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베르민느: 독거미]
왓차에서 찜해 둔 최근 영화들 중 하나인 프랑스 공포 영화 [베르민느: 독거미]를 뒤늦게 챙겨 봤습니다. 어느 한 빈민가 아파트 건물을 무대로 영화는 문제의 독거미들과 거미줄을 화면에 잔뜩 뿌려 나가는데, 전반적으로 긴장도 조절 잘하면서 사회비판 메시지를 살짝 곁들이는 좋은 장르물이더군요. 물론, 벌레 싫어하시는 분들은 많이 기겁하시겠지만 말입니다. (***)

[레드 룸스]
마찬가지로 왓챠에 올라온 [레드 룸스]도 챙겨봤는데, 작년에 극장에서 놓친 게 아쉬울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상당히 민감하고 선정적인 소재를 절제 있게 다루면서 동기가 어느 정도 모호한 주인공을 통해 긴장감을 쌓아가는데, 그 결과물은 불편함과 흥미진진함 사이를 오가면서 우리 관심을 죽 잡아갑니다.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우리를 들여다본다는 말이 있는데, 이 경우는 그저 들여다볼 뿐만 아니라 주인공 속에 죽 남아 있을 겁니다. (***1/2)

[본인 출연, 제리]
왓챠에 올라온 다큐멘터리 영화 [본인 출연, 제리]는 공익 영화 같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상영 시간 10분 내에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금방 파악이 되지만, 일단 다큐멘터리는 재현 과정을 통해 교훈성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는 가운데, 이야기의 주인공이 주변사람들과 함께 재현 과정에 참여한 모습은 진솔하기도 하지요. 이들에 더 많이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할 일 다 했으니 괜히 툴툴거리지 않겠습니다. (***)

[Better Man]
최근 아카데미 특수효과상 후보에 오른 [Better Man]는 영국 뮤지션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 영화입니다. 이야기나 캐릭터 면에서 정말 전형적인 음악인 전기 영화이지만, 단지 이 영화는 주인공을 CG 침팬지로 보여주지요. 이 설정이 전반적으로 완전 먹히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잘 먹히는 순간들이 여럿이 있고, 그러니 한 번 챙겨 보시길 바랍니다. (***)

[바늘을 든 소녀]
올해 초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른 영화 [바늘을 든 소녀]는 1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의 덴마크의 코펜하겐 시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남편이 참전한 후 소식이 없는 가운데 혼자 생계를 꾸려야 하는 한 젊은 여성인데, 황량한 흑백 화면 속에서 그녀가 이런저런 고생을 하는 걸 지켜보는 것이야 심란하기 그지없지만, 어느 정도 실제 사건에 기초한 후반부를 보다 보면 간간히 소름끼치기도 합니다. 결코 편히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수작입니다. (***)

마리아]
파블로 라라인의 신작 [마리아]의 소재는 마리아 칼라스의 말년인데, 본 영화는 그의 두 전작 [재키] 그리고 [스펜서]를 이은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다른 두 작품들처럼 본 영화도 20세기 유명 여성 인사를 갖고 라라인 특유의 캐릭터 스터디를 하려고 하는데, 단지 이 경우에 라라인은 상대적으로 더 부드럽고 감상적으로 캐릭터를 관조하고 있고, 그러니 안젤리나 졸리의 오스카 시즌 연기는 오페라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키]와 [스펜서]에 비해 덜 날선 작품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했으니 굳이 불평할 필요는 없겠지요. (***)
Better man은 OTT에 뜨길 기다리는 영화입니다. Rock DJ장면은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그런데 왜 굳이 로비 윌리엄스를 원숭이로 대체했는지....궁금하네요. 그냥 대역 배우 비주얼도 상당히 훈훈하던데.
레드 룸스 잘 만들었죠. 소재 특성상 참 깝깝하긴 하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우울 모드로 몰아가거나 하진 않아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