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메라 대 바루곤

1966년 타나카 시게오 감독작품.
가메라 시리즈 2탄이자, '가메라는 아이들의 친구'라는 시리즈 컨셉이 잡히기 전에 이런저런 방향성을 시도해보는 과정에 만들어진, 그래서 클래식 가메라 시리즈 중에서도 꽤나 이질적인 작품입니다. 구시대 가메라영화들은 황당한 맛에 보는 거지만ㅎㅎ 이 영화는 후기작들에 비하면 장난스런 면은 살짝 덜한 편이고 나름 본격적인 괴수패닉영화처럼 진행됩니다.
가메라는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우정출연 정도 역할이고, 영화는 바루곤이라는 괴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바루곤을 퇴치하기 위해 인간들이 갖가지 작전을 세워 실행하는 동안 가메라는 내내 걍 엎어져있다가 마지막에 가서 결정타를 먹이는 역할 정도만 맡고있습니다. 없어도 이야기 진행에 지장이 없는 존재, 단지 괴수 대 괴수의 결투장면을 집어넣기 위해 불려나온 역할이지요.
근데 이게 [킹공 대 고지라]에서의 고지라의 역할이랑 비슷해요. 그 영화도 킹콩이 이야기 중심이고 고지라는 킹콩과 싸움을 붙이려고 끼워넣은 것 같은 위치였죠. 그 [킹콩 대 고지라]의 수법을 모방해서 [가메라 대 바루곤]을 만든 거죠. 이야기 자체도 비슷한 구석이 많아요.
[킹콩 대 고지라]에서 킹콩의 이야기는 헐리우드 킹콩 영화를 리메이크한 거였고... 이 영화에서 나오는 바루곤이라는 괴수도 잘 보면 어디선가 이미 봤던 친구입니다.
고지라요. 디자인은 이리저리 변형시켜 꽤 달라보이긴 하지만 실루엣의 기본적은 틀은 비슷하고... 등판에 뿔이 일렬로 나 있는데 결정적인 공격을 할때 이 뿔이 빛납니다. 입에서는 하얀 스모크같은 걸 쏘고요. 그리고, 최후가 고지라하고 똑같아요. 그니까요... 이거 다이에이가 만든 고지라 리메이크예요. 토호가 킹콩을 리메이크한 수법을 모방해서 다이에이가 고지라를 리메이크한 거고, 옥시전 디스트로이어의 자리에 가메라를 집어넣은 거죠. 그렇게 해서 은근슬쩍 가메라가 고지라를 이긴다는....ㅎㅎ
미쿡판 예고편
바루곤 눈이 너무 초롱초롱해서 귀엽긴 한데 카리스마가 없네요. ㅋㅋㅋ 1966년에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일본의 형편이 얄밉고 부럽습니다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보다 훨씬 먼저 나온 원조 고지라의 퀄은 거의 오파츠 수준이었던 거군요. 이 영화의 대괴수 격투 장면은 뭔가 원조보다 많이 부족해 보여요. 하하;
인간이 들어가서 4족 보행 괴수를 연기하는 게 그리 쉬운 건 아니라서 바르곤의 움직임이 뻣뻣하긴 합니다. 이후 계속 이어지는 울트라맨 시리즈나 다른 괴수물들에서도 CG없이는 4족 보행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지라 이건 시대적 기술적 한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가메라도 기본적으론 4족 보행을 해야 하는 거북이이지만 결국 2족으로 더 많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인…
오늘도 별 의미없는 TMI 댓글이 소환될 차례가… (허허)
언제나처럼 중언부언에 길기만 한 내용이 되겠습니만…
일본에서 나온 괴수물 관련 서적에 나오는 퀴즈 죠크인데,
"시리즈화된 인기 괴수 G씨의 첫번째 상대로 오사카를 무대로 등장하는 괴수는 무엇인가? 라고 물었을 때, 안기라스라고 대답하면 당신은 아직 수행이 부족하다. 정답은 바르곤이다." 라는 농반진반 죠크가 있습니다.
