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프라임] 예상보다 보편적이고 절절한 소품, '룩 백' 잡담입니다
- 2024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5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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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의 대표작이라는 체인쏘 맨을 아직 안 봤는데요. 한 번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뭐 전혀 다른 성격이겠지만... ㅋㅋ)
- 주인공은 '후지노'라는 이름의 초등학생. 대체로 무난 평범 활발한 성격의 초딩인데 만화에 재능이 있어요. 그래서 소박하게 학교 신문에 네 컷 개그 만화를 연재하며 친구들의 칭찬을 받고 자존감 뿜뿜. 뭐 이러고 살고 있었는데요. 언제부턴가 등교 거부 중인 히키코모리 동급생, 얼굴도 모르는 '교모토'라는 녀석의 네 컷 만화가 나란히 실리게 됩니다. 근데... 뭐 이런 괴물 같은 녀석이 다 있나 싶은 거죠. 그림을 너무 잘 그려요. 잘 보면 인물과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후지노와 다르게 풍경 그림만 그리는 듯 합니다만 암튼 그림 실력이 어너더 레벨이고 친구들도 그렇게 말 하죠.
자존심이 상한 후지노는 그 때부터 자만 모드는 집어 치우고 이런저런 책들 사고, 스케치북을 와장창 사다가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소원해져가며 그림 실력 향상에 집착합니다만... 다음 학급 신문에서 교모토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져 버렸음을 느낀 후지노는 만화 창작을 접어 버립니다. 그러고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졸업을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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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만화에 대한 주변의 칭찬과 인정에 헬렐레 자부심만 폭발해서 붕붕 떠다니는 대충 평범한 초딩 후지노라는 소녀가.)
- 한 시간도 안 되는 작품이다 보니 스토리를 더 적으면 너무 많이 까발리는 것 같아서 그냥 적다 말았습니다.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이 다음에 벌어지는 사건부터인데요. 뭐 어차피 보실 거라면 많이 모르고 보시는 게 좋겠고. 안 보실 거라면 굳이 아실 필요도 없고 뭐 그렇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포스터 이미지만 봐도 대충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뻔하잖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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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기 죽고 포기하게 만든 압도적인 그림 실력의 소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이 두 아이의 성장담입니다. 교모토를 방에서 끌어내 바깥 세상으로 인도하는 게 후지노니까 이 쪽이 주동적인 인물처럼 보이지만 만화가의 꿈을 포기했던 후지노가 다시 열정을 되찾게 만드는 건 또 교모토의 역할이니 대략 호혜평등(?)한 상호 작용을 바탕으로 하는 쌍방 성장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 성장담의 주 소재를 이루는 게 만화... 라는 게 또 중요하겠죠. 원작이 만화책이니까 결국 만화가가 그린 만화가 지망생들 이야기가 됩니다. 당연히 본인이 업계에 몸 담고 살아 오면서 겪었던 실제 체험들이 요소요소에 박혀 있겠고. 정말로 실제 경험이니까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 법한 장면이나 감정들이 많이 나와요.
다만 무슨 업계 현실 같은 걸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구요. 만화가가 되겠다는 열정에 타오르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아주 설득력 있게, 감정 이입할 수 있게 잘 그려진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딱히 만화가, 그림쟁이 지망생이 아니었던 사람도 쉽게 빠져들더라구요. 제 얘깁니다. ㅋㅋ 완전 똥손이라 이런 쪽 일은 아예 꿈도 꾸어 본 적 없지만 아주 흐뭇하고도 아련한 기분으로 잘 봤어요.
그러다 막판엔 클라이막스를 끌어내는 사건 하나가 벌어지는데... 이 부분은 또 위에 적은 이야기들과는 좀 다른 결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스포일러가 될 테니 언급은 하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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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끌어주는 듯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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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끌려 가는 듯한 구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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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그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는 파트너로서 동반 성장... 이라는 서사가 맘에 들었습니다.)
