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알란 파슨스 아님. '아이 인 더 스카이' 잡담입니다

 - 2015년작이니 10주년이군요. 런닝 타임은 1시간 4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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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랫 줄 카피가 참 와닿는 영화였습니다.)



 - 케냐의 작은 마을. 화목한 한 가정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아빠가 딸에게 알록달록 예쁜 훌라후프를 만들어 주고 딸은 그걸 신나게 돌리며 놀다가 엄마가 만든 빵을 팔러 거리 가판대로 나가요. 그리고 카메라가 점점 멀어지면서... 화면에 인터페이스가 나타나네요. 지금 이건 저 높은 하늘 위의 대형 드론이 찍는 영상이었고 이 드론은 대 테러 작전을 수행 중입니다. 영국, 미국, 케냐까지 총 3개국이 합의 하에 진행 중인 이 작전은 이 마을 근방에 살고 있는 서방 세계에서 최상위권 위험 인물로 찍힌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하는 것. 하지만 상황은 늘 그렇듯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이제 영국의 군 장성과 정치가들은 체포가 아닌 즉각 폭격을 통한 제거를 고민해야 합니다. 귀염뽀짝 빵소녀가 뛰어놀며 즐거운 일상을 즐기는 그 시각에 촉박하게 흘러가는 영국의 작전실. 과연 이 작전의 끝은 어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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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배우님들이 연기하는 높으신 분들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 한 명을 꼽으라면 바로 이 빵 파는 소녀님이 되시겠구요.)



 - 이상한 일이죠. 이것도 오래 된 일종의 듀게 괴담 비슷한 건데요. 분명히 옛날에 이 영화에 대한 듀나님의 리뷰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검색을 해 봐도 안 나옵니다. 그냥 기억이 꼬인 걸 수도 있고 게시판의 파탄난 검색 기능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구글, 네이버로 검색해도 리뷰의 흔적도 안 보이는 걸 보면 아마도 제 기억이 문제인 것 같죠. 허허. 그래도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요즘 제 일상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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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영화 내내 보시게 될 화면들은 대체로 이런 것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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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것을 띄워 놓고 그 앞에서 말싸움 벌이는 어르신들 모습... 뭐 그렇습니다만, 재밌습니다.)



 - 영국 영화구요, 소품입니다. 런닝 타임의 거의 대부분을 긴박, 근엄, 초조한 표정을 하고 말싸움을 벌이는 영국 사람들이 차지하구요. '액션'이라고 부를만한 건 중간에 현장 요원을 통해 조금 나오긴 하지만 뭐 애초에 이게 액션 영화가 아니니까요. 큰 기대를 할만한 것은 못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 이 영화의 소재 때문입니다. 그냥 전쟁이 아니라 드론, 무인기를 통한 전쟁을 보여주는 게 목적인 이야기거든요. 수 백도 아니고 수 천 킬로미터 밖에서... 까지 적다가 검색해 보니 대략 7천 2백 킬로미터라고 나오는군요. 암튼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적들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상태로 벌이는 첨단 전쟁의 양상을 실감나게 보여주고요. 다만 이걸로 런닝 타임을 다 채우긴 좀 부담스러웠는지 중간에 액션을 넣었는데... 이 또한 준수하게 잘 연출된 편입니다. '결국엔 이게 다 사람이 벌이는 일'이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잘 반영하고 있기도 해서 더 적절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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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 단독으로 얼굴 나오고 이름도 맨 앞에 적힌 헬렌 미렌이 당연히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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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인공은 이 물건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요. 당연히 실제로 존재하는 물건이고 실제로 대 테러 임무에 많이 쓰인답니다. 탑재 무장도 현실 고증.)



 - 캐릭터들과 대사들도 좋습니다. 대화가 거의 대부분인 영화이니 당연하겠지만요.

