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밀밀'과 등려군 노래


원래 어제 넷플 올라온 '해벅'을 보려다가 뜬금없이 생각나서 오랜만에 재감상을 했습니다. 역시 오래 사랑받는 클래식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당시 홍콩영화 중에서는 물론이고 국내, 할리우드, 다른 해외작품들 통틀어서도 이렇게 모든 장면과 대사를 다 기억하는데도 매번 볼 때마다 애절한 갬성과 똑같은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 멜로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본토에서 홍콩으로 상경(?)한 두 남녀가 고생하다가 자연스레 서로 의지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는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반부까지에 비해 이후 소군의 고향 애인 소정이 도착하면서 시간대를 팍팍 건너뛰는 후반부는 다시보니 상대적으로 전개가 조금 아쉽다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거듭된 운명의 장난으로 계속 엇갈리던 둘이 결국 또다시 운명처럼 재회하게 되는 엔딩에 다다르면 아쉬웠던 부분들도 다 날려버릴만한 감동에 너무 기분이 좋아져서 한참동안 미소를 짓게 되네요.



img.png

어차피 다 알고 또 보는 영화라지만 아예 대놓고 라스트샷을 써버리는 재개봉 포스터 하하;; 뭐 정말 사전정보 없이 처음보는 관객들에게는 맥락을 모르니 그냥 남녀 주인공을 갬성있게 잡은 멜로영화 포스터라고 보여지겠지만요.


%C3%B7%B9%D0%B9%D0.mp4_20150128_215517.8%C3%B7%B9%D0%B9%D0.mp4_20150128_230032.3

오랜만에 재감상하니 윌리엄 홀든을 향한 고모님의 한결같은 순정도 참 아련하게 다가오더군요.


IMG_0686.jpg?type=w800

고모님 밑에서 일하던 성노동자와 그냥 손님으로서만 만나는 것 같지만 마지막에 나름 반전을 보여주는 이 영어학원 강사를 연기한 사람이 바로 그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이라는 걸 나중에 알고 많이 놀랐었죠. 당연하겠지만 이 영화 촬영을 맡지는 않으셨구요. 


FM041_004_%EC%98%A4%EB%9D%BD%EC%8B%A4%EC

너무 답답하고 바보같이 굴어서 꿀밤 한대 놔주고 싶지만 젊은 시절 여명이라는 이유로 다 용서가 되는 소군


0a4683f10731b6a959bd9942e8a5809ff4251731

하지만 역시 젊은 시절 장만옥느님에게는 존재감이 비교가 안됩니다. 'Goodbye My Love'가 흘러나올 때 소군을 바라보던 눈빛은 정말 사람 애간장을 녹입니다. 부동산 개업 축하파티에서 소세지를 폭풍흡입하는 모습에서도 그 복잡한 심경이 확 느껴져요.


EbSW.gif?type=w800

이번에 볼 때 등려군 불법테이프로 한탕 해먹으려다가 그냥 말아먹고 이교가 사실은 자기도 본토인이라고 고백하자 소군이 사실은 자기도 알고 있었지만 여기 홍콩에서 하나뿐인 친구를 잃을까봐 티를 안냈다고 고백하고 이교도 사실은 나도 친구가 당신뿐이라고 하는 이 장면에서 그렇게 눈물이 나더군요.




이제야 날이 좀 따뜻해지나 싶더니 갑자기 바람이 쌩쌩 불고 아침, 저녁이 쌀쌀하네요. 이러다 또 여름이 오면 한 10월까지 더울 것 같은데 지구가 어떻게 되려는걸까요...


하여간 듀게분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맛있는 거 챙겨드시고 이번 주말엔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라도 한 편 감상하시길~

    • 전 이것도 안 본 거 같습니다ㅎㅎ 올려주신 글 보니 한번 봐야겠어요. 사진이 굉장히 아련합니다.

      달팽이의 회고록이 30일에 개봉한다고 해서 한껏 기대하고, 손수건도 챙겨서 오랜만에 극장 가보려 합니다.

      날씨 너무 이상하네요. LadyBird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 아니 아직 듀게에 남아계신 회원중에서 이걸 아직도 안 보신 분이 계시다니 쏘맥님 사실 엄청 젊으시다던가? ㅋㅋㅋ 




        본의 아니게 스포일러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뭐 알고봐도 감동적인 작품이라서 상관없습니다만 일단 죄송;; 달팽이의 회고록은 꼭 보고싶었는데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 '첨밀밀'. 추억의 영화네요. 이 영화는 그 자체가 추억이 되는 성격의 영화인데요. 또한 저는 각자 따로 보고 친구와 이 영화 얘기를 나눈 경험이 있어서 이 영화와 친구가 세트로 떠올려지는 아련함이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집 떠나 자리잡으려는 청춘들에게는 특별히 정서적인 감응이 있었던 듯합니다. 장만옥의 어여쁨은 말문이 막히고 여명도 다른 배우를 생각할 수 없는 적역이었어요.  

      • 저는 처음 봤을 시기에 주변에 이런 감성의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는지 같이 직접 얘기를 나눠보진 못해서 그런 경험이 부럽네요. 집을 떠나온 사람들 특히 돈 벌려고 대도시로 온 경우에 특히 그랬을 것 같아요. 홍콩에선 광동어를 잘해야 하고 이런 부분들이 흥미로웠어요. 이래서 당시 홍콩영화들 더빙이 각각 따로 있었구나 했구요.




        장만옥은 당시에도 좋아했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출연작들을 다시보면 내로라하던 전성기 홍콩배우들 사이에서도 뭔가 혼자 클래스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연기, 외모 모두

    • 전에도 적었던 것 같지만 사실 전 이 영화를 참 재밌게 잘 보고도 후반에 나오는 그 장만옥 남편 캐릭터 때문에 '아니 왜 이런 게 들어가지?'라며 좀 이입이 깨졌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 보면 괜찮을 텐데 당시엔 그게 로맨스 영화랑 잘 안 어울리는 요소라고 생각했던 것 같구요.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카운트다운에 둘이 참 누추하고 애틋하게 함께하는 장면. 저 스포일러 포스터에 나온 저 장면. 그리고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기차 도착 장면... 같은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구요. 특히나 세기말 분위기가 한창이던 시절, 홍콩 반환 직전에 나온 영화였다 보니 그런 요소들이 많이 인상적이었네요. 반환 후 홍콩 영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같은 이야기들도 많이 했었는데. 뭐 많이들 예상했던 대로 되어 버렸네요. 좀 아쉽습니다.

      • 뭐 우리나라도 조폭물 유행하던 시기에 많이 그랬지만 뭔가 드라마틱한 위기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어느 장르라도 그런 걸 섞는 건 여기도 비슷했나봐요. 장만옥 캐릭터가 거의 밑바닥 인생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개연성 있게(?) 팔자를 피려면 그런 부류와 엮이는 게 자연스럽기도 하고 그 표오빠가 당시 먹어줬던(?) 겉은 깡패지만 속은 은근히 로맨틱하고 배려심 있는 캐릭터라서 그냥 그러려니 했던 것 같습니다. 장만옥이 왜 굳이 따라갔는지 이해는 되는




        근데 저는 좀 다른 이유로 여배우 남결영이 그 역할 연기한 증지위가 예전에 자신을 성폭행 했다고 폭로했는데 결국 자살해서 흐지부지 묻힌 부분 때문에 이번에 볼 때 걸리더라구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13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9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5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9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4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6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53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9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3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7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41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72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8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90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