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대체 왜 찜이 되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블러드문' 잡담입니다

 - 1997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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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영화에선 '난 총 같은 건 안 써' 라며 발길질만 날리고 다시니는 상남자 캐릭터입니다. ㅋㅋ)



 - 권투 챔피언의 바쁜 하루를 대애충 보여주고요. 밤에 체육관에 혼자 남아 연습을 좀 더 하다 가려는데... 난데 없이 중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니고 드라큐라도 아닌 애매한 차림새의 괴인이 나타나 다짜고짜 챔피언을 공격합니다. 나름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 받다가 괴인의 치사하고 비겁한 강철 뾰족 구두 어택을 이겨내지 못하고 챔피언은 넉다운. 그대로 살해 당해요.

 그러니까 무슨 도장 깨기 하듯 뉴욕이었는지 LA였는지 암튼 그 동네의 무슨무슨 격투기 관련 챔피언 메달 보유자들을 순회하며 두들겨 패고 이긴 후에 숨통을 끊어 버리는 연쇄 살인범이 빌런이구요. 넉살 좋은 하찮은 일상 마술사 겸 강력계 형사 '척'이 그 사건을 맡게 되는데 그냥 미궁 그 자체. 결국 스트레스를 못 이긴 서장님이 소환한 은퇴한 심리 분석가 '켄'이란 녀석이 등장해서 버디를 결성. 그 살인범을 쫓는다... 뭐 이런 무난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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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일단은 흑백 버디 영화이자 형사물인 셈이구요. 버디물로서 넣을 만한 장면, 날려 볼만한 드립과 대사들은 다 성실하게 시전합니다.)



 - 오늘도 쌓여만 가는 각종 오티티 찜 목록을 훑어보며 한숨을 쉬다가 '읭? 이게 뭐지?' 하고 당황했지요. 배우든 소재든 감독이든 뭐든 제 취향과 연결되는 지점이 전혀 없는데요. 하긴 찜이야 실수로 할 수도 있겠지만 '실수로 누른 건가?' 라고 생각하면서 재생을 해 버린 제가 더 이상하군요. ㅋㅋㅋ 암튼 그렇게해서 보게 된 영환데요...


 여러모로 옛날 옛적 비디오 대여점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왜 그 시절엔 그런 사람들 많았잖아요. 중국 무협 드라마에 꽂히면 제목도 배우도 뭣도 안 보고 '아직 안 본 무협 드라마'가 있으면 걍 와르르 빌려 가고. 뭐가 됐든 액션 영화다!! 총, 폭탄, 근육남!!! 나오면 역시 그냥 무조건 빌려 가고. 그래서 이런 소비자들을 노린 쌈마이(...) 시리즈나 영화들도 참 많이 나오고 그랬는데요. 이 영화의 폼이 딱 그거에요. 완성도? 미장센? 스토리? 그게 뭐임? 하고 그냥 주먹질 발길질 무술 액션에만 올인 한. 그런 영화인 것인데요.


 이렇게 말하면 또 제가 무슨 구제할 길 없는 망작을 봤을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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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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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씬 움짤을 보시면 조금 어떤 영화인지 감이 올지도...)



 - 포인트는 이 영화가 그 '쥐어 패는 액션' 쪽으로는 아주 진심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주요 등장 인물들이 다 실제 무술 쪽으로 잔뼈가 굵은 배우들로 채워져 있구요. 한 번 나와서 두들겨 맞고 사망하는 캐릭터들도 격투 장면을 보면 본인 얼굴 다 드러나는 앵글에서도 '오. 그래도 뭔가 배운 사람이네' 라는 느낌이 들게 싸웁니다. 게다가 이 격투란 것도 꽤 신경 써서 합을 맞춰 놓은 것인 데다가 싸우는 장소와 상대가 바뀔 때마다 거기에 맞는 아이디어들을 넣어서 안무를 해 놓았어요. 그러니까 영화의 완성도는 하찮지만 액션은 하찮지 않은... 그런 영화였던 것입니다. ㅋㅋ 


 그래서 그렇게 '액션은 그럭저럭 볼만하네?'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하찮기 그지 없는 스토리를 조금 관대하게 보게 됩니다. 

