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크리스마스에는... 2.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잡담입니다
- 2003작이니 벌써 22년이 흘렀네요. 런닝 타임은 1시간 3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
(전 이게 원제 그대로 한국에 수입됐었다고 기억하고 있었지 뭡니까. 사람의 기억력이란 참...;)
- 제목대로 배경은 토쿄. 장년의 주정뱅이 아저씨 '긴'과 자막으론 게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드랙퀸에 가까우며 일본식 표현으론 '오카마'라고 불러야할 '하나'. 그리고 가출 소녀 미유키. 이렇게 노숙자 3인방이 주인공입니다. 맨날 티격태격 서로에게 극딜을 날려대면서도 그럭저럭 평온하게(?) 지내던 이 셋이 크리스마스 즈음의 추운 겨울 밤에 버려져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하면서 시작이에요. 일생의 꿈이 아기를 낳아 키우는 것이었던 하나가 나머지 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아기를 며칠이라도 키우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그래서 그리 하다가 정이 들고. 나중엔 '그래도 진짜 가족이 최고지'라며 애를 낳은 엄마로 추정되는 인물을 찾아다니며 참으로 다양한 어둠의 무리들(...)을 만나 벌이는 소동과 기적을 그리는 이야깁니다.
![]()
(크리스마스에 갓난 아가를 만나려면 역시 3인조가 근본이겠죠.)
- 망각이란 참 좋은 것입니다. 분명히 봤거든요. 근데 캐릭터들, 대략적 분위기와 발단 전개 정도... 까지만 기억하고 나머진 다 까먹었어요. 그러다 근래에 재개봉 소식을 듣고 문득 생각이 나서 언젠간 다시 봐야지... 하다가 어제도 크리스마스 영화(?)를 본 김에 오늘은 이걸 숙제로 해치웠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러다 나이 한참 먹어서 칠순 쯤 되면 새로운 거 볼 필요도 없이 그냥 예전에 감명 깊게 봤던 영화들 차례로 다시 봐도 상관 없겠다 싶네요. 어차피 대부분 까먹었을 거고, 그러니 다시 신선하게 감동적으로 볼 수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선택 실패할 걱정도 없구요. ㅋㅋㅋㅋ
![]()
(갑작스런 사건으로 인해 곳곳을 누비며 자신과 인연이 없었던 세상들을 구경하게 되는 식... 의 모험담 역시 고전 비슷한 느낌이 강하구요.)
- 고전 헐리웃 가족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고. 꿈도 희망도 없는 결함 투성이 인간들이 주인공인데 이들에게 '성탄절의 기적' 찬스가 주어지는 거죠. 살아가는 방식도 험하고 각자 무시할 수 없는 큰 흠결과 잘못을 장착한 캐릭터들이지만 극중에서 보여질 땐 적절히 튜닝을 해서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뿐더러 오히려 귀엽고 매력적으로 보이구요. 이들이 거쳐가는 도쿄의 어둠의 인생들(...)도 마찬가지로 적당히 '귀여워져랏!' 빔을 맞은 상태에서 꼭 필요한 만큼의 현실성만 부여 받습니다. 어차피 이들도 결국 '성탄절의 기적'의 일부가 되어야 하니까요. 여기에 덧붙여 계속해서 기적급의 우연이 계속되며 주인공들을 위해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마지막엔 진짜 기적도 한 번 벌어지며 해피 엔딩을 맞는다는 거. 고전 명작들부터 옛날 옛적 공중파에서 틀어주던 시시한 티비 영화들까지 참으로 헐리웃스럽고 옛날 영화스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현실에서 이런 룩에 이런 성격을 가진 노숙자를 만난다면 그 사람에게 정이 들 일은 거의 생길 일이 없겠습니다만. 이건 애니메이션이니까요.)
![]()
(물론 둥글둥글 나이브하게 이야기를 굴려가는 와중에도 이런 식의 현실적인 터치는 잊지 않고 잘 챙겨줍니다.)
- 그렇게 주인공들에게 격하게 관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유치하거나 루즈하거나 싱거워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겠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참 잘 만들어서' 그런 위험들을 사뿐사뿐 잘 피해갑니다.
