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기행) '국민학생 관람불가'
어릴 때, 개봉관에서는 만화 영화나 반공 영화가 아니면 거의 무조건 '국민학생 관람불가'였습니다.
(중학생이 되자, 중고생 관람가 영화를 마음껏, 당당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았습니다.)
실제 최초 개봉하는 영화더라도, 제2 도심(약간 변두리 도심) 같은 데서 개봉하는 영화는, '국민학생 관람불가' 영화일지라도
그냥 입장시켜서 보여줬습니다. ^^
그렇게, 국민학생 관람불가 영화를 많이 봤었는데, 보고 나서 식겁한 영화가 있었는데...
1. 신들린 여인(The Antichrist, '76년 국내 개봉)


엑소시스트 이후 아류 영화였습니다.
엑소시스트를 극장에서 볼 수 없었기에, 처음으로 본, 빙의/ 퇴마 영화였는데, 어린 마음에 아주 충격이었습니다.
멜화라, 아서 케네디등 당시 호화 캐스트 였습니다.
초록색 토사물의 충격!
보고 나서 종교를 믿어야하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포스터에 역시 '중고생 입장가'네요.
2. 써스페리아('77년 국내 개봉)

' 이 영화는 국민학생이 보아서는 안 됩니다'...라는 안내 자막이 시작 전에 나오길래 좀 긴장했죠.
결과..
근 한달간 , 화장실은 물론, 방에 혼자 있지를 못했습니다.
그 시퍼렇고, 뻘건 조명... 우리 집에 악령이 든 것 같은 느낌 ㅜㅜ
특히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빌런의 아래 모습을 보고 대 충격!!!
국민학생이 간도 크게, 무서운 영화를 혼자 보고, 한달 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자에 리메이크작이 있었는데,
암만 잘 만들었다손 치더라도, 제가 국민 학생때 느낀 원작의 충격과 공포는 따라가지 못했을 겁니다.
3. 오멘 ('77년 국내개봉)

아.. 이영화도 무시무시했죠.
그레고리 펙, 리 레믹 주연!!
개코원숭이가 사나운 맹수임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666'의 공포를 그린, 거의 원조격 영화가 아닐까요?
재미도 있었지만 너무 무서웠습니다. 마지막의 반전도 당시에는 충격이었죠.
이후 속편이 연속 제작되었죠..
당시의 국민학생은, 요즘 초딩처럼 '발랑 까진'게 아니라 진짜 순진했었다고 생각되는데 ,
겁 없이 덤볐다가 식겁한 얘기였습니다.
이상 탑골기행 이었습니다. ㅋㅋ
중학생때 뭐 하는지 모르고 친척들과 한 여름 극장에 갔다가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무시무시한 나이트메어를 보면서 온 몸을 긴장하고 춥고 열이 올라서 잠자리에 들어도 계속 생각나다 깨서 결국 생애 처음으로 장염이 걸려서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고 그 후 한 번 씩 걸리더니 나이들어서 고통을 받고 있어요.
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다 영화는 이미 시작했는데 거대한 화면 한 가득 머리에 바늘 꽃혀 있는 하얀 괴물들이 나오는 헬레이저를 보고 너무 놀래서 유일하게 돈내고 들어간 극장에서 그냥 바로 나와 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전설의 고향도 못 보던 아이였는데 책 읽으라고 브람 스토커의 드라큐라를 사다 주신... 달빛 비치는 창문에 나뭇가지라도 나타날까봐 긴장하면서 읽어 내려갔었죠.
무서움을 많이 타시네요^^ . 저는 돈 아까워서 뭐든 끝까지 보아 내었습니다. ㅋㅋ
이젠 나이들어 노파소리 들을 일이 코앞인데, 모비딕님이 충격을 느꼈다는 저 3번째 빌런 사진은 늙은이들한테 흔한 모습이라 슬프네요. 이렇게 노인 혐오가 시작되는구나 싶어요 어린애들을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
저 위에 빌런 짤은 실제 극장에서 본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거기서는 더 참혹했던걸로 기억 합니다. 나이들수록 피부 미용에 신경을 더 써야 할것 같습니다. ^^
그래도 저 영화는 꽤 무서웠습니다. 시절에 따라 감수성이 달라지나 봅니다. 어릴때는 전설의 고향도 무서웠으니까요.
국딩때 중딩인 형따라 이태원에서 신성일씨가 운영하던 태평극장에 가서 국민학생 관람불가인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봤습니다.
영화가 시작할때 화면에 "이영화는 국민학생 관람불가입니다"란 자막이 올라오더군요.
옆자리에 있던 고딩으로 보이는 어떤 누나가 나를 보고 씩 웃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
저도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봤는데, 원제인 ' The Spy Who Loved Me' 가 해석이 안되어서 한참을 고민했었습니다. 관계대명사 who를 몰랐었기에...ㅋㅋ
그 당시, 신문 광고 보고 (당시에는 영화 소개 잡지나 이런것도 없던 시절)보러 갔었는데, 왜 공포물을 혼자 보러갔는지 지금 생각하니 좀 웃기네요.. 어린 것이 공포물보고 화장실도 못가고.. ㅋㅋ 어른한테 야단 맞거나 한 것는 공포물보다는, '에로물'보다가 들키면 어른들이 놀리고 핀잔 주었죠.ㅋ
저는 참으로 착한 새나라의 어린이였기 때문에 관람 등급을 어기고 극장에 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아니 정말로요. ㅋㅋㅋ
다만 국민학생 때 멋 모르고 비디오 가게 가서 뭐 보고 싶냐는 아저씨에게 '무서운 거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더니 13일의 금요일 6편을, 그것도 삐짜 테잎으로 빌려 주셔서 그게 인생 첫 등급 위반 사례로 남긴 했습니다. ㅋㅋ 근데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나봐요. 섹스씬 나오는 것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고 사람들 토막 나는 걸 보면서도 역시 별 생각 없었고 결국 큰 임팩트 없이 감상을 마쳤던(...)
그 당시 관람등급 지키면 볼 영화가, '로봇 태권브이'나 '성웅 이순신' 이런 것 밖에 없어서, 참 심심했습니다. '소림 36방'을 등급 어기고, 극장에서 보았을 때,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