 은근히 애를 많이 쓴 각본이에요. 격투기 챔피언들에게 원한을 가진 빌런이라는 핑계로 다양한 종목들을 (심지어 검술도 나옵니다 ㅋㅋ) 등장 시켜 볼거리도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는 기본 아이디어도 뻔하지만 어쨌든 성의는 보이구요. 

 또 정말로 헐리웃 블럭버스터 버디 영화들의 스토리 공식을 열심히 체크해서 갖출 건 다 갖춘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주인공 둘이 만나 티격태격하고, 함께 힘 모아 주먹질 하다가 정들어서 서서히 친구가 되고, 마지막엔 서로를 위해 목숨도 걸고. 뭐 이런 기본 전개도 충실하구요. 범인에게 컴퓨터 능력(ㅋㅋㅋ)을 부여해서 한동안은 무슨 하이 테크 수사물 흉내도 좀 내구요. 


 문제는 갖출 건 다 갖췄지만 그 갖춘 것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찮다는 건데... 뭐 그거야 옛날 비디오 대여점용 액션 영화들 생각하며 보면 그렇게 큰 단점은 아니기도 하죠. 어차피 하찮은 거 알고 보는 거니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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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이런 귀여운 여성 캐릭터도 하나 나오길래 아 이 쪽은 로맨스 역할이구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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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렇게. ㅋㅋㅋ 아마 무술 전문은 아니신 듯 해서 격투 장면은 다른 배우들 대비 어설픈 느낌인데, 훗날 무슨 상까지 받은 스턴트 우먼이시랍니다. 지금도 현역이세요.)



 - 근데 이 양반들이 영화 내내 펼치는 액션이 대략 동양 무술 쪽입니다. 실제 배우들도 카라테, 태권도, 검도 등등 다방면 유단자들이라고 하구요.

 그리고 영화 감독이 홍콩 영화판 출신이고, 대충 검색해 보니 역시나 액션 연출도 홍콩에서 온 사람이 맡았습니다. 

 그래서 보다 보면 또 좀 웃기기도 해요. ㅋㅋ 어쨌거나 이건 거의 다 미국인들만 나오는 미국 영화인데, 얘들이 보여주는 건 전형적인 80~90년대 홍콩 무술 액션 영화식 싸움이니까요. 발차기 직격 들어가면 와이어로 부웅 뜨면서 뒤로 날아가고. 과하게 높이 점프한 후에 푸드득 소리 내면서 공중 제비 돌고 뭐 이런 것들 있잖습니까. 싸우다 주변 아이템들 활용하는 모습들도 보면 다 참 익숙한데 '내가 백인/흑인만 나오는 영화에서 이런 걸 본 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을 해 보면, 아마도 없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 홍콩 무술 영화의 영혼이 들어간 미국 무술 영화. 쿵후 영화는 아니고 마셜 아트 영화 정도 되려나요. 암튼 그런 작품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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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어떻게 미국 액션 영화 캐릭터냐구요... ㅋㅋㅋ)



 - 결과적으론 호의적으로 봤기 때문에 글 분위기가 좀 칭찬스러운데요.

 아 당연히 완전 B급 괴작입니다. ㅋㅋㅋㅋ 아니 뭣보다 전 이게 당연히 70~80년대 영화일 줄 알았어요. 연출이든 연기든 센스가 정말 철저하게 낡아서 도저히 1997년에 미국에서 나온 영화로는 안 보이구요. 

