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바낭] 헐리웃 문법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아슈라' 잡담

 - 201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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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철자를 보시죠. 그 아수라도 아니고 그 아슈라도 아니고... 그렇습니다. 관계 없음. ㅋㅋㅋ)



 - 모로코 영화니까 배경도 모로코겠지요. 처음엔 '아주 옛날'이란 자막과 함께 '아슈라 축제'라는 걸 즐기는 동네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귀신을 쫓는다는 핑계로 애들이 모여서 이것저것 신나게 노는 명절이라네요. 거기에 매매혼으로 팔려간 어린 여자애가 동네 또래 남자애와 은밀한 눈빛을 주고 받다가 근처 빈 집으로 들어가서 알콩달콩 사랑의 대화를 나눠요. 어린 것들이... ㅋㅋㅋ 그런데 곧 여자애 남편(...)이 들이닥치고. 셋이서 어쩌고 저쩌고 난리를 치다가 갑자기 튀어 나온 악마에게 여자애가 끌려갑니다.


 다음엔 현재. 아까 그 여자애는 분명히 아닌 것 같은 성인 여성의 일상이 나오는데 아들이랑 사이는 별로 안 좋고 이혼한 전남편과도 사이가 안 좋고 그런데 남자 사람 친구의 미술 전시회에 가서 무시무시한 뭔가에 마주치는 현실인지 악몽인지 알 수 없는 장면이 나오더니만...


 갑자기 20년 전이래요. 남자애 셋과 여자애 하나가 사이좋게 놀고 있는데 알리라는 남자애가 여자애를 짝사랑하다가 포기하는 것 같은 장면이 나오고 근처에 있다는 '프랑스 집'에 귀신이 나오니 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막 하다가...


 또 현재인데 연속 아동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가 나옵니다. 이름이 알리니까 아까 갸인가 보네요. 


 그런데 또 장면이 바뀌어서 공터에서 혼자 공 차고 놀던 아이가 수상한 창고 같은 곳에 결박되어 갇혀 있는 짐승 같은 아저씨를 만나고... 아. 그만하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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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가 장면 장면들은 썩 괜찮고 긴장 되는 부분들도 많습니다. 요 감금남과 착한 어린이 만남 장면 같은 것도 이티 흉내내며(?) 꽤 잘 찍었어요.)



 -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모로코 버전 '그것'입니다. 

 아까 얘기한 남자 셋, 여자 하나 조합의 패거리가 놀다가 누군가의 꾀임에 빠져 그 문제의 '프랑스 집'에 갔고. 거기에서 아주 무시무시하고 영 안 좋은 것을 만나 그 중 알리의 형, '사미르'라는 녀석이 실종이 돼요. 그리고 아이들은 그 날의 무시무시하고 초현실적인 경험을 애써 부정하며, 그 날의 기억이 없는 것처럼 살아 왔는데 야박하게도 '그것'이 20년만에 되돌아와서 활동을 개시하고 그 날의 어린이들이 재결합. 그것에 맞서게 되는 이야기인 거죠. 영향을 받았다... 라고 하기에도 좀 부끄러울 정도로 되게 많은 부분을 그대로 가져온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영화판이랑 비슷한 장면도 한 두 개 정도 튀어나오는 걸 보면 거의 확실해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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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이 무시무시한 어린이만 노리는 악마를 만나서 무서운 경험을 하고, 20년 후에 재결합하고... 뭐 '그것'을 안 떠올리기가 힘들죠. 다만 이 영화의 경우엔 든든한 원작자님이 없으셨다는 게 결정적인 패인(?)이랄까...)



 - 아주아주 거대한 문제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런닝 타임이죠. '그것'은 영화판 기준으로 두 편을 합치면 5시간이 살짝 넘습니다. 애초에 킹의 원작이 길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쨌든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서 캐릭터들의 사연을 충분히 보여주니 이입도 되고 마지막에 감동도 있고... 그런 것인데 이 영화는 딱 하나로 끝나면서 그게 스탭롤 빼면 90분도 안 된단 말이에요. 뭐 애초에 다른 이야기이긴 하니까 짧은 런닝 타임이어도 어떻게든 잘 구성을 해 낼 방법이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ㅋㅋ 페이스 조절이 망해서 성인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싸우자!'라고 하는 시점에 이미 런닝 타임이 1시간을 넘어가고 있고. 이후엔 제대로 된 싸움 비슷한 것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끝... 이렇습니다.