 강공을 원하는 군 장성들, 정치적 문제를 고려해서 망설이고 계속 위로 위로 책임을 넘기려는 관료들, 그리고 인도주의적 태도를 견지하며 폭격을 반대하는 정치가, 직접 그 드론을 조종하며 강한 정서적 동요와 충격을 겪는 젊은 조종사들, 임무 지원을 위해 현장에서 죽어라고 뛰며 조금이라도 부수적 피해를 줄여 보려 애쓰는 요원들... 등등이 모두 생생하게, 그 자리에 그 역할로 있으면 하게 됨직한 말과 행동들을 하면서도 참 드라마틱하고 비장한 드라마를 만들어요.


 그리고 이 중에 딱히 빌런이 없다는 것도 포인트입니다. 당장 폭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근거 조작(...)까지 불사하는 군인들도, 서로 미루고 미루는 관료들도, 군사 지식 하나도 없이 이 시국에 태평하게 저런 소리나 하고 있네? 스러운 정치가도. 영화가 끝나갈 때 쯤 되면 누구 하나 크게 틀리고 나쁜 사람이 없다는 걸 대략 납득하게 만들어줘요. 그래서 더 비극적인 거죠. 이런 유능하고 멀쩡한 사람들이 모여서 도출한 최선의 결과란 게 이 모양 이 꼴. 그러니 전쟁이란 게 얼마나 답 없는 행위인지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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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현실 상황 무시하고 속 터지는 소리만 하는 맨 우측 여성분조차도 다 보고 나면 이해하고 이입하게 됩니다.)



 - 캐스팅도 참 좋습니다. 유명한 배우들, 그러니까 알란 릭맨이나 헬렌 미렌, 아론 폴 같은 배우들이 다들 참으로 잘 맞는 역할을 맡아 좋은 연기들 보여주고요. 그 외에 제가 잘 모르는(...) 다른 배우님들도 역할에 맡게 좋은 연기들 보여줘요. 일단은 당연히 알란 릭맨에게 가장 눈길이 가죠. 역할도 크지만 이게 이 분 유작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의외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론 폴이었습니다. 학자금 대출 갚기 위해 입대한 군에서 직접 총을 들 일도 없는 드론 조종 담당을 맡고 여유 부리다가 처음으로 겪는 심각한 임무 때문에 멘탈이 와장창 무너져 내리는 젊은이 역할을 참 잘 소화했어요. 이미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에서 본 거랑 크게 다른 연기는 아닙니다만. 캐스팅이 참 적절했다고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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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배드'에서보다도 훨씬 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아론 폴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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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요원 아저씨는 캐릭터가 너무 멋있었습니다. 난 포기하지 않는다!!!)



 - 소품이지만 참 짜임새 있게, 빈 틈 없이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드론을 통한 첨단 전쟁의 양상을 디테일하게 잘 보여주고요. 동시에 '하지만 결국엔 이것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걸 참 여러 측면으로 절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잘 짰어요. 캐릭터도 탄탄, 대사도 좋고 배우들도 좋고 런닝 타임 내내 긴장이 넘쳐 흐르는 가운데 적절히 유머도 들어가고. 마지막엔 정서적으로 강렬한 임팩트까지 남겨 주면서 '역시 전쟁은 어떻게 해도 답이 없다'라는 메시지를 보는 사람들의 멘탈에 크리티컬로 날려 줍니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잘 할 건 또 뭐가 있겠습니까. 아직 안 보신 거의 대부분의 분들께 추천할 수 있겠습니다. 참 잘 봤어요. 끝입니다.




