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정신 사나운 거 좋아하신다면. '존은 끝에 가서 죽는다' 잡담입니다

 - 2012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9분. 스포일러는 안 적습니다. 정리가 불가능한 이야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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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영화들 포스터도 뭔가 정형화 됐달까...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 데이브라는 젊은이가 한밤의 중식당에서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겪은 정말 충격적인 경험을 기사나 책으로 쓸 수 있겠냐는 거죠. 대략 시큰둥하고 시니컬한 기자 아저씨는 어디 그래 얘기 해 보렴... 이라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후에 이어지는 한 시간 반 정도 분량의 이야기는 실로... 에... 뭐라 정리할 수 없는 것이라 글로 적을 수가 없네요. ㅋㅋㅋ 암튼 그 데이브란 녀석이 친구 존과 함께 겪은 황당무계한 체험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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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존, 오른쪽이 데이브인데 주인공은 데이브입니다. 그래서 존은 정말 죽을까요 안 죽을까요? 죽는다면 정말 끝에 죽을까요?)



 - 데이빗 웡이라는 작가가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대체 이 말도 안 되고 앞 뒤도 안 맞게 막 나가는 이야기에 원작 소설이라니. 감독 겸 작가님이 자기 맘대로 개작해 버린 게 아니고? 라는 생각에 검색을 해 보니... 분량 때문에 중후반을 좀 생략한 게 있지만 상당히 충실한 각색이었네요. 이런 세상에. ㅋㅋㅋ 좀 더 검색을 해 보니 이 작가님은 사실 제이슨 파긴이라는 이름의 법률 회사 직원이시고 취미로 사이트를 만들어 소소한 개그 같은 걸 올리다가 거기에 연재했던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내게 되셨다고. 근데 이게 꽤 잘 팔렸나 봅니다. 세 편의 속편까지 출판되었고 법률 회사는 그만 뒀다는 걸 보니 말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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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과 이름이 같은 주인공 데이빗 웡씨. 손에 들고 있는 저건 핫도그가 맞습니다.)



 - 어쨌든 이 이야기의 특징이라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ㅋㅋㅋ 정상적인 흐름이란 게 없어요. 캐릭터의 등장과 변화와 발전 같은 것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고 전체적인 기둥 줄거리란 것도 되게 희미하다가 거의 클라이막스 직전까지 가서야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라고 느끼게 되는데 그 마저도 그다지 잘 정리가 되진 않습니다. 이미 지나간 장면들을 돌이켜 보면 앞 뒤가 안 맞고 괴상한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구요.


 보다 보면 고딩 때 배운 그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주 강렬하게 들어요. 아니 그것보단 그냥 브레인 스토밍 쪽이 적절하려나요. 뭔가 난감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걸 어떻게 빠져 나갈까?' 라며 머리를 굴리다가 가장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걸 채택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 어처구니 없는 해결로 인해 벌어질 더 난감한 상황의 해결책을 또 브레인 스토밍 해 보고. 또 그 중에서 가장 어이 없는 걸 고르고... 이런 패턴의 반복으로 쓰여진 이야기가 아닐까. 전 아마도 이게 맞을 거라고 맘대로 믿고 있구요. ㅋㅋㅋ 뭐 그렇습니다.


 그러니 뭔가 진지한 알맹이 같은 걸 기대해선 안 되는 이야기인 게 당연하겠죠. 그냥 작가 맘대로, 하고 싶은 개그와 넣고 싶은 장면들을 쓸 데 없이 과도하도록 자유롭게 생각해서 쓴 팔랑팔랑 가벼운 농담 같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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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주 짧은 호러 단편들을 대충 이어 붙여 놓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털이 난 액체 이야기라든가... ㅋㅋㅋ)



 - 하지만 이걸 쓴 작가님에게도 엄연히 취향이나 지향점이란 건 있었겠죠. 그래서 축을 이루는 소재가 두 가지 정도 있는데...


 첫 번째는 흔히 '러브크래프트풍'이라고들 부르는 거 있죠. 상상 초월 초자연적 존재로 인한 하찮은 인간들의 위기와 공포, 절망을 다루는 호러 파트입니다.

