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Adolescence, 스포일러 있음.
음.....참 희안한 작품이네요.
총 4개의 에피소드인데,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개별적으로 독립적인 에피소드입니다.
1. 살인죄로 체포되는 13살 어린이가 겪는 과정
2. 학교에서 탐문하는 경찰의 이야기
3. 그 13살 소년과 심리사의 팽팽한 대결
4. 가족들이 겪는 아픔.
물론 원제목이 '사춘기'이고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사건의 전말이 하나하나씩 드러나긴 하지만....
글쎄요. 전 이 작품이 추구하는 게 '요즘 사춘기 청소년들이란 말이야..ㅉㅉ', '사건을 어떻게 밝혀내는지 그 팽팽한 수사과정 보여줄까?'같은 게 아닌 거 같아요.
심지어 마지막 에피에서 제이미는 '나 그냥 유죄 인정할께'로 드라마 내용을 끝내버립니다. ㅎㅎㅎ
필립 바란티니 감독이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그것보단 '보일링 포인트'에서 감탄하면서 봤던 원테이크 기술이 아니었을까...
사실 이 작품이 감탄스러운 건 내용보다는 그 형식, 원테이크로 찍는 과정 속에서 정말 열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니까요.
마치 사진처럼 정교한 네덜란드 화가의 정물화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이랄까요?
첫번째 에피소드,
13살 꼬마를 체포하고 구금하고 변호사 선임하고 이 모든 과정이 정말 꼼꼼하게 세심하게 그려져 있는데 이게 너무나 재밌네요.
네, '어떻게 13살 꼬마가 살인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이미를 경찰이 다루는 그 과정 자체가 포인트였어요.
손가락 지문 찍는 과정을 열손가락 다 보여주고, 아이의 옷을 다 벗겨 신체검사를 하는 과정이....매뉴얼대로 정확히 진행되는 모습이 구경거리입니다.
두번째 에피소드,
영국 학교가 어떤 곳인지, 학생들의 태도와 선생들의 지겨운 외침의 공허함이 어떤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
마찬가지로, 살인 사건의 단서를 찾냐 못찾냐보다는 악취가 진동하는 영국 학교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듯요.
'보일링 포인트'나 이런 작품을 보면 영국이란 나라는 심하게 망가져버린게 아닌가...싶더라고요.
세번째 에피소드,
아.....이 에피소드는.....ㅎㅎㅎ 와....이건 진짜...
두 배우가 그냥 대화를 하는데...'양들의 침묵' 한니발보다 더 긴장감 쩌네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두 배우의 대화만 듣다가 시간이 후딱 가버렸어요.
그냥 놀라운 영국 배우들의 연기를 맘껏 보여주고 싶었던 원테이크란 생각이 듭니다.
네번째 에피소드,
원테이크 안에 감정선을 그대로 들고 가는 스티븐 그레이엄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소름 돋는 에피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기가 막히게 인상적인 건 '어떻게 원테이크로 다 찍었지?'와 '영국 배우들 연기력 장난 아니네'거든요.
물론 트릭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절대 물리적으로 원테이크가 가능하지 않은 구도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집중력과 흐트러짐없는 동선, 감정선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배우들의 능력이 요구되는 원테이크라는 점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주연 조연 엑스트라까지 그 눈빛과 대사의 감정을 살려내는 연기를 보면 참 감탄스러워요.
강추합니다!
스포일러 표시가 있는 걸 보고도 그냥 읽어 버렸습니다만. (점점 이 쪽에 무감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ㅋㅋ) 이렇게 강추를 하시다니 이것도 일단 찜을... ㅋㅋㅋ 에피소드가 네 개 밖에 안 된다니 이건 그리 머지 않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ㅎㅎㅎㅎ스티븐 그레이엄 작품이 쿠팡과 넷플릭스에 몇 개 있는데 이 아저씨 갈수록 팔뚝이 굵어지시는 거 같아요.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만....왜 내가 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음....
좋은 작품이고 잘 만든 작품이긴 한데 소년의 심리를 좀 파고 들다가 만 느낌? 먼저 원테이크 기법은 실제로 원테이크였다면 물론 아주 훌륭한 연기와 연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요즘은 워낙 그렇게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기술도 흔하고... 특히 쉼없이 이어지는 장면 전환이 오히려 좀 지치게 하는 느낌이 들어서 보기가 좀 힘들었고요. 가장 좋았던 에피는 물론 3회였고 특히 심리사의 연기가 아주 좋았어요. 주인공 남자 애가 좀 더 못생겼더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특히 자신이 못생겼다고 되풀이해서 말하는 장면에선 몰입이 좀 안 되더라고요. 소재 면에선 비슷한 '보통의 가족'과 비교할 수가 있는데, 충격적인 면에선 '보통의 가족'이 강도가 더 쎄고 생각할 거리도 더 많은데 이 '소년의 시간'은 거의 다큐적인 느낌으로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을 한 것 같아요. 4회에서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이 좀 더 강했더라면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암튼 잘 만든 작품인 건 확실합니다.
네, 저도 에피 4개라서 견뎠지 그 이상은 좀 지쳤을 거 같아요. "아빠, 나 유죄 인정할래" 대사는 "이제 이거 그만 찍을래"라고 감독이 말하는 것 같...ㅎㅎ
이 작품 촬영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래도 꽤 긴 시간 원테이크로 찍느라 고생 좀 많이 한 모양이더라고요.
말씀드렸듯, 저는 이 작품은 스토리나 범죄 자체보다는 '두 인물간의 대화, 긴장감'에 집요하게 집착한 것 같습니다. 스토리 진행에 그닥 중요하지 않은 장면들, 예를 들어, 심리사에게 찝쩍대는 아저씨와심리사의 긴장감이라든지, 처음 제이미가 잡혔을 때 "아침은 콘플레이크로 준비될 수 있어. 콘플레이크 괜찮니?"라고 매뉴얼대로 물어보는 경찰관이라든가, 아하 밴드 이야기로 즐거워하는 엄마아빠, 변호사가 제이미에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가르치는 장면....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정말 실제 일어난 것처럼 보여주는 것에 굉장히 공들인 듯 합니다. 떡밥처럼 흘려만 놓은 여러 이야기들은 그냥 회수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거 같고요. 케이티의 절친이라든가, 세번째 친구는 어떤 연관이 있나, 칼은 어딨는가 등등...
그래서 뭘 위주로 보냐에 따라서 '이게 뭥미? 무슨 결말이 이래?'가 될 수도 있고 디테일한 부분이 자꾸 떠오르는 명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싶네요.
공감합니다. 전 가장 좀 놀라웠던 건 아버지 역의 스티븐 그래햄이 공동 각본가라는 사실인데요. 유명한 배우라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잘 몰랐던 배우이고 생김새도 좀 터프하게 생긴 분이 이런 작품을 구상하고 각본까지 썼다는 거였는데,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