 + 보다가 순간 '뭐야 갑자기 미션 임파서블이냐 ㅋㅋㅋ' 하면서 웃었던 장면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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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 go 인줄...;)


 저게 드론이고 저걸로 조종을 한다... 는 설정이거든요. 이게 말이 되냐! 했는데 이 영화가 나올 때 쯤에 실제로 저것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드론이 상용화 가능 단계까지 갔다는 뉴스가 있더군요. 무섭...;



 ++ 제목도 저렇게 적어 버렸으니 뭐



 오랜만에(?) 한 번 듣고 가시죠!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영국군의 타겟인 테러리스트들이 회합을 갖구요. 상공 감시 카메라로는 보지 못하는 상황을 위해 현장 요원 한 명이 따라다니며 근거리에 침투해서 초소형 풍뎅이 드론(!)을 날려 집 안으로 들어가 영상을 찍은 결과 목표물을 모두 확인. 무려 탑 5 중 세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문제는 이들의 회합 장소가 적진 한복판이어서 체포 작전은 벌일 수가 없다는 거구요. 그래서 폭격하자! 라고 외치는 군인들이지만 미국인과 영국인과 케냐인이 섞여 있으니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라는 이유로 정치가들이 반대하구요. 그래서 영국 쪽으론 수상까지, 미국 쪽으론 무슨무슨 장관까지 다 연락해서 컨펌을 받고 가까스로 폭격을 결정하게 되는데요. 이 순간... 도입부에 나왔던 훌라후프 소녀가 등장합니다. 엄마가 구워 준 빵을 내다 파는 가판대가 바로 폭격 목표인 집 앞에 있었어요. 그래서 아 역시 폭격은 안 되겠네... 이러고 있는데 집 내부로 침투한 초소형 드론이 지금 이 집 안에서 두 조직원에게 자폭 조끼를 입혀서 '순교' 작전을 벌이는 중이라는 걸 찍어 전송해 버립니다. 다시 또 벌어지는 격론과 윗 분과 그 윗 분과 그 윗 분에게 이어지는 보고와 승인. 그래서 결국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라며 폭격 지시가 떨어지는데요. 이번엔 그 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매우 생생한 고화질 영상으로 보고 있는 드론 조종사들이 문제입니다. 아론 폴이 연기하는 젊은이 군인 캐릭터가 그 지시를 거부해 버려요. 근데 그냥 배째라가 아니라 '교전 수칙에 의거, 상황이 변했으니 부수적 피해 산출을 다시 해달라'며 합당한 근거를 대며 저항하니 군장성들도 무작정 밀어 붙일 수가 없게 되구요. (와 참 멋지다...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현실에게 이게 가능하려나요...) 


 그래서 윗분들이 다시 격론을 벌이고 이미 설정된 계산식에 따라 부수적 피해를 다시 돌려보는 가운데... 현장에선 '저 빵을 다 사서 애를 치워 버리자'고 우리의 잠입 요원님이 출동합니다만. 빵을 다 사고 돌아서는 순간 주변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저쪽 편 사람들 중 한 놈이 요원을 알아 봐 버리고, 요원은 죽어라고 도망쳐서 숨습니다. 그리고 요원의 행방을 따라가던 드론 조종사들이 다시 목표물로 카메라를 돌리니... 이 나아쁜 소녀가 요원이 도망가면서 버리고 간 빵을 다 주워다가 다시 팔기 시작했네요. ㅠㅜ


 다시 또 벌어지는 격론. 더 많은 소녀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쏴야 한다,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보단 확실하게 죽는 한 명의 소녀를 지켜야 한다, 저 소녀가 다치면 폭격에는 성공해도 정치적으론 우리가 진다... 라는 하나 같이 말이 되는 주장들이 엇갈리는 가운데 드론 조종사들의 간절한 마음은 타들어가구요. 결국 헬렌 미렌 캐릭터의 강요에 가까운 주문에 의해 부수적 피해는 확률을 최대한 낮춰 산출이 되고. 폭격 허가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그때 우리의 요원님이 마지막 기지를 내서 동네 꼬마에게 큰 돈을 주며 그 빵을 싹 다 사 와 달라고 심부름을 시키구요. 꼬마 하나가 더 나타나자 다시 연기 되는 폭격. 그리고 그 꼬마가 빵을 다 사 가자 집에 가서 빵을 더 갖고 나오는 소녀. 그 와중에 집 안에 침투했던 초소형 드론은 배터리가 다 되어 내부 상황 정보를 알 수 없게 되고. 이렇게 계속해서 꼬이는 상황 속에서 결국 미사일은 발사됩니다. 미사일 도착까지 남은 50초의 시간 동안 드론 조종사들은 간절하게 빌고 또 빌지만 결국 소녀는 폭발에 휩쓸려 만신창이가 되구요. 그 모습을 지켜 본 정치가, 군인들 모두 착잡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떠나고. 직접 버튼을 누른 조종사들은 오열합니다.


