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소녀가 아버지에 관한 진실을 알아 내려 하는 건데 1943년 작인 이 영화 포스터만 봐도 스페인 내전 이후임을 짐작할 수 있죠. 소녀의 어머니는 교사였다가 내전 때 실직한 것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의혹의 그림자는 our town을 쓴 손톤 와일더가 히치콕과 각본 작업,중간에 나가서 히치콕과 알마 레빌이 마무리했다고 스페인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네요.히치콕은 챈들러, 스타인벡 등 쟁쟁한 당대 작가들과 일했습니다. 챈들러가 온갖 불만 쏟아낸 편지 무시해 버리고 만든 게 열차 속의 이방인들.
어쨌든, 의혹의 그림자는 찰리란 젊은 여성이 자기와 이름이 똑같은 찰리 삼촌이 살인자라 생각하고 추적하는 줄거리. 극중 아버지와 딸 에스트레야 관계와 비슷합니다. 찰리 삼촌이 도입부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장면이 흡혈귀가 관에서 일어나는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에스트레야가 창문에 들어 오는 빛으로 깨서 일어나는 장면이 약간 비슷. 찰리가 삼촌의 정체를 알고 삼촌도 죽는데 에스트레야가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자신이 알아낸 진실을 말한 후 아버지의 결말. 에리세 부인의 소설을 각색한 건데 포스터 넣은 건 에리세 생각인지 원작 소설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영화 도입부에 1957년 가을이라고 뜬 걸로 봐서 극중 내래이션은 성인이 된 에스트레야가 하는 것. 에스트레야가 아버지 고향인 남쪽으로 가는 것으로 끝납니다. 에스트레야는 40년 후 에리세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서 나옵니다. 사라진 배우 친구를 찾는 훌리오의 이웃 젊은 부부가 태어날 딸의 이름을 에스메랄다 에스트레야라고 할까 하자 훌리오가 난 사람 이름을 사물로 짓는 거 별로라고 말하는 대목에서요, 아시겠지만 Esteella는 별이란 뜻,국내에 들어 온 알콜 음료이기도 함.
아버지는 배우로 활동하는 옛 애인의 영화를 보고 편지를 씁니다. 답장에 옛 애인은 mage del cine 영화의 마법이라고 쓱니다. 이는 에리세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도 연결되는 주제일 수도 있겠네요.
어디서 줏어들은 램브란트,카라바지오가 떠오르기도 하는 화면은 근사합니다.
별 의도없이 봤던 그 흑백영화가 가끔 도움될 때가 있더군요. 봉준호도 기생충 아이디어를 끌로드 샤브롤의 의식에서 얻었다고 하니 옛날 영화 봐서 나쁠 건 없어요. 근데 의식이 그렇게 국내에 안 알려진 영화가 아닌 걸로 아는데 이 게시판에서 영화가 취미라면서 이런 영화도 있었느냐는 댓글 보고 좀 황당. 돈 레비의 Herostratus 수준으로 알려지지 않던 영화는 아니었을 거 같은데요.봉준호는 아마 불란서 문화원 이런 데서 봤을 수도 있지만 국내에 아예 정보가 없지는 않았어요,영화 착자에서도 언급되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