 여기에 아주 크게 한 몫을 보태는 게 각본의 상태입니다. 위에 도입부 설명을 읽었으면 아시겠지만 산만해요. 정리가 안 됩니다. ㅋㅋㅋ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그리고 얘는 누구고 쟤랑은 무슨 관계이며 얘들은 왜 저러고 있는가!! 라는 게 정리가 되기까지 대략 30분이 넘게 걸리는데 상황을 정리하고 나서 보면 무슨 대단하게 복잡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란 말이죠. 나름 미스테리를 도입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하고 싶었다는 건 알겠지만 그게 너무 산만하다 보니 그냥 별 것 없는 평범한 이야기를 일부러 이해하기 어렵도록 설명한다는 느낌. 그리고 그렇게 꼬아대는 바람에 오히려 런닝 타임을 더 잡아 먹어서 진도가 엄청 느려요. 그러다 그 모든 걸 막판에 몰아서 해결하려다 보니 급전개에 개연성도 떨어지고 이입도 안 되고... 종합적으로 망해버립니다.


 그러니까 고독한 예술의 길을 갈 생각이 아니라면, 특히나 이런 장르물을 만들 생각이라면 절대로 헐리웃 이야기 공식을 무시하면 아니 된단 말입니다. ㅋㅋ 거의 백년 가까이의 세월 동안 수많은 거장과 능력자들이 갈고 닦아낸 공식을 무시하려면 본인이 되게 창의적인 무언가를 갖고 있든가. 아님 정말 대단한 능력자든가. 뭐 그래야 하는 거죠. 아니면 이렇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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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영화인데 '프랑스 집'에 사는 괴물 이야기를 하니 역사 이야기가 안 떠오를 수 없겠지만 다 보고 나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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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 파트의 이 여자애도 나름 애잔하고 슬픈 드라마를 깔고 있지만 그게 이야기 속에 전혀 녹아 있지를 않습니다.)



 - 근데 저런 문제점들이 더더욱 아쉬운 것이... 모로코 영화잖아요? 제가 모로코 문화 같은 걸 알 리가 없겠습니다만. 분명히 헐리웃 영화들, 우리에게 익숙한 서방 몇몇 나라들의 장르물과는 다른 정서, 다른 느낌 같은 것이 있습니다. 아주 확 다른 건 아니지만 분명히 조금은 달라요. 말하자면 똑같은 동양식 소복 여성 귀신이라고 해도 일본, 중국, 한국이 조금씩은 다르잖아요? 그런 색다른 맛이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고.


 또 몇몇 호러 장면들은 꽤 괜찮아요. 장면 연출도 준수하고, 그게 괴물님의 아주 익숙하지는 않은 스타일의 생김새와 맞물려서 막 무섭지는 않아도 나름 그럴싸한 볼거리를 주는 장면들이 몇 번은 있었거든요. 


 그러니 이야기가 그냥 평범하게 멀쩡하기만 했어도... 라는 아쉬움이 생기고. 또 '평범 무난한 이야기' 하나 제대로 뽑아내는 게 참 어려운 일이구나 싶기도 하구요. 뭐 그랬습니다. 아예 못 만든 완벽한 엉망진창 영화였으면 아쉽지도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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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괴물님 생김새랑 호러 장면 몇몇은 괜찮았어요. 그게 전부라서 그렇지...)



 - 그래서 더 길게 말할 것은 없겠구요. 추천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이야기는 그냥 '그것'의 열화 카피 판인데 딱히 재미도 흥미도 없고... 게다가 결말은 '이게 뭔데!!?' 싶을 정도로 허망해서요.

