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사모님' 소리 들은 날



네, 삼십년 넘게 살아오면서 학생, 아가씨, 저기요.. 등으로 주로 불리웠던 생명체입니다.

2~3년 전부터 갑작스레 신분에 변동이 발생하여 신부님, 새댁, 어머님 등으로 불리우기 시작해서 

이젠 애기엄마! 아줌마! 라는 호칭에도 서서히 적응해 갈 즈음 어느 날.. 


한 인상 좋은 아저씨께서 단지 내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던 저에게 접근하시더니 쾌활하게 말을 거셨습니다. 


"사모님, 중앙일보 하나 보시죠!" 

헉. 사모님이라니?? 게다가 중앙일보라니? 나를 뭘로 보고!(뭘로 보긴, 평범한 동네 아줌마로 봤겠죠;) 


"조중동 안 봅니다~"

나름 시크하게 응수해 봅니다. 


"아니~ 왜요???" 

아저씨 정말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습니다.

중앙일보 정도면 젊은 새댁이 볼만한데?? 


"신문이라고 할 수가 없쟎아요"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정성스레 답변해 드립니다. 


"아니 왜요.. 요즘 조중동도 얼마나 잘 나오는데요.. "

아저씨 옹색한 변명하시며 목소리 기어들어가십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제 짐을 내리고 있었어요. 


그러나 이제사 고객의 성향을 파악한 아저씨께서 다시 한번 회심의 한 방을 날리십니다. 

"그럼, 한겨레 보실래요??" 


아이쿠, 고객의 니즈를 잘 꿰뚫어 보시는 분이시군.. 

"전 경향신문보니까 됐어요~ 안녕히 가세요~" 하고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아니, 신문 두 개 보셔도 괜찮은데! 서비스 많이 드릴게요~" 하며 안타까이 외치시던 아저씨를 뒤로 하며..  



엥?? 근데 조선일보랑 한겨레를 같은 영업소에서 취급하나요? 기분이 묘하더군요. 

이 동네가 사람들이 띠엄띠엄 사는 동네도 아니고 말이죠. 


여튼 생애 처음으로 사모님 소리를 들은 날이었습니다. 기분 정말 묘했어요. 

 

앞으로 사모님 소리도 종종 들으며 살아가겠죠. 휴우~ 





    • 고생하셨습니다 싸모님
    • 약 10년전의 제 경험과 유사한 경험을 하셨군요. 전 이제 (모르는) 동네 중고등학생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하는 연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행사의 VIP가 공식인사말에서 "Huge Thanks to Mrs.ally"할 때는 좀 당황스럽더라고요. Ms라는 좋은 표현도 있는데 왜 . . .
    • 아 근데 그 분이요, "중앙일보 볼 것 같은 분"을 칭찬의 의미로 말씀하신 걸 수도 있어요.
      여기 게시판에서도 제가 저번에 "조중동을 볼 것 같은 여자"가 자기 이상형이라고 하신 남자분도 계셨다니까요.

      재밌죠;;;
    • 루아 님/ ㅋㅋ 네, 조금 근성있는 분이셨어요.
      ally 님/ 와, VIP가 huge thanks 할 정도로 좋은 일을 많이 하시나봐요. 존경스럽습니다. 미국에서도 Ms를 일반적으로 안 쓰나보죠?
    • 스완지 님/ 으하하하하~ 저 '중앙일보 볼 것 같은 여자' 된 건가요? 이거 정말 영광. 근데 저 정말 추레하게 하고 다녀서^^
    • 저희집에도..
      "같은동 몇호에 사는 사람인데 제가 신문을 넣거든요. 조선일보 하나 보시죠." 하시길래
      "조중동은 안봅니다!"
      "그럼 한겨레나 경향을.."
      흠.
    • 신문유통원이란 곳에서 공동보급합니다 신문 유통구조 개혁을 위해 참여정부 때 도입된거죠
    • Shena Ringo 님/ 그러고보니 이거 그분들 매뉴얼 1장에 있는 내용이겠군요.
      amenic 님/ 감사합니다. 요렇게 명확한 답변 누군가는 주실 줄 알았다니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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