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번역 현지화-잡담

"번안"이 아니라 분명 번역인데, 묘하게 현지화 될 때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책 말고 주로 영상 매체에서 "일본"색을 지우는데 많은 공을 들였지요


그래서 잡담의 요지는, 예컨대 스웨덴 책을 독일어로 번역하는데 왜 굳이 현지화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어린이용 책이라서?? 다닥다닥 붙어있는 유럽에서 그냥

원래대로 소개하는 게 교육적으로다가 더 좋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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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의 작가 린드그렌은 "마디켄(Madicken)"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주인공인 소설을 썼는데,

이게 독일로 넘어가며 아이는 "마디타(Madita)"가 됩니다. 굳이 왜? 이유는 이 마디켄이 마르가레타(Margareta Engström)의 애칭인데요.

독일에서이 마르가레타의 애칭이 마디타라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는군요


다만 이 책이 한국에 나올 때는 80년대에는 마디켄이었다가 2000년대 새로 나올 때는 마디타가 됩니다.

80년대 나온 책은 일본어 중역이고, 일본에서는 스웨덴 이름을 그대로 썼고, 2000년대 책은 독일어 중역인데 거기는 마디타로 나오니 마디타가 된 거지요.

좀 아쉽습니다. 스웨덴어 번역자를 찾기 어려운 건 알겠어요 하지만 스웨덴 책인 걸 이제 다 아는데, 그건 좀 신경 썼더라면 좋았을 걸.

편집부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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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그렌의 또 다른 책 "뢴베른가 마을의 에밀(Emil)"은 역시 독일에서 미셸(Michel)이 됩니다. 이건 또 왜 그렇느냐,

독일 아동 문학의 거성, 케스트너의 저 유명한 "에밀과 탐정"이 있으니 애들이 혼동하지 말라고 미셸로 이름을 바꿨답니다.

하긴 뭐, 다 1950년대 60년대 이야기니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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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현지화의 사례는 노르웨이에서 있었는데요, 에이브 전집에도 있는 걸작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다"의 제닝스 연작은

이상하게 노르웨이에서 큰 인기가 있었답니다. 그리하여 소개가 될 때 주인공 John Christopher Timothy Jennings군은

Stein Oskar Magell Paus-Andersen이라는 이름이 되고, 아예 머릿글자를 따서  Stompa로만 불리는, 스톰파 연작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이 연작은 이름 뿐만 아니라 죄다 노르웨이 현지화가 되었다는군요.


해리 포터도 미국에 출간될 때 부득이하게 영국식 영어를 미국식 영어로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에 출간된 아동 문학 전집과 관련해 특이한 현지화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하면...

금성 칼라명작 세계 문학에 <사미인>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건 가브리오의 "루코크"를 빌려와 다른 프랑스 작가가 쓴 추리 소설을

일본 작가가 번안한 것인데 작가가 뭔 생각인지, 특이하게 배경과 주인공 이름을 빼고, 나머지 등장인물 모두의 이름만 일본 이름으로 바꾸는 기묘한 방식을 썼습니다. 

그리하여 이걸 또 한국 전집에 끼워 넣으니, 이 책을 보면 프랑스 파리에 뭐 데루코, 하시와 뭐 이런 사람들이 활약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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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인적으로 참 잊혀지지 않는 주인공 이름이 있습니다. "택 중"이에요. 셔우드 숲 건너편 저 멀리 50마리 사냥개를 키우는 택 중이라는 중이 있는데,

무시무시한 실력자지. 이 리틀 존도 당해내기 어려운....네, 로빈 훗의 든든한 친구, 수도사 터크 (Friar Tuck)가 택 중이 된 겁니다.

터크가 택 중으로 둔갑한 책은 삼성당의 "로빈 훗의 모험"이에요. 분명 일본어 중역일 텐데....이 택 중이 일본 작가의 번안인지, 한국 번역자가 그렇게 한 건지 정말 궁금해요.

더불어 이 책의 원전도 궁금해 계속 찾고 있습니다. 내용이 다 조금씩 미묘하게 어긋나서 도대체 무슨 책을 원전으로 썼을 까 찾기가 어렵더군요. 심지어 알렉상드르 뒤마가 

쓴 로빈 훗 이야기도 들어 있는 것 같고...