가장 중요한 건 세 노숙자들의 캐릭터겠죠. 일단 참 정 붙이기 쉽도록 매력적으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각자 개성도 확실하고 사연도 다르면서 그런 개성과 사연들이 이 셋이 서로 착착 정확하게 맞물려가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각자의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잘 짜여져 있어요. 아주 간단히 말하면 결국 아빠, 엄마, 딸의 역할을 맡아서 대안 가족을 이루는 식인데요. 하나 하나 각자는 모두 모자라고 비호감 성향도 강한 사람들이지만 셋이 한 자리에 모이면 참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서로의 모자람을 채워준단 말이죠. 각본을 정말 세심하게 잘 썼구나... 하고 새삼 감탄했구요.
대충 줄거리만 놓고 보면 실사로 만들어도 별 상관 없었을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만약 정말로 실사로 만들어 버렸다면 이걸 보면서 느꼈을 재미와 감동은 대략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만큼 '애니메이션이 할 수 있는 것'을 잘 활용한 작품이었어요. 무겁게, 진지하게 가다가 한 순간에 농담 하나로 분위기를 확 풀어 버리는 연출이라든가, 몇 번 벌어지는 추격전 장면들이라든가... 실사로 똑같이 연출했다면 과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졌을 전개들이 애니메이션 고유의 표현 방식들을 활용함으로써 설득력을 얻고 또 아주 재미난 장면들이 됩니다. 예를 들어 막판의 자전거&택시 추격전 같은 걸 영화로 찍었다면 분명 '아니 이것들이 왜 갑자기 액션 히어로 활약인데 ㅋㅋㅋ' 하고 웃었겠지만 그런 느낌 없이 그냥 재밌거든요.
![]()
(이런 느낌은 실사로는 전성기 짐 캐리를 데려와도 동일하게 재현은 불가능하겠죠.)
- 위에서 헐리웃 고전 영화들 얘길 했지만 사실 결이 좀 다릅니다. 작품의 배경이 현대 일본이니까요. 고전 헐리웃 영화였다면 아예 등장하지 못하거나, 등장했다면 그렇게 둥글게 표현되지 못했을 부류의 군상들이 많이 나오죠. 게다가 그런 군상들을 그냥 둥글게만 그리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면모까지 확실하게 표현해주는 편입니다. 야쿠자는 나름 도리를 아는 인간적인 사람들 같지만 당연히 폭력적인 양아치들이구요. 불법 체류자들이 사는 구역을 보여줄 땐 길바닥에 굴러 다니는 마약 주사기 같은 걸 분명히 보여주고. 성소수자들이 등장할 때 역시 캐릭터들 외모부터 해서 이 사람들이 밥벌이 하는 모습까지 남루한 느낌을 확실히 전해줘요. 막판에 등장하는 인생 밑바닥 부부가 사는 모습 또한 거의 막장 of the 막장이고...
그런데 이런 식으로 리얼함을 챙기면서도 끝끝내 그들에게 인간미를 부여하고, 응원하고픈 맘이 들게 만드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었네요. 사실 격하게 나이브하긴 합니다만,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성탄의 기적 이야기이고. 또 매력적으로, 재미나고 아름답게 잘 만들어 놓은 이야기니까요.
![]()
(이런 현실적, 냉혹한 장면들과)
![]()
(이런 전형적인 '애니메이션'식 표현을 절묘하게 섞어서 조화시켜 놓은 것도 이 작품의 참 훌륭한 점이겠구요.)
- 그래서 결론이야 뭐 별 거 있겠습니까. 곤 사토시는 정말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다는 거죠.
솔직히 '퍼펙트 블루'나 '천년여우'도 다 훌륭한 작품이고 보던 당시에 임팩트가 상당했습니다만 딱히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은 안 했거든요.
