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바낭] 괜찮은 국산 호러 앤솔로지가 1년에 하나 정돈 나오네요. '기기묘묘2' 잡담

 - 일단(?) 2024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1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따로 적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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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이미지가 뭔가 좀 20세기 느낌입니다. ㅋㅋㅋ 그래도 인디 영화 모음집에 이게 어딘가 싶구요.)


 - 앤솔로지니까 결론부터 내고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2022년에 나온 '기기묘묘'의 후속편입니다. 당연히 그것도 호러 앤솔로지였구요.

 근데 이 시리즈 컨셉이 좀 독특한 것이. 사실은 이미 존재하는 인디 단편 영화들의 모음집입니다. 여기 저기서 상 받고 (그 바닥에선 나름) 주목도 받은 수작들 중에 호러로 묶을 수 있을만한 것을 묶어서 '이것 좀 봐 주세요!' 라는 식으로 파는(?) 거죠. 뭐 제 생각엔 괜찮은 컨셉 같습니다. 완성도 있는 독립 영화들 홍보도 해주고, 그걸로 수익 만들 길도 열어 주니까 말이죠. 


 1편의 경우엔... 제가 분명히 보고서 듀게에 글도 적었지만 검색이 안 되구요. ㅋㅋ 그때 대략 이런 식으로 적었을 겁니다. '그렇게 호러 영화 같진 않고 아트 필름 스타일로 현실 풍자하는 이야기에 호러 느낌이 살짝 섞인 듯한. 장르 호러물로서 즐기긴 좀 아쉽지만 다른 측면으로 볼땐 우수하기도 하고...'


 그런데 2편에 수록된 영화들은 톤이 많이 다릅니다. 이건 정말로 그냥 호러 단편들이에요. 여전히 사회 풍자나 현실의 이슈들에 대해 발언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대체로 인디 영화들 특유의 좀 불친절한 연출이랄까, 뭐 그런 면은 닮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누가 봐도 호러 무비가 맞음'이라는 느낌이구요. 또 호러 장면들이 대체로 나쁘지 않습니다. 앤솔로지 치고는 에피소드별로 편차도 크지 않고 고르게 괜찮은 편이구요. 그러니 호러 좋아하시고 앤솔로지 좋아하신다면 한 번 시도해 보실만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그렇게 임팩트를 남기는 작품은 또 없더라... 는 거? ㅋㅋ 그냥 호러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볍게, 대체로 즐길만한 나쁘지 않은 완성도의 단편 모음집이었어요. 관심 가는 분들은 틀어 보시되, 기대치는 적당히 조절해서 보시길.




 - 그럼 에피소드별 간단 잡담입니다.


 1.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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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블랙박스 영상 컨셉의 파운드 푸티지 '느낌'을 시도했습니다.)


 어두운 도로를 택시가 달립니다. 같은 장소를 뺑뺑 도는 데다가 아무리 봐도 목적지 가는 길이 아니라고 느낀 손님의 항의에 택시 기사는 버럭버럭 화를 내며 대응하구요.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빡침을 키워가는 동안에 이 도로에선 당연히 아주 수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 캐릭터도 얄팍하고 둘의 관계나 심리 같은 걸로 뭐든 뽑아 낼 수 있었을 것 같은 상황에서 그런 시도를 아예 안 하구요. 대체로 이야기가 좀 허술하게 전형적이구나... 싶은 가운데 슬쩍 슬쩍 놀래키는 센스와 어두컴컴 무서운 분위기를 잡아내는 센스가 좋아서 그냥 저냥 잘 봤습니다. 제목 그대로 전방, 후방의 블랙박스 카메라 시점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게 나름 포인트이긴 하지만 가난한 분장을 커버해 주는 것 이상의 큰 의미는 없구요. 

 뭔가 데이빗 린치류의 악몽 같은 분위기를 노린 것 같기도 한데 거기엔 전혀 도달하지 못 합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 센스면 좋은 각본 만나면 준수한 호러 뽑아내실만 하네... 하면서 그냥 저냥 봤습니다.



