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여행, 번개)
1.백수가 된 김에 여행이나 한달살기를 해볼까 해요. 그야 내가 여행가고 싶은 곳은 한국이예요. 뭐하러 루브르 박물관이나 마요르카 해변에 가겠어요? 그런 건 그저 구경거리일 뿐이죠. 삶이 아닌 구경거리에 불과한 것들은 인터넷으로 구경하면 돼요.
내가 하고싶은 건 안 가본 도시를 가서 평소 서울에서 하는 것과 똑같은 걸 하는 거예요. 내게 여행이란 건 관광이나 휴양 같은 게 아니라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맛보는 거거든요. 멀티버스에서 그곳에 살았을 수도 있는 나자신의 삶을 말이죠.
2.예를 들면 신도림 테크노마트 지하에 푸드코트가 있어요. 돈까스도 맛있고 일본 가정식도 맛있고 비빔밥도 괜찮은 곳이죠. 나는 그곳에 사람이 없을 때 가서 한가롭게 한끼 먹는 걸 좋아했어요. 나에게 있어서는 나의 소중한 푸드코트인거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서울에, 그리고 이 나라 곳곳에 그런 곳들은 많을거예요. 그저 값싼 푸드코트일 뿐인데 가성비도 좋고 음식도 다양해서 일주일에 몇번씩이라도 가서 식사하는 게 일상의 재미인 곳 말이죠.
누군가의 삶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위안거리가 되어주는 곳...작은 재미거리가 되어주는 곳들이 세상엔 얼마나 많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3.그렇기 때문에 지방을 간다면 그냥 며칠 가보는 걸론 안 돼요. 최소한 한달살기 정도는 해야 하는 거거든요. 부산역에 가서, 어쩌면 부산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를 나의 인생을 체험해 보는 거죠. 사람들은 별거 아닌 밥집인줄 알고 지나쳐가지만 기가 막히게 맛있는 제육덮밥을 하는 식당, 다른 곳에서는 안 쓰는 재료를 넣어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김밥을 파는 김밥 가게, 유럽 여행에서 가져온 앤티크 물품들로 정성스럽게 장식해 놓은 어떤 사장의 카페...그런 곳들 말이죠. 내가 부산에서 살았다면 하나 하나 찾아내서 나만의 보석함에 넣어놓았을 그런 가게들요.
물론 슬프게도, 부산역에 갔을 땐 이미 그 가게가 닫았을 수도 있어요. 10년 전이나 20년전의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오랫동안 다녔을지도 모르는 제육덮밥 가게...돈까스 가게같은 곳들 말이죠. 하지만 그래도 가봐야죠.
4.휴.
5.밤거리도 그래요. 부산은 큰 도시니 나이트나 클럽, 술집이 대충 100개 있다고 치고. 하루에 두 곳씩 가더라도 50일은 걸리는거죠.
당신이 밤에 술을 마시러 100곳을 다녀본다면 그래도 한 명 정도는 가슴을 울리는 미인을 만나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나는 여태까지 그걸 서울에서만 해봤단 말이죠. 내가 모르는 지방 어디에선가 내가 꼭 만나야 하는 초미녀가 길을 걷고 있을 수도 있고, 칵테일바에서 한잔 하고 있을 수도 있는거죠.
6.여행이 땡기는 김에 인천역과 부산역 지도를 켜서 한번 거리뷰로 구경했어요. 인천역이란 곳은 인천의 일부분이더라고요. 동인천역도 있고 이것저것 많이 있더군요. 하긴 서울도 서울역으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인천도 인천역만 있는 건 아니겠죠. 그럼 인천의 강남이나 인천의 강북은 어디인거지?
부산에도 부산역 자체보다는 부산진역이 더 괜찮아 보이고. 사실 부산 한곳만 해도 역 하나를 털어보는 데 2주일씩 잡으면 제대로 털어보는 데 한 반년은 걸리겠죠. 부산 반얀트리가 열면 한달살기하러 가봐야겠어요. 제대로 만들기나 했을지 모르겠지만.
7.어쨌든 백수가 돼서 몇 주일째 혼자노니까 심심하네요. 그렇다고 해서 주식을 열심히 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도 안 돼고요. 왜냐면 주식이란 건 열심히 하려고 하는 순간 잘 안되거든요. 그렇다고 완전 관심을 끊어도 안 되고. 곁눈질로만 보면서 어느 정도 나에게서 떨어뜨려 놔야 잘 되는 거예요.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하는 투자는 그런 성질의 것이예요.
심심하니까 번개나 해보죠. 평일 낮에 제육덮밥을 먹거나 커피나 마실 분 있으면 쪽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