 근데 이걸 그냥 정직하게 풀어내는 게 아니라 살짝 변화구를 던져요. 처음에 말 했듯이 이 영화 전체가 데이브가 기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인데요. 이 인간이 '무엇 때문에 어떻게 되었다'에서 '무엇 때문에'를 뒤로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면서 계속 '어떻게 되었다'만 늘어 놓습니다. 그래서 핵심은 미스테리로 남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괴이한 일들만 계속 보여주는데 그게 참 일관성도 없고 각각이 다 황당무계해서 '대체 이 모든 일들 뒤에 있는 하나의 진상이 뭔데?'라는 걸 궁금해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호러 장면들이 의외로(?) 나쁘지 않습니다. 악취미스런 고어도 있고 그냥 불길한 분위기로 승부하는 장면도 있고 크리쳐물스런 액션 비슷한 것도 있고... 나름 다채로운데 다 기본 정도는 해요. 그래서 이게 뉘신고? 하고 확인해 보니 '판타즘' 시리즈로 유명한 돈 코스카렐리였네요. ㅋㅋ 그래뵈도 무려 '마스터즈 오브 호러'에도 참여했던 호러 경력자님이셨던 것.


 두 번째는 데이브와 존 둘이 펼치는 루저 젊은이 개그입니다. 사실 이 쪽은 비중이 그리 크진 않아요. 사건이 중요하지 캐릭터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어쨌든 주인공 둘이 다 흔한 영화 속 루저 청춘들이고 그래서 자신들에게 벌어지는 황당무계한 사건들에 영화 속 루저 청춘들답게 반응하면서 개그를 쳐요. 특별히 훌륭할 것까진 없지만 '러브크래프트풍 엽기 개그 호러' 라는 이 근본 없는 이야기엔 썩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호러 + 코미디에요!' 라는 간단한 이야기를 또 이렇게 쓸 데 없이 길게 적고 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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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라고 해 봐야 특수 효과가 이런 식이라 보기 부담스러운 건 거의 없습니다.)



 - 이 영화의 확실한 장점 하나라면. 그냥 내내 폭주한다는 겁니다. 당연히 먹힐 때도 있고 삑사리가 날 때도 있어요. 뭘 굳이... 라며 혀를 차게 만드는 장면도 있지만 우왁 이게 뭐야 ㅋㅋㅋㅋ 하면서 웃음 터지는 장면도 있고. 그러다 가끔 멀쩡한 호러 장면이 나와서 당황(?)할 때도 있구요. 뭐가 되었든 어떻게 되었든 정말 쉬지 않고 열심히 폭주합니다. 거기에 모자란 제작비 때문인지 감독님 취향이 그런 건지 도저히 분간이 불가능한 레트로 풍 특수 효과, 분장들이 어우러져서 B급 분위기를 강화해 주고요. 지난 수 년간 온갖 지 멋대로 만든 호러, 스릴러 영화들을 봐 왔지만 그 중에서 이 정도로 정신 산란한 영화는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ㅋㅋㅋ 오해를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가장 막 나가는 영화란 게 아니라 가장 정신산란하게 질주하는 영화라는 얘깁니다. 마치 '니네 이딴 스토리 보고도 재밌어 할 수 있음?'이라고 도전하는 듯한 느낌인데 이게 원작 스토리에 충실한 각색이라는 게 당황스러울 뿐이구요.


 근데 이렇게 폭주하는 B급 영화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그냥 원래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봐야 좋아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신산란한 가운데 그걸로 뭔가 되게 예술스러운(?) 의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이게 그런 훌륭한 작품까진 아니었구요. ㅋㅋ 어찌보면 만용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자기 맘대로 만들어 버린 괴작에 가깝습니다. 큰 기대는 품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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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체급에 비해 유명한 사람들이 좀 나오는 편인데 일단 '쇼생크'에도 나왔던 우리 클랜시 브라운 아저씨가 코믹한 캐릭터로 나오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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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얼굴은 솔직히 기억하기 어렵습니다만. ㅋㅋ 기예르모 델 토로가 사랑하는 배우 더그 존스씨. 그리고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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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지아매티가 나옵니다? ㅋㅋㅋ 비중도 작지 않아요. 심지어 이 영화의 총제작자이시구요. 허허. 흥행은 망했지만 제작비가 100만 달러라니 크게 손해는 안 봤을 듯.)



