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모래성]
넷플릭스에 얼마 전 올라온 [모래성]은 소박하게 혼란스럽습니다. 한 중동계 가족이 어느 외딴 작은 등대섬에 홀로 고립되어 있는데, 가면 갈수록 상황이 이상해져 가다가 마지막에 가서 이야기와 캐릭터 아래 깔려 있는 비참한 현실을 드러내지요. 그 결과물이 너무 좀 추상적이어서 완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영화 끝에 가서 보여지는 의도를 외면할 수는 없지요. (**1/2)
P.S. [가버나움]의 감독 나딘 라비키가 아내 역을 맡은 가운데 그 영화 주연이었던 자인 알 라피아와 그와 같이 출연했던 그의 여동생이 두 자녀를 연기하지요. 당연히 세월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러브 스캠]
넷플릭스 이탈리아 로맨틱 코미디 영화 [러브 스캠]의 설정은 시작부터 불편합니다. 한 절박한 상황에 빠진 두 형제가 한 부자 여성을 상대로 연애 사기를 시도하는 건 개인적으로 그리 유쾌한 광경은 아닌데, 그나마 영화는 어느 정도 적절한 선을 유지하긴 하지요. 심심풀이용으로 괜찮지만, 딱히 추천할 정도는 아닙니다. (**1/2)

[페딩턴: 페루에 가다!]
[패딩턴: 페루의 가다!]는 전편 만한 매력은 없지만 여전히 선의와 유쾌함으로 절 즐겁게 했습니다. 여러 모로 뻔하긴 하지만, 출연배우들이 흥겹게 연기하는 걸 보다 보면 상영시간은 금세 가더군요. 속편이 더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정도만큼 재미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P.S. 샐리 호킨스가 개인사정상 못 나온 게 유감이지만, 대타로 나온 에밀리 모티머도 든든한 배우지요.

[나의 뮤즈, 그림 도둑]
왓챠에 올라온 노르웨이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뮤즈, 그림 도둑]을 뒤늦게 챙겨봤습니다. 다큐멘터리는 노르웨이에 막 살기 시작한 체코 여성 화가와 그녀의 그림을 훔친 계기로 모델 겸 친구가 된 마약중독 범죄자 간의 복잡한 인간적 교류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가끔 예상을 벗어나는 동안 여러 생각을 유도하더군요. 결말에 가서 살짝 덜컹거리지만, 여전히 추천할 만합니다. (***)
P.S. 판데믹 시작 무렵에 나온 다큐멘터리입니다. 겨우 5년 전인데 정말 옛날 같아요.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주유소 살인사건]
왓챠에 작년에 올라온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주유소 살인사건]을 뒤늦게 챙겨봤습니다. 한 작은 고립된 장소를 배경으로 몇 안되는 캐릭터들을 갖고 복고풍 스릴러를 하는 걸 보다 보면 타란티노나 코엔 형제 영화들이 절로 생각나는데, 결과물은 충실히 공부를 한 티가 납니다. 별 새로운 건 없지만, 꽤 잘했으니 괜히 불평할 필요는 없지요. (***)

[더 캐니언]
얼마 전 애플 TV 플러스에 올라온 [더 캐니언]을 봤습니다. 비디오 게임 원작 영화는 아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갈수록 비디오 게임 같아지는데, 일단 처음부터 이야기와 캐릭터를 느긋하면서 충실하게 구축하고 있고, 마일즈 텔러와 안야 테일러-조이 간의 연기 호흡도 좋습니다. 뻔하기는 하지만 익숙한 요소들을 노련하게 버무리니 상영 시간은 생각보다 잘 흘러가더군요. (***)
P.S. 중반부에 체스 게임과 드럼 연주가 잠깐 나옵니다. 아마 주연 배우들 각각의 특정 전작을 고려한 의도적 선택이었겠지요.

[루카의 두 반구]
멕시코 넷플릭스 영화 [루카의 두 반구]는 전형적인 실화 바탕 감동 드라마인데, 가면 갈수록 영 찜찜해졌습니다. 어느 최신 의학 기술로 아들의 장애를 치료하려는 어머니의 이야기야 극적이긴 하지만, 여러 모로 작위적이고 얄팍한 구석이 많고 나중에 좀 검색을 해 보니 영화가 실화를 심각할 정도로 많이 부풀렸더군요. 보는 동안 조지 밀러의 [로렌조 오일]을 비롯한 많은 비슷한 영화들이 생각났는데, 차라리 [로렌조 오일]을 대신 추천하겠습니다. (**)

[니클의 소년들]
2018년 다큐멘터리 영화 [Hale County This Morning, This Evening]로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 후보에 오른 라멜 로스의 신작 [니클의 소년들]은 국내에도 이미 출간된 콜슨 화이트헤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의 전작처럼 본 영화도 상당히 독특한 이야기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일단 카메라가 비교적 좁은 화면 비율 안에서 상영 시간 내내 주인공 관점을 자주 대신하다 보니 영화 처음 40분 동안 주인공을 거의 볼 수가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혀 답답하거나 뻣뻣하지 않은 가운데 이야기와 캐릭터를 절절하면서도 여운 있게 전달하고 있으니 정말 신기하고 대단하기 그지없습니다. 한마디로, 작년의 명작들 중 하나입니다. (***1/2)
P.S. 화이트헤드의 소설은 그에게 두번째 퓰리처 상을 안겨주었는데, 첫번째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받았지요. 그 소설도 국내 출간되었고, 몇 년 전 배리 젱킨스가 아마존 프라임에서 미니시리즈로 각색했지요. 그 소설과 젱킨스의 각색물 둘 다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더 캐니언'을 보고 싶은데 애플 티비... 하하; 티빙에서도 서비스하긴 하는데 전 최하 요금제라 업그레이드 하고 보라길래 일단 미뤄뒀습니다. 티빙에 굳이 돈을 더 주고 볼 거면 차라리 애플 티비 계정을 살리는 게 낫죠. 화질도 그렇고.
유마 카운티는 전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너무 유명한 감독님들 스타일의 모사이긴 하지만 그걸 이 정도로 해낸 영화는 흔치 않았으니까요. 뭣보다 그냥 재밌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