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호로위츠 소설

[맥파이 살인 사건]
얼마 전에 읽었는데 그냥 그랬습니다. 그래도 탐정 소설의 전성기가 한참 지난 지금 시점에서 여러 가지 고민들을 담은 소설이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소설 속에 소설이 등장하는 액자 형식입니다. 편집자가 탐정이 등장하는 살인 사건을 다루는 소설의 초고를 읽어요. 그런데 이 소설이 후반부가 없네요? 게다가 편집자의 현실에서 누군가가 또 죽습니다. 탐정 소설 속의 범인은 누구인가, 편집자 세상에서의 죽음은 과연 사고일 것인가, 이렇게 이중의 미스터리가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일단 소설 속 소설의 배경인 시골 마을이 너무나 아가사 크리스티 세상이라 언젠가 읽은 느낌을 줄 정도입니다. 저야 크리스티 작가의 팬은 아니라서 안 읽은 작품이 훨씬 많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주워 들은 것만으로 연결짓자면, 겉보기 평화스러운 동네가 알고 보면 주민들이 크든 작든 곪아 있고 이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은 빠짐없이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설정 있잖습니까.
그래도 소설 속 소설은 오랜 세월 검증받은 안정된 구조로 진행되는데 소설 바깥 이야기인 편집자 등장 부분은 무리 아닌가 싶은 부분이 보였습니다. 소설을 쓴 작가 캐릭터도, 편집장도 편집자도 '그럴 듯함'의 부족이랄까요. 뭐 그럴 수도 있기야 있지만 저는 좀 설득이 덜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한 편 더 읽어 보고 싶어서 [중요한 건 살인]을 최근 읽었어요.
[중요한 건 살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맥파이 살인 사건]에 없는 특장점은 유머였습니다. '중요한 건 웃김'이었습니다. 작가 자신이 직접 등장합니다. 이름은 물론 직업, 작가 이력까지 다 동일하게 동원하고 살짝 어리버리하게 설정되어 있네요. 사건의 해결은 괴팍하고 미스터리하면서 똑똑한 - 전직 형사 '호손'이 다 합니다. 호로위츠는 사건의 해결 과정을 관찰하여 이를 바탕으로 책을 쓰기로 해요. 출간되면 둘이 수익을 반띵하기로 하고요. 그래서 함께 손을 잡고(사실은 엄청 어색하게) 여기저기 다니게 됩니다. 이쯤에서 짐작되시겠지만 홈즈와 왓슨이잖아요.
호로위츠는 호손에게 사적인 질문을 가끔 던집니다. 서로 호감 없는 사이에 책 때문에 할 수 없이 던지는 질문과 방어와 회피로 일관하는 대답이 오갈 때 주로 웃음이 나더군요. 결국 후반에 가면 신뢰하는 사이가 되고 그리하여 후속 편 [숨겨진 건 죽음]도 나오게 되지만요. 호로위츠는 이런 탐정 소설에서 독자들이 원하는 건 매력적인 인물에의 이입이라고 하며 호손 개인에 대해 질문하는 이유를 말합니다.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 '살인 소설'이라고 하지 않고 '탐정 소설'이라고 하지 않냐면서요. 사건 보고서나 탐사 기사가 아니므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소설에서 이 대화를 나누는 지점까지 오다 보면 이미 '호손'이라는 인물이 끄는 힘은 충분하다 싶더군요. 어떤 인물의 과거사와 개인사는 어느만큼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말해 주는 것인지 생각하게도 됐습니다. 내 앞에서 왔다갔다하고 말하고 일처리하고 표정을 짓는 것 외에 지나간 세월을 가져와서 판단에 판단을 끼얹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 이 소설의 한 편엔 눈 앞의 '호손'을 있는 그대로 판단하는 문제와 또 다른 한 편엔 모 중요 인물을 보이는 대로 판단하는 맹점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이런 건 저 혼자 맥락없이 해 본 생각이긴 합니다만.
'맥파이'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작가의 직업적 고민이 꽤 들어갑니다. 그리고 피터 잭슨, 스필버그가 잠시 등장합니다.ㅎ
이 소설 콤비도 마음에 들고 재밌게 봐서 [숨겨진 건 죽음]도 읽을 생각에 일단 보관했어요.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것. 클라이맥스의 위기에서 실망감으로 씁쓸했습니다. 두 작품 다에서요.
스포일러라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래 가리고 몇 자 씁니다.
탐정, 형사, 범죄 소설 등에서 주인공이 마지막 부분에 어리석게 행동하다가 범인에게 해코지 당하는 장면 말입니다. 위의 두 소설에도 죽기 직전까지 당하다가 직전에 구원자가 등장하거든요. 이건 이러한 장르 소설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것일까요. 수십 번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헛김이 빠집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을 죽일 수야 없겠지만, 다른 방법 좀. 이 부분 때문에 앞의 즐거움이 팍 깎입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유일한 해법은 우연.ㅜㅜ 특히 [맥파이 살인 사건]이 그랬습니다.
이상입니다.


드디어 가마슈 경감 시리즈 첫 권을 시도해 볼까요. 집에 시리즈 중 2권만 덜렁 있어서 미루고 있었는데 적으신 거 보고 검색하니 이북까지 순서대로 다 나와 있네요. 전에는 1권이 품절이라 없었거든요.
캐나다도 루이즈 페니 작가도 살짝 호감이 가고요. 음... 이 책 읽으면 캐나다 여행 가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맥파이 살인사건의 드라마 버전은 우리 명배우 레슬리 맨빌 여사님 매력 뜯어 먹는 재미만으로도 평타 이상을 해주는 작품이었는데요. 지금은 볼 수 있는 매체가 없는 듯 하네요...
무려 레슬리 맨빌 배우의 드라마가 있었군요. 몰랐습니다. 책보다 드라마가 더 잘 나올 수도 있겠어요. 배우들의 힘이라는 설득력이 있어서 독자 혼자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한계를 넘어 주는 경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