- 그림이 참 좋습니다. 형식이 애니메이션인데 당연히 중대 사안이 아니겠습니까. ㅋㅋ
원작의 그림체를 잘 살려내고 있기도 하구요. 기술적인 부분으론 문외한이라 설명할 수가 없지만 암튼 '이것은 수제입니다!'라는 느낌을 팍팍 주는 게 좋았어요. cg를 아예 안 쓰진 않았겠지만 거의 손그림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작화가 부실해지는 부분도 없고, 움직임도 딱 애니메이션스런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잘 그려냈더라구요. 보다 보면 살짝 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그 무시무시한 수작업 노가다 결과물들을 보는 기분도 들고 그랬습니다.
또 보다 보면 작중에서 주인공들이 그리는 만화들을 활용한 연출들도 자주 나오는데 역시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들게 잘 만들어져 있었구요. 원작자의 특기라는 영화적인, 좀 전형적인 만화책 스타일은 아닌 연출 같은 것들이 종종 튀어나와서 대체로 정적이고 (중반까지는) 전형적인 느낌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포인트도 되어 주고 그랬습니다. 이래저래 눈호강 작품이었다... 라는 얘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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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초딩 때 즐겨 그리던 네 컷 만화가 아주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나중엔 감동까지 온다니깐요.)
- 위에도 살짝 언급했듯이 이야기가 다루는 테마가 하나인 듯 하면서도 여럿이고 그렇습니다.
그냥 꿈을 향한 열정으로 타오르는 청춘들의 성장담으로 봐도 좋겠구요. 순수했던 시절을 함께 했던 옛 친구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담은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구요. 만화든 그냥 미술이든 뭐가 됐든 '그림쟁이'(당연히 비하의 의미 없습니다;)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이야기로 즐길 수도 있겠고. 또...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는 부분 또한 이것들과는 결이 다른 주제를 담고 있고 그렇습니다.
근데 어쨌든 이런 테마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잘 녹아 있구요. 보는 입장에 따라 조금씩 다른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몰입할 수 있도록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딱히 콕 찝어서 '만화가 지망생'들을 위한 작품이라든가, 덕력이 부족하면 이해 못할 부분이 있다든가 그런 이야기가 아니구요. 상당히 보편적으로 먹힐 수 있는 감정과 테마를 다룬 이야기였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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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림쟁이, 만화가의 꿈을 가졌던 사람들이 볼 때 가장 격하게 감동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실제 제 지인들도 그렇게 말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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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10대 시절에 뜻 맞는 친구와 함께 했던 꿈, 열정 같은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볼 수 있을 이야기입니다.)
- 다 보고 나서 와 이거 학생들 틀어주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애들은 애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충분히 이입해서 볼 수 있겠다 싶은 웰메이드 소품이었구요. 아마존 프라임 이용자 분들이라면 그냥 일단 한 번 재생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만큼 잘 만든 작품인데... 뭐 우주 명작까진 생각하지 마시구요. ㅋㅋ 참으로 단아하게(?) 잘 뽑힌 알찬 소품이었어요. 언젠가 한 번은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을 하면서 재밌게 잘 봤습니다.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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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라임 회원 분들의 많은 시청 바랍니다. ㅋㅋㅋ)
+ 전혀 중요한 부분은 아닌, 쌩뚱맞은 뻘소립니다만. 주인공들을 남학생들로 설정했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작가 본인의 실제 경험들이 왕창왕창 반영된 이야기일 테니 그 쪽이 좀 더 자연스럽고 리얼한 분위기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뭐 왜 굳이 여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지는 대략 짐작이 가기는 해요. 아마도 '너와 나'의 주인공들이 여고생인 것과 비슷한 이유였겠죠(?)
++ 제목을 극중에서 참 여러 방면으로 잘 써먹습니다. 이건 스포일러 없이 설명하기 어려우니 그냥 직접 보시는 편이. ㅋㅋㅋ
+++ 주인공 목소리를 '썸머 필름을 타고!'의 킥보드, 카와이 유미가 맡았더라구요. 이 분 요즘 정말 여기저기서 자꾸 튀어나오시는데, 이쯤 되면 그 영화 주인공이었던 이토 마리카보다 더 잘 나가는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암튼 좋게 본 영화의 좋게 본 배우가 자주 눈에 띄니 좋네요.
