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외전
1980년 장철 감독 작품.
스코프, 북경어, 128분(셀레스철 복원판 기준)
이소룡 등장이후에 한동안 꺾여있던 정통무협영화의 기세는 이소룡 사후 초원 감독이 고룡의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들이 연달아 히트하면서 다시한번 오르게 됩니다. 이시기에 장철 노사께선 고룡 소설로 잘나가는 초원 감독이 부러웠던지 김용의 소설들을 연달아 영상화해서 내놓았습니다. 장철본인은 물론이고 늘 함께한 파트너인 각본가 예광까지, 두분이 다 김용선생과는 절친이었다고 하니 뭐 나름 의미도 있고.
7편의 영화를 발표했고 그중에서 6편을 부산 시네마테크에서 상영중입니다.([벽혈검]이 빠졌네요. 아쉽게도...)
그 시기가 딱 장철이 오독영화들을 내놓고 있던 때와 겹치기 때문에 7편의 영화에 전부 오독 멤버들이 여기저기 포진하고 있어서 팬들은 장철의 김용 영화들을 오독영화로 간주하고 있기도 하고, [비호외전] [벽혈검] [협객행] 세 작품은 진짜로 오독영화가 맞습니다. 주인공들이 오독멤버들이라서...
장철의 김용 영화들을 전 썩 좋게보진 않았는데, 이양반이 전성기는 지나가고 의욕 떨어졌을 때 쯤에 만든 거라서 대충 만든 티가 막 나거든요. 캐스팅도 그냥 아무나 걸리는대로 막 한거 같고 회사의 제작비 지원이 예전같지 않아지면서 세트나 소품도... 그래도 김용작품인데 이건 좀 너무 빈티난다 싶어서...
그치만 오독멤버들이 주축이 되서 나온 세편은 썩 나쁘게 보진 않았는데... 오독영화는 원래부터 싸구려로 막만든 영화들이니까요ㅎㅎ
[비호외전]은 장철의 김용 영화들 중에 세번째로 나온 영화이고 그때는 오독멤버들도 물갈이가 되었을 때입니다. 오리지날 멤버 다섯은 더이상 같이 안나오게 되면서 신인들이 추가로 기용되었던 때...
그리고 진짜로 장철이 이제 손놔버린 것 같다는ㅎㅎ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그전까지만 해도 어느정도 기초적인 시대상 정도는 맞춰주고 있었는데 이시기쯤 만든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80년대식 더벅버리에 서커스 단원같은 옷을 입고 나와요. 원래부터 저예산이지만 더 없어보이게 만드는... 그렇지만 오독영화니까 별 신경은 안쓰인다는...ㅎㅎ
'비호외전'은 '설산비호'의 스핀오프로 나온 프리퀄이죠. 외전 주제에 원전보다 내용이 훨씬 더 방대한...
제가 '설산비호'를 읽어봤을 때 김용 소설중에서 가장 영상화하기에 적절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내용도 별로 길지 않고 장소도 한정적이고 그런데, 정작 '설산비호'는 영화로 안나오고 그보다 훨씬 길어서 영화화하기 곤란한 '비호외전'만 몇번이나 영화로 나오더란 말이죠(최소 세편 이상) 글쎄... 제목에 '설산'이 붙어있어서 눈 안오는 홍콩대만에서 영상화하기에는 애로가 있어서 그랬을까요...(근데 쇼부라다스라면 설산 그까이거 세트로 해결해버리면 될텐데...)
장철 [비호외전]의 상영시간은 대략 130분, 그시기 홍콩 영화 치고는 긴 편이지만 그래도 장편 무협소설을 다 구겨넣기엔 어림없는 시간이죠. 그래서 영화는 주인공 호비와 관련된 사건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압축합니다. 그래도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좀 날림이다 싶은 부분은 꽤 있고 이야기가 썩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아예 '여러분 다 아는 이야기죠?'라는 자세로 진행되요.
대략 두파트로 나눠지는데 주인공이 아버지대의 사연을 알게되기까지의 전반부와, 사연을 알게된 주인공이 복수하는 후반부(뭔가 [바후발리] 비슷한 것 같기도...) 이중에서 장철의 관심이 몰려있는 건 다분히 전반부의 과거회상 파트입니다. 이야기 전체 주인공인 호비를 제끼고 호비의 아버지 호일도와 라이벌 묘인봉 두사람의 이야기에 제일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부분이 딱, 두 싸나이가 만나서 목숨을 건 으리를 다지게 된다는... 완전히 장철스런 내용이거든요.
그때문에 진짜 주인공인 호비가 손해를 보게됩니다. 호비는 김용의 주인공들 중에서도 가장 대협다운 인물이라고들 하고, 김선생이 '비호외전'을 쓴 목적이 진짜 대협의 모습을 보여주고싶어서였다는 말도 있는 것 같고 그런데... 전반부 주인공은 호일도와 묘인봉이고, 후반부에서도 묘인봉이 이야기 중심이기 때문에 때문에 주인공은 그만큼 뒤로 밀려나게 되고, 호비가 혼자서 제대로 해결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영화 구성상 주인공이 성장할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미숙한 모습으로 나오고 대부분 조력자들이 더 큰 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결국 영화 속에서 진짜 대협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호일도와) 묘인봉이라는...
글구 후반부에 이야기를 주도하는 건 여주인공인 정영소. 장철영화 치고는 여주인공 묘사에 공을 들인 편입니다.
오독 영화니까 당연히 액션은 훌륭합니다.(짜고치는 올드스쿨 스타일 무술지도에 거부감이 없다면...) 후반부는 무술이 아니라 독공을 겨루는 장면이 많아서 나름 색달라보이기도 하고요. 글고 이게 원작에 나온 건지 기억은 안나는데 독으로 사람을 강시(좀비)처럼 만들어서 싸우게 만드는 기믹도 있고... 페이탈리티도 있습니다.
당시에 오독영화에 신멤버로 참여한 전소호(강시선생)가 호비역, 오독영화에서 주연 전문인 곽추(첩혈속집)가 묘인봉 역입니다. 전소호는 바로 직전에 나온 오독영화 [소림과 무당]에서 첫 주인공을 했고, 이 영화 뒤로는 [차수]에서 다시 한번 곽추와 공동주연을 합니다.
특이한 점은 주로 선역으로 나오는 강생이 악당 전귀농(원작에선 대단한 실력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여기선 시관관계상 끝판왕입니다)역을 맡고 악역전담인 녹봉이 호일도역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엔 아크로바틱 달인들인 곽추와 강생의 공중전이 벌어집니다.
쇼부라다스는 몇년후에 '비호외전'을 또 영화로 만듭니다. 제목은 [신비호외전]. 속편도 아니고, 제목에는 '신'자를 붙였지만 같은 이야기 재탕인데 몇년 지나지도 않은 걸 왜 또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영화는 호비가 단독주인공이었던 걸로...
오랜만에 세로자막이 나오는 영화를 봤는데 혹시 불편하지 않으려나 살짝 걱정했으나 오래전에 단련된 기반이 있어서인지 바로 적응되더근요.
자막은 나쁘지 않았는데 간간히 보인 오역과 아주 많이 보였던 오타가 좀 아쉬웠습니다.
시네마테크 공지로는 상영시간이 129분이라고 되어있는데 셀레스쳘 로고 포함 시간인 것 같고, DVD로 출시되었던 것과 동일한 버전입니다.
예고편. 대놓고 스포를....
호일도 vs 묘인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