[대괴수결투 가메라 대 바르곤]은 가메라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인데, 고지라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고지라의 역습]이 좀 어중간한 완성도에 애매한 포지션이고, 미국에서 판권을 산 김에 어찌저찌 만들게 된 3번째 작품인 [킹콩 대 고지라]가 대흥행하는 바람에 좋건싫건 팔리는 동안은 찍어내보자~라는 식이 되어버려서, 결국 고지라 시리즈의 자리를 굳히는 확고한 위치는 3번째 작품 [킹콩 대 고지라]였던 것에 비교하면, [가메라 대 바르곤]은 "애매하게 찬밥인 2번째 영화" 포지션이 겹치긴 합니다만…
(그런데 실제로, 고지라 수트 액터였던 나카지마 하루오의 발언으로는 흥행 후 추가 수익배분으로 돈을 받은 건 [킹콩 대 고지라]가 유일했다고 합니다…)
정작 [대괴수결투 가메라 대 바르곤]은 쇼와 가메라 시리즈 중에선 가장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작품입니다. 뭐 대단한 예술 영화를 만들자 같은 야심이 있었다기 보다는, 흑백 싸구려 영화였던 전작이 돈을 꽤 벌었기 때문에 확실히 투자해서 만들면 더 많이 벌수 있을거란 순진한 믿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예, 가메라 시리즈의 첫작품이자 바로 전작인 [대괴수 가메라]가 이미 컬러 영화가 보편화된 1965년에 흑백 영화로 나온 저예산 배낌질 영화였던 대에 비해서, 이 '가메라 대 바르곤'은 나름 공을 들인 '어른들의 영화'이고 아마도 가메라 시리즈 전체 중에서 유일하게 '성인 관객층을 의식한' 작품이긴 할겁니다.
포인트는 작품의 발단 내용이 해외로 도망친 일본인 범죄자가 뉴기니아 토착민을 등쳐먹어서 마을의 보물인 보석을 훔쳐서 도망가는 게 발단이 되고, 그 보석인 줄 알았던 것이 실은 괴수의 알인데 그 알이 세관에서 전자파를 쐬어서 활성화되어 괴수가 깨어 나온다라는 식으로 '인간의 욕망에 의한 사건 발발'을 확실히 그리고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겠네요. 물론 일본인 배우들이 적당히 검은 분칠하고 외지인이나 토인 느낌내는 식의 가짜 외국인 연기를 하고 머 그런건 옛날 헐리우드에서도 흔한 거였으니까요.
[킹콩 대 고지라]가 일본인들이 외딴 섬의 토착민 분장하고 트래지셔널 지역 토속음악 삘 나는 음악 틀어놓고 군중 엑스트라를 도입해서 스케일 큰 모험담 같은 착각을 주던 옛날 헐리우드 모 종교 영화의 대규모 스펙타클 같은 것을 모방했고, 이 영화에도 그런 요소로 일본인 배우들이 나와서 토착민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만, 정작 그 지역의 토착신 격인 킹콩 같은 괴수를 숭배하고 의식이니 뭐니 음악 깔고 쇼하는 부분은 없고, 그냥 지역행사 같은 식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앞에도 적었듯이 중요한 건 '돈' 때문에 지역 토착민을 등쳐먹고 보석을 빼돌리는 악당이니까요. 그리고 그 악당은 마지막까지도 보석에 집착을 하다가 바르곤에게 먹히는 식으로 권선징악을 확실히 보여주긴 합니다만.