++++ 아마도 원작자에게 창작의 동기를 부여했을 후반부의 모 사건... 같은 경우엔 현실에서 일어난 '그 일'을 모르는 분들에겐 좀 쌩뚱맞고 작위적이란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맨 처음에 적은 도입부 이야기에 이어서, 만화가 꿈을 접었던 후지노는 졸업식 날 학교 선생의 부탁으로 교모토의 졸업장을 집으로 직접 가져다 주는 심부름을 하게 됩니다. 마침 집은 비어 있었는데... 안쪽에서 소리가 나길래 누가 있나? 하고 슥 들어가 버렸구요. 그러다가 본인이 수년 간 쌓아 올렸던 양의 몇 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스케치북 무더기를 발견하죠. 그리고 그 끝의 방 문앞까지 가서는... 차마 들어가진 못하고 망설이다가 옆에 떨어져 있는 종이에다가 슥슥 네 컷 만화를 그립니다. 1) 나오지 마! 나오지 마! 라고 외치는 사람들. 2) 나와라! 나와라! 라고 외치는 사람들. 3) 전국 히키코모리 대회에서 교모토가 압도적인 1위로 우승합니다!! 4) 해골이 되어 있는 교모토.
본인이 다시 보고 피식 웃다가... 아니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지! 하고 찢어 버리려 합니다만. 실수로 떨어뜨린 그 네 컷 만화 종이가 교모토의 방문 틈으로 슥 들어가 버려요. 당황해서 우다다다 뛰쳐 나와서는 집으로 가려는 후지노... 인데 그때 콰당! 하고 문이 열리며 교모토가 맨발로 뛰쳐나와요. 그러고는 정말 떠듬떠듬거리면서 말을 거는데... 알고 보니 우리의 그림 천재 교모토양은 후지노 네 컷 만화의 팬이었어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학교 신문으로 본 후지노의 만화 때문이었고. 심지어 후지노가 노력한 후에 그림 향상이 이루어진 시기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늘 후지노가 천재라고 생각해왔다며 동갑내기인 후지노에게 '후지노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며 자신의 열렬한 팬심을 어필하다가 급기야는 자기 입고 있는 외투 등판에 사인까지 부탁하네요.
그래서 사인까지 해주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집에 가려는 후지노를 교모토의 질문이 가로막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왜 만화를 그만두셨나요?" 그때 교모토의 찬양 덕에 자존감이 한계치를 돌파해 버린 후지노의 거짓말이 둘의 운명을 바꿔 놓습니다. "응, 이제부터 본격 프로 만화가가 되려고. 만화 잡지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출품할 작품을 만드느라 아마추어 일은 그만 둔 거지. 이제 구상은 다 했고 그리기만 하면 돼."
이 말에 흥분한 교모토는 결국... 후지노와 콤비를 결성하게 됩니다. 필명을 '후지노 교'로 정하고 밤낮 할 것 없이 한 방에 모여 미친 듯이 그리고 또 그리고 다시 그리면서 둘은 작품을 완성하고, 결국 출품한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실제 만화 잡지에 작품을 수록하게 돼요. 거기에다가 상금까지 듬뿍 받아서는 둘이 함께 시내에 나가 먹고 놀고 보고...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구요. 교모토는 "집밖으로 나올 결심을 하길 잘했다"고 후지노에게 고백합니다.
이후로 이 둘은 계속해서 미친 듯이 만화를 그립니다. 완성된 작품들은 잡지에 실리기도 하구요. 그렇게 만화 하나로 불타오르는 세월을 지내며 둘은 완전히 영혼의 절친이 되구요.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려는데 만화 잡지 측에게서 '정식으로 연재 한 번 해보겠니?' 라는 제안을 받고 후지노는 행복과 의욕에 불타오르는데... 이때 교모토가 전혀 뜻밖의 말을 합니다. "난 미대에 진학해서 그림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당황해서 교모토를 붙들어 보려는 후지노이지만 교모토의 결심은 확고하고. 결국 화가 난 후지노는 마음에 없는 모진 말들을 내뱉으며 교모토에게 상처를 주죠. 그러고 쓸쓸히 등을 돌려 찢어진 둘은 이후로 한참 동안을 연락 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구요. 그 와중에 후지노가 연재한 '샤크 킥'이라는 만화는 부침을 거듭하며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가다가... 결국 히트작이 되어 단행본도 10권을 넘기고 애니메이션화까지 결정이 되지요. 그래서 눈 코 뜰 새 없이 작업실에 처박혀 어시스턴트를 갈아치워가며 죽어라고 창작에 매달리던 후지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교모토가 다니던 미대에 어떤 정신병에 시달리던 놈이 곡괭이를 들고 뛰쳐들어가 무차별 테러를 저질렀다는 거에요. 그 과정에서 몇 명이 목숨을 잃고 다수의 학생들이 부상을 입었는데... 그 희생자들 중 한 명이 교모토였습니다.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충격과 회한과 미안함의 감정에 시달리는 후지노. "그때 내가 방 밖으로 나오게 하지만 않았다면 교모토는 아직 살아 있었을 텐데!!" 라고 자책하며 연재도 중단하고 슬픔 속에 침잠하는데요.