 거의 그렇게 괴작스럽게 흘러가는 가운데 멀쩡한 아이디어와 연출이 가끔씩 튀어 나와서 '어라 요것 봐라?'라고 감탄하며 보게 되는. 뭐 그 정도 영화였으니 혹시라도 한 번 틀어보고 싶어진 분들은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ㅋㅋ 뭐 그 시절 그런 대여점용 B급 액션 영화들에 추억이 있으시다면 그것도 즐기실 수 있겠지만 뭐... 하하;

 암튼 저는 즐겁게 봤으니 됐죠 뭐. 그러합니다.




 + 감독님은 홍콩에서부터 연출하던 분이고 무려 장학우와 장만옥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도 만드셨던 적이 있는 듯 합니다만... 제가 제목을 아는 영화는 없군요. ㅋㅋ 근데 이 분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찾아 보니 '양소웅' 이고 형이 '양소룡' 이라고 나옵니다. 짭소룡 동생분이셨어...

 주인공을 맡은 게리 다니엘스는 이 바닥에서 아주 유명한 분이라고 합니다. 서양 액션 배우들 중 발차기 실력으로 홍콩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는 평으로 실제로 홍콩 영화에도 나왔고 꽤 오래 B급 액션 히어로로 각광 받으셨다고. 마찬가지로 파트너 역을 맡은 분도 쭉 비슷한 영화들 찍다가 나중엔 이쪽 장르 전문 제작자로 전업해서 한국에도 한 번 초청받아 왔다 가시고 그랬대요. 허허. 어둠의 능력자들이었어...



 ++ 그래서 개리 다니엘스 영화들 중엔 여러분들 중에도 보신 분이 많을 법한 영화 한 편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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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핫.


 그리고 이 분은 다른 일본 만화 영화도 한 편 찍으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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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아닙니다. 켄시로!! ㅋㅋㅋ)


 의외로 포스터는 꽤 멀쩡해 보입니다? ㅋㅋ 근데... 출연진에 크리스 펜과 말콤 맥도웰 뭔가요(...)



 +++ 스포일러입니다만. 워낙 뻔한 내용이라 매우 압축해서 적어 봅니다.


 우리 빌런님은 치사하게 의상도 몸에 흉기를 감추고 다니며 자꾸만 좀 비겁하게 이겨서 사람을 죽여요. 아니 챔피언이 못 된 게 한인 사람이면 적어도 승부는 정정당당하게 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ㅋㅋ 암튼 그렇게 사람을 죽이고 다니면서 경찰서에 이메일(여기에서 이게 90년대 후반 영화라는 걸 알았습니다. ㅋㅋ)을 보내 그걸 자랑하는데요. 그러다 급기야는 어느 일본인 검도 챔피언을 상대하면서 그걸 캠코더와 전화기를 어떻게 연결해서 실시간 스트리밍까지 하네요. 우왕 첨단...; 


 근데 우리의 주인공 켄씨가 그 검도 챔피언과 사제 지간이었던 사이였단 말이죠. 그래서 부랴부랴 그 도장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늦어서 챔피언을 살해 당했고. (그래서 주인공들이 천재 해커를 찾아가 범인을 추적하는 전개도 한참 나옵니다만 대충 넘어가구요.) 그것 때문에 챔피언의 딸, 아빠는 일본인이건만 이 분은 아무리 봐도 완전히 백인인데... '응 입양한 딸이야' 라는 한 마디로 넘어가고 암튼 '켈리'와 연결이 됩니다. 자꾸만 따라다니며 수사에 끼워달라는데 이 분도 알고 보니 무술 챔피언이래요. 대체 무슨 대회에서 언제 우승을 했는진 설명 안 해주는데... 그냥 이 분도 챔피언이어야 빌런이 노릴 수 있기 때문에 대충 끼워 넣은 설정 같습니다. ㅋㅋ