 2.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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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금이 주요 테마여서 그런가, 보시다시피 무채색에 가까운 화면 톤 & 할매들의 불꽃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대학 교수인 딸래미에 의해 요양 병원에 입원된 할매는 너무나 화가 납니다. 그런데 갑자기 할매의 이런 심정을 다 꿰뚫어 본 '만신'이 나타나 엄청나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는 '니 집에 돌아가고 싶다면 젊은 여자의 머리카락을 구해다 바쳐라' 라고 요구하구요. 근데 요양 병원에서 젊은 여자 머리카락 구하기가 쉽나요. 그래서 조금 고생을 하지만 결국엔 득템에 성공하는데, 당연히 이 '만신'이라는 양반이 정직하게 소원을 들어줄 리는 없겠죠.


 : 할매와 만신. 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로 캐리하는 에피소드입니다. 두 분 다 되게 잘 해요. 그리고 연출도 그걸 잘 살려내는 편으로 잘 되어 있습니다. 호러 장면의 아이디어도 좋고, 노인 요양원을 배경으로 해서 노후에 대한 두려움을 호러 소재로 써먹는 센스도 좋구요. 다 좋은 가운데 결말은 좀 후다닥이란 느낌입니다... 만. 반대로 말하면 결말이 살짝 아쉽긴 해도 전체적으로 잘 만든 호러 단편이었습니다. 가장 재밌게 봤구요.



 3. 과외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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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가만히 보니 배우님께는 한쪽 눈만 엄청 크게 뜨는 개인기가 있으신 듯!)


 - 영어 과외 전단지를 붙이는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금방 연락이 와서 방문을 하는데, 엄마가 많이 극성인 듯 하여 난감하지만 '저만 믿으세요!'라며 씩씩하게 엄마 손 잡아 주고, 곧바로 과외를 할 초등학생 방으로 들어가는데...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잠들어 있네요. 엄마가 다가가서 호들갑을 떨며 아니 또 얘가~ 하며 뭐라뭐라 하는데 뭔가 느낌이 쎄하겠죠. 둘만 남았음에도 죽었나? 싶을 정도로 미동도 없던 아이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아무도 내 맘을 몰라줘!!" 라며 눈물 콧물 다 흘리며 통곡을 하고. 그래서 어떻게든 과외는 시작을 하는데 그게...


 : 약간 첫 에피소드인 '블랙박스'랑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줄거리라고 할만한 게 거의 없고 설정만 있는 이야기에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짧은 괴담류의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근데 뭔가 좀 산만하고 정신 없고 그렇습니다. '줄거리'를 포기하고 호러 장면들만 늘어 놓어 놓는 식의 에피소드인데 애초에 그런 걸 의도한 걸로 보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좀 부족해요. 다만 호러씬들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하지만 또 매우 기억에 남을만한 건 아니었고. 결론적으로 어중간하다. 아주 나쁘진 않은데 딱히 좋지도 않다. 뭐 그랬습니다.



 4.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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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동양적 느낌의 장면인데 적혀 있는 언어가 한자가 아니라는 게 포인트... 일까요. ㅋㅋ)



 - 부둣가에서 컨테이너 화물 작업을 하는 현장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셋에게 일을 떠넘기고 해장하러 국밥집에 가는 나아쁜 한국인들이 보이구요. 이거 작업 특성상 최소한 넷은 필요한데! 라는 항의를 "너 힘 세잖아?" 라며 가볍게 씹고 라랄라 걸어가는 등 뒤로 추락 사고가 일어나고. 외국인 노동자 한 명이 손을 절단하는 큰 사고를 당합니다. 잠시 후 출동해서 사태 수습을 하는 직원이 주인공인데요. 당연히 산재 처리를 하려고 하지만 윗분께서 "야, 너 미국 지사 가고 싶다며. 본사에서 원하는 일을 해줘야지 것 참 ㅋㅋㅋ" 이라고 비웃으니 망설이게 되고. 그런데 그때 갑자기 외국인 소녀 하나가 유령처럼 나타나 현장을 어슬렁거리는 가운데 수상한 일들이...


