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어떤 노숙자의 억세게 운수 좋은(?) 날. '스턱' 잡담입니다

 - 2007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2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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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센스 있고 재밌긴 한데 이게 영화 포스터라는 걸 눈치 채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 브랜디라는 요양 병원 간호사의 일과를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미나 수바리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걸 제외하고 봐도 꽤 좋은 간호사인 것 같아요. 험한 환자들도 싹싹하게 잘 감당해서 환자들에게 인기도 있고. 책임감도 있고 늘 웃는 얼굴로 일을 잘 해요. 그런 모습을 눈여겨 봤는지 윗사람이 와서 승진도 제안하네요. 매우 신났지만 다음 날, 토요일에도 자진해서 출근해서 일을 하라 압박을 넣으니 난감합니다. 마침 또 이 날 저녁에 파티가 예정되어 있었거든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파티에 가서 적당히 놀다가 술도 조금, 약도 적당히(??) 하고 고물 차를 몰고 귀가하는데...


 같은 시간대에 월세를 못 내서 가방도 없이 옷만 들고 헐레벌떡 도망친 실업자 토마스가 등장합니다. 그대로 옷을 돌돌 말아 들고 취업 정보 센터를 찾아가지만 지들이 업무 삑사리 내 놓고선 토마스 책임으로 떠넘기며 몇 주 뒤에 다시 오라는 말을 들으니 망연자실하겠죠. 그러다 공원에서 만난 선배 노숙자(...)에게 술도 한 잔 얻어 먹고 카트도 하나 얻어서 거기에 옷을 넣고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어차피 새벽녘이라 사람도 없고 술도 한 잔 했겠다 과감하게 무단횡단을 시도하는 순간, 브랜디가 차가 달려와 토마스를 들이받고, 머리통으로 앞유리를 깨고 들어가 몸이 끼어 버리는 토마스. 그런데 당황한 브랜디는 그대로 차를 몰아 자기 집 차고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자, 그럼 이제 이 난감한 상황은 어떻게 풀려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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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훌륭한 간호사 젊은이가 딱 봐도 못돼 먹은 직장 상사에게 등골을 뽑히고 있으니 일단 연민이 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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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일이 꼬이기만 하는 실직자 아저씨 역시 연민 돋죠. 그리고 이 둘을 최악의 상황으로 엮어 버리는 게 영화의 근본 아이디어입니다.)



 - 감독 이름만 보고 골랐습니다. 스튜어트 고든이요. 80년대 호러 신성으로 반짝한 후로 그렇게 잘 나간 적은 없지만 그래도 그 바닥에선 나름 레전드급 작품을 여럿 남긴 분이니까요. 근데 틀어 보니 미나 수바리도 나오고 토마스 역의 스티븐 리아도 막 인기 스타까진 아니어도 충분히 유명한 분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조금은 기대치를 높여가며 보기 시작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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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격렬한 관계 맺음의 현장입니...)



 - 현실 세태에 대한 풍자를 의도한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문제의 교통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무려 20여분이 걸리고 그 동안에 두 주인공의 피곤한 사연을 웃음기 하나 없이 꽤 리얼하게 보여주거든요. 실업자 문제라든가, 잘 해주는 척 하면서 노동자들을 경쟁 붙이고 착취하는 사회 풍경이라든가... 그래서 사회적 약자 축에 들어가는 두 사람이 이런 악연으로 얽혀서 벌이는 웃지 못할 코미디/스릴러. 뭐 이런 걸 예상하면서 봤는데요.


