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자녀를 두고 있는 분들은 어찌 보셨을지.

넷플릭스의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소년의 시간 Adolescence' 보셨어요?
격찬이 많길래 보기 시작했는데 10대 아이들 양육에 관심이 많던 제 입장에서 너무 할 말이 많아지는 드라마였어요.

드라마가 실험적이고 굉장히 집중되어 있고 게다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미묘해서
요즘 세상 이슈에 잘 따라오지 않고 있는 분들은
애가 진범인가 아닌가부터 의심하고 나중에 흑막이 벗겨질거라고 기대도 하고 그러시더라고요.
4화가 끝이라니까 아니 정말? 이게 끝이야 하시면서.

근데 이것은
7학년 남자애 제이미가 동급생을 살인한 드라마고요. 스포 아님. 1화에 나와요, 그냥.
요즘 시대에 남자아이 여자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저는 처음에는 한국어 제목이 맘에 안들었어요.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도 나오니 영어 제목 Adolescence가 더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끝까지 보고 나니 이것은 소년의 시간이 맞다 싶습니다.
남자아이를 키울 때 더 많이 주의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경고를 주는 듯 해요.

주인공과 심리상담사의 엄청난 연기가 부딪히는 3화가 저한테는 젤 재밌고 개인적으로 배울 게 많았지만
부모된 입장에서는 4화가 남의 일이 아니더라고요.
저 부모가 도대체 어떻게 살인자의 부모가 된거지?
정말 평범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이잖아요?
파탄이 된 것도 아니고 극도록 가난한 것도 아니고
이런 흔한 부모가 가해자의 부모가 되는 세상이라니..

하지만 잘 보면 가정교육이 왜 아직도 중요한지 알려주는 드라마예요.

1. 아들은 아빠를 계속 찾는다.

일단 아빠의 경우 할아버지 (아빠의 아빠)는 그냥 폭력적인 사람이었어요.
아빠는 그걸 알고 벗어 나려고 했지만 아빠도 사실 충분히 마초이며 남성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어요.
엄마랑 연애얘기할 때 나서서 춤추고 하는 거에서 넌즈시 암시가 되고
창고도 부순 이야기가 나오구요.
아이들이나 아내를 때리진 않지만 소리지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할 때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아들에게 자신의 단점얘기는 안하기 때문에
아들은 아빠가 롤모델이었고 경찰서에서도 엄마 보다 아빠를 계속 찾고 있지요.
상담사하고도 여자와 아빠에 대해 이야기하죠.
아이들에게, 엄마로서는 좀 억울하지만, 엄마의 역할은 사실 아이들에게 디폴트라 기본값으고 깔고 가는 거고
아들들에게는 아빠의 인정이 아주 중요하다고들 해요.

2. 아이는 그림을 좋아했어요.
정신병원(?)같은 곳에 수감되어 있는 중에 그려서 아버지에게 보낸 카드만 봐도
아이는 예술적인 재능이 있지요.
하지만 아빠는 계속 축구, 복싱같은 스포츠 시키고
다른 남자들이 자기 아들 비웃을때 그 곁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창피해하고
은연중에 계속 폭력적인 남성성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아이에게 주고 있어요.
Masculinity. 우리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논의해야 하는 문제. 아이들과도 이야기해봐야 하는 주제 같아요.
상담사가 계속 그걸 묻잖아요. 네가 생각하는 남성성이 뭐냐고.

3. 뭔진 모르지만 뭔가를 더 했어야 한다
라는 말이 4화에 나오는데 저는 이게 이 드라마의 핵심 같아요.
부모들은 아이가 집에 있으니 안심하고 괜찮겠거니 하겠지만
아이들은 소셜 미디어의 바다에서 헤매며 죄를 지어요. 1시까지 게임하고 인터넷 하고 포르노를 해요.
물론 1시까지 게임하고 인터넷하고 포르노본다고 모두 이렇게 되는 건 아니지만
더 신경을 쓰고,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하면서도 존중의 대화를 계속 계속 해야 한다는 거죠.

4. 희망편
아들 가진 부모님들 걱정이 태산일텐데 저 아빠의 반대격으로 나오는 역할이 형사로 나오는 아빠라고 봤습니다.
아들에게 학교 방문한다고 괜찮겠냐고 메시지 보내고 인스타그램의 이모지 하나하나 무슨 의미인지 배우고
아들이 맛있게 생각하는 칩스를 먹으러 가잖아요, 자기한테 맛있는 게 아니라.
부모가 저렇게 아이를 존중하고 유대관계를 유지하면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작가가 정말 공부 많이했어요...


아들 키우는 입장에서 이 시리즈 충격적으로 보신 분들 많을텐데
한국에서도 인셀의 형성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일어났으면 합니다.

* 왜 80%의 여자들이 20%의 남성에게 끌린다는 말들을 그렇게 하지요?
여자들은 자신에게 잘해주는, 관식이같은 우직한 남자들에게 기대고 싶어한단 말입니다.
뭔가 할려고 하지 않고 그냥 옆에 있어주면 여자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는데 그걸 모르고 알파메일일 되려고 하고 안되면 여자를 저주하고...
이효리도 이상순과 결혼하는데 말이죠.. (비난 전혀 아닙니다.)
    • 모든 에피소드가 1시간의 리얼타임 롱 테이크다 보니 다큐멘터리 현장을 경험하고 있다는 착각을 가지게 되더군요. 
      마지막 4화를 보고 나서는 좀 먹먹하고 우울해졌어요. 마지막 부분인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이미가 전화를 하면서 가족들과 나누는 대화..
      그리고 제이미 침대에 그 조그만 곰 인형말이죠. 부모된 마음으로 시간을 되돌 수 만 있다면 어떨까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 최근 몇년 동안 인셀, 인셀 하지만 정말 이렇게 제대로 소름끼치도록 리얼하게 다룬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3화가 특히 압권이었죠. 남자직원과 여자상담사를 대할 때의 차이, 뱉는 말 하나 하나가 정말 그렇게 비뚤어진 인식을 형성하고 있는 어린 소년들을 세심하게 분석해서 캐릭터로 완성해놨다는 느낌이었어요.