어쨌든 예산 많이 둘여서 돈 좀 땡겨보겠다는 영화사의 야심 겸 희망사항 바람은 이 영화가 흥행적으론 조금 애매했기 때문에, 다음인 [대괴수공중전 가메라 대 갸오스]는 다시 저연령층 노선으로 전환해서 아이들이 "도와줘 가메라" 하면 나타나는 소환수 폭행몬 취급이 되어버렸고 이후 쇼와 시리즈는 그 노선을 고수하게 됩니다만…
그나마 현 시점에서 볼 때 평성 가메라는 아이들의 친구에서 '괴수덕후의 친구'로 전환해버렸지만 이후 가메라 시리즈의 부활을 바라는 사람들은 다시 아이들의 친구 가메라 노선으로 원점회귀(?)를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가메라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친구 가메라+음모론 도입의 덕후들의 친구~ 정도로 절충노선이긴 합니다만, 그게 잘 맞물렸는가에 대해선 미묘하지요.
정작 원조격이랍시고 품격 있는 척을 하지만 '딱히 괴상하지도 않은 공룡 바리에이션일 뿐인데 뭐가 괴수라는 거냐' 같은 말을 들으며. 온갖 형식과 디테일으로 다양한 괴수들의 기믹을 보여주던 울트라맨 팬 들 사이에서 까인 고지라는, 현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에반게리온과 합체하는 등 온갖 뻘짓스러운 바리에이션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어쩌다보니 만년 2등 격인 가메라는 (돈이 부족해서) 그러지도 못하고 있지요.
프로레슬러로 말하면 별 기믹 없이 빤쓰 하나 걸친 정통파 프로레슬러인 고지라와, 날아다니는 멕시칸 레슬링 루챠 리브레를 펼치는 가메라 같은 식의 일차원적인 비교도 가능합니다만, 어쨌든 본래 고지라의 아류작으로 나온 일본의 이런저런 괴수 영화 중에서 어쩌다 보니 유일하게 시리즈로 살아남은(?) 언더독 포지션이던 가메라는, 고지라가 이후 시리즈가 계속 쌓이면서 외적 요인 포함해서 '만들어진 원조의 품격'을 갖추게 된 것에 비해서는, 쇼와 시리즈는 그냥 거대 거북이가 UFO처럼 회전하면서 날아다닌다는 건 그 때에도 이미 개그 취급이었지만 그게 애들에게 먹혔기 때문에, 애들과 친한 괴수라는 걸 캐릭터성으로 밀었고 철저하게 아동 지향적인 시리즈로 굳어진게 쇼와 시대의 구작 가메라 시리즈인데…,
그 쇼와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게 이 바르곤 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사나 스탭은 나름 야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메라 대 바르곤]의 블루레이 커멘터리 등에서 제작진의 의도는 인간의 욕망과 그 결과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말을 하고 있고, 이런 시점들은 [모스라]나 [라돈] 등 여타 토호의 초기 괴수 영화들 중에서 인간이 나쁜 거다~라는 투로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꾸준히 어필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일단 쇼와 시대의 가메라가 어린이의 친구라는 캐릭터 기믹을 연기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디자인 면에서는 2족 보행하는 거북이라는 게 수각룡 공룡의 변형인 고지라와 비교하면 사실 이 쪽도 (울트라맨에서 다양한 기믹과 디자인의 우주인과 괴수가 등장하는 시점을 공유하는 지라) 그냥그런 평범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가메라의 상대역 괴수에다 기믹을 붙이고 뭔가 기괴함이나 임팩트를 늘리는 식으로 연출하려고 했기에, 바르곤은 꽤 덕지덕지 설정이 붙어 있습니다.
어쨌든 바르곤은 가메라의 첫번째 대결 상대이지만, 어째 바로 뒤 속편의 상대역 괴수 갸오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인기나 존재감이 낮은 편인데… 정작 2003년에 건담 만화 등을 그렸던 콘도 카즈히사가 만화판을 새로 그려주기도 했었습니다.