 감독님에게 누가 제대로 된 각본을 던져 주고 '여기 절대 손대지 말고 이대로만 찍어!!' 하고 하면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이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ㅋㅋ 모로코산 호러란 게 궁금하다 싶으시더라도 일단 이건 참으세요. 흑흑. 아쉽습니다...




 + 그래서 감독님의 이후 커리어가 궁금해 검색해 보니 의외의 작품 하나가 걸리네요. '텔 미 와이'라는 4년 전에 나온 어드벤쳐 게임의 디렉터 경력이 뜹니다. 뭐 사실상 미스테리 드라마 보는 식의 게임이니 '연출'이란 게 중요하긴 했었죠. 문제는 이 게임도 스토리가 개판이었고 재미도 없었습... (쿨럭;)



 ++ 모로코 영화인데 등장 인물들은 계속 프랑스어를 합니다. 확인해보니 모로코는 아랍어를 공용어로 쓰는 가운데 프랑스, 스페인어도 많이 섞어 쓰는 나라라구요. 또 보니깐 감독님도 모로코 핏줄이긴 한데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랐대요. 영화 제작도 프랑스 자본과 합작이고 그렇더군요. 유럽 쪽 영화들을 보면 이런 경우들이 많은 느낌.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영화 내용 순서가 아니라 시간 순서로 정리 하겠어요. 영화 순서대로 하면 정말... ㅋㅋㅋㅋ


 아주 오래 전에 남자 친구랑 놀다가 악마에게 붙들려 가버린 여자애가 '바히라'. 얘는 붙들려간 후에 악마의 일부가 되어 동네 어린애들을 꾀어다가 악마의 제물로 바치는 존재가 되었구요. 이 바히라에게 꼬임을 당해 20년 전에 악마의 본진인 '프랑스 집'에 끌려갔던 주인공 패거리가 각각 알리(경찰), 나디아(알리와 결혼했다 이혼), 스테판(전에 나디아와 사귀었고 지금은 화가), 사미르. 이렇습니다. 이 곳에서 악마가 처음으로 잡아 먹으려 한 것이 스테판이었는데 그걸 사미르가 목숨 걸고 덤벼서 방해를 하고. 그 순간에 갑자기 툭 튀어 나온 퇴마사(?) 아저씨가 술법을 써서 악마를 봉인하는데... 이 악마는 퇴치는 불가능하고 봉인만 가능한 모양입니다. 근데 그 봉인 방법이라는 게 어린 아이의 몸 안에 가두고 애 몸을 봉인하는 거에요(...) 그래서 어쩌다 악마 봉인함이 되어 버린 게 불쌍한 사미르였고. 퇴마사 아저씨는 사미를 데리고 사라져 버립니다. 이게 과거 파트의 이야기를 정리한 거구요.


 그래서 생존자 알리, 나디아, 스테판은 이 사건 이후 그 날의 기억을 없었던 셈치고 살고 있어요. 당시에 스테판과 사귀던 나디아는 헤어지고 알리와 결혼했는데 잘 안 풀려서 애 하나를 만들고 이혼했구요. 스테판은 계속해서 그 날의 공포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며 나름 유명한 화가가 되었고. 알리는 형사가 되었는데... 하필 어린이 연쇄 실종 사건이 벌어지는 중이라 그 사건에 집착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있네요. 그러다가 또 하나의 실종 사건이 벌어졌는데, 현장에 가 보니 외딴 창고 같은 곳에서 노인이 젊은 남자 하나를 감금하며 지내고 있었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그 노인이 바로 퇴마사, 감금 젊은이는 사미르였던 겁니다.


 며칠 후 또 한 번의 어린이 실종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때 사미르와 노인이 목격되고, 사미르는 현장에서 체포돼요. 이렇게 갑작스레 형과 재회하게 된 알리는 참 당황스럽지만 암튼 형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범인(?)을 잡겠다고 다짐하구요. 일단은 퇴마사 노인을 잡아 보려고 애를 쓰는데... 그때 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던 나디아가 늦은 시각 학교에서 제자와 함께 문제의 악마를 마주합니다. 이리 저리 쫓기고 도망치고 하다가 악마의 뒤를 쫓아 온 퇴마사 영감의 도움을 받는데, 그때 들이 닥친 알리가 상황을 오해하고 영감님을 쏴 버렸네요(...) 그래서 제자는 악마에게 빼앗기고, 쓰러진 영감이 손에 쥐고 있던 피리 같은 물건을 득템합니다.


