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바낭] 재미가 없어야 하는데 있습니다. '타임 애딕트: 시간 중독자들' 잡담
- 202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2분. 스포일러는... 적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적는 게 큰 의미도 없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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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영화 내용 반영해서 풀어 말하자면 '시간 여행하는 마약 중독자들' 정도가 되겠습니다. 물론 다른 해석도 가능하게 붙인 중의적 제목이겠죠.)
- 호주의 한가한 시골 동네. 직업도 없는 잉여 마약 중독 청춘 드니스와 조니가 주인공입니다. 간단히 말해 '트레인스포팅'에서 주인공들 약 빨 때 배경에서 약에 취해 뒹굴거리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에요. 꿈도 희망도 없고 가치관도 사고 방식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데 쓸 데 없이 말만 청산유수이고 그렇죠. 그리고 이들은 동네 마약 딜러 케인에게 약값 빚 탕감을 조건으로 도둑질 미션을 하달 받습니다. 마을 구석에 있는 낡은 집에 들어가서 가방 속에 든 약을 가져 오래요. 누군가 한 명 미친 늙은이가 살고 있을 테지만 큰 걱정은 하지 말고 가방만 갖고 나오라고. 드니스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이 임무를 거부하고 싶지만 조니는 이런 개이득이 어딨냐며 받아들이고서 드니스 발목까지 잡고 들어가구요. 그렇게 남의 집에 들어가 가방 득템까지 뜻밖에 수월하게 성공한 둘, 하지만 괴상하게도 나오는 길이 어느새 막혀 있었고. 이걸 어쩌나 고민하는 드니스야 그러거나 말거나 조니는 자신의 한심함을 입증하려는 듯 가방 속의 마약을 꺼내 시원하게 들이키는데... 그러고 잠시 후엔 뿅! 사라졌습니다!!! 분명히 이 약의 정체를 알고 있던 케인이 '절대 그 약을 하지 마'라고 주의까지 줬건만. 대체 이건 무슨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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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트레인스포팅에서 뜯어 온 듯한 주인공 2인조. 다만 진짜 주인공은 둘 중 여자분, 드니스입니다.)
- 어차피 영화 제목에 적혀 있잖아요. 그렇습니다. 그거슨 시간 여행을 하게 만들어주는 신비의 마약이었던 것! 그래서 과거로 돌아간 조니의 상황이 꼬이고, 현재에서 집주인에게 들켜 위기에 처한 드니스가 또 마약을 들이켜서 탈출했다가 다 죽어가는 노인이 된 케인을 마주치고, 그러다 조니가 과거로 부터 보낸 메시지를 받고 드니스가 조니의 시간대로 돌아가고... 그 와중에 또 현재를 들락거리면서 몇 시간 전의 자기들을 마주치고. 이런 식으로 영화 내내 시간대와 사람들이 얼키고 설키면서 꼬여가는 코미디 영화에요. 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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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렇게 사이코패스 범죄물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코미디구요.)
- 단점부터 말하자면 시작부터 끝까지 신선한 아이디어가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마약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는 아이디어도 이미 몇 년 전에 '싱크로닉'이 써먹었던 것이고. 그렇게 시간 여행을 하면서 서로의 관계가 꼬이고 타임 패러독스 같은 게 생기고 이런 전개도 이 소재의 이야기들이 수 천 번은 넘게 써먹었던 그 방식에서 1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보다 보면 잘도 이런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다 싶을 정도.
그래도 나름 신선한, 그래서 좋게 볼만한 부분이 하나 있다면 이 영화의 설정인데요. 도둑질하러 들어가는 도입부부터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그 집을 한 번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집 안에서만 계속 시간 여행을 해댄다는 게 기본 설정이에요. 그래서 한 장소에서 배우 네 명이 서로 지지고 볶는 걸로 런닝 타임의 거의 대부분을 채워 버립니다. 극저예산 장르물다운 설정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시간 여행물'에서 이러는 건 거의 처음 보는 기분이라 신선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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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상식으로 볼 때 제정신인 캐릭터가 하나도 없는, 맛간 사람만 잔뜩 나와서 험한 드립을 쳐대는 게 영국맛이 많이 나는 편입니다.)
- 그런데 제목에도 이미 적어 놨듯이 전 또 이걸 재밌게 봤단 말입니다? 그래서 그 이유가 뭐냐면...
그냥 캐릭터들과 대사들이 웃깁니다. 각본 쓰신 분이 창의성이 막 터지는 분은 아닐지 몰라도 말빨은 참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유머 감각도 좋구요. 이 반쯤 정신줄을 놓고 사는 구제불능 청춘들이 계에에에속해서 약 빨고 이 시간대, 저 시간대로 옮겨다니며 엮여대는 정신 사나운 이야기 전개... 가 종종 따라잡기 힘들어서 이해가 안 갈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이놈들이 맹한 표정으로 상황에 안 맞게 뻘한 대사를 쳐댈 때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와요.