 : 딱 봐도 메시지가 노골적으로 보이는 이야기죠. 근데 중반 이후로 좀 의외의 방향으로 갑니다. 어라? 이런 메시지 담은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가도 되나?? 싶었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뭐 이 정도면 문제 없게 잘 마무리했네... 싶었고. 메시지에 눌리지 않게 이야기도, 호러 장면도 준수하게 잘 뽑아냈습니다. 말하자면 오컬트 호러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분위기를 잘 잡아서 연출해냈어요. '탄생'과 함께 가장 괜찮았던 이야기였네요.



 5. 기억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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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양말복님이 나오십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가장 큰 스타(?) 배우님이신 듯!! 하하.)



 - 건강이 격하게 안 좋아서 휠체어에 앉아 집에서 생활하는 엄마를 홀로 간병하는 젊은이가 주인공입니다. 2번과 소재가 살짝 비슷하네요. 근데 이 이야기의 엄마 역시 인성이 헬(...)이라서 하루 종일 도움 호출 버튼을 눌러대며 주인공을 괴롭혀요. 그냥 뭘 시켜대는 걸 넘어서 계속 "니가 날 죽이려고 이러지! 이 나쁜 xx야!!!" 라고 악을 써대니 효도고 자시고 간에 인간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런데... 음... 암튼 공포 영화다운 일들이 일어나요. ㅋㅋ


 : 1번, 3번과 좀 비슷합니다. 주인공이 간병을 하는데 자꾸만 이상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상한 게 보이고 하는 거죠. 역시 줄거리 같은 건 없다시피한 그냥 짤막 괴담류... 인데요. 나름 반전 비슷한 게 있습니다만 그게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되고 "그래서 이거라는 거야 저거라는 거야??" 하다가 끝나 버립니다. 역시 의도한 걸로 보이구요. 역시 호러 장면들이 꽤 잘 뽑혀서 볼만은 했고. 고작 십여 분짜리 단편인데 이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이야기 비슷한 것'이 들어 있어도 좋았을 텐데... 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 개인적으론 2번과 4번이 배우들 연기, 나름 개성 있는 호러 연출 같은 측면에서도 좋고 깔끔하게 맺어지는 이야기가 있어서 가장 준수하지 않나 싶었구요. 1, 3, 5번은 그냥 간단한 설정만 갖고 호러 장면들 뽑아내는 데 만족하는 소품 중의 소품들인데, 그렇게 이야기를 포기해버린 대신 나름 괜찮은 장면들이 없지 않아서 역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확 눈에 띄는 에피소드가 없다는 건 아쉬웠지만, 이 정도가 어딘가... 하면서 잘 봤네요. 원래 1년에 한 편도 나오기 힘든 게 잘 만든 한국 호러 무비 아니겠습니까. ㅋㅋ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즐거움을 얻었으니 전 만족합니다. 

 혹시라도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그냥 (국산) 호러 무비라면 살짝 아쉬워도 괜찮아. 라는 분들만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끝이에요.




 + 아. 스포일러 적어야죠. ㅋㅋ 계속 적었듯이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간단하게 갑니다.


 1. 블랙박스


 진짜 이야기가 없습니다. ㅋㅋ 이상한 길을 헤매며 짜증내는 택시 기사와 화가 나지만 아저씨가 무서워서 번뇌에 빠진 여자 승객이 어두컴컴 끝도 없는 길을 빙빙 돌면서 갑자기 후다닥 지나가는 하얀 그림자를 보고. 이상한 소리를 듣고 그러는 거죠. 한참 그러다 택시 기사가 승객에게 대박 화를 내며 차를 세우고 길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그때 드디어 그 하얀 그림자 - '디센트'의 괴물처럼 분장한 사람입니다 - 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차에 달려들어요. 다행히도 일단 우다다 운전해서 탈출에 성공은 했습니다만. 역시나 이놈의 길은 주인공들을 끝이 없이 뺑뺑 돌릴 뿐인데... 갑자기 내비가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라며 종료되고. 눈앞엔 쌩뚱맞게 도로를 가로 막은 벽이 보입니다. 아니 이게 대체 뭔데! 하고 아저씨가 차에서 내린 사이에 괴물이 달려들어 승객을 끌고 나가 살해하구요. 죽어라고 도망가는 택시 기사의 모습과 그걸 뒤쫓아가는 괴물의 모습을 보여주며 엔딩입니다. 적어 놓고 나니 더 허망하네요. ㅋㅋㅋ 말했잖아요 줄거리 같은 거 없다고. 근데 왜 적는데