 그게 런닝 타임이 절반도 흘러가기 전에 거의 다 휘발되어 버립니다. ㅋㅋ 중반 이후의 전개는 그냥 재수 억세게 없었던 실업자 아저씨가 남의 집 차고에서 몸뚱아리가 차에 낀 채로 피를 철철 흘리며 탈출을 시도하는 & 평범한 삶을 살던 괜찮은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흑화 되어 완전 범죄를 시도하는 엽기 잔혹 스릴러 겸 블랙 코미디로 흘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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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요소가 좀 많습니다. 우왕 웃겨!! 수준까진 안 가지만 심심풀이 정도로 자기 역할은 잘 해주는 편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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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처참한 상태의 주인공이 계속 살려고 몸부림을 치니 보기 거북한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몰입은 잘 되는 편입니다.)



 - 뭐 영화가 꼭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만 한다는 생각은 안 하는 편입니다. 일단 '재밌으면 됐지'에다가 특별히 괴상한 소리만 안 하면 그러려니... 하고 즐기는 편인데요. 이 영화의 경우엔 그런 메시지 같은 걸 전달 하다 말아 버려서 아 어정쩡한데...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ㅋㅋ 할 거면 제대로 끝까지 하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게다가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 버리니 초반에 잘 쌓아 둔 브랜디의 캐릭터가 영 괴상해져 버려요. 평범 성실한 모범 간호사가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과 순간적으로 내린 잘못된 선택의 여파 속에서 빌런이 되어가는... 이런 걸 차분히 풀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거 없이 갑자기 폭주해 버리거든요. 아마도 '평범하게, 남들 눈에 좋은 사람으로 보이면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내면엔 이런 어둠과 광기가 있다' 같은 걸 의도한 듯 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급전개, 급변화인 건 마찬가지라서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클라이막스의 대결이 너무 단순한 구도가 되어 버려서 긴장감도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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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에 '아메리칸 뷰티'와 '아메리칸 파이'로 주목 받았을 땐 헐리웃에서 미녀 배우로 오래오래 잘 나갈 것 같았던 미나 수바리씨. 하지만 상관 없죠 뭐.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며 현역으로 잘 지내고 계십니다.)



 -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잠시 제껴 놓고 그냥 저예산 호러/스릴러의 관점에서 본다면 적당히 잘 만든(?)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기본 설정의 황당함이 먹어 주는 부분이 있구요. 대략 하룻 동안의 시간을 빼곡하게 심심할 틈 없이 이런저런 자잘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잘 채워 넣어서 지루하지도 않구요. 감독님 소싯적 장기를 살린 고어 장면들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으아아그아악 소리 나오게 잘 연출되어 있구요. 가끔씩 피식 웃게 하는 유머 센스도 나쁘지 않고 난장판 클라이막스도 이 정도면 합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요.

 그러니까 심심하지 않게 잘 뽑은 B급 스릴러 무비...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충분히 잘 보긴 했는데 '좀 더 재밌을 수도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아쉬운 경우가 되겠습니다. ㅋㅋ 네, 그랬습니다.




 + 다 보고 나서 imdb를 뒤져 보니 중간에 제프리 콤즈의 카메오가 있었더라구요. 911 안내원 목소리로 짧게 등장하십니다.



 ++ 시작할 때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전체적인 사건의 개요는 현실 사건을 그대로 가져온 거였더라구요. 파티 끝나고 귀가하던 간호사가 노숙자를 차로 쳤는데 앞유리를 박살내고 몸이 끼어 버린 사람을 그 상태 그대로 차고에 넣어두고 모른 척 했다구요. 의식도 있고 충분히 살 가능성이 있는 걸 방치하고 죽게 만들어서 50년 형을 받았답니다. 스포일러 아니에요. 현실과 달리 영화 속 노숙자는 살기 위해 아주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토마스를 차에 끼인 그대로 자기 차고로 끌고 온 브랜디는 이걸 어쩌나... 하며 911에 전화도 걸어 보지만 결국 도중에 끊어 버려요. 현장도 아니고 집까지 데려와 놓고 이제사 신고 해봐야 본인 죄가 작을 수가 없다는 걸 아니까 그랬겠죠. 그러다 토마스가 깨어나서 신고고 뭐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살려만 보내달라 애원하지만 각목으로 머리를 두들겨 패서 기절 시켜 버리구요. 그때 집에 방문한 남자 친구에게 교통 사고 사실을 고백하는데 그 노숙자가 지금 자기 차고에 있다는 부분은 쏙 빼놓고 얘기합니다. 마약 딜러이자 건달인 남자 친구는 허허 그깟 노숙자 차에 치어 죽어봤자 아무도 신경 안 써~ 라며 마음 진정 시키라고 술과 마약을 권하고 둘은 아주 신나게 섹스를 하네요. 깨어난 토마스가 둘의 섹스 소리를 들으며 황당해하는 게 나름 개그였구요.


