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싱겁고 정겹고 그렇습니다. '개심귀' 잡담
- 1984년작이구요. 런닝 타임은 1시간 35분. 스포일러 신경 안 쓰고 막 적습니다. 어차피 아무도 안 보실 테고 스포일러란 게 존재할만한 이야기도 아니라서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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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참으로... 정겹습니다? ㅋㅋㅋㅋㅋ)
- 80년대의 홍콩이 배경이겠죠. 다섯 명의 여고생이 바닷가로 캠핑을 갔다가 폭우를 만나 인근 사찰로 비를 피하러 가는데요. 그 곳엔 청나라 시절에 목 매어 자살한 주 방안(사실 '방안'은 이름이 아니고 호칭이랍니다. 과거 시험 2등이라고...)의 귀신이 살고 있었고. 학생들 중 한 명이 자기 짐 싼다고 그 귀신이 목을 매달았던 밧줄을 들고 와 버리는 바람에 수백년만에 여학생 기숙사로 거처를 옮기게 된 주방안씨. 자길 절로 돌려보내달라고 여학생들에게 부탁을 하지만 어쩌다 귀신 덕을 한 번 톡톡히 본 우리 여학생님들은 계속 주 방안을 곁에 두고 적당히 이용해 먹으려고 하고. 주 방안 본인도 막상 며칠 지내 보니 여고생들과 함께하는 현대 생활이 꽤 맘에 들어서 그대로 눌러 앉게 되네요. 뭐 대충 이런 상황 설정으로 이것저것 소소하게 개그를 치다가 막판엔 나름 당시 10대 여학생들의 진지한 고민 이야기를 살짝 풀어 놓으면서 끝나는 그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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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짐 캐리! 라고 하기엔 이 영화가 짐 캐리 히트보다 훠어어어얼씬 먼저이니 짐 캐리가 미국의 황백명인 걸로 하겠습니다.)
- 도입부 설명을 하려다가 영화 이야길 다 해 버린 것 같은데... ㅋㅋㅋ 정말 저게 거의 전부인 영화라서 할 말이 많지 않아 즐겁습니다(?)
그러니까 그 시절 홍콩 코미디 영화에요. 귀신이 나온다지만 호러 같은 건 정말 아예 없는 그냥 코미디 영화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덧붙여서 이게 사실 뚜렷한 줄거리 같은 것도 거의 없어요. 우리 여고생들이 귀신 친구를 득템하고 나면 클라이막스까지 줄기차게 이어지는 건 당시 홍콩 여고생들의 일상을 이것저것 코믹하게 보여주는 가운데 거기에 도라에몽 내지는 이티 같은 포지션의 주 방안 귀신이 끼어들어 소원 성취 환타지 같은 걸 실현해주는 이야기들이구요. 진짜로 도라에몽 같은 에피소드 형식의 시리즈로 만들어 내는 게 맞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기둥 줄거리가 없다시피 한 채로 전개가 됩니다.
그러다 이제 클라이막스 같은 건 있어야 하니 주인공 여고생 3인방의 인생 고민들(연애, 성적, 진로 결정의 문제 같은 것들)이 좀 심각해지고, 그걸 주 방안과 함께 해결한 후에 주 방안이 위기에 처하고. 거기까지 극복하고 나면 한 방에 모두의 고민이 풀리면서 대동단결 강강수월래의 해피 엔딩... 뭐 이런 식입니다. 정말 그 시절 홍콩 영화답게 나이브하다 못해 유치뽕짝(...)이란 생각을 피할 수가 없는 가볍고 팔랑팔랑한 코미디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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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홍콩 고등학생들은 미국식 졸업 무도회 같은 것도 즐기고 그랬나봐요. 하긴 gdp 기준으로 한국의 4배 가까이 잘 살던 선진국 클래스였으니 뭐.)
- 그리고 그 시절 코미디 영화답게 정말로 안 웃깁니다. ㅋㅋㅋㅋ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2025년의 관객 입장에서 그렇단 거죠.
영화 내내 개그로 도배가 되는 영화인데 그 개그들이 정말 참으로 '1차원' 그 자체에요. 그 시절엔 먹혔겠지만 지금와선 그냥 추억으로만 웃을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개그들 뿐이구요. 또 말할 것도 없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관점이나 태도가 참 그 시절스럽게 보수적이고 갑갑합니다. 특히 연애 문제 같은 경우엔 뜨악 소리가 날 지경이죠. 임신한 여자 친구를 바로 싸늘하게 내다 버리고 딴 여자 꼬셔대는 바람둥이 남자를 귀신이 겁 주고 괴롭혀서 다시 돌아와 결혼하게 하면 미소 만발 훈훈한 해피 엔딩! 당연히 애는 반드시 낳아야 하구요. ㅋㅋ 참 무시무시한 세상이 아니었나... 싶었네요.