모스라가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변화하는 탄생과 성장을 그린 내용이기도 했는데,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바르곤도 사실은 모스라와 비슷하게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의 공격에 대항해서 새로운 기믹을 꺼내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식인데, 정작 괴수 바르곤 자신의 공격 기믹이 자신의 약점이기도 하다는 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가메라 상대 괴수의 괴이한 기믹이 괴수의 약점이란 건 이후 대마수 쟈이가 같은 가메라 시리즈 속편에서도 반복됩니다.
초전에 가메라를 얼려버린 냉동냉매액은 바르곤의 입 안에서 튀어나오는 혀에서 나오는 것인데, 여기서 늘어나는 혀(에 붙은 입) 기믹은 에이리언의 제노모프보다 바르곤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왜국인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머 실제 어느 쪽이냐면 바르곤이나 에이리언보다도 더 빠른 쪽이 이미 있었던 모양이고… 사실 카멜레온이나 도마뱀 부류에서 혀가 늘어나고 독을 쏘는 생물적 기믹을 가져왔을 뿐이겠지만요.
한편 바르곤이 등지느러미 같은 돌기물에서 무지개색 파괴광선을 쏘니까 인간들이 그걸 반사시켜서 역공격을 하는 '백 미러 작전'의 기기를 만드는데 그 게 한번은 먹혀서 바르곤의 광선을 반사해 바르곤이 상처를 입은 이후론 바르곤이 아예 파괴광선을 봉인하고 쓰지 않습니다데, 그게 이후 가메라와 싸울 때에 광선 합성 효과를 줄이는 예산 절감이 되기도 하고요.
'고지라 대 모스라'는 태풍 때문에 일본에 떠밀려온 모스라의 알을 인간의 탐욕 때문에 돌려주지 않으려고 한 게 사건의 발단인데 고지라가 거기에 껴서 일이 커지고 , 직접적으로 인간과 대립하거나 도시를 공격하지 않는 모스라 대신 도시파괴 씬을 연출해 보여줘야 하는 영화사 쪽 시선에서 떠나서 봐도 고지라는 단순히 모스라와의 싸움 상대로만 나온 게 아니라 모스라와 달리 인간 측을 직접적 적대하고 공격하는 적대자 입장이기도 하고요.
[가메라 대 바르곤]에선 외지의 보석을 일본으로 갖고 온 개인의 욕망이 사건을 키우고 괴수가 나오게 되는 이유가 되고, 보석에서 태어난 괴수를 잡기 위해서는 다른 보석의 빛을 증폭해 괴수를 유인하려 하지만, 그 용도로 만든 장치에 쓰일 보석을 바르곤의 알을 갖고 온 악당이 갖고 도망치다가 바르곤에게 보석 체로 먹혀 먹혀 버리기도 하는데…,
이것저것 적다가 제 풀에 힘이 빠져서 정리 안된 체라 마무리~라기 보다는 그냥 끝내고 던집니다만… 하여튼 이 영화는 [킹콩 대 고지라]와 비교하기 보다는, 시리즈 중 위치로는 [고지라의 역습]이고 내용적으로는 [모스라 대 고지라]와 비교해야 한다는게 제 결론입니다.
[킹콩 대 고지라]에서 고지라의 배경 플롯은 사실 전작 [고지라의 역습]에 의존하고 있고, 일단 상대 괴수가 나오면 일단 싸워야 하는 괴수이며 전작 [고지라의 역습] 마지막에 얼음에 갇혔다가 [킹콩 대 고지라]에선 빙산 속에서 나오는 걸로 퉁치듯이 그려진 셈이거든요. 그리고, [킹콩 대 고지라]에서 바닷가 절벽에서 싸우다가 킹콩과 함께 떨어지지만, 다음편 [모스라 대 고지라]에서는 바닷가 모래 속에서 일어서는 걸로 '비슷한 데에서' 등장하는 식으로 시리즈로의 연속성을 지키는 선에서 대충 뭉게는 게 전통이라면 전통인 거지요.
마지막으로 [대괴수결투 가메라 대 바르곤]의 일본판 예고편을 가져와 봅니다.
:D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