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엔 남태령, 수요일엔 광화문

화요일 저녁 남태령에 가면서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트랙터를 트럭에 싣고 올라온 전봉준 투쟁단을 대낮부터 경찰과 극우세력이 합동으로 막아서서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오세훈이 남태령 현장을 찾아서 경찰에게 트랙터 통과는 절대 안된다고 지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쯤되니 도대체 트랙터가 뭐길래 이렇게 막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세훈이나 경찰이 이렇게 호들갑만 떨지 않으면, 트랙터는 그냥 남태령을 통과해서 서울에 갔다가 행진 때 한번 돌고 그냥 내려가게 됩니다. 그게 끝입니다. 그런데 오세훈과 경찰이 쓸데없이 길을 막고 트랙터를 못지나가게 하니까 사람들이 모이고 트랙터를 통과시키라고 집회를 하고 하면서 그게 저항의 상징이 됩니다. 그 어떤 실용성도 없는, 관료주의적 기싸움입니다.
퇴근하고 밤에 남태령에 갔을 때 경찰의 악의적인 차 배치를 느꼈습니다. 남태령역 출구는 아예 극우세력들한테 점령되어있었고 경찰은 극우쪽 무리들이 사람들에게 시비거는 걸 전혀 저지하지 않았습니다. 다이렉트로 넓게 가면 되는 길을 버스 사이로 한명씩 줄을 지어 간신히 통과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계엄 이전 주말마다 있었던 촛불행동의 행진 때도 삼각지역 쪽에서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통행을 일부러 어렵게 만들려고 통행로를 길고 삥 돌아가게 만드는 식으로 차나 인위적 벽을 배치해놓는 것입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왜냐하면 제 앞에 가던 다른 시민분이 극우쪽이랑 시비가 거하게 붙어서 거의 몸싸움이 나기 직전까지 공기가 험악해졌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계속 진정시키면서, 앞으로 밀고 나아가려니 낑낑거려야 했습니다.
뒤쪽으로 갈 수록 옆으로 트랙터를 실은 트럭들이 주차되어있었고 경찰들이 트랙터 주위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트랙터 주변의 인파를 경찰들이 둥글게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도 어떤 분은 북을 치며 놀고 있었고 어떤 분은 작은 화이트보드에 말풍선을 그리고 '집에 가고 싶다' 같은 문구를 써놓은 뒤 경찰 머리 뒤에 올려서 우리를 웃겼습니다. 저는 좀 멀찌감찌 떨어져서 보다가 나중에는 행렬 사이에 앉아서 구호도 외치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그 와중에도 계속 간식들이 들어와서 뭔가 좀 감동적이었습니다. 연대라는 건 정말 마음씀씀이가 큰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거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어느 분이 호두과자를 하나씩 나눠줘서 그게 또 그렇게 반가웠습니다.
저는 오후 11시까지 버티다가 집에 왔습니다. 몇달 전에 있었던 시위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 같아 영화 속 플래시백에 들어온 초현실적 느낌도 나고 그랬습니다. 헛웃음이 나더군요. 대체 왜 우리는 남태령에 또 이렇게 와서, 겨울날씨를 느끼며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이제 확실하게 훈련이 된 말벌 동지들이 날을 새려고 작정을 했더군요. 봄같지 않게 날씨가 꽤 추웠는데 많은 분들이 은박담요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는 또 괜한 감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날을 새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고, 이렇게 추운 날 바깥에서 계속 있는 건 정말 위험한 짓인데도 그걸 이렇게 즐겁게 하는구나 싶어서요. 먼저 떠난다는 사실에 죄책감도 들고 또 든든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젊은 극우 유튜버들이 '이재명 X이나 빨아라'라고 상스러운 소리를 계속 하면서 낄낄대고 있었습니다.