 소녀의 부모는 아직은 움직이고 의식도 있는 딸래미를 반군들에게 빌어서 트럭에 태워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지만 소녀는 도착과 동시에 세상을 떠나구요. 국회의원 자격으로 일관되게 폭격을 반대했던 캐릭터가 알란 릭맨에게 "너희들은 멀리 떨어진 이 회의장에서 사람을 죽였어!"라고 외쳐 보지만 "절대로 군인들에게 너는 현장을 모른다는 소리 따윈 하지 마라!"는 분노 어린 반박에 할 말을 잃고 흐느끼구요. 드론 조종실을 나온 젊은 군인들은 '수고했으니 집에 가서 푹 쉬어라. 그리고 열 두 시간 후엔 복귀해.' 라는 지시를 받고 참담한 표정으로 타박타박 걸어갑니다. 그리고 초반에 나왔던, 환하게 웃으며 훌라후프를 돌리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엔딩이에요.

    • 헬렌 미렌 나온다 하니 더 보고싶어요. 보고 오겠습니다.
      • 아마 어지간하면 다들 좋게 보실 작품인 것 같아요. 보람찬 시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 이 영화보다 한참 전에 나왔던 Enemy of the State도 떠오르네요. 무인 드론의 도래 이전이긴 하지만 정부의
      위성 감시란 점이 유사한 것 같아요. 요즘 뉴스를 보면 첨단 무기에 인공지능의 결합이 머지 않은 것 같죠?
      Ai란게 왠지 부정적 파급 역시 크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도 당시엔 걍 그랬는데 돌이켜 보면 나름 시의 적절한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a.i.는 참... 솔직히 아직은 좀 과장 같긴 하지만 기술 발전이 워낙 빠르니까요. 조만간 제가 이렇게 '과장 아냐?'라고 했던 걸 부끄러워하게 될지두요. ㅋㅋ
    • 이거 분명히 나름 호화 출연진에 이끌려서 봤고 꽤나 재밌게 만족했던 것 같은데 드론이 소재였다는 것 말고는 주요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 하하;; 그래서 이미 봤던 영화지만 스포일러 안 긁어보고 그냥 재감상을 해볼까봐요.




      저 현장 요원 아저씨 배우분은 폴 그린그래스의 '캡틴 필립스'에서 실감나는 해적 연기로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도 올랐었죠. 포스터에도 써있군요. 오스카 위너 헬렌 미렌 여사님과 나란히 ㅎ

      • 주요 내용은 사실 그렇게 기억이 안 날만 하기도 합니다. 벌어지는 '사건들' 위주로 정리해 보면 되게 평이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테러범들을 폭격하려는 군인과 정치가들이 그 상황에 끼어든 소녀의 목숨 문제로 격론을 벌이다가 결국... 으로 끝이죠. 




        현장 요원 아저씨는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하면서 봤는데 다 보고 검색해 보니 그냥 모르는 얼굴인 거였더라구요(...) '더 와이어'의 오마님과 아주 조금 비슷한 인상이지만 닮지는 않았고 나이도 확연히 차이 나고 왜 아는 배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그리고 연기 잘 하셨어요. 사실은 재미 부여용으로 들어간 액션을 커버하는 캐릭터였지만 자기만의 드라마가 있고 그게 잘 표현되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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