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도 마지막으로 구매한 책들(아마도)

[개를 기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  다니구치 지로.

책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사게 되었어요. 

1992년에 출판된 [개를 기르다]에 수록된 단편 4편과 작가와 자신의 개에 대한 에세이 '사스케와 지로'를 더하여 나온 책입니다. 

작가의 개 '사스케'의 사진도 군데군데 몇 장 들어가 있네요. 평범하게 생긴 믹스견이지만 함께 산 사람들에게는 세상에 유일한 개입니다. '개를 기르다'는 노화로 걷기 힘들어 한 시기부터 죽기까지 열 달 정도의 시간을 따라가며 그린 작품입니다. 작가의 개가 죽고 한두 달 정도 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개가 떠나고 나면 그 슬픔을 나눌 누군가가, 무엇인가가 필요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개에 대해 얘기하고 기억을 나누고 기억을 남기길 원하게 됩니다. 사람의 경우보다 개나 고양이의 경우엔 남은 이의 슬픔이 공유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감정은 축소되거나 특수한 것으로, 훨씬 개인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얼른 털고 가야 할 것으로도. 또한 동물들은 사회적 관계도 거의 없으니 떠나고 나서 기억해 줄 이가 측근이 전부라는 점이 고립된 슬픔의 감정을 강하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가가 자신의 개와 있었던 일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고 싶어한 것이나 작품으로 기록으로 남기려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에게 이분 책이 ['도련님'의 시대]와 [열네 살] 등 여러 권 있으나 읽은 것도 있고 그냥 보관만 하고 있는 것도 있네요. 이 작가는 일상을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고 뭔가 일본의 소박한 드라마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일본 만화의 세계는 넓고도 다양하고.. 저는 잘 몰라서 말하긴 어렵지만 극적인 과장 같은 것을 표현 방식으로 삼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작가는 2017년 돌아가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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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우맨]  마틴 맥도나. 

네, 그 마틴 맥도나의 희곡입니다. 연극계에서 크게 성공하고 영화로 넘어왔다고 작가 소개에 나와 있고 책의 띠지에는 감독의 영화 세 편을 열거한 후 '천재 극작가이자 연출가 마틴 맥도나의 대표작'이라고 적혀 있어요.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않고 그냥 영화광으로서 스토리텔링을 익혔다는데 그러면서도 연극계와 영화계의 여러 상을 휩쓴 경력 때문에 천재라고 하는 것인지? 아무튼 '이니셰린의 밴시'를 재미있게 본 관객으로서 호기심에 샀습니다.  

희곡을 읽으려고 시도하는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아직 시작하진 않았지만 제목부터 뭐 좀 기이한 설정이 아닐까 짐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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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생존법]  알랭 드 보통.

이 책은 주저하다가 샀어요. 

책값이 비싼데 제가 보통 씨 책을 꼭 읽고 싶은 독자는 아니라는 점. 그냥 보통 정도의 관심만 갖고 있어서 책이 나오면 음 부지런하네..이러고 대부분 지나쳤거든요. 이십 년 쯤 전에 몇 권 사 읽었는데 이번에 결국 어떤 분의 후기에 혹해서 신간을 들였네요. 

또 한 가지 주저의 이유. 책값이 비싼 건 그림과 사진이 많아 그런 것인데 선명하지 않고 흐리지 않을까 염려했었죠. 실물을 보자 확인이 돼 아쉽네요. 특히 고전 그림들이 선명하지 않은데 인쇄 기술의 문제인지, 종이의 문제인지 전문가가 아니니 모르겠으나 출판사의 규모가 영세한 경우에는 도판이 많은 책은 실물을 안 보고 사면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반대되는 예로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의 경우엔 도판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아주 선명하고 깨끗해서 마땅히 누려야 할 그림들 보는 즐거움이 함께했던 에세이였습니다. 이 책은 그런 면이 아쉽지만 글이 재미나서 상쇄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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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1903-1985)

이번에 처음 이름을 접한 철학자입니다. 아버지가 프랑스로 귀화한 러시아 출신 유대인이며 의사이며 번역가였고, 본인은 고등사범졸, 교수자격1등 통과 등 대를 이은 수재셨네요. 저자 소개 중에 눈에 띄는 점은 전시에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면서 카페 뒤편 임시교실에서 이 책의 시초라 할 '죽음'에 대한 첫 강의를 했다는 것이었어요. 전후에는 교수로 있으면서 책도 많이 냈으나 당대 주류 철학과는 거리가 있었고, 말보다 행동을 우선시하는 확고한 도덕적 태도가 다양한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하여간 이 책을 추천하고 있는 분들의 명단을 보면 책값의 문턱을 무시하고 사고 싶었습니다. 제가 읽기 어려운 까다로운 내용이라 책장 한 켠에서 묵묵히 내려다 보는 또 한 권의 책이 될까 걱정도 있었지만 일단 목차를 보면서 시도해 볼 마음을 먹었어요. 

도착한 책을 보니 하드커버이고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길이입니다. 페이지 여백이 없는 편이며(특히 상단이 좁네요) 글자로 빽빽한 편집입니다. 역자(김정훈)의 후기 중에 '길다는 것이 풍요로운 축복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저도 읽으며 그런 느낌을 받기 바랍니다.