찌뿌둥하게 일어나서는 바로 트위터를 켰습니다. 현장 인원들이 줄어들자 경찰들이 불법 시위 해산하라고 계속 위협하고, 또 차의 공회전을 일부러 걸어놔서 매연가스를 시민 쪽으로 뿌렸다는 안좋은 소식들이 올라와있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시민들이 별 일 없이 날을 새고 있다는 소식은 다행이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싸우는 사람들을 두고 혼자 후퇴해버린 것 같아 속상했습니다. 출근해서도 트위터는 계속 어지러운 소식들이 올라왔습니다. 광화문에 트랙터 한대가 왔고 그걸 경찰들이 탈취하려고 해서 진보당 의원들과 다른 시민들이 미친 듯이 몸싸움을 해야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트랙터를 뺏기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경복궁역 2번 출구쪽에서 집회를 했습니다. 트랙터를 지킨 승리를 이야기했고 경찰과 오세훈의 폭력을 규탄했습니다. 특히 전여농 회장님이 밝게 인터뷰하는 걸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며칠 전에는 단식 때문에 큰 소리를 못낸다고 발언을 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이 지독한 투쟁 끝의 승리가 그 분에게 약같은 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너무 피곤해서 행진하다가 안국역에서 어물쩡 집에 왔습니다. 분명한 건, 트랙터를 지킨 건 경찰들에게 시달리고 폭력을 당하면서도 그걸 지키려고 아득바득 애를 쓴 시민들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절대 자동으로 돌아가지 않고, 경찰은 시민들을 치워내고 억압하는 것을 자연스레 실행하는 집단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면서 처절하게 드러눕는 시민들을 생각합니다. "평화시위"라는 말은 사실상 경찰이 시민들을 편하게 통제하려고 지어낸 말이라는 것만 다들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산불로 피해가 심각한데 필요인력을 필요한 곳에 쓰지않고 이런데서 농민들이랑 아무 쓸데없는 기싸움이나 하다가 이재명 무죄발표 시점부터 슬슬 해산하던데 진짜 한심하고 무능하고 짜쳐도 너무 대놓고 짜치더군요. 서울시장이라는 인간이 어린애들 급식주기 싫다고 질질짜고 농민, 힘없는 시민들 탄압하는 것말고 할 줄 아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그래왔지만 내란시도, 서부 법원 폭동을 겪고도 극우단체는 봐주고 정당한 시위하는 시민들은 막고 심지어 6천만원 주고 서로 미리 작전도 짰다죠. 진짜 썩지 않은 곳이 없으니 너무 썩은 내가 진동합니다.
이렇게까지 결탁해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기사 대통령이 극우유튜버한테 직접 표창장 주고 있으니 크게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지만요.
이번에 명태균 건으로 확실하게 처리해야합니다. 오세훈은 저한테 거의 윤석열 버금가는 빌런이네요..
이런거보면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 전두환이 서울에 일어나는 시위 탄압과 자기 권력 유지를 위해서 지방에 일 잘하는 인력이랑 인력으로 쓸수있는 공권력 인원들을 빼간것이 지방 치안 유지에 큰 헛점을 만들어서 일어난것이라는 말에 담긴것들이 어떤것이었는지 정말로 싫을정도로 이해가 됨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기반으로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묘사된 바 있습니다. 전경(당시 전투경찰)이 시위 진압하느라 다음 살인이 일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가 왔는데도 병력지원이 불가해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새로운 희생자가 발견됩니다.
- 긁어온 트윗
진짜 딱 이거죠. 시민들 탄압한다고 공권력을 빼온 결과 그 공백으로 계속 다른 데서 시민들이 죽고 다치는...
감사합니다. 주중에 나가려면 직장일로 힘들 것인데요.
이렇게 다녀 온 글 올려 주시면 뭔가 실체 있는 게 느껴지고 게시판에도 에너지가 보태지는 느낌입니다.
저는 사실 탄핵집회 글이 너무 없는 것도 그런 거 같아서 좀 씁니다. 엄연한 현실과 괴리되어 취향으로만 도배되는 인터넷 공간은 그 자체로 비정치적이려하는 정치적 압력 같아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