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글래디에이터 Ⅱ]
모 블로거 평
“Ridley Scott’s latest film “Gladiator II”, a sequel to his Oscar-winning film “Gladiator” (2000), is a ponderous sequel which does not provide anything fun and new to enjoy. Sure, “Gladiator” is not exactly a great film, so it seems easy to follow the footsteps of that rather overrated movie (In my humble opinion, it is the worst Best Picture Oscar winner during last 25 years except “Green Book” (2018) – yes, I am much more generous to “Crash” (2004) or “American Beauty” (1999) than many of you), but the sequel keeps stumbling and plodding mainly due to its weak story and character, and I could only observe its few inspired elements from the distance without much care during my viewing.” (**)

[룩 백]
9월에 국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룩 백]을 지난 주에 동네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뒤늦게 챙겨봤습니다. 상영시간도 짧고 뻔한 순정만화 같아서 개봉 당시에는 그냥 별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는데, 그 짧은 상영 시간 동안 이야기와 캐릭터를 간결하면서도 알차게 굴려가니 그 결과 나오는 감흥은 상당한 편입니다. 이 정도면 왜 듀나님이 얼마 전 올해 KMDB 영화 리스트에 본 작품을 넣으신 게 이해가 갑니다. (***1/2)

[에밀리아 페레스]
지난 주 미국 넷플릭스에 풀린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 [에밀리아 페레스]는 완벽하진 않지만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만합니다. 멕시코 시티를 주 배경으로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좀 막장스러운 영어/스페인어 뮤지컬 범죄 멜로드라마인 걸 고려하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같은 감독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은 가운데, 후반부에 가서 자주 덜컹거리고 찜찜해지는 게 문제이지만, 올해 깐느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공동수상한 출연 여배우들이 마음껏 날아다니니 어느 정도 봐 줄 만합니다. 완전 먹히진 않지만, 그래도 그 여러 강렬한 순간들은 쉽게 잊을 수 없습니다. (***)

[페드로 파라모]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올라온 [페드로 파라모]는 [브로크백 마운틴]과 [플라워 킬링 문] 등 여러 유명 영화들에서 촬영 감독을 맡은 로드리고 프리에토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촬 영감독의 감독 데뷔작답게 영화는 시각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지만, 이야기와 캐릭터 면에서 2% 부족한 티가 자주 나는 편이고, 그러니 후안 룰포의 원작 소설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듭니다. 확인해 보니, 국내에서 이미 민음사에서 출간될 정도로 꽤 유명한 편이고 그래서 벌써 구매할 준비하고 있습니다. (**1/2)
P.S. 초반부를 이끄는 캐릭터를 맡은 테노치 우에르타는 2년 전에 어느 MCU 영화 중요 조연으로 더 주목을 받았지요. 그러다가 나중에 성추행 고발당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었답니다.

[연소일기]
홍콩영화 [연소일기]는 두 다른 이야기를 병행해서 진행합니다. 한쪽에서는 한 고등학교 교사가 정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보이는 글을 쓴 학생을 찾는 동안, 다른 한 쪽에서는 성적 부진으로 부모로부터 무시와 학대당하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이 두 이야기들이 결국 나중에 가서 연결된다는 건 스포일러도 아니지만, 그 담담함 속에서 나오는 절실함은 상당한 여운이 남습니다. 무엇보다도 남의 동네 이야기만으로 보이지 않으니 여러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
P.S. 상당한 아동 학대 장면들이 나오니 트리거 워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되살아나는 목소리]
다큐멘터리 영화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딸과 함께 본 작품을 만든 재일교포 다큐멘터리 감독 박수남이 끈질기게 기록하고 보존한 영상 자료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보다 보면 이분이 참 치열하게 살아오셨다는 생각이 드는 가운데, 그녀의 다큐멘터리 작품들과 다른 여러 기록들을 통해 엿보이는 재일교포 역사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기록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됩니다. 상영 시간이 거의 2시간 반이긴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더군요. (***1/2)

[Occupied City]
작년에 나온 스티브 맥퀸의 다큐멘터리 영화 [Occupied City]는 맥퀸의 아내 비앙카 스티흐터가 쓴 책인 “Atlas of an Occupied City, Amsterdam 1940-1945”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4시간 넘는 상영 시간 동안 다큐멘터리는 암스테르담 시의 수많은 장소들을 덤덤히 지켜보면서 2차세계대전 당시 각각의 장소에 관련된 역사적 정보를 차분히 전달하는데, 이는 어느 정도 인내가 요구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꽤 쏠쏠한 경험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계속 설명해주는 안내원과 함께 암스테르담을 4시간 넘게 여기저기 보는 것 그 이상은 아니지만, 암스테르담이 안네 프랑크 그 이상의 2차 세계 대전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점에서 의미는 있습니다. (***)
P.S. COVID-19 팬데믹 시절에 촬영되었으니, 거리에서 사람들 나올 때마다 마스크 좀 쓰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오? 의외네요 [연소일기]는 저에겐 너무 예쁜 기성품이어서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페드로 파라모 감독님이 그런 분이었군요. 말씀대로 확실히 비주얼은 인상적이었는데 이야기가... 원작이 난해함으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너무 정리가 안 되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