이렇게 개그 영화가 안 웃기고. 또 이야기는 지금 시대랑 너무 안 맞고. 이야기는 헐겁기 짝이 없으며 캐릭터들은 다 '80년대 클리셰 & 스테레오 타입 백과사전' 같은 데서 꺼내온 듯 납작하고 유치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쯤 되면 폐급이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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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나오는 여학생들은 모두 보이 조지를 사랑합니다. 저 때면 대략 '카르마 카멜레온' 시절이었던가요.)
- 그냥 그 시절 10대들 사는 거 구경하는 재미로 즐겁게 봐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ㅋㅋㅋ
그런 측면으로 생각해 보면 나름 괜찮은 구성이기도 해요. 친구들과의 캠핑, 함께 모여 먹고 떠드는 기숙사 생활, 과하게 엄격한 교사들 눈치 보며 몰래 이것저것 하다가 걸려서 혼나고. 공부 하나도 안 하고 시험 보다가 폭망하고. 몇 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남학생&여학생이 함께 어울려 노는 이벤트에서 꿈과 희망에 불타오르는 모습들. 그 와중에 찾아오는 졸업과 대학 입시 스트레스 등등. 나름 당시 10대들이 신경 쓰고 중요하게 생각했을 일상 & 인생 이벤트들을 적절하게 골라내서 늘어 놓구요. 이게 또 어느 정도는 보편적으로 먹히는 소재들이다 보니 옛날 생각하며 싱겁게 즐겨볼만은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반전 비슷한 걸 하나 던지면서 주 방안 귀신의 이야기를 소녀들 인생과 연결해주는 센스 같은 건 꽤 괜찮았어요. 성적 비관으로 학생 하나가 자살 시도 직전까지 가는 사건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데, 또 황당 유치하게 풍선으로 여학생을 낚아서 둥둥 띄워 살려준 후에 우리 주 방안씨가 비밀을 털어 놓거든요. 사실 영화 내내 '과거 시험 2등 합격한 엘리트!'라고 자랑하던 이 양반은 10년이 넘게 낙방 해대다가 와이프도 도망가고 그래서 비관 후 목 매달아 자살한 귀신이었어요(...) 결론이 '든든한 부모 밑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으면 복 받은 줄 압시다'라는 꼰대성 설교로 가버리긴 하지만 뭐 역시 그 시대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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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의 참 그 시절답게 아리따우신 배우님이 여기 여학생 배우들 중 유일하게 장수하신 분이라는데. 검색해보면 대표작이 옥보단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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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으로 리메이크를 한다면 장성규씨를 주연으로 추천하겠습니다.)
- 암튼 뭐. 요즘 기준으로 보면 각본이든 연기든 여러 부분들이 아마추어들이 만든 습작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작품이라서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오래 전부터 제목만 알고 있던 영화 하나 해소했으니 됐고. 또 위에 적었듯이 추억이 방울방울 모드로 즐길 구석이 없지 않았으니 대충 만족... 이었던 걸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ㅋㅋ 뭔가 더 설명할 것도 없네요. 끄읕.
+ 초반에 여학생들이 주 방안의 차림새를 보고 '강시 같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홍콩 강시 영화 유행은, 특히 '그 차림새'가 강시의 시그니처로 굳어진 건 이듬해인 1985년에 나온 '강시 선생'에서부터라고 알고 있거든요. 훗날에 붙여진 한글 자막이 창작을 해 버린 것인지, 아님 그 전에도 그런 차림새 강시가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네요. 중국어를 모르니 원래 대사가 저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ㅋㅋ
++ 이후로 속편이 5편까지 나온 히트작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개그 버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같은 걸까요. ㅋㅋ 그리고 그 중 3편에는 무려 장만옥이 메인 빌런으로 나와요. 그 3편을 보기 위해 2편도 그냥 봐 버릴까... 하는 생각을 조금 하고 있네요. 음.
+++ 제목이 '개심귀', 그러니까 마음 바꿔 먹은 귀신인 이유는요. 인간 친구들과 함께 이것저것 많은 일을 겪으면서 우리 귀신님께서 마음을 바꿔 먹거든요. 그러니까 절로 돌아가서 계속 귀신 놀이하거나 성불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 내 인생을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것이 '개심'인 것인데... 그래서 결말 부분에서 그 임신한 여학생의 아들로 환생하면서 끝나요. 하하... 다 함께 웃으면서 끝나긴 하지만 사실 호러 엔딩 아닌가요. ㅋㅋㅋ
귀타귀나 영환도사 계열은 나름 챙겨보긴 했는데, 이 쪽은 보지 못했네요. 유령과 커뮤해서 이런저런 이득을 얻는 창작물이 드물지는 않은지라, 옛날 디즈니 TV드라마 중에서 해적선장 유령을 부리는 이야기가 있었던 게 기억에 남았는데, 그런 것들과 비교해서 보고 싶기도 하네요. ㅎㅎㅎ 글 잘읽었습니다. :DAIN_EOM.