근데 이 작품은 언젠가 다시 보고 싶어질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쉽고 편해 '보이는' 방향으로 참 잘 만들었고. 또 뭣보다 정이 드는 영화네요 참. 보다가 정 들어서 클라이막스의 그 '기적' 장면에선 살짝 눈물까지 나왔습니다. 스스로 당황! ㅋㅋㅋㅋㅋ
암튼 뭐 그래요. 아직 안 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난 참 행운아구나... 라고 생각하며 틀어 보시구요. 이미 보신 분이라도 저처럼 감상한지 오래 되어서 기억이 흐릿한 분이라면 한 번 더 즐겨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아주 즐거운 시간 보냈고, 다시 한 번 곤 사토시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 너무 아까운 사람이... ㅠㅜ
+ 중간에 '삼계탕'이라는 한글 간판이 슬쩍 지나가지만 딱히 국뽕을 느낄 필욘 없겠죠. 불법 체류자들 모여 사는 범죄 골목 어귀에 있거든요. ㅋㅋㅋ
++ 위에서 헐리웃 고전 영화 운운을 한참 했는데 방금 듀나님 리뷰를 찾아 읽어 보니 대놓고 아이디어로 삼은 영화가 있었군요. 이래서 무식이란(...)
+++ 생각해보니 자비심 없이 그냥 나쁜 놈들로 그려지는 부류가 있긴 했네요. 별 이유도 없이 '때가 됐으니까' 라며 폭력을 휘두르던 마을 청년들이요. 얘들은 밑바닥 인생이 아니라서 그런지 자비심의 혜택도, 갱생의 기회도 없이 그냥 아주 재수 없고 나쁜 놈들인 걸로 끝입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최대한 매우 격하게 팍팍 줄인 요약을 시도해 보겠어요.
긴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잘 나가는 경륜 선수였으나 딸이 난치병에 걸려서 큰 돈이 필요해졌고, 그때 접근한 조폭의 유혹으로 승부 조작에 손을 댔다가 바로 들통나서 강제 은퇴 당하고, 딸은 결국 죽었으며 아내도 딸을 따라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어쨌든 본인은 딸을 키워 본 경험이 있다며 3인방이 줍줍한 아기를 키우는 데 대체로 하찮지만 그래도 유용한 지식을 뽐내고 그래요.
미유키는 고양이에 꽂혀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에 집착하다가 그 고양이를 내다 버린 아빠를 무려 칼로 찔러 버리고 집을 뛰쳐 나왔습니다. 자신의 행동은 이미 옛날 옛적부터 후회하고 있지만 화가 안 풀려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너무 격하게 부끄러워서 집에 못 들어가요. 가족들에게 용서 받을 리가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나 역시 기구한 팔자지만 이 둘에 비하면 좀 덜 비극적인 편이요. 고아로 자라났고, 드랙퀸 공연으로 자아 실현하며 살던 중에 괜찮은 애인까지 만났지만 그 사람이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사망하는 바람에(...) 삶의 의지를 잃고 노숙자가 되었다. 뭐 이런 설정입니다.
암튼 아기를 키우자고 먼저 우기는 건 하나입니다. 그걸 애 키워봤던 긴이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하다가 정들고. 둘이 그렇게 난리를 치는 통에 미유키도 덩달아 동참하구요. 그래서 지지고 볶다가 '우리 같은 노숙자들이 애를 어떻게 제대로 키우나' 라는 생각을 하고 애 엄마를 찾아주려 하는데요. 그냥 경찰서에 데려가면 유괴범이라 누명이라도 쓸까봐 직접 찾아주려 하고. 그래서 아기와 함께 있던 지하철 라커 키를 단서 삼아 애 엄마를 추적해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차에 깔릴 뻔한 야쿠자 두목을 구해주고, 보답으로 초청된 두목 딸 결혼 피로연에서 긴의 인생 원수 야쿠자를 만나 난동을 부리려다가 그 순간 난입한 불법 체류 암살자의 총격 사건에 휘말려 셋이 모두 찢어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긴은 사망 직전의 노인 노숙자를 구해주고서 잡동사니 주머니 선물을 받고, 미유키는 불법 체류 여성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아기에 대한 애정 &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하나는 택시 기사 아저씨랑 코믹한 인연을 맺게 되고 그래요.
