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를 보았어요.

지난 주부터 상영 중입니다. 2025년 들어와서 본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제가 올해 본 영화가 몇 편 안 된다는 함정은 있지만 여튼 근래에 본 중엔 좋았습니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넷플릭스에서 본 '서부전선 이상없다'의 감독님입니다. 그 영화도 잘 만드셨지만 이번 영화는 더욱 잘 만드신 듯.
포스터에 스릴러라고 적혀 있어서 교황이 자연사하지 않았고 숨은 범인이라도 찾는가 싶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냥 충실한 콘클라베 과정을 따라가며 전개됩니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음악부터 첩보영화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그냥 충실한 콘클라베 과정을 따라가는데 그 좁은 장소, 그 백 몇 명의 구성원을 가지고 인간의 욕망과 현재 세계의 이념이 드러나고 충돌되는 것을 보여 주네요.
아시겠지만 콘클라베는 교황이 서거하면 각국 추기경들이 모여서 새 교황이 당선될 때까지(영화에서는 과반 수 득표자로 나옵니다. 실제로는 삼분의 이인 듯합니다.) 투표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교황 선출 선거제도를 말합니다. 투표 기간 동안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합숙 생활을 하게 됩니다. 투표 횟수가 늘어나고 교황 선출 시간이 길어지면 지켜 보는 신자들 포함 외부에선 말이 나오게 되죠. 뭔가 암투가 심한가, 좋은 지도자가 그리 없나, 가톨릭 교회가 통합이 어렵고 분열되었나, 등등의. 그래서 갇혀서 투표를 반복하게 되는 운영진 비롯 추기경들의 스트레스도 매우 큰 모양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스트레스와 보수로 회귀하려는 신부들 및 부패한 신부들과 교회가 이어온 진보의 기조를 유지하려는 신부들 사이의 알력, 견제가 이 투표 과정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심 내용입니다.
이 사람들은 아마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늙은 노인들로 구성된 최고 지성인 집단이 아닌가 싶네요. 인간의 결함을 온전히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주의주장과 토론은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보는 저도 이런 점에 재미를 느꼈습니다. 말이 되는 지점과 설득의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 이 사람들은 평소에도 외부와 단절되어 산다고 볼 수도 있고 그것이 극대화 되어 표현된 것이 봉쇄 속에 진행되는 '콘클라베'인데 이 기회에 모여서 서로 티격태격하며 돌아 보는 것이지요. 사실 좀 단순하고 순진한 전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만족했습니다. 그들이 말로 서로 영향받고 설득되는 전개가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다 보고 나면 영화의 주제는 제가 느낀 재미 이상을 훨씬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난 다음 처음에 든 생각은 밋밋하고 순진한 마무리를 피해 관객에게 주는 한 방인가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애초에 영화의 주제를 담고 있는 깊은 뿌리였던 거 같아요. '확신'이라는 것은 위험한 것, 우리는 의심으로 흔들려야 신앙도 의미가 있는 것. 이 비슷한 설교를 랄프 파인즈 신부가 하거든요. 흑백으로, 양성으로, 나와 타자로 나눌 수 없는 세계.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주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마지막은 현실과 너무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일도 아니다 싶네요. 그렇다면 감독이 주제를 상징화하여 표현할 수도 있을 거 같고요.
우리나라도 가톨릭 영화제가 있는 걸로 아는데 어느 나라든 가톨릭 영화제에서 상을 줘야 할 영화라고 생각해 봅니다. 가톨릭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그린 영화라니.
배우들이 너무*100 잘 합니다. 다 잘 하지만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어쩜 그렇게 엄격하고 유능한 수녀님 역할에 어울리던지.
'추천합니다'로 마무리합니다.

저도 되게 재밌는 스릴러 영화처럼 즐기면서 봤어요. 의외로 코믹한 상황도 많았어요. '서부 전선...'은 소재 때문에라도 연출도 그렇고 재미를 느끼긴 어려웠는데 이건 엄청 재밌었습니다.
실제 내부인 추기경들의 종교적 논쟁이라면 좀 더 깊고 복잡할 것 같아서 거의 중반까지 진보 vs 보수의 대결로 단순화한 구조는 대중들이 갈등을 쉽게 이해하고 따라가기 좋게 만들었다고 봤어요. 그러다가 결말까지 보고나면 그런 부분을 넘어서 언급하신 그 '확신'이라는 것에 대해 감독이 하고싶은 말을 초반 로렌스의 투표 시작 전 설교(?)부터 직접적으로 전한 것 같아요.