요즘 기준으로 따지고 들면 아예 답이 안 나오고 한국으로 말하자면 대략 80~90년대 꽤 나왔던 청소년 드라마 수준 정도랄까요. 그래서 추천까진 못해드리겠지만 그 시절 기준으론 그래도 재밌고 참신한 영화였는지 속편도 많이 나왔고 지금도 좋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2, 3편까진 한 번 볼까... 고민하고 있네요. 거기까진 왓챠에 다 있더라구요. ㅋㅋ
저 당시 홍콩은 영국령이라서, 고삐리들이 졸업 무도회같은 걸 하지 않았나 싶네요. 당시 홍콩은 '선진국'이었고, 우리 나라는 '강시'에 환호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다 같이 유치했었던 거였죠. ㅋㅋㅋ 근데 '촌스럽고 유치함'의 본질이 뭘까요? 정보/경험의 부족?
그렇죠. 영국령이었고 경제적으로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잘 나가는 선진국이었고... 가끔 일본이나 홍콩이 누렸던 이런 '리즈 시절'을 한국은 겪지 못한 게 아쉽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본질까진 모르겠지만 제 기준으로는 뭔가 그 시절에 잘 나가는 걸 따라하려 애를 썼지만 잘 안 된 창작물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ㅋㅋ 똑같이 청소년들이 비현실적으로 대열, 안무 맞추며 군무를 춰도 '풋루즈'는 지금 봐도 안 부끄럽게 즐거운데 이 영화는... 뭐 그런 거죠. 하하;
강시영화는 30년대부터 나왔으니까요.
제목이 '개심귀'라서 악귀가 개심해서 선귀가 되는 내용인줄 알았는데 중국말로 개심이 happy라는 뜻이더군요.
시리즈 3편 '개심귀당귀'가 '귀당귀'라는 제목으로 개봉하면서 국내에 알려진 시리즈라서 전 한동안 귀당귀 시리즈로 알고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개심귀가 다른 귀신이랑 툭탁댄다는 의미로 '개심귀-당귀'라고 한건데 한국에서 귀타귀의 유명세에 묻어가려고 귀당귀라고 제목을 붙였던 것 같아요.
강시 영화 자체는 옛날부터 나왔다는데 그 시그니처 복장이 등장한 것도 그 때부터인가? 를 몰라서 저렇게 적어 봤습니다. ㅋㅋ
'개심'에 그런 뜻이 있었군요. 왠지 영어 제목이 happy ghost 더라니... 쌩뚱맞은 게 아니라 정확한 번역이었나 보네요. 허허.
사실 제가 그 '귀타귀'를 보려다가 이걸 먼저 본 건데요. 알고 보니 둘 다 귀신 나오는 코믹 영화이긴 해도 전혀 성격이 다른 작품이었던 것... ㅋㅋ 암튼 일단은 이 영화 속편들부터 볼까 말까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이러다 결국 보게될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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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에 나온 강시영화 광고입니다. 강시 유니폼이란 게 청나라 때 수의일 테니까 뭐 그 이전 영화에서도 나왔을 것 같습니다.
改心과 開心의 차이가... 한자를 안쓰다보니 헷갈리게 된 것 같아요.
아마도 한국엔 3편까지만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전 황백명을 제작자로, 영어 이름 레이먼드 웡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네요. 출연작을 확인해 보니 '가유희사' 처럼 본 영화들이 있긴 한데 특별히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어요. 이제사 확인해 보니 너무 잘 나갔고 존경 받는 분이었던 것...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황백명씨. ㅠㅜ
영화처럼님께서 먼저 적어주신 것처럼, 다음 편에서 다짜고짜 성인이 되어 학교 선생을 하는 이야기더라구요. 현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서 아기로 환생했는데 역시 현재를 배경으로하는 속편에서는 성인으로 성장... 참 패기 넘치는 시절이었습니다. ㅋㅋㅋ
이런 영화는 대체 어디에서 찾아서 보시는 거예요...
임신한 여자친구 에피소드를 들으니 한국에서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경찰이나 법원에서 성폭행 가해자에게 결혼으로 책임지라는 조언(..)을 흔히 했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거에 비하면 저 에피소드는 애교 아닌가요. 하..하.. 세상 많이 바뀌었네요.
OTT들에서 볼 게 없다 싶을 때마다 한 번씩 장르별로 목록을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 버리곤 합니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호기심 가는 거 찜 해두고요... 매우 잉여롭지만 뭐 볼까 오락가락하다 시간 죽이는 것보단 재미도 있고 좋아요. ㅋㅋ
그리고 그런 조언(?)을 받아들여서 결혼하면 꽃뱀 취급 받고. 뭐 그런던 세월이 그렇게 멀지 않죠. 좋게 생각해서 한국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