그러다 동네 청년들에게 린치 당한 긴을 데리고 병원에 들렀던 3인조는 그곳에서 긴의 딸을 만나게 되는데... 분명 죽었다 그랬는데? 다 뻥이었습니다. ㅋㅋ 긴은 경륜 선수가 아니라 경륜 배팅에 중독되어 빚쟁이가 된 자전거 가게 사장이었구요. 인생의 원수라던 야쿠자는 긴이 도박하려고 사채를 빌려 쓰고선 안 갚으니 찾아와서 빚 독촉을 했던 사람일 뿐이었고. 딸도 아내도 병 걸리거나 자살 시도 같은 거 한 적 없이 멀쩡히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남편 때문에 정말 개고생은 했죠. 하지만 잘 살아 있고 심지어 남편 & 아빠를 궁금해하고 만나고 싶어한다는 거.
이 상황을 목격한 하나는 갑자기 긴에게 마구 화를 내고 폭언을 퍼부은 후에 아기와 미유키를 끌고 병원에서 뛰쳐 나와 버립니다. 긴에게 자신들과 헤어져 가족들에게 돌아갈 기회와 명분을 주기 위해 일부러 악역 연기를 했다. 라고 미유키에게 설명하구요. 그런데 애 엄마로 추정되는 인물의 집주소를 긴에게 맡기고 그냥 나와 버려서 거리를 엄청 헤매죠. 그런데 그때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려는 여자를 구하게 되고. 이 여자는 둘이 데리고 다니던 아기를 보고 자기 딸이라며 달려듭니다. 뭔가 탐탁지 않았지만 자기들이 찾던 그 사람이 맞는 데다가 아기를 보고 미안하다며 펑펑 울고, 또 아기를 내다 버린 건 자기가 아니라 도박, 알콜 중독 양아치 남편이었다고 해명하니 아쉽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이구나! 하고 아기를 건네주는 두 사람. 그러고 연말 연시 분위기를 느끼며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그때 홀로 병원에 있던 긴은 자신이 갖고 있던 주소 메모를 보고 그 장소로 찾아갔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실 아기의 주인은 그동안 자기들이 찾던 사람이 아니었고, 아기는 신생아실에서 유괴되어 사라진 상태라는 것. 그러니까 자기들이 아기 엄마인 줄 알고 지금껏 찾던 사람이 유괴범... 이었다는 거죠. 미친 듯이 병원을 뛰쳐나와 다시 3인조를 결성하고, 아기를 찾기 위해 동네를 샅샅이 뒤지며 뛰어다니는 세 사람은 애니메이션 신의 가호로 금방 아기와 아기 엄마를 발견합니다만. 이때부턴 갑자기 엄마의 액션 본능(...)이 폭발하면서 한참 동안의 추격전이 벌어져요. 그리고 그 추격전의 끝은 아기를 안고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려 함께 죽어버리겠다는 유괴범의 호통이구요.
지금까지의 일들을 겪으며 두 어른의 모습을 보고 철 든 미유키가 열심히 설득을 해 봅니다만. 응 니 말이 다 맞는데 암튼 난 얘랑 죽을래. 하고 뛰어 내려 버리는 유괴범을 우다다 달려간 미유키가 붙들고. 그런 미유키가 떨어지려는 걸 또 우다다 달려간 긴이 붙들고. 이때 유괴범이 실수로 놓쳐서 대책 없이 떨어지게 된 아기를 하나가 함께 뛰어내려 잡아냅니다... 만 그대로 커다란 현수막 같은 걸 붙들고 동반 추락해요. 이렇게 끝장인가! 하는 순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벌어집니다. 갑자기 불어 온 엄청난 강풍으로 하나와 아기가 그 현수막을 붙들고 마치 하늘을 날듯 우아하게 지면에 착지하게 되는 것. 이렇게 말하니 정말 썰렁하고 하찮지만 감동적입니다. 믿어주세요. ㅋㅋㅋㅋ
그래서 티비 뉴스에 까지 나오던 신생아 유괴 사건을 해결하게 된 3인방은 따뜻한 병실에 (아마도 공짜로) 입원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게 되구요. 긴은 딸과 아내와의 인연이 다시 이어질 듯 하고. 하나는 드랙퀸 시절 인연들과 다시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가의 부모가 '노숙자든 뭐든 뭔 상관이냐. 우린 그분들을 꼭 우리 딸의 대부로 모시고 싶다' 라며 병실로 찾아오는데, 이들을 데리고 온 경찰관은 또 미유키의 아빠네요. ㅋㅋㅋ 이렇게 모두모두 행복해지는 걸로 환타스틱한 성탄의 기적은 마무리됩니다.