음악, 촬영감독도 '서부 전선'에서 연이어 작업한 것 같던데 단순하고 짧은 패턴의 멜로디를 아주 효과적으로 분위기 조성에 사용하는 것 같고 촬영도 뭔가 럭셔리 하더군요. 추기경들이 다같이 우산 쓰는 장면이나 막판 어떤 후보의 연설장면 후 화면구도 같은 것들 말이죠. 이사벨라 로셀리니 정말 조용히 강하고 임팩트있는 연기 짱이었어요.
네 투표로 누굴 뽑는 얘기가 스릴 있다는 걸 넘 잘 살린 거 같아요. 사이사이 새로 밝혀지는 사실들로 그 긴장을 더 잘 유지하여 언제 시간이 후딱 지나갔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장소가 모두 실내였지만 보통 실내가 아니고 역사적 예술품이 즐비한 곳이고 의상도 단체복이 예뻐서(?) 촬영이 더 사는 거 같았어요. 우산은 실제로 흰색을 준비하는지 영화에서만 그렇게 처리했는지 궁금하더군요. 막판 그 후보가 다른 이들 가운데 앉아 있는 그 구도에서 왠지 예수야?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ㅎㅎ
유권자들이 동시에 후보이기도 하다는 점이 참 재밌는 부분 같아요. 영화에서 극적으로 과장했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도 격리된 내부안에서 서로 여러가지 파벌화와 협상, 뒷거래가 오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로렌스의 개인 첩보원처럼 활약하는 캐릭터도 재밌었어요. 격리 한번 끝날때마다 정보를 업데이트시켜주는 ㅋ
그렇겠죠. 그래도 일반 사회처럼 완전 막장화 되지는 않고 버티는 것 같기도 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솔깃해서 그때그때 흔들리는 득표율도 좀 웃기더라고요. 노인네들이 자기 교구에 가면 뭐든 다 알고 있는 듯이 카리스마와 노회함을 뿜어낼 텐데 싶어서요. 창이 깨지며 들어온 먼지를 뒤집어 쓰고 단체로 앉아 있던 장면도 짠하면서 웃겼어요.
어디선가 영화 정보를 보고선 세미 다큐스러운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사실적이면서도 내용 자체가 스릴러 느낌이 난다니 재밌을 것 같네요! 이거 어디에 올라온 걸 봤던 것 같은데 한 번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이사벨라 로셀리니님은 전성기 시절의 화려한 경력 때문에 빌런이 아니라면 이상할 것 같습니다. ㅋㅋㅋ 늘 이상하고 괴상하게 매혹적인 분이셨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면서 이제 이상하고 괴상하지 않은 역할들도 잘 해내고 계시군요. 존경스럽습니다... 이렇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남은 스타들은 다 그냥 존경스러워요.
한 단계 씩 공략해 나가는 게임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재미있게 봤어요. 기회 되시면 보시길.
로셀리니 배우님은 자연스럽게 늙은 얼굴과 강단이 느껴지는 표정이 넘 좋았습니다. 배우들만으로도 구경 재미가 넘쳤네요.
정말정말 보고 싶은 영환데 요새 그장에 시간 내서 가기가 쉽지 않군요...
OTT에 어서 풀려서 맘편하게 보기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요즘 나이 들고 몸이 퍼진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시는 게 오히려 호감이더라고요. 연기까지 잘 하셨나보군요. 기대기대...
요맘 때 아카데미 때문에 영화들이 쏟아지는데 바쁘신가 보네요. 극장이 최선이긴 하지만 대사 되돌려 보기 등등 ott 장점도 있잖습니까. 나중에 챙겨 보시길.
다른 배우들도 잘 하지만 로셀리니 배우님께 존경을 갖게 됩니다. 다른 거 다 놔두고 배우들만으로도 기대에 부합하리라 생각해요!
여건이 허락되면 내리기 전에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보며 무척 흡족했는데 아마 이오이오 님께서도 만족하실 영화 같아요.
요새 프란시스 교황님 건강이 안좋다는 뉴스가 많아서 걱정입니다. 전 천주교가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으로서 정신적 의지가 되는 분이 세상에 많지 않은지라. 꼭 오래 오래 사시면 좋겠어요.
영화는 저도 재밌게 잘봤습니다. 내용 상관없이 랄프 피니스가 나온데서 봤는데, 거기다 재미까지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안 그래도 현실과 맞물리며 영화가 나오네 싶기도 했습니다. 고령이지만 이겨 내시고 영화와 현실이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기를.
랄프 파인즈 연기 넘 좋죠. 이 영화 연기가 특히 마음에 닿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