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16일, 18일 집회다녀왔습니다
어떤 글들은 바로 직후에 써야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는 걸 실감합니다. 후에 일어난 어떤 충격적인 사건들은 그 전에 일어난 사건들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리곤 하니까요. 즐겁게 집회를 다녀왔는데 그게 폭도들의 서부법원 점거 및 소요 사건 때문에 저 스스로도 그걸 어떻게 전달해야 할 지 좀 당황스럽습니다. 그럼에도 폭동 사건에 뒤이어서 쓰는 글이라면, 이런 폭력적 상황 속에서도 안전하게 목소리를 내겠다는 사람들은 여전히 다수일 거라는 이야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난폭한 허세로 뭔가를 뒤엎을려는 그런 반사회적 행동 뒤에도 누군가는 계속 사람들을 믿고 분노하면서도 또 우리끼리는 즐겁게 시위를 할 것입니다.

지난주 수요일에는 이태원에서 퀴어단체가 주최한 윤석열 퇴진 집회가 있었습니다. 날이 추웠고 모여있는 곳도 그렇게까진 크지 않은 곳이라 사람들이 많진 않았습니다. 아마 이날 윤석열 체포가 이뤄져서 사람들이 조금 덜 왔던 것도 있었겠죠. 저는 이 날 집회를 '그래도 축하할 만한 일이 생겨서' 조금 다른 기분으로 갔었습니다. 박한희 변호사가 진행을 해주셨고 많은 분들이 발언을 해주셨는데, 이날 민주노총 권수정씨가 와서 발언하던 게 인상깊었습니다. 인권 이슈의 최전선인 트위터에서 트랜스젠더는 여성인권에 방해다, 빼라, 그런 사람들이랑 집회에 같이 하기 싫다 이런 별의별 소리가 나오는데 이렇게 오프라인 광장에서 민주노총 관계자가 직접 연대를 약속하고 또 실천해주니까요. 현장에서 제일 열심히 앞장서는 사람들이 이렇게 연대를 약속하는데 온라인 뒷골목에서 누가 떠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날 퀴어 댄스 동아리(?) 루땐 분들이 춤을 췄는데 뉴진스랑 엔씨티 노래에 춤을 추시더라고요. 신기한 게 그 안에서도 분명히 두각을 보이는 사람이 딱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목요일에는 명동 세종호텔 문화제에 갔습니다. 이 날 안그래도 명동씨네라이브러리에서 영화를 볼 일이 있었는데, 영화가 시작을 7시 30분에 하고 어정쩡하게 시간이 남아서 다행히 20분이라도 가있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보통 7시에 시작해서 집회를 못가겠네... 하고 어기적거리다가 극장으로 갔는데 뒤늦게 시간을 확인하고 후회했습니다. 이걸 알았으면 아예 집회에 퍼뜩 가있을 수 있었는데...
아마 이 쪽 거리를 지나다니던 분들이라면 이 세종호텔 투쟁이 꽤 오래되었다는 걸 아실 겁니다. 저도 이 쪽을 몇번 지나다닐 때마다 치워지지 않는 천막이 해를 가도 계속 자리를 잡고 있어서 늘 속상해했었는데, 이렇게 본격적인 집회가 잡혀서 괜히 기뻤습니다. 그 동안 늘 모르는 척 하고 지나쳐서 죄스러웠는데 그걸 간신히 덜었다고 할까요. 이번주에도 하니 또 갈 생각입니다. 이 날 무지개 머리띠도 받아서 기분 좋았습니다 ㅎㅎ

토요일 광화문 집회는 컨디션도 안좋고 미적대다가 나갔습니다. 윤석열이 체포가 되어버려서 한시름 놓았다고나 할까요. 좀 풀어지긴 하더군요. 그래도 민주노총 마스코트인 민총이 구경도 하고, 조국 트럭에서 오뎅국물도 얻어마셨습니다. 인기가 많은지 오뎅은 다 떨어졌더군요. 후기를 들어보니 극우집회 노인분들이 자꾸 얻어먹으러 와서 윤석열을~ 구호를 주면 탄핵하라~ 파면하라~ 등으로 맞장구를 쳐야 먹을 걸 나눠줬다고 합니다 ㅎㅎ 저쪽 집회에서 그렇게 빨갱이 어쩌고 저쩌고 하던 분들이 배고프다고 이 쪽에 슬그머니 먹을 거 챙기러 오는 거 좀 짜증납니다. 그 쪽에서 물밥이나 신나게 나눠먹었으면 좋겠고요.
이 날은 앉아서 좀 노닥거리다가 행진을 했는데, 진짜 놀랍게도 어떤 디제이분이 무대에서 하우스 음악을 틀어주시더군요. 케이팝까지는 그래도 나올 수 있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찐 하우스 음악이 나와서 놀랐습니다. 유행어를 빌리자면, '고도로 발전된 집회는 음악페스티벌과 구별할 수 없다'라고 할까요... 정치적 집회가 계속되고 사람들이 평화시위를 반복하면 그 시위는 문화적으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사회실험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날 행진을 하는데 헌법재판소까지 얼마 안가서 있는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사물놀이 같은 걸 하더군요. 윤석열이 체포도 됐겠다, 작은 승리감이 실려있는 듯 해서 평소보다 더 흥겨웠습니다. 동시에 이렇게 한국의 전통 음악과 서구의 전자 음악이 나란히 광장에서 연주되고 그걸 알아서 각각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이렇게 각 문화가 동시에 녹아있는 광장을 제가 걷고 있다는 게 기적같기도 하더군요. 아마 이번주는 폭동을 일으킨 폭도들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서 열정적으로 집회를 즐길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live/VJnGS9lD8P0?si=5YGwBAx-l0vM4gjS&t=7331
글 잘읽었습니다.
즐겁게 집회를 다녀오셨다는 말. 첫번째 사진 인상적입니다.
수요일 집회 재밌었겠어요.
하나 질문이 있는데 집회 일정관련 정보는 어디서 확인하세요?
주말에만 움직이지만 그저 네*버에 검색해서 그때그때 가는지라 여쭤봅니다.
앞으로도 종종 소식 올려주세요.
예상은 했으나 역시.
트위터나 인스타를 안하는 사람은 정보에 약하네요.ㅎㅎ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오뎅 국물과 노인들 얘기는 참...이런 게 웃픈 건가 싶네요.
현실 인식이 너무나 차이가 나는 뉴스를 보면 어질어질한데요, 와중에 이런 소식을 접하니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