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낼 시간에 보면 좋을 영화 '힘을 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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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희망찬 청춘 힐링물로 오해(?)할 수 있는 포스터보다 작품 분위기를 더 잘 반영한 스틸컷



진정한 현실 재난영화였던 '십개월의 미래'의 남궁선 감독과 주연배우 최성은이 다시 뭉친데다가 실패한 아이돌 출신들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워서 꼭 보겠다고 체크해뒀다가 이제야 봤네요.


적었듯이 이 세 주인공은 일명 '망돌'인데요. 학창시절 하지 못했던 평범한 또래 친구들의 경험을 해보겠다고 제주도로 자기들만의 수학여행을 왔습니다. 나름 고급 숙박시설도 잡고 실컷 즐기면서 심신을 회복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순조롭게 되면 영화 분량이 채워지지 않겠죠? 첫날 시작부터 일이 연달아 꼬이는 바람에 고되고 험한 힐링의 길을 가게 됩니다.



처음엔 어느 분야건 성공하는 사람도 실패하는 사람도 있는 거고 아직 20대 중반의 창창한 청춘인데 뭐 그렇게까지 암담할까 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서서히 드러나는 이들의 속사정, 현실을 보면서 그렇게까지 암담한 게 맞구나 싶었습니다. 그닥 여유있게 잘 살지도 못하고 있고 나이가 슬슬 중년이라 부를 수 있는 시기로 접어드는 제가 '아 그래도 차라리 내가 쟤네보단 낫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 다했죠. 하하;;


곰곰히 따져보니 그렇잖아요. 학창시절 아니 어린시절부터 모든 것을 극도로 낮은 성공 가능성의 미래에 담보로 맡기고 올인 했는데 결국 실패했고 나이가 젊은 편이라지만 다른 직종에 도전할만한 교육, 준비상태는 제로, 그래도 일은 죽어라 했는데 정산은 제대로 못받았고 망해서 그룹은 해체했는데 계약기간은 남아서 새시작을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하고... '그래도 요즘은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는 말이 있지만 업계조사를 철저히 한 감독님에 의하면 여전히 이 연예 소속사 - 연습생 계약 시스템은 매우 부조리한 착취성 노예 계약에 가깝다는 것 같습니다.


세 주인공의 현역시절 이런저런 일화들을 보면 정말 리서치를 꼼꼼하게 한 각본이라는 티가 나는데 예를 들어 섹시 컨셉 노래의 활동기간 동안 짧고 달라붙는 무대의상을 내내 입어야하기 때문에 감수해야했던 일은 실화냐? 싶은 정도의 충격이었고 걸그룹 출신 둘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냥 순탄하게(?) 망한 것 같았던 남주인공의 과거 어떤 사연도 땅이 꺼져라 한숨이 나오더군요.



여기까지만 보면 주인공들 설정만 아이돌 출신으로 바꾼 흔한 하드코어 헬조선 독립영화 같은데 그래도 그정도까지 암울하진 않구요. 전체적으로는 결국 이들을 연민어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위로해주는 청춘 힐링물이 맞습니다. 다만 이들이 겪은 과거와 현재 처지를 불필요하게 가혹하게 만들거나 영화적으로 너무 달콤하게 쉬운 희망적인 해결책, 결말을 안겨주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래도 힘을 내서 겨우 한걸음 내딛게 만들어줄 정도의 균형감각을 유지할 줄 아는 성숙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코미디 성격이 훨씬 강하긴 하지만 감독의 전작 '십개월의 미래'와 그런 면에서 많이 닮았습니다.


