁고 행복한 추억의 노래가 거리에 울려 퍼지고. 행복 가득한 표정의 사마라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 뒤에는 흐릿하게 괴물 한 마리가 나타나 사마라를 향하며... 엔딩입니다.

    • 저 상황에서 하악질 한번 하지 않는 고양이(이름도 프로도)가 참 대단합니다.

      • 그렇죠? ㅋㅋ 하악질이든 야옹 소리든 아님 돌아다니다 물건을 건드리든... 어떻게 해서라도 한 번은 위기를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전개가 한 번도 없는 걸 보고 제작진의 무시무시한 고양이 편애를 느꼈습니다. 하하;

    • 루피타 뇽오의 팬이라 즐겁게 영화관에서 감상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빔 벤더스 '퍼펙트 데이스'도 개봉했었는데, 두 영화 모두 엔딩 장면에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을 사용했던게 기억나네요. 두 영화가 완전히 다른 맥락으로 음악을 썼는데 음악의 힘이 워낙 강해서 근사한 하일라이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 배우님 팬이라면 아주 만족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완전 원탑으로 활약하시는 데다가 워낙 잘 해야 말이죠. ㅋㅋ


        참 유명한 노래이고 예전에 많이 듣던 노래였지만 이렇게 영화 속에 딱 적절하게 들어가 어울리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는 걸 오랜만에 체험했네요. '퍼펙트 데이스'는 안 봤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선 참 기가 막히게 잘 써먹었다고 느꼈어요.

    • 저예산 스핀-오프라고 생각을 했는데 언급하신대로 2편 보다 제작비가 높다니 의외네요.
      두 주연 배우들도 생소하고 해서 기대를 않했는데 결론적으론 본편들 못지 않게 재미있게 봤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짠했구요. OTT에서 시리즈물로 만들어도 괜찮을듯 싶어요. 
      • 애초에 본가 시리즈가 저예산 호러였다 보니 말입니다. ㅋㅋ 1편 2편 다 외딴 숲속 집 한 채, 거기에 조금 더... 이런 배경을 활용하는 데 반해서 요 '첫 번째 날'은 뉴욕이 쑥대밭이 되고 군중들이 우루루 몰려다니는 등 초반의 액션 장면들이 꽤 스케일이 커서 돈이 더 들어간 것 같아요.




        맞아요.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는 본편들 못지 않게 훌륭했는데, 말씀대로 차라리 시리즈물로 나온 거였다면 더 자연스럽고 어울렸을 것 같더라구요. 이러나 저러나 돈 많이 벌었으니 되긴 했습니다만... 하하.

    •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주인공이 재난물의 상황에 처한다면?'을 다루는 영화로서는 참 흠잡을 데 없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만 저도 이걸 굳이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의 프리퀄로 엮을 필요가 있었나 싶긴 했습니다. 2편의 자이몬 혼수 캐릭터도 끼워넣은 느낌이 강하고 써주셨듯이 흥행 대박난 걸 보면 비즈니스적으로는 굿~ 디시젼이었지만요. ㅋㅋ




      루피타 니용고야 항상 믿고 보지만 기묘한 이야기 이후 왕성하게 다작중인 조셉 퀸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 그렇죠. 그 캐릭터는 대충 '어떻게든 전편과 연결 고리는 넣어줘야지?' 라는 생각으로 짜 넣은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나쁘진 않았는데, 뭐 워낙 존재감도 미약하고 음...;




        조셉 퀸은 '기묘한 이야기'에서 워낙 호감으로 봐 놔서 그런지 이후로 어디에서 보든 일단 반갑고 그냥 다 잘 하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ㅋㅋ 닮았다는 소리 듣는 모 배우님 젊은 시절의 전철 같은 건 밟지 말고 건강 건전하게 롱런해주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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