 - 그래도 이런 게 취향에 맞는 저라는 인간은 거의 내내 아주 즐겁게 웃으며 보고 있었습니다만.

 막판이 많이 아쉬웠네요. 결국 클라이막스에서 이 정신산란함이 확 죽어 버리거든요. 이유는 대략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어쨌든 수습은 해보자'고 만들어낸 사건의 진상이 좀 흔한 클리셰에요. 나름 괴악한 비주얼과 황당한 전개로 극복해보려 애는 썼지만 그 전까지의 황당무계한 전개를 생각할 때 아무래도 힘이 빠집니다. 

 두 번째는 이야기의 톤입니다. 초중반까지를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게 살벌한 호러와 황당한 개그가 정신 없이 교체되게 짜 놓은 배합 덕이 컸는데, 클라이막스부터 결말까지는 그냥 평범한 루저 젊은이 코미디 톤으로 가면서 역시 맥이 빠집니다. 이게 이렇게 온화한 이야기가 아니었잖아?? 라고 생각하며 좀 아쉬운 기분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막 나갈 거면 아예 끝까지 확실하게 막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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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감독님의 인생 대표작 '판타즘' 시리즈로 알려진 앵거스 스크림님도 나오셨습니다.) 



 - 그래서 뭐... 중요한 얘긴 다 해 버렸지만요.

 애초에 이 감독님의 인생작인 '판타즘' 시리즈부터가 딱히 고퀄의 무언가로 인정 받는 영화들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아직 못 봤으니!) 그리고 이 영화를 보니 '응 그랬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 가난해서 이렇게 한 건지 능력이 모자라서 이렇게 한 건지 원래 감독 취향이 괴상해서 이렇게 한 건지... 라는 생각을 꾸준히 하면서 보게 되는 영화였거든요.

 하지만 그런 의도 같은 건 신경 끄고 그냥 본다면, 소위 '막 나가는 영화'들을 즐기시는 분들. 특히 괴작 매니아(...) 분들이라면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구요. 뭐가 되었든 멀쩡하고 정상적인 영화, 어떤 알맹이나 단단한 내용물을 원하시는 분들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뭐 그런 취향이시라면 제목만 보고도 이미 패스하셨겠지만요. ㅋㅋㅋ

 암튼 전 즐겁게 봤다는 거. 그래서 또 다시 '판타즘' 시리즈를 봐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는 거. 뭐 그러합니다. 끝이에요. 




 + 다 보고 나서 '엑설런트 어드벤쳐'의 호러 & 21세기 인터넷 개그 버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만. 흥행이 폭망해서 속편은 나오지 못했네요. 원작은 아직 세 권이 더 남아 있다는데 말이죠.

    • 구글 검색 결과에 따르면 제작비 100만 달러를 들였는데 흥행 수입이 14만 달러였다고 합니다. ㅠㅜ 뭐 워낙 싸게 만든 영화니까 이후에 2차 판권 팔고 vod 장사도 하고 해서 어떻게든 본전은 회복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어쨌든 아주 대차게 망한 건 맞는 듯 싶어요. 속편이 안 나온 것만 봐도... ㅋㅋ




      아 원작이 한국에도 번역 출간 되었군요? 조금 놀랍습니다만 그만큼 책은 꽤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네요. 하하.

    • 원작이 재밌다니 배우들 캐스팅이 원작빨을 받았던 걸까요? 원작 소설 궁금해집니다.

      요즘엔 이렇게 막 나가는 영화가 없죠…아쉽습니다. B급 영화라고 불리는 것도 안 나오는거 같고요. 감독이 나 혼자 신나서 막 달리는 영화 보고 싶어요ㅜ
      • 사실 폴 지아매티를 제외하면 다들 매니아들, 특히 호러나 B급 SF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일 영화에 단골로 나오던 분들이니까 그렇게 이상할 것 까진 없는데, 이렇게 모아 놓으니 되게 쟁쟁해 보여서 의외이긴 했습니다. ㅋㅋ




        세월이 흐르면서 영화들이 표현 수위는 강해지는데 자유분방하게 달리는 류의 작품들은 오히려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예산 영화, 인디 영화들을 전보다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서브스턴스', '리벤지' 감독님 사랑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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