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점점 별로인 이유


 1.백종원이 처음으로 짜증났던 건 골목식당 긴급점검이라는 프로였어요. 재점검이라는 명목으로 어느 때건 제작진과 백종원이 원하는 타이밍에, 불시에 들이닥칠 권리가 있다는 듯이 구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어쨌든 백종원이 이런저런 가게를 시찰하듯이 돌아다니며 잘하는 가게에게는 칭찬을 하고 못하는 가게에는 시청자 앞에서 죄인 다루듯 하는 컨셉의 방송이었죠. 



 2.그중 가장 별로였던 건 신촌에서 백반가게를 하는 노부부의 업소에 난입했을 때예요. 일단 그 노부부는 방송상으로는 전혀 호감있는 인물로 그려지지 않았죠. 어떻게 보면 백종원이 '함부로 난입해도 되는 이유'를 미리 방송상으로 만들어놓은 거예요.


 거기서 백종원은 노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에 쳐들어가서 주방을 뒤엎고, 마치 수색영장이라도 가진 사람처럼 냉장고를 뒤져요.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하는 게 더 낫겠지만, 그들은 굳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렇게 하죠.


 그리고 백종원은 노인들을 상대로 훈계를 시작하죠. 그 상황까지 진행되니 그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가지뿐이예요. 그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백종원의 훈계에 맞춰주는 것뿐이죠. 거기서 백종원에게 맞불을 놓으면 더 큰 빌런이 될뿐이니까요. 백종원이 쳐들어와서 카메라를 들이댄 이상, 그들에게는 이미 빌런이 아니게 되는 경우의 수는 없거든요. 그냥 빌런이 되느냐 최악의 빌런이 되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죠.   


 

 3.하지만 그들은 이제 노인이예요. 그들이 방송에서 그려진 것만큼 나쁜 사람이든 아니면 좋은 사람이든, 강한 사람이든 약한 사람이든...그들은 노인이 되어버렸단 말이예요. 아무리 의뭉스럽고 불쾌한 사람이 상대더라도, 노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카메라가 갑자기 쳐들어가서 주방을 뒤엎고 냉장고를 뒤지는 광경. 백종원에게 훈계를 들으며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모습들은 너무도 슬프고 불편한 거예요.


 홍탁같은 젊은 사람이 상대라면 얼마든지 갈궈도 괜찮겠죠. 왜냐면 오늘의 홍탁이 그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람도, 가장 강한 사람도 아닐 거니까요. 그는 앞으로 더 강해지거나 더 선해질 수 있거든요. 젊음을 장작 삼아서요. 하지만 백반가게의 노인들, 떡볶이가게의 노인들은 이제 오늘의 그들이 진짜 그들인 거예요. 백종원처럼 성공하지는 못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냥 그 모습과 그 심기로 살아가야만 하죠. 인생이라는 감옥의 형기를 마칠 때까지... 


 

 4.휴.



 5.백종원의 회사는 사실 jyp나 yg같은 엔터사업 회사나 마찬가지예요. 물론 예로 든 회사처럼 크진 않지만 연예인을 가지고 회사를 해먹는다는 점에서요. 물론, 그 회사에 연예인은 백종원 하나밖에 없죠. 백종원이라는 연예인 단 한명으로 돌아가는 회사인 거예요.


 그야 백종원이 방송을 이용해서 사업과 이미지 관리라는 줄타기를 너무 잘한건 맞아요. 그건 이미지 관리와 언플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본인의 내공이 분명히 갖춰졌기 때문이죠. 대한민국에 이렇게 길게 방송을 하면서 이 정도로 좋은 엑기스만 뽑아먹는 능력이 되는 사람은 거의 없을걸요. 정용진이 고작 sns만 했는데도, 대중 노출의 좋은 부분은 못 따먹고 나쁜 이미지만 얻게 되는 걸 보세요.


 그리고 방송도 너무 잘 하고 자기관리 또한 구설수 안 나오게 철저하죠. 백종원이라는 '사람'자체는 거의 초인이라고 봐도 될거예요. 대중에 노출될 때마다 나락을 갈 각오를 해야 하는 게 우리나라인데, 연속적으로 방송에 나오면서도 나락을 안 가는 건 도박판에서 엄청 오래 살아남는 타짜인거죠.



 6.그러나 그럴 능력이 있다고 해서 방송과 미디어를 저렇게까지 활용해도 되나 싶긴 해요. 백종원 본인은 분명 대단하지만, 백종원에 한몸으로 묶이는 회사를 냉정히 보면 전혀 대단한 회사가 아니니까요. 방송에서 얻어낸 좋은 이미지를 넘어, 거기서 획득한 권위까지 본인의 회사와 활동에 몽땅 투영시켜 버리는 건 매우 건전하지 않죠.