아래에 큰 목차를 옮겨 봅니다. 

프롤로그: 죽음의 신비와 죽음의 현상

제1부 죽음 이편의 죽음

1장 살아있는 동안의 죽음. 2장 기관-장애물. 3장 절반의 열림. 4장 노화 

제2부 죽음 순간의 죽음

5장 죽음의 순간은 범주를 벗어나 있다. 6장 ‘거의 아무것도 아닌’ 죽음의 순간. 7장 되돌릴 수 없는 것. 8장 돌이킬 수 없는 것

제3부 죽음 저편의 죽음

9장 종말론적 미래. 10장 내세의 부조리. 11장 무화의 부조리. 12장 사실성은 소멸될 수 없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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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번째 책은 소개글 만으로도 눈물이 찔끔거리다 표지 보고 무너질거 같습니다. 내 털 아이의 기억을 함께 나눌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긴해요. 사진이나 영상을 마구잡이로 공유해도 괜찮은 관계란게 얼마나 소중한지 늘 생각합니다.


      필로우 맨은 제가 연극으로 본 거네요(거의 20여년 전!!!ㅋ) 근데 그 작가가 마틴 맥도나 였다니 워우. 영화나 드라마도 좋아하지만 연극의 날것이 땡길때가 많습니다.


      thoma님에게나 저에게나 절대 잊지 못할 한해였습니다. 모쪼록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에도 앞으로도 쭉 좋은 글 자주 올려주세요.
      • 부부가 개를 간병하며 힘들어 하고 지치는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해서 저도 그런 순간이 떠올랐어요.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슬퍼하지만 기약없이 돌볼 당시에는 힘들다, 그래도 나중에 후회하면 안 되니까, 이런 생각을 하곤 했었어요. 사랑이라기 보다 내가 후회로 마음 아플까봐 더 두려웠던.. 어쩔 수 없겠죠. 그런 것도 지금 이러는 것도 다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겠죠. 


        연극으로 시작한 사람들은 영화계에서 성공해도 연극 무대를 그리워하는 거 같더라고요. 연극이 가지는 힘이 있죠.


        절대 잊지 못할 한 해. 쏘맥 님과 조금이나마 이해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내년엔 좋은 일이 자꾸 생기길 빕니다! 

    • '자신의 개와 있었던 일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고 싶어한 것이나 작품으로 기록으로 남기려던 마음'은 저도 알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키웠던 개랑 작별했던 이야기를 사방팔방에 다 하고 다녔고 요즘도 가끔 하거든요. 




      딸래미가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는데 다행히도(?) 아들이 개털,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어서 그걸 핑계로 방어하고 있지요. 사실 아들도 원래 개를 좋아해서 완전 쫄보였던 서너 살 때도 산책하는 강아지들 보면 달려가고, 끌고 나오신 분에게 허락 받으면 만져보고 너무 좋아했었는데. 몇 살 더 먹고 이렇게 되어 버려서 본인도 아쉬워하고 그래요. 책과 너무 관계가 없는 얘기지만(...) 나중에 애들 다 커서 독립하고 나면 개랑 고양이를 한 번 함께 키워보고 싶단 마음은 있습니다만. 역시나 작별이 무서워서...




      '필로우맨'은 전혀 모르는 작품이지만 제목을 보고 쌩뚱맞게 '베개남'으로 검색했더니 '베개남자'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나와서 혼자 웃었습니다. 당연히 마틴 맥도나와는 아무 관계 없는 작품인데... 컨셉이 재밌네요. 열 두 가지 다양한 컨셉의 훈남들이 나와서 매력적인 목소리로 잠을 재워주는 애니메이션이래요. 하하;




      ...정말 간만에 글 올려주셨는데 너무 격렬한 뻘플이라 죄송합니다!! 하지만 무진장 반가워서 그만!!! ㅠㅜ

      • 시간이 더 많이 흘러서 내 개에 대한 기억을 차츰 잃어갈까 두렵기도 합니다. 지금 마음 상태는 자꾸 생각나서 힘들지만 시간 가면 다른 일들처럼 그렇게 될까 봐서요.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겨먹은 거 같아서요. 제일 잘 기억할 사람이 나라서 저도 기회 있으면 자꾸 이야기할 거 같아요. 아직은 얘기 꺼내면 눈물부터 나서 안 되지만 마음이 안정되면 저도 오래 얘기하고 싶습니다.


        '사람과 개의 사랑에 단 한 가지 불행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과 개의 수명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위의 책에도 나옵니다. 개를 처음 들일 때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인데 지금은 너무나 가슴에 들어오는 말이 되었네요. 살아 보고 경험해 봐야 말의 무게를 알게 된다는 게 진리인 거 같아요.


         


        저도 글이 안 보이면 궁금합니다. 근근이 이어가는 듀게 생명이지만 계시던 분들은 다 계셨으면 하네요. 가영 님, 루나 님 안 보이셔서 안타깝지요? 별일없이 돌아오시길.

    • 읽고 후기를 올려주시면 책 구매에 도움에 될 듯 합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토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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