교모토의 장례식을 마친 후 조금 시간이 지난 듯 합니다. 교모토가 살던 집을 찾아 간 후지노는 예의 그 '방문' 앞에서 옛날에 자기가 그렸던, 교모토가 밖으로 나올 결심을 하게 만들었던 네 컷 만화를 발견해요. 그걸 보고 감정이 폭발해서 만화를 찢어서 뿌려 버리는 후지노. 그런데 절묘하게 맨 처음 컷, 그러니까 "나오지 마!!!" 부분이 또 팔랑팔랑거리며 닫힌 문틈으로 슥 들어가는데...
그 문 반대편에는 졸업식 날의 교모토가 있습니다? 문틈으로 들어온 그 만화를 보고 문 밖으로 안 나가서 후지노를 못 만나게 되고. 그래서 그냥 히키코모리 그림쟁이 인생을 살아요. 그러다 결국엔 현실과 비슷하게 미대에 입학을 하고. 문제의 그 사건이 벌어진 날 곡괭이 테러범을 만나 위기에 처하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 온(?) 후지노가 카라테 킥으로 테러범을 날려 버리구요. 하지만 부상을 입어서 앰뷸런스에 실려가네요. 구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앰뷸런스로 가 전화 번호를 알려달라던 교모토는 자신의 구세주가 초등학생 때 우상이었던 '후지노 선생님'이었다는 걸 알게 되구요. 자신이 오래 전에 열렬한 팬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후지노는 씨익 웃으며 "마침 다시 만화를 그려볼까 하는 중이었는데. 괜찮으면 나와 함께 작품 해보지 않을래?" 라고 제안합니다. 행복한 미소를 띄는 교모토. 웃으면서 멀어져 가는 후지노. 그리고 집에 돌아 온 교모토는 스크랩북을 꺼내 후지노의 초딩 시절 작품들을 훑어 보다가, 네 컷 만화 용지를 발견하고는 자신도 한 번 그려 봐요. 대략 조금 전 본인이 겪었던 위기 상황과 후지노의 액션... 을 그린 후에 마지막 컷은 자기 등짝에 곡괭이가 꽂힌 것도 모르고 폼 잡으며 떠나는 후지노에게 자신이 '룩 백!' 이라고 외치는 내용의 개그 만화였네요.
근데 이걸 완성한 교모토가 그 종이를 놓쳐 버리고. 바닥으로 떨어지던 만화 종이는 다시 문틈을 통해 복도로 나가고. 이것이 현실의 후지노에게 전달이 됩니다! 차마 교모토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떠나려던 후지노는 그 만화를 보고 깜짝 놀라서는 결국 방문을 열고 들어가구요.
들어간 교모토의 방은... 수두룩한 만화 용지들과 도구들을 볼 때 만화를 포기하지도 않았고. 또 후지노의 연재작을 몇 권씩 사모으며, 애독자 투표용 엽서까지 써가며 후지노 팬들을 멈추지 않았던 교모토의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교모토가 미대 진학을 고집했던 이유는 더 실력을 쌓아서, 후지노의 더 훌륭한 파트너가 되려는 마음 때문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후지노는 눈물을 흘리구요. 뒤를 돌아서자 자신이 방금 열고 들어온 문짝에는 첫 만나던 날 자신이 사인을 해줬던 교모토의 외투가 걸려 있습니다.