그리고 웃음의 힘이란 게 있잖습니까. 그렇게 웃다 보면 어느샌가 얘들한테 정이 들구요. 그러다 막판에 가면 이야기가 어처구니 없게도 짠하고 애틋한 드라마 쪽으로 흘러가는데... 그렇게 정이 들어 버렸기 때문에 그게 좀 먹힙니다. ㅋㅋ 분명히 참 어이가 없는 상황이고 게을러 보일 정도로 뻔한 전개인데도 그 짠함과 애틋함이 적당한 정도로 살아나요. 머리로는 이게 맞나? 싶은데 어쨌든 기분은 그렇고 그래서 재밌게 봤네? 하고 마무리를 하게 되니 뭐... 조성용님 전매특허 표현을 빌리자면 '투덜거릴 필요는 없겠지요'가 되어 감상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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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아는 배우야! 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본 작품이 없는 배우였던. ㅋㅋㅋ 아마도 '더 스트레인저'에 나오는 남자들 같은 차림새 때문이었나봐요.)
- 종합하자면...
뭐 딱히 '이거 숨은 수작이니 챙겨 보시면 좋아요!' 라고 추천할만한 영화까진 아니었구요.
의외라면 의외인 부분은 보통 이런 저예산 인디 SF(?)의 경우엔 참신한 아이디어 같은 걸로 승부하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런 거 없이 그냥 대사빨과 캐릭터로 승부하는 작품이었다는 거? ㅋㅋ 그래서 대체로 재밌게 보긴 했지만 이런 말빨이 장기인 사람이라면 그냥 정통 코미디로 승부했다면 더 재밌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SF랑 스릴러가 큰 비중으로 결합된 모양새인데 이쪽은 그리 좋지는 않거든요. 특히 초반 30분 정도는 이야기가 계속 미궁으로만 빠져드는 식이어서 따라가기도 좀 어렵고 재미가 늦게 붙는 편이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이게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이던데, 이후 작품들을 기대해 보는 걸로...
끝입니다.
+ 바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먼저 영화 속 마약은 특정 연도를 떠올리며 흡입하면 그 시대로 시간 여행을 시켜주는 참으로 편리한 마법 아이템입니다.
마약상 케인의 오더를 받고 도둑질을 하다가 시간여행 마약을 들이킨 조니는 그 직전에 집의 벽에서 본 연도인 1994년으로 가서 그 집에 살고 있던 여자를 만나는데... 이 사람은 오랜 잠입 수사로 심신이 피폐해지고 자기가 무너뜨린 조직의 보복을 두려워하다가 신경 쇠약 폐인이 된 양반이었죠. 근데 이 양반이 총으로 위협해서 조니를 덮치고(...) 조니는 살고 싶어서 강제로 그 여자의 동거인이 됩니다.
현재에 남아 있던 드니스는 조니의 대책 없는 행동에 화를 내다가, 그 집에 살고 있던 괴한의 공격을 받고 위기에 빠져 아까 조니 흉내를 내며 마약을 흡입하는데요. 역시 집 안에 있던 무언가의 암시로 2050년으로 이동합니다. 방사능 오염과 매드맥스스런 환경으로 집 밖에 나갈 수가 없게 된 그 시대의 집을 헤매던 드니스는 집 벽에서 수많은 여성들의 사진을 발견하고 그 중에서 자신의 모습도 찾아내겠죠. 심지어 조니 사진도 있는데... 그때 벽에 새겨진 낙서로 '1994년으로 와줘' 라는 메시지를 발견하구요. 근데 이때 케인이 나타나요. 이게 뭐꼬! 했는데 사정은 모르겠으나 암튼 처음부터 케인이 그린 그림이었던 거죠. 역시 위협 받다가 다시 또 마약을 들이키고 방금 본 낙서의 1994년으로.