 2. 탄생


 자기가 죽어라 고생해서, 혼자 돈 벌고 밥 챙겨 먹이며 대학 교수까지 만들어 놓은 딸년(...)이 은혜도 모르고 자기 집에서 끌어내 요양 병원에 처박아 놨다고 악다구니를 쓰며 분노하는 주인공 할매. 갑자기 딱 봐도 인간은 아닌 '만신'이 나타나 그렇게 집에 돌아가고 싶어? 젊은 여자 머리카락을 구해다 바쳐 봐. 라고 제안하구요. 그래서 우리 할매는 다음 날 자기 할머니 병문안 온 어린 여학생을 사탕으로 꼬셔서 어떻게 해보려 하지만 열정이 지나쳐서 정말 미친 놈처럼 달려들다가 실패하고 침대에 묶이기만 해요. 잠시 후 딸래미가 와서 "아 왜 그냥 여기서 지내시질 못해요. 저도 어쩔 수 없다구요!!" 라고 하소연을 하구요. 흥 핏 쳇 거리며 배배 꼬아대는 엄마를 기가 질린 듯이 바라보다가... 정 그러면 엄마 집에 데려다 줄 테니 제발 낫기만 해라. 라고 이야기한 후 돌아갑니다. 그런데... 잘 보니 딸이 앉아 있던 자리에 딸의 머리카락이! 앗싸! 하고 좋아하는 우리 할머니.


 그런데 그때 바로 만신을 만나는 게 아니라 일단 병원을 탈출해서 우다다 달려 자기 집으로 가요. 근데 집이 없습니다? ㅋㅋㅋ 빈 공터만 있고, 잠시 후 병원 사람들이 와서 잡아가는데... 사실 이 할매는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상태였던 거에요. 집이 너무 춥다며 스스로 불을 질러 다 태워 먹고 주변에 민폐까지 끼쳐 놓고는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던 것. 그러니 딸 입장에서는 요양 병원에 보낼 수밖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할매가 아니고...


 결국 밤이 찾아오고. 갑자기 같은 병실의 할매들이 일제히 일어나 괴이한 표정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할매는 병실을 떠나 옥상으로 올라가고, 그 곳에서 만신을 만납니다. "내가 널 반드시 돌려보내 줄 테니 니 다음 생을 나에게 바칠래?"라는 제안에 무지성 오케이를 외치는 할머니. 뭔가에 끌리듯 옥상 난간으로 올라간 후, 훅. 하고 아래로 뛰어내려 죽습니다.


 장면이 바뀌면 손님에게 위로를 받는 딸의 모습이 나오구요. 나이 먹고 힘들게 임신에 성공해서 출산이 얼마 안 남았대요. 몸조리 잘 해서 아기 건강하게 낳아라... 라는 손님의 덕담 위로 "잇힝~ 드디어 나 새 집 생겼다!!!" 라는 할매의 음성이 들립니다. 딸의 뱃속에서 들리는 소리였어요... ㅋㅋㅋ