교모토의 방을 나온 후지노는 자신의 일터로 돌아옵니다. 자신의 자리 앞 커다란 통유리에 교모토의 방에서 가져 온 네 컷 만화 용지를 붙인 후지노는 자리에 앉아 다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구요.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고 창 밖에는 해가 떠요. 그러한 작업실의 풍경을 한참을 보여주며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끝이에요.
+ 그래서 교모토가 목숨을 잃은 그 사건은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쿄애니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입니다. 사건의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남자가 '너희들이 내 작품을 표절했다'고 화를 내며 범행을 저지른다는 디테일을 집어 넣고 날짜도 거의 똑같이 맞춘 걸 보면 그 사건의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그 일로 인해 겪었던 자신의 심적 고통을 표현한 거라고 보는 게 대략 작가의 의도 아니겠냐... 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고 하네요.
실제 그림, 만화 그리는 걸 업으로 삼고 있거나 그런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정말 뼛속까지 공감할 작품인 것 같고(원작만화도 특히 업계 동료들이 극찬했었다죠.)
저처럼 만화는 그냥 읽기만 하던 관객들이 봐도 여러가지 추억과 감상에 젖을 수 있는 그런 훌륭한 작품이었어요. 조금 더 둘이 함께하던 중간에 에피소드를 늘려서 장편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재감상까지 하고 나니까 오히려 그런 시간생략이 클라이막스에 더 확 와닿게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네요. 네컷 만화 애니메이션 연출도 센스있었고 스토리, 감정선 뭐 하나 빠질 게 없었어요.
밑에 다른 글에도 비슷하게 댓글을 달았는데 카와이 유미는 저도 '썸머..'를 보면서 제일 스타성이 있다고 느꼈는데 그 작품으로 탄력을 받은 후로는 엄청나게 열일을 하더군요. 배역비중 상관없이 영화, 드라마 작품수가 근 2~3년간 엄청 많고 최근엔 슬슬 주연을 맡은 작품들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 작품의 진주인공이었던 맨발 역할 배우는 이후에 드라마, 영화 한두개 정도씩만 출연한 것 같더군요. 원래 아이돌 출신이던데 가수나 다른 쪽을 병행하는건지...
그리고 블루 하와이 역 배우가 최근 애플 파친코 시즌 2에서 재일 한국인 주인공이랑 연인 사이로 뜬금없이 나오길래 반가웠습니다. ㅋ
연출도 좋고 본문엔 안 적었지만 음악도 뻔한 듯 효과적으로 아주 잘 썼죠. 그냥 주인공들 하하 호호 웃으며 뛰어노는 장면만 봐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좀 전형적인 일본 청춘물 느낌이 있긴 했지만 애초에 일본 청춘물인데 그게 흠이 될 리는 없구요. ㅋㅋ
아마 99%의 확률로 괴작 아니면 범작일 카와이 유미 출연작 하나가 OTT에 올라와서 찜 해놨었는데. 이 작품 본 김에 그것도 볼까봐요. 맨발 감독님은 애초에 아이돌이어서 그런지 좀 아이돌스런 역할을 골라 맡는 것 같더라구요. 카와이 유미와는 진로 방향성이 다른가 봅니다.
원작 좋았던 작품은 애니로 잘 안 보게 되는데 이 작품은 보려고요. 고맙네요, 아마존 프라임. 내년에나 볼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요.
저는 반대로 원작 만화는 안 보고 애니메이션만 봐서요. ㅋㅋ 연출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그 사건'을 제외하고도 다른 쪽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장면이 많지 않았나... 뭐 일단 저는 그렇게 봤구요.
안 그래도 저도 '교모토'라는 이름이 좀 수상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엄청난 배경 능력자라는 스펙도 잘 맞아 떨어지고 그렇죠(...)
이 글을 읽기 전까지 실제경험담으로 잘못알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말이 안되네요. 얼마 전 책으로 읽었죠. 책으로는 10분 내에 독파...(...). 게다가 가격도 6000원! ㅎㅎ
애니메이션판도 나중에 보겠지만요.
네 일단 작가와 주인공의 성별도 다르고... ㅋㅋ 저는 원작을 안 봐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이미 둘 다 본 사람들 말을 들어 보면 애니메이션화가 잘 된 케이스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