 암튼 무술 챔피언들이 한참 죽어나간 후에야 우리의 주인공님들은 이들이 공통으로 출전한 대회가 뭐가 있나? 라는 호기심을 갖게 되고. 그래서 참가자 사진을 찾아서 확인해 보니 이미 살해 당한 사람들 빼면 둘만 남았네요.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실종되어 사망 처리 되었다고 하니 남은 한 놈을 잡으러 출동하는데. 당연히 그 놈은 범인이 아니었고, 범인은 그 틈에 켈리를 살해합니다. 그러고 자책하고 있는데 범인에게 전화가 와요. 켄의 아내와 딸을 찾아가서 켄의 친구 행세를 하며 놀고 있는 중이었고. 당장 제철소로, 무조건 혼자 오지 않으면 가족을 죽여 버리겠다고 하네요. 어디 상호명도 지명도 없이 그냥 '제철소'라고 하니 좀 괴상하지만 넘어갑시다.


 그래서 당연히 그 곳에서 1:1로 싸우겠죠. 그러다 결국 또 빌런의 비겁한 암기 스킬 때문에 켄이 밀리고 위기에 처하니 척이 튀어 나와 도와주겠죠. 하지만 그러다 척은 치명상을 입고 뻗구요. 척이 시간을 벌어준 사이에 정신을 차린 켄이 처절한 사투 끝에 승리합니다만. 그땐 이미 빌런이 아내, 딸을 묶어 놓고 그 머리 위에 설치해 놓은 다이너마이트 폭발 카운터가 10초 밖에 안 남았네요. 슬로우 모션으로 달려가며 절규하는 켄! "미쳤어! 당신이라도 여기서 멀어져서 살아야지!!" 라고 외치는 와이프의 상식적인 조언을 씹고 무작정 달려가 가족을 끌어 안습니다. 그러고 머리 위의 그것이 터지는데...


 음. 귀여운 유원지 음악 같은 게 흘러 나오며 꽃가루가 휘날립니다. 그리고 폭탄(인 줄 알았던 것) 아래에 숨겨 둔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빌런의 목소리가 흘러나와요. "내가 어린 아이와 무고한 일반인까지 죽일 냉혈한으로 보였나? 음핫핫. 음핫핫핫핫핫하!!!!!"


 ...아니 그럼 그동안 죽인 '일반인'들은 대체 뭔데. ㅋㅋ 이 빌런 놈이 등장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자기 입으로 동기를 설명한 적이 없거든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왜 죽였는지 궁금해집니다만. 암튼 이 영화 각본이 다 이런 식이니 그냥 넘어가구요. 이게 엔딩이에요.


    • 네플릭스에 찜한 영화도 넘쳐나고, 사놓고 열어보지도 못한 블루레이가 두자리수가 되는 제가 절대로 볼 리가 없는 영화니까 서슴없이 스포일러를 긁어 보고 빵 터졌습니다. 이런 감성은 70-80년대에 훨씬 어울리는데 좀 뒤늦은 영화였네요. 

      • 감독님이 80년대 홍콩에서 연출을 시작해서 그런지 감성이 딱 그 시절이더라구요. 대사든 이야기든 장면 연출이든 넘나 80년대스러워서 나중에 인터넷, 이메일 나오는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ㅋㅋㅋㅋ 이게 무려 1997년 영화였다니!

    • 글 누르자마자 나타난 포스터때문에 ‘이번엔 대체 뭘 보신건가!!!’하고 읽다보니 멋진 액션짤!!!

      이런 영화는 대체 어떻게 찜하신거죠?(싱기방기)

      오크통 점검하셨나봐요ㅋㅋㅋ 화수분같은 로이님의 ott 찜 오크통
      •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저는 뭘 본 걸까요. 찜은 어떻게 왜 한 걸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ㅋㅋㅋㅋ


        네... 화수분 그 자체죠. 얼마 전에 체크해 보니 결국 몇 달 동안 또 늘었더라구요. 신기하기도 하지... orz

    • 이런 식의 액션을 오랜만에 보니 즐겁더라구요. ㅋㅋ 가끔 어설픈 티 나는 부분까지도 흐뭇하게(?) 잘 봤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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