 3. 과외 선생님


 꺼이꺼이 우는 학생을 붙들고 노트에 영어 문장 한 번 적어 보자는데 애가 엉엉 울기만 하고 너무 말을 안 듣네요. 달래고 선물도 줘 보지만 택도 없구요. 하지만 이 과외 선생도 반드시 과외비를 벌어야 하는 처지였는지 독한 표정을 하고선 아이의 손목을 붙들고 억지로 노트에 I am a good girl 이라는 문장을 필기 시키는데... I am 까지만 적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사전이 툭. 하고 떨어지구요. 그걸 집어드는데 펼쳐진 페이지에 피가 묻은 'dead' 단어가 보여요. 그리고 손등에 통증을 느끼고 뭐야! 하고 소리지르고 보니 펜으로 거기에 dead라고 새겨 놓은 학생님. 손의 위치가 노트에 적힌 I am 과 결합되어 I am dead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을 쳐다보니 피범벅이 되어 죽은 시체 얼굴이... 그런데 그때 문을 열고 엄마가 난입하더니 "와! 니가 드디어 영어를 적었구나! 잘 했어!!!" 라며 시체를 붙들고 행복해합니다. ㅋㅋ 그래서 와다다 도망치는 주인공인데, 아니 갑자기 멀쩡하던 아파트가 흉가 꼴이 되어 있구요. 나오는 길에 방바닥에 있던 학생의 안경을 밟고 발을 다쳐서 신발도 못 신고 맨발로 도망을 쳐요. 


 ...여기서부턴 그냥 맥락이 없습니다. 갑자기 비가 오는데 지나가던 학원 차에 치일 뻔 하고. 차 안을 들여다보니 방금 그 학생이 깨진 안경을 쓰고 노려보고 있다든가. 자기가 붙여 놓은 전단지들이 전봇대에서 사라져 버리고. 집에 들어가 자려는데 그 엄마랑 학생 목소리가 들리고. 엄마에게서 전화가 막 오고 창 밖으로 초등학생이 떨어져 죽는 모습이 보이고... 하다가 끼악! 하고 잠에서 깨고 마음을 진정시켜 보려 애씁니다만. 현관 벨이 울리고, 열어 주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그 엄마가 자기 딸을 데리고 서서 "선생니임~ 자알 부탁드려요~~ 까르르~~~~" 하는 장면으로 끝입니다. ㅋㅋ 알고 보니 둘 다 죽었나 봐요. 귀신이 들러 붙어 버린 거죠.



 4. 이방인


 그래서 외국인 소녀가 등장할 때마다 한국인 직원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깁니다. 처음엔 주인공더러 산재 처리 하지 말라고 종용했던 윗분이 손을 심하게 데이구요. 다음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 떠넘기고 국밥 먹으러 가던 직원이 한밤중에 혼자서 컨테이너에 머리를 엄청 세게 들이 박으며 피를 철철 흘리는 게 목격되는데,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구요. 그런데 그 소녀는 주인공 눈에만 보이는 가운데 주인공이 나쁜 짓을 하려 할 때마다 조그만 돌맹이를 던지거나, 2층으로 쌓아 놓은 컨테이너의 문짝을 허공에서 쾅쾅 두드리다가 사라지거나... 하는데요.


 이런 괴이한 체험으로 멘탈이 나간 주인공은 착한 일을 하거나 여기에서 도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악을 쓰며 나쁜 쪽으로 달립니다. 급기야는 팔 잘린 노동자를 겁박해서 해고 서류에 서명을 하게 만들고. 자기 바보 아니라고, 노동청에 신고할 거라고 외치며 떠난 그 양반의 채용 계약서를 불에 태워 파기해 버려요. 그러다 또 소녀가 나타나고. 뒤를 쫓아갔다가 실종된 직원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경찰은 실족사 같다고 하면서도 '여기 이런 일이 좀 있는데...' 라며 그 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음을 암시하네요.


 한밤 중에 자다가 일어나선 그 실종된 직원이 머리로 들이받던 컨테이너를 다시 가 봤더니 그 안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뭐여 이게? 하고 가서 들여다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서 자기네 종교 행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안쪽에 소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일단은 무서워서 도망쳤다가 다음 날 아예 외국인 노동자들 전체를 상대로 폭력까지 행사하며 성질을 내는 주인공. 그런데 갑자기 도착한 문자 메시지엔 또 다른 직원의 부고 소식이 적혀 있고. 다시 찾아가 본 컨테이너엔 오래된 짐만 쌓여 있을 뿐 그런 종교 행사 흔적이 없을 뿐이고... 당황하는 주인공 앞에 또 소녀가 나타나고, 주인공은 소녀를 컨테이너에 가두고 내부에 불을 지르고는 도망칩니다.