삼계탕 ㅎㅎ..제작진인가 하청업체중에 한국업체가 있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중간에 나온 필리핀계 킬러였나요? 그분도 사실은 잡에 아내가 있고 그 아내 사이의 아이가 키요코를 보기도 했던 거 같은데... 아무튼 저마다 사연은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청소시간이랍시고 나타난 불량배들과 실은 악덕업자였던 깔려죽을 뻔한 아저씨, 그리고 클라이막스의 그분...까지 악한 순서로 따지면 그 깡패들만큼 악의가 있었던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재작년에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나오지만 아기 예수의 탄생을 향해가는 동방박사와 같은 코드를 이루고 있는데, 원래 동방박사가 남2, 여1 구성인 걸 감안하면 하나라는 드렉퀸은 일본적이면서도 꽤 그럴듯한 구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존 포드의 3인의 대부에서 따왔을 거라고 적어주신 예전 듀나님 리뷰에서는 도쿄 갓 파더즈라는 제목으로 올리셨었죠. 당시 국내에 잠깐 수입되고 한동안 볼 길이 없었던 게 아쉽습니다만 이제라도 보는게 어디냐 싶군요.
저는 예전에 '천년여왕'을 보다 말았네요.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그림이 마음에 들고 후기 영향으로 이 영화부터 먼저 보고 싶어졌습니다. 조만간 봐야겠어요.
그런데 갑자기 크리스마스 영화들이네요.ㅎㅎ
제가 작년 12월에 극장에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보고 재개봉했다는 소식에 또 오랜만에 이걸 봤는데 마침 배티님이 연달아 글을 올려주시니 반갑네요. ㅋㅋ 그 제목에 관해서 찾아보니 원제 그대로 번역한 '동경대부'라는 제목으로 애니맥스에서 방영한 적은 있다네요. 그러니까 기억이 아주 틀리시진 않은걸로!
재감상하면서 곰곰히 따져보니 사실 캐릭터들 각자의 사연이나 설정은 대부분 암울한 일본 사회고발물 같은 작품에서나 다뤄야할 것 같은데... 특히 막판에 정체가 드러나는 문제의 부부 상황을 보면 아주 하드코어해 보였던 미유키의 사정이 상대적으로 무난해보일 지경? ㅋㅋ 어쨌든 그런 와중에도 정이 가는 주인공들이 어떻게 합심해서 제목 그대로 기적을 만나서 훈훈한 전개와 헤피엔딩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있다보니 어쨌든 웃으면서 또는 감동을 느끼면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곤 사토시는 정말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다는 거죠. (2) 퍼펙트 블루나 파프리카는 아무래도 너무 불편한 소재나 전개들이 있는데 저는 천년여우는 이거 못지않게 감동적이고 좋더라구요. 물론 여기서도 주인공의 사연을 파고 들어가다보면 비극적인 면이 있지만요. 어쨌든 작품성은 전부 엄청난 수준이었고 너무 일찍 떠났어요.
맞아요 저도 작년 말 재개봉 얘기 듣고 잊고 살던 게 되살아나서 이번에 보게된 것도 있습니다. ㅋㅋ 애니맥스라... 저랑 인연이 별로 없는 채널이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상 그게 맞는 걸로 하겠습니다!! 하하.
그렇죠. 설정이 세기도 하고, 또 일본 대중 문화 상품 쪽에서 그렇게 '따뜻하게' 다뤄질만한 부류의 사람들도 아니고요. 곤 사토시가 능력만 출중한 게 아니라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인식 면에서도 상당히 남다른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위험한(?) 얘기지만 옛날에 어떤 사람이 쓴 글에서 '곤 사토시가 떠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판이 퇴보했다'는 얘길 읽은 적이 있는데 당시엔 너무 나가는 얘기 아닌가? 했었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게 대충 어떤 의미로 한 얘기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도 하구요.
'천년여우'를 볼 당시에 제가 뭔가 좀 정신 사나운 상황이었던 기억이 있어요. ㅋㅋ 다시 보면 저도 더 좋게 느낄지도 모르니 언젠가 한 번 다시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