영화 전반, 후반부에 이 세 주인공을 위로하기 위해 감독이 안겨주는 선물같이 느껴지는 조연 캐릭터가 한명씩 등장하는데 이들도 그렇게 비현실적이진 않고 작품 분위기를 너무 무겁게 해주지는 않는 정도의 훈훈한 역할로 딱이었습니다. 특히 후반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특유의 말투도 그렇고 씬스틸러로 웃음을 많이 안겨줬어요. 제주도 올로케로 찍은 촬영이나 인디감성 제대로이면서도 제법 세련된 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면들도 상당했구요. 작중 주인공들이 현역 아이돌 시절 활동했던 가상의 오리지널 노래가 둘 나오는데 이것도 상당히 그럴듯해서 보고나서 계속 흥얼거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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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인위적이거나 사탕 발린 달콤함이 아닌 현실적이면서도 슴슴하게 젖어드는 힐링물이 고프신 분들께는 자신있게 추천 드리겠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온 곳은 없는 것 같고 개별구매 2750원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이돌계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데 '십개월의 미래'를 좋게 보기도 했고, 듀나님 호평도 있고 해서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제가 20대 주인공들을 보면서 '망한 아이돌이라도 아직 앞날이 창창한게 아냐'라고 생각한 장년층인데요. 조금씩 풀려나오는 이들의 사연을 알수록 답답하기는 했습니다. 힘들어서 쓰러질 지경인데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니 이들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소름끼치게 느껴졌고요. 사실 이 정도면 정서적, 육체적으로 아동 학대 수준의 경험을 겪은게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인권위 영화가 꾸준히 나왔는데 2003년 '여섯개의 시선'이후 처음 극장에서 보는 국가인권위원회 영화였는데요. 여기도 요즘 논란이 많은 조직이지만 이 정도면 제 역할을 하는 지원이었던것 같습니다.   

      • 언급하신 그 대사가 나오는 시점에서 일종의 회상씬과 겹쳐서 더 그랬죠. 정당하게 일한 일당 받을 때 뭔가 어색하고 떨떠름해하는 모습도 그렇고...




        우리나라나 옆나라 일본도 그렇고 기획사 연습생 계약 시스템은 아역, 미성년 배우들이 법적으로 보호받게 되기 전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절이랑 별 차이도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 성공했을 때의 빛이 워낙 찬란하다 보니, 그리고 한국 아이돌 산업이 지금 유례 없는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보니 (슬슬 가라앉을 기색을 비추고 있다지만 아직은...) 어둠 쪽이 너무 묻혀 있다는 느낌인데. 또 인권위에서 이런 걸 지원해줘서 영화로 만들어냈다니 저도 ally님처럼 '자기 역할은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구요.




      최성은 배우님은 반드시 뜰 거야! 라고 생각한지 벌써 꽤 지났는데 아직도 확 뜨지 못하셔서 아쉽구요. 저도 '십개월의 미래'를 재밌게 봐서 이 영화도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언젠가는 무료로 들어 오겠죠? 하는 파렴치한 생각을 해 봅니다. 하하핫(...)

      • '망돌'이라는 게 주류 영화, 드라마에서 거의 다뤄지지 못하는 소재인데 이렇게라도 인권위에서 지원해주고 독립영화에서 웰메이드로 다뤄줘서 다행입니다. 좀 더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하는데 말이죠. 듀나님 리뷰글을 읽다보니 드라마 '청춘시대 2'에서 다룬 적이 있긴한데 완성도가 영 아니었다는...




        최성은 배우는 그래도 영화 데뷔작 '신동'부터 나름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서 자리는 금방 잡았는데 말씀대로 아직 스타배우로 확 뜨진 못했지만 그래도 엄청 젊으시고 포텐 빵빵하시니 언젠간 더 높이 올라가시리라 생각합니다. 송중기 주연의 넷플 영화 '로기완'에서 여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해서 그것도 챙겨볼까 했는데 작품에 대한 평가, 반응이... 




        저도 사실 스트리밍 올라오는 것만 기다리다가 그냥 결제해서 봤습니다. 과자 두 봉지 안먹는 셈 치죠 뭐. 하하하!!!

    • 아이돌에 관심 없어진지 오래지만 가끔 음방을 보면 ‘쟤네들은 잘 되려나’하면서 뭔가 짠하고 그럽니다. 20대 초중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실패를 하면 그 후를 살아갈 힘을 어디서 받을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어요.
      • 본문에도 썼듯이 일반적인 교육을 사실상 포기하고 인생 초기를 다 올인한 건데 말이죠... 하여간 다들 힘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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