      * 그런 이론을 설파하면 그냥 원래부터 '우린 안될거야 아마'로 훨씬 자기들한테 받아들이기 편한 대체현실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말하는 '알파메일'이 되려고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애초에 안되는 걸로 포기하고 여자들에게 화풀이하고 혐오범죄를 저지르죠. 예전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모쏠'이라고 하던 시절은 그래도 자기비하를 하면서 어떻게 노력해야 사귈 수 있을까로 귀결이 됐는데 이게 얼마나 극적으로 바뀌었는지가 지금의 인셀이 아닐까 싶어요.






      https://variety.com/2025/tv/global/adolescence-available-to-stream-uk-secondary-schools-1236352461/


      10대 아들, 딸 자녀가 있는 영국 총리가 이 시리즈를 보고 충격을 받아서 될 수 있는 한 많은 학생, 가족들이 보고 대화를 나누어야한다며 영국 전역의 중등학교에서 모두 시청이 가능하도록 지원을 한다네요. 영국도 다른 나라들처럼 정치적인 이런저런 문제들은 많지만 이건 부럽습니다.

      • 저도 3화 보면서 얼마나 기가 빨리던지... 상담사가 아이의 도발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직업정신을 지켜 나가는 데 경외감마저 들더군요. 누울자리 보며 발뻗고 강약약강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아이가 너무 리얼했고요.




        대체현실 정말 공감되고요. 알파메일되려고 노력도 안하는군요. 알파메일 되봤자 부상길인데... (자꾸 드라마를 섞어서 죄송 죄송.




        영국은 정말 더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듯 해보여요... 남 말이 아니지만.

    • (3화의 충격이 너무 커서 아직 4화는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2화에서 여형사가 이야기한 것처럼 피해자의 입장이 더 드러나지 않는게 좀 아쉽고요. 살인 피해자가 되기 전에도 케이티가 얼마나 괴로운 상황이었을지 생각하면 절친의 폭력적인 행동도 이해가 가려고 합니다. 근데 케이티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를 상상해 보려고 했는데, 13살 소녀가 이런 범죄의 희생자가 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센세이셔널해서 피해자의 고통을 구경거리로 삼는 저열한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그리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 저는 최소한 케이티 가족들이 주인공인 에피소드도 하나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짧은 미니시리즈인데 그 여형사의 대사로 퉁치고 넘어가려 했다는 느낌이 있어요.

    • 대부분 다 동의하고 저도 한남커뮤에서 80, 20 어쩌구 하면서 여혐하는 애들 논리는 기가찹니다.


      다만, 관식이같은 우직한 남자도 일종의 판타지죠.. 아니면 부모님세대에선 그런 우직함이 먹혔을지도요. 


      지금 20-30대 남성은 그런 우직함'만'으로는 동시대 20-30대 여성에게 매력적인 존재는 아닐겁니다. 얼굴이 박보검이면 예외고요.

      • 동시대 20-30대 여성에게 매력적인 존재는 그러니까 하나가 아니라는 거죠. 다들 다르니까 그냥 '얼굴이 박보검이면 됨'으로 퉁치며 넘어가는 거죠. 


        번식 본능이 유전자에 새겨진 만큼 여성에게 매력적인 존재는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나 우리 선배 여성들에게는 그래도 생활력, 그래도 자산 이었다면


        지금은 전폭적인 서포트를 해줄 남자, 잘생긴 남자, 트로피 남자, 부양 책임 없는 남자, 페미니스트 남자 등등 더 다양해진 거 아닌가 해요.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선 넘지 않고 우직하게 다가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지요...


        모두의 인기를 얻을 필요는 없다 한 사람에게 충실하자라는 충고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 제가 듣기로는 한 엄마가 사춘기 딸이 꼭 보라고 해서 봤고 보는 동안도 울다가 4화끝나고는 펑펑 우셨대요. 이런 상황에서 내 딸이 학교를 다니는구나. 뭘 어떻게 해줘야 하나. 나라도 사랑을 듬뿍듬뿍 더 퍼줘야겠다 생각하며 그렇게 눈물이 났다고. 그랬더니 딸이 다가와서 꼭 안아줬대요. 한참을 안고 있었다고 합니다.

    • 아직 안 봤기에 흐린 눈으로 읽었습니다만, 역시 얼른 봐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주말엔 꼭 보겠습니다!

    • 중2를 갓 마친 중3아들을 둔 입장에서 저 영화는 못볼것 같습니다. 봐야하는 영화같지만. 


      아이가 친구와 어울리는 재미를 알게되면서 친구와 편먹고 여자아이 한명을 종교와 관련하여 놀렸다는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어찌나 놀랐던지. 


      다행히 학폭까지는 안가고 정중한 사과를 하는 선에서 정리가 되었습니다. 


      제 아이는 수줍어하고 제 눈엔 그냥 착해보이는 아이인데 친구와 뭉치면 눈에 뵈는게 없나봅니다. 에혀 


      저 자랄때처럼 일처리한다면 두들겨팼겠지만 요즘 시대는 아이의 인권도 중요한 시대니 종교는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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