 그리고 그 권위라는 게 문제예요. 클럽에 갈때 예쁜 여자가 자신보다 좀 못생긴 여자를 데려가는 전략처럼, 백종원은 본인의 권위를 발휘할 때 반드시 그곳에 빌런을 한명 배치하죠. 사실 세상에 욕먹어도 되는 사람은 없지만 방송상으로 욕먹어도 되는 이유를 충분히 만들어낸 빌런 말이죠.



 7.내가 백종원이 정말 싫어졌던 건 홍콩반점 이슈 때였어요. 백종원은 자기 체인점을 살리려는 건지, 아니면 자기 체인점을 살리는 쇼를 찍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요.


 백종원은 그 유튜브에서 갑자기 문제있는 것처럼 그려지는 체인점 점주에게 전화를 해요. '지금부터 그곳으로 솔루션을 해주러 갈 건데 괜찮냐'라고요. 그리고 체인점 점주는 그럴 필요 없다고 거절하죠.


 그러자 백종원의 표정은 엄청난 빌런을 만났다는 표정으로 돌변하고, 백종원을 따르는 댓글들은 '솔루션을 거절하는 게으른 점주'를 욕하는 내용으로 도배되더군요. 그런데 그 점주가 왜 그걸 받아들여야 하죠? 



 8.백종원의 말은 사실 '지금부터 내가 솔루션을 해주겠다.'가 아니잖아요? '지금부터 내가 솔루션을 하는 척 하는 쇼를 진행할 테니 너도 출연자로 참여해라. 아, 물론 빌런 역으로.'인 거죠.


 그런 제안은 절대 받으면 안 돼요. 왜냐면 홍콩반점 이슈에서 백종원은 절대 빌런이 되어선 안되거든요. 백종원은 그 홍콩반점 지점에 가자마자 그 지점에서 엄청난 실수들을 발견한 척 할거고, 말도 안 되는 빌런을 만났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거니까요. '맙소사, 홍콩반점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망칠 수 있지?'라면서요.


 그리고 그곳의 점주는 쇼의 참여자로서 선택을 해야 했을거예요. 존나 역대최악의 빌런이 되던가, 비록 빌런은 빌런이지만 백종원이라는 목자에 의해 교화되고 거듭나는 양이 될 건지를 말이죠. 그 두가지의 선택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하라고 하는 건 정말 못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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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프랜차이즈를 낸 회사에 문제가 있다면 그냥 해결하면 돼요. 그런데 그걸 해결하면서 본인에게 불똥이 튀지 않게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미디어를 들이대는 건 정말 별로다 싶더라고요.


 요즘 빽햄 때문에 시끄럽던데, 그건 회사 사이즈 상 어쩔 수 없다고 봐요. 스팸은커녕 다른 업체를 이길 식품도 백종원 회사의 능력으로 만들기는 힘드니까. 하지만 방송을 잘 한다고 해서 너무 지나칠 정도로 방송을 통해 확장을 도모하고 모든 이슈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점점 별로예요. 백종원이라는 방송인은 재미있지만 저런 건 정말 보고 싶지 않거든요.







 

    • 누가 그러던데 백종원이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 중에서 제대로 돈을 벌고 있는 건 빽다방 밖에 없다고 하던데요. 본인도 외식 사업을 제대로 못해내고 방송일과 유명세로 살고 있으면서 왜 다른 사람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 다른 건 모르겠고 홍콩반점 사건 때는 저도 좀 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저걸 왜 저렇게 해결하지? 라고요.


      예능인으로선 탑 중의 탑 레벨이고 뭐 이것저것 들려오는 것만 보면 인간적으로 훌륭한 사람일 것 같기도 한데... 정작 본인 프랜차이즈들 성과가 약하다는 것도 인상이 좀 애매해지는 부분이구요.


      그래도 이 분이 영향 미치는 게 대체로 요식업 한정이어서 오은영씨(...)보단 좀 덜 질리긴 합니다. ㅋㅋ

    • 면박받는 노부부에 대해 적어주신 대목을 보니 요새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안 보게 된 이유가 떠올랐네요. 그런 류의 프로그램들에서 이루어지는 심사시간은 약간 전문성이라는 잣대하에 이루어지는 합법적인 언어적 SM플레이(..)를 보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하나, 참가자들이 아무리 젊어도 심사위원들에게 인정사정없이 매도당하는 모습을 보는 게 별로 유쾌하진 않더라구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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