 다음 날 아침 브랜디는 토마스에게 '내가 지금 구급차 불렀으니 조금만 기다려요' 라고 말하고는 부랴부랴 출근을 하는데... 물론 구급차 얘긴 뻥이었죠. 가서 동료에게 '내가 아주 급한 일이 있으니 윗사람들에게 안 들키게 좀 도와달라'며 땡땡이를 치고 남친 집으로 가는데 이 놈이 바람 피우다 현장을 들키구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브랜디는 점점 포악해지고, 남자 친구는 완전히 쫄아서 '내가 그동안 처리한 사람이 수십 수백이니 해결해주마'라며 열심히 브랜디를 달래요.


 그러는 와중에 브랜디의 옆집 소년이 굴러들어간 공 찾으러 갔다가 토마스의 상태를 목격하는데... 집에 와서 엄마에게 얘기하고, 구해주자고 뜻을 모으는데 난입하는 아빠. 야 미쳤냐 경찰을 불러? 추방 당하고 싶어서 환장했니? 라며 화를 버럭버럭 내요. 불법 체류자 가족이었던 모양... 그래서 토마스의 희망 하나가 사라지구요.


 집에 도착한 브랜디의 남자 친구는 계속 허세를 부리며 자기가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고 외쳐대지만 하는 꼴을 보니 사실 그냥 약이나 팔았지 조폭 같은 일은 태어나서 한 번도 해 본 적 없음이 분명합니다. 오히려 흑화 완료된 브랜디보다 훨씬 소심하고 겁에 질린 꼴을 보여서 계속 브랜디에게 혼만 나요. 그 와중에 브랜디의 직장 동료가 '너 결국 상사에게 땡땡이 걸렸음' 이라는 소식을 전해주러 왔다가 피투성이가 된 차를 보고, 브랜디와 애인은 사슴을 친 거다! 라고 말도 안 되게 둘러대는데 사실은 친구보다 마약에 정신이 팔려서 애인이 한 봉다리를 건네주고 우하하 즐거워하며 가 버리는 친구. 이렇게 한 고비를 넘기구요. 이 와중에 불쌍한 토마스는 검은 쓰레기 봉투에 돌돌 말려 신음하다가 냄새 맡고 들어온 이웃 강아지가 골절되어 뼈가 튀어 나온 부위를 아주 맛깔나게 핥아대는 통에 극한의 고통을 겪습니다. 다행히도 좀 그러다 가 버리긴 했지만요.