거기에서 이미 1년 가까이 살고 있는 조니를 마주치는 드니스입니다만. 또 쓸 데 없는 뻘한 드립들로 서로 비난을 퍼부으며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데 조니를 이 집에 붙들고 있는 그 집주인 여자가 임신한 채로 나타나 '진심 무능 찌질하고 아무 짝에도 쓸 모 없는 놈이지만 내 애의 아빠를 데려갈 순 없어!'라고 외칩니다. '나는 이래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거든' 이라고 말하는 조니... 는 무시하고 당황하는 드니스. 왜냐면 이 여자가 세상을 떠난 자기 엄마였거든요. 그리고 날짜를 확인해 보니 맙소사. 여자 뱃속의 아기는 드니스임이 분명하고... 그렇담 조니는 자신의 아빠가 되는 겁니다. ㅋㅋㅋ 그래서 또 뻘한 드립들이 오가고. 정신을 차린 드니스는 조니를 현재로 보내달라 부탁하지만 엄마는 '난 지금 이 세상에선 애를 키울 수 없으니 그렇담 내가 다른 시대로 가겠다!'며 마약 흡흡. 그러고는 방금 전까지 드니스와 조니에게 들었던 시대인 2023년으로 타임 슬립을 해버리죠. 둘이 남은 주인공들은 난데 없는 부녀지간의 대화를 좀 나누며 책망도 하고 그러는데... 이때 미래에서 케인이 나타나구요. 또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조니가 방금 전에 '드니스 너는 동네 양아치 쓰레기의 자식을 임신했다가 내다 버렸잖아!' 라는 대사를 쳤는데, 그 내다 버린 아이가 자란 게 케인이었던 거에요(...) 케인은 미래에서 왔고, 이 마약을 통해 자기 엄마를 자기 시대로 데려가서 잃어버린 성장기를 되찾겠다는 야망에 사로잡힌 딱한 불우 청년이었습니다. ㅋㅋㅋ
근데 조니를 자신에게서 엄마를 빼앗아간 애인으로 생각한 케인은 조니를 공격하고. (외할아버지다 이 녀석아;) 둘이 싸우는 와중에 또 다른 시간대에서 출동한 드니스가 총으로 케인을 쏴 버려요. 죽지는 않았지만 중상을 입은 케인 앞에서 드니스는 자신의 입장과 인생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아니 대체 이 이야기에 요점이란 게 있는 거야?'라며 짜증내며 케인이 달려들어 총을 빼앗자 조니와 드니스는 우다다 도망쳐서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이걸 어쩌나 대화를 합니다만. 막판에 뭔가 결심을 한 드니스가 조니를 마구 디스하며 정 떨어지게 만든 후에 마약을 쥐어주고 다른 시간대, 자기가 모르는 시간으로 도망가버리라고 외쳐요. 그래서 얼떨결에 마약을 들이킨 조니를 문 부수고 들어온 케인이 쏘지만 총에 맞자마자 타임 슬립으로 사라지는 조니.
드니스는 케인과 긴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다 (자기가 무책임하게 내다 버린 자식인) 케인의 고통을 알고 그 소원을 들어주기로 맘 먹는 드니스. 그런데 케인과 함께하는 게 아니라 기습적으로 마약을 들이키고 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현재 시점에 홀로 남게 된 케인이 피를 흘리며 방 바깥으로 나와 보니... 그곳엔 아까 현재 시점으로 도망친 드니스의 엄마이자 조니의 아내 겸 자신의 외할머니가 방금 자신이 낳은 엄마를 안고 있네요. 외할머니는 태연하게 '나 지금 술 한잔 해야 하는데 갖다 줄래? 그럼 니 상처 치료해줄게.' 라고 제안하고. 케인은 알았다며 피흘리는 배를 부여잡고 주방으로 갑니다.
장면이 바뀌면 2050년의 미래. 드니스가 나타난 곳은 여기였고 거기엔 이제 다 늙어서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노인 버전의 케인이 있습니다. 드니스는 이 녀석을 세상 떠나는 날까지 돌봐주는 걸로 속죄하기로 마음 먹었던 거죠. 까칠한 드립성 대화를 조금 나눈 후 둘은 대충 서로를 받아들이고. 여기서 살 준비를 하던 와중에 드니스는 방 바닥에 적혀 있는 '여길 뜯어봐'라는 듯한 메시지를 발견합니다. 그곳에서 나온 건 조니의 편지. 어쩌다 대략 19세기 말로 타입슬립해 버린 조니는 운 좋게 총상을 치료 받고 집 주인의 딸과 결혼해서 유산까지 물려 받았대요. 그리고 시대가 시대인지라 글자만 읽어도 엘리트 취급을 해 줘서 자기는 여기서 만족스럽게 잘 살고 있다고. 그리고 미래에 두고 온 자신의 딸과 손주를 위해 이 집을 사서 150년 뒤에 물려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뒀다나요. ㅋㅋ
그래서 다 늙은 자식과 함께 방사능 가득한 미래의 폐가 같은 집에서 함께 살기로 결심한 드니스가 슬쩍 미소를 짓는 장면으로 엔딩입니다.
결국 폐인처럼 살던 네 사람이 다들 시간 여행 덕에 철 들고 자기 자식들을 챙기게 되는 훈훈한 휴먼 드라마였던...
...제가 그랬죠? 이야기는 정말 별로 재미 없다고. 그냥 대사가 웃기고 캐릭터가 귀엽다고. 그래서 요약도 참 재미가 없습니다... ㅋㅋㅋㅋ
암튼 끝이에요.
저는 워낙 B급 영화들 보는 걸 좋아하니 만족했습니다만. 특별히 그런 취미가 없는 분들에겐 추천하기 좀 애매한 영화였기도 하구요. ㅋㅋ 그래도 늘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엥. 이석증이 있으신데도 운동을 더 열심히 하시는 건가요. 까지 적고 찾아 보니 이석증 재활 운동이란 게 있군요. 부디 빠르게 효과 보시길... ㅠㅜ
사실 이미 저보다 열심히 취미 생활 하시면서 듀게질도 열심히 해주시는 중이 아닌가 싶은데요. ㅋㅋ 저도 정신 차리고 다시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얼른 나으시구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