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감 없는 찬양가 '거장 존 윌리엄스'

'거장 존 윌리엄스'라는 번역제도 뭐 나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원제가 가장 적절하네요. 크레딧에 저게 뜨면 그 작품의 음악 하나는 믿을 수 있다는 증표죠. '마에스트로의 뒤에 있는 사람'이라는 문구도 인상적.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는 그 사람의 인생에서 어떤 서사를 택하더라도 결국은 대부분 위대한 업적을 칭송하는 찬양가가 될 수 밖에 없죠.
제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대상일지라도 낯간지럽거나 약간 거부감이 드는 경우도 간간히 있는데 명실상부한 영화 음악의 고트 존 윌리엄스의 커리어를 다룬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그 어떤 미사여구도 과장처럼 들리지 않고 게스트 출연자들의 립서비스가 립서비스가 아닌 지경이라고 할까요 ㅋㅋㅋ
기본적인 성장배경을 간단하게 소개한 뒤로는 그냥 어떤 작품들에 참여해서 어떤 스코어들을 만들었는지 쭉 나열해줄 뿐인데 하나 하나 추억에 잠기게 만들고 그냥 다 좋네요. 어린시절부터 봐온 수많은 영화들 속 음악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짤막한 멜로디만 떠올려도 장면 하나 하나가 되살아나고 저절로 감동이 느껴지는 곡들의 대부분이 한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게 새삼스레 놀랍고 경이롭습니다.
디즈니플러스에 올라왔고 영화팬, 특히 탑골감성의 매니아분들이라면 그냥 고민없이 봐야하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출연자들이 나와서 존 윌리엄스 간증(?)을 늘어놓는데 당연히 가장 비중이 높고 말도 많이하는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입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찍은 장면이던 예전 자료화면이던 둘이 같이 만나 포옹하고 다정하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 꼭 오래 같이 산 노부부 느낌이에요. 영화감독이 페르소나 배우라던가 각본가, 촬영감독, 제작자 등과 오래 파트너쉽을 유지하는 경우는 자주 볼 수 있지만 이 두 분처럼 감독과 작곡가로서 오래 같이 작업하며 둘 다 자기분야에서 고트로 인정받는 건 앞으로 다시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죠스'의 상어 등장 음악 첫 '뚜둔'.. 이 두 음절이 영화 음악사를 바꿨다고 '한스 짐머'가 다른 다큐프로에서 존 윌리암스옹을 칭찬 하더라구요. 저는 클래식도 좋아하지만, 청춘이나 이전 시대상을 한 순간에 훅 끼치듯 기억나게 하는 것은 영화 음악이더라구요. 존 윌리암스나, 엔니오 모리코네 같은 분은 한 200년 전에 태어나셨으면 베르디, 푸치니급이었을 듯 합니다. 존 할배요, 오래사세요~.
워낙 유명한 비화지만 그 뚜둔~ 처음 들려주니까 스필버그가 장난하는 줄 알았다는 얘기는 여기서도 나옵니다. ㅋ
엔니오 모리코네 같은 분도 사실 대중적인 인기, 영향력 다 따지면 존 윌리엄스 앞에서는 반수 정도는 접어줘야하는 수준이죠.
몇년전, 이츠하크 펄만의 한국 공연 시, 앙코르때, 무작위로 악보를 바닥에서 주워서 연주했던 음악이 '쉰들러즈 리스트' 주제 음악이었습니다. 눈가가 촉촉해졌어요. 국내 관현악단의 존 윌리암스 음악 연주회에서도, 스타워즈 The throne room 과 Imperial March를 연주했는데 지휘자가 별로이긴 했지만 넘 좋았습니다. 존 윌리암스옹이 우리 삶에 끼치는 선한 영향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스감독님 팬이긴 하지만 존 윌리엄스 없는 스필버그 대표작들을 생각해보면 아찔하죠. 정말 세기의 만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스감독님도 윌리엄스옹도 백 살 넘게 무병장수하며 계속 작업해 주시길!! (이라고 적고 보니 윌리엄스옹은 백 살까지 8년 밖에 안 남았습니다. 아이고야... ㅠㅜ)
연출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여전히 위대한 감독이 됐겠지만 정말 그 수많은 상징적인 스코어들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상상이 안되죠. 원래 파벨만스 까지만 하고 은퇴하신다더니 다행히 그냥 쭉 활동 하신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