 이렇게 악마를 봐 버린 관계로 나디아와 알리의 기억은 봉인 해제되고. 알리는 경찰서에서 배째라고 형 사미르를 꺼내서는 스테판을 만나러 가요. 4인의 감격적인 재상봉이 이루어지고 '이제 우리가 그 악마를 무찔러야 해!'라고 다짐하는 순간 악마가 들이닥치구요. 알리와 나디아의 아들을 납치하려는 순간 알리가 어린 시절 퇴마사 아저씨를 처음 봤던 장면을 떠올리며 피리를 꺼내 붑니다. 이 피리로 말할 것 같으면 도입부의 '아주 옛날' 파트에서 악마에게 붙들려간 소녀가 남자 친구에게 선물했던 것인데요. 그래서 이걸로 악마 안의 바히라를 깨울 수 있는 거였나 보죠. (그리고 그 '퇴마사'는 결국 아주 옛날 시점에 나왔던 바히르의 남자 친구였나 봅니다. 정황상 그래요.) 암튼 그래서 이걸로 봉인을 해야 하는데 어디에다 넣을지 고민하다가, 사미르가 어차피 내가 하던 일이니 나에게 보내! 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일단 사미르에게 넣구요. 근데 악마를 몸에 넣자마자 사미르는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립니다.


 ...근데 아직 런닝타임이 20분 남았거든요. ㅋㅋ 뛰어 내린 보람도 없이 악마는 도중에 사미르의 몸에서 탈출해 버리고 사미르만 사망. 탈출한 악마는 주인공들 있는 곳으로 돌아와 알리와 나디아의 아들을 노리고, 나디아가 차에 아들을 태우고 달려 보지만 엄청난 속도로 따라와서 아들을 집어 삼키고 사라져요. 그래서 생존자 셋이 함께 '프랑스 집'을 향하는데... 멍청멍청하게 셋이 찢어져서 움직이다가 피리도 없는 나디아와 스테판이 습격을 당하고, 스테판은 악마에게 집어 삼켜져 버립니다. 이때 스테판이 마지막으로 용을 써서 악마와 바히르를 분리 시켜 보았는데, 꿈도 희망도 없게도 바히라는 이미 악마 그 자체가 되어서 분리된 상태로도 나디아를 무자비하게 공격하고는 악마와 다시 합체해 버리구요. 이때 뒤늦게 피리를 갖고 현장에 나타난 알리가 피리를 불어 다시 악마를 컨트롤하게 되었는데... 아니 그럼 이걸 어디에다가 넣지? 라고 고민하는 표정을 보여주다가...


 장면이 바뀌면 경찰이 출동해서 프랑스 집을 뒤지고 있습니다. 알리의 상사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아직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극복하지 못했군'이란 대사를 치구요.


 또 장면이 바뀌면 알리와 나디아가 아들을 데리고 차를 타고 달리고 있습니다. 아들의 입에 사미르가 20년간 차고 있었던 (더러워...;) 입마개가 채워져 있는 걸 보면 결국 아들에게 집어 넣은 모양이네요. 아니 왜(...) 암튼 뭐 이게 끝입니다. 아들 몸에 봉인한 채로 계속 데리고 살 생각인가 봐요. 으음(...)

    • 모로코 영화라...... 선뜻 선택하여 보기 쉽지 않은 선입견이 있긴 한데요 별로인 모양이네요.     

      • 의외로 리뷰어들 평점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만. 아마도 모로코라는 익숙하지 않은 배경, 문화에서 나오는 헐리웃과 조금 다른 느낌... 때문에 가산점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냥 이야기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좋은 말 해주기 힘든 작품이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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