활솜씨로 입신양명하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은 청년 로빈이 고향을 떠날 때, 나를 버리고 가기는 어딜 가느냐 앙탈을 부리다가 급기야

머리 위에 꽃인지 나뭇가지인지를 얹고 100보 밖에서 활로 쏘아 맞추면 실력을 인정하고 보내주겠다며 깽판을 치는 마리안이 나오는 로빈 훗 책이 어디 있을까요 





    • 해리 포터는 해리가 더들리 집에서 밤에 숙제할 때 영국판에서는 torch라고 한 걸 미국판에서는 flashlight라고 했다고 들었네요
      • 네 그런 소소한 것들. 대학교에서 American Streamline이라는 회화 교재를 썼는데 나중에 English Streamline이 따로 있는 걸 알고 깜놀했던 기억

    • 허마이오니라고 부르는 게 근본이다 헤르미온느는 이상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여러개 들어보니 그냥 각 나라 맘대로 하더라구요 사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근본을 중요시하긴 합니다

      • 계림문고 찰스 램의 셰익스피어 겨울 이야기에서는 허마이오니로 번역했던 거 같은데요? 애초에 그리스 신화 인물 이름
        • 아마도 일본어 중역일거고, 일본책에 그렇게 표기되어 있었을듯요? 받침이 없는 단어라면 영어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하는 것 같은데요. 헤르미온느를 일본에서는 허마이어니 그렌쟈...로 부른답니다. 프랑스에서는 에르미온? 다들 자기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부르는 듯. 솔직히 헤르미온느 이름 참 이쁘네요

          • 헬레네와 메넬라우스 딸 이름이죠?
            Merope였나 하는 볼드모트 머글 엄마 이름은 황소자리 플레이아데스 성단 이루는 세븐 시스터즈 중  한 며한테서 딴 것. 에코의 푸코의 진자에도 Merope가 나옴


            미국 세포라가 성경의 십보라,모세의 어머니 이름 딴 거더라고요

            • 아이고 머리 아파 ㅎㅎㅎ 연예인인가 운동 선수인가...국제적으로 노는 사람들은 자기 이름이 틀리게 불려도 그냥 그 나라 대중이 좋아하는대로 하십쇼~ 이름이 뭐 중요합니까 인기가 중요하지요 뭐 그러기도 한답니다.그런데 국제대회 유럽 아나운서가 호날두를 대개는 로날도라고 부리지 않던가요? 

              • 호머 심슨도 로날도라고 합니다. 로날드 레이건한테서 따 온 이름.


                네이마르가 한국 사람들이 자기 이름 부르는 거 듣고 신기해 했다고 하죠. 이강인도 발렌시아 국왕컵 결승전 때 칸진 리라고 해설이 계속 그랬음.
              • 아, 이탈리아 놈이 자기가 본 최고의 선수는 로날도 이러길래 마드리드?이러니까 아니 인테르 호나우두 이랬던 기억이 나너요
    • 계몽사판 로빈 훗에는 레드 월이란 친구가 나왔는데 나아아중에 본 완역판에선 레드 윌은 안나오고 윌 스튜틀리하고 윌 스칼렛만 나와서 혼동이 되었었습니다. 아마도 스칼렛이 일본어로 현지화된걸 중역하면서 다시 레드로 바뀐 것 같다.... 싶으면서도 왜 한국말도 아니고 영어를 쓴건지 이해가 안되었더랬습니다.




      근데... 완역판은 번역이 딱딱해서 너무 재미가 없었습니다. 혹시 그동안 내가 변해서 재미없어진건가 싶어 계몽사판을 다시 봤더니 그건 여전히 재미있던데...

      • 어지간하면 검색에 걸리는데....일본어로 레드 윌이 안나오는 걸 보면 혹시 완전 한국 창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938년 영화를 소개하며 레드 윌이라고 부르는 블로그가 딱 하나 있군요. 혹시 그 영화가 한국에 들어올 때부터 레드 윌이 된 것이 아닐지.  계몽사 판에 레드 윌이라고 나오나요? 계림 문고 판도 레드 윌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 '좋아요'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새삼 또




      조금 다른 이야기 하나 덧붙이자면,


      책제목의 주요  키워드를 바꾸는게 출판사 입장에서 마케팅에 다소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인덱스 측면에서는 이미 어느정도 알려진 키워드를 바꾸면 도서관이나 서점에 꽂히는 위치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구요.


      반론은 아니고 (소싯적에 도서관과 서점에서 일해본 경험에 비추어) 뭔가 나름 고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어요. 


      반박시 님 말이 무조건 맞습니다 ㅋ

      • 번안, 현지화 같은 건 일본과 한국 아동 문학 번역에서만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서구에서도 아동 문학의 경우 눈높이를 맞춰 그런 일이 심심찮게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슺니다. 쓰신 댓글과 관련해서는--어떤 출판사가 제목을 원전에 충실하게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랬는데 잘 안 팔려서 그냥 익숙한 이름인 "알렉산더 대왕" 이렇게 바꿨더니  더 많이 팔렸다는 군요.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아주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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