 다시 본인의 2층 컨테이너 사무실에 돌아와 멘탈 나가 헤롱거리고 있던 주인공에게 허공으로 향하는 2층 문짝이 열립니다. 이게 뭐야? 하고 들여다 보니 황당하게도 전날 봤던 종교 행사장이 보이네요. 걸어들어가 보니 제단 위에 그동안 희생된 외국인 노동자의 가족 사진이 보이구요. 그걸 집어들고 뒤를 돌아보니 어느샌가 나타난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대로 대낮 야외로 장면이 전환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고, 장면이 바뀌면 주인공이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추락해 죽어가고 있어요. 끝입니다.



 5. 기억의 집


 집 침대 옆에 쓰러져 죽어가는 할머니에게 심폐 소생술을 시전하다 포기하고 절규하는 젊은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다 장면이 바뀌면 그 젊은이가 호출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요. 달려가 보니 방금 그 할머니가 멀쩡히 휠체어에 성질난 표정으로 버튼을 눌러대고 있고, "니가 언젠간 날 죽이려고 이러지!!"라며 마구 화를 내네요. 그 다음 부턴 싹 다 환각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사건의 연속입니다. 등이 고장나고, 깜빡이는 불빛 틈틈이 웅크리고 있는 사람 그림자가 보이고. 마치 영정 사진 같은 느낌으로 놓여 있는 엄마 사진이 보이고, 온 집안이 컴컴한데 엄마 방만 환하면서 거기 바닥에 쓰러져 울부짖는 엄마가 보이고, 그런 엄마에게 약을 주려다가 손길을 거둬서 엄마가 죽어가고, 또 멀쩡히 엄마가 살아서 버튼을 눌러대고, 엄마가 방의 어두운 쪽을 바라보며 혼자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엄마가 귀신처럼 엉금엉금 기어와 얼굴을 들이대고... 그러다 또 잠에서 깨구요.


 마지막엔 그 방에 엄마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발이 보입니다. 부들부들 떨며 다가가 보니 자기 자신이 손목을 긋고 침대에 기댄 채로 죽어 있어요. 이때 아까 나왔던 '어두운 곳을 바라보며 혼자 비명을 지르는' 엄마의 모습이 반복되면서 그 어둠 속에 귀신 같은 모습으로 주인공이 서 있는 장면이 삽입됩니다. 바닥에 주저 앉아 숨을 몰아쉬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주인공의 어깨로 엄마 귀신의 손이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대체 누구 죽은 건지, 둘 다 죽은 건지 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슬픈 음악과 함께 엔딩입니다.

    • 로이배티님 호평이라니 일단 한 번 봐볼게요.
      • 제가 원래 호러 영화들에 매우 관대하다는 것.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앤솔로지 영화를 볼 땐 한 단계 더 관대해진다는 것... 을 잊지 말아주세요. 게다가 이건 한국 호러라서 거기에서 한 단계 더... ㅋㅋㅋ 

    • 어쩌다 영화제에서 1을 따로 단편 영화로 봤는데요. 꽤 재밌는 영화였기땜에.. 제가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요양병동(?) 내용인 것 같은 2를 건너뛰고 3을 봤다가 넘 실망해서ㅠ 4, 5를 제껴놨었는데 본문 리뷰를 보니 나머지 것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 저는 2와 4를 칭찬하긴 했는데... 1번이 꽤 맘에 드셨다면 오히려 4번이 그냥 그러실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구요. 하지만 뭐 편당 십여 분 밖에 안 하니 부담 없이 한 번 시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ㅋㅋ 아주 재밌다! 까진 아니어도 괜찮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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