 결국 브랜디의 갈굼에 못 이긴 애인은 권총과 쿠션을 들고 다가와서 망설망설 주저주저하다가 총을 뽑아 드는데... 이때 의식 없는 척 하며 눈치 게임을 하던 토마스가 전날 취업 정보 센터에서 서류 쓰다가 주머니에 넣었던 볼펜을 꺼내 남친의 눈알에다 풀파워로 꽂아 버려요. 그리고 그걸 꾹 꾹 열심히 눌러대서 남친은 바이바이. 그러고 차고 밖으로 나가 도망치려는데 브랜디가 쫓아오구요. 남친에게 빼앗은 권총을 들이대며 위협해 보지만 이미 눈에 뵈는 게 없는 브랜디는 쫄지도 않고 권총 쥔 손을 퍽 쳐서 오발 시킨 후에 장도리 풀스윙으로 토마스를 기절 시킨 후 다시 차고로 끌고 갑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브랜디는 자신과 자동차에다가 휘발유를 부어대며 '이거 다 니가 침입해서 저지른 일이라고 할거라능!' 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만. 두뇌 풀가동으로 차 안으로 급히 들어가 시동을 걸고 엑셀을 손으로 눌러서 자동차를 브랜디에게 돌진 시키는 토마스. 차와 벽 사이에 끼어 피를 토하며 살려달라고 비는 브랜디에게 "너는 대체 왜 날 도와주지 않은 건데!!!?" 라고 외치며 성냥에 불을 붙입니다만... 결국 또 맘이 약해져서 불을 꺼 버려요. 근데 그 순간 브랜디는 남친의 권총을 꺼내 쏘아대고. 으아아악하고 차 밑으로 피한 토마스를 노리고 총을 쏴 대다가 결국 본인이 뿌린 휘발유에 불이 붙어 스스로 활활 타오르는 처참한 엔딩을 맞습니다.


 콜록거리며 간신히 간신히 차고 밖으로 나와 쓰러진 토마스. 아까 신고를 하려다 포기했던 옆집 불법 체류 식구들이 달려와 부축을 해주고요. 활활 타오르는 집으로 몰려드는 주민들, 경찰차 등을 보여주며 엔딩입니다.


 ++++ 덤으로. 현실 사건의 피해자는 당연히 토마스 같은 활약은 하지 못했죠. 그냥 거기에 끼어 있다가 과다 출혈 등으로 사망했다고 하구요. 브랜디는 영화 속 원래 계획대로 그 피해자를 차에 실어 놓고 숲에다 버렸는데... 4개월 후에 그 차가 발견되면서 곧바로 체포. 징역 50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라고 합니다. 끝.

    • 뭔가 했더니 그거군요. 이걸 거의 개봉 시기랑 비슷하게 봤던 거 같은데 한 장면이 강하게 남아 있어요. 영화에서 주인공끼리 시체였는지 그걸 어디다 담냐는 대화를 하며 '나도 몰라. 비닐봉투?' 아마 이런식의 대화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자막과 달리 대사는 "plastic?"이어서 '아 저 동네는 비닐봉투를 plastic이라고 하는구나.'하는 깨달음이 너무도 컸거든요. 영화는 저는 꽤 재미나게 봤던 거 같아요.


      • 와 되게 정확하게 기억하시네요!! ㅋㅋ 맞아요 딱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저 역시 대사 보다 먼저 뜬 자막을 보고선 이게 바이닐일까 플라스틱일까? 하다가 아 역시 플라스틱이 맞구나... 하고 봤네요.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그냥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거죠. ㅋㅋ
    • 제작과 개봉 당시 아주 황당한 이야기인데 이게 실화라고?하는 의문을 가지게 했던 그 영화군요. 스튜어드 고든은 제 취향 감독이 아니라서 굳이 볼 생각을 못했는데 스포일러까지 보니 역시 찾고 싶은 영화는 아닙니다. 간호사도 사람이라 음주운전을 할 수 있는데, 명색 의료인이 다친 사람을 그렇게 방치했다는게 너무 끔찍하게 느껴져서요.    

      • 전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아시는 분들이 계셔서 신기합니다!! 하하. 그렇죠. 늘 현실은 픽션을 압도한다는 거... 본인 인생 꼬일 거 생각하면 다친 사람 따위는 나중 일이었던 거죠. 게다가 노숙자였으니 더더욱 쉽게 생각하기도 했을 거구요.




        좀 아이러닉한 건 이게 그 동네에서 꽤 유명한 사건이었는지 화이트 워싱 논란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현실 간호사가 흑인이었대요. 근데 이건 뭐 좋은 것도 전혀 아니라서 워싱 좀 해도 그렇게까지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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