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낭] 제목 그 자체. '롤라 런' 재감상 잡담입니다

 - 199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2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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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제목은 '롤라 런'. 원제는 보시다시피 'Lola rennt'. 영어 제목은 'Run Lola Run' 뭐 이렇게 다 다르지만 똑같습니다.)



 - 빨강머리 젊은이 롤라가 집에서 남자 친구의 전화를 받습니다. 오늘 남자 친구가 어디로 데리러 오라는 걸 스쿠터를 도둑 맞는 바람에 못 갔거든요. 사귄지 1년 조금 넘은 우리 사랑둥이 남자 친구님께선 다짜고짜 막 화를 내는데, 평소에 그렇게 시간 잘 지키더니 왜 오늘은 나타나지도 않았냐는 거에요. 하필 오늘이 남자 친구가 갓 들어간 범죄 조직(...)에서 입단식 삼아 테스트를 시킨 날이었거든요. 다이아몬드 암거래를 하고 받은 10만 마르크를 중간 보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롤라가 안 나타나서 전철을 탔다가 순찰 도는 경찰들을 보고 지레 겁 먹고선 돈봉투를 두고 내려 버린 겁니다. 지금은 11시 40분. 12시 정각에 중간 보스를 만나야 하고 그 때까지 10만 마르크를 땜빵하지 못하면 남자 친구는 죽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든, 무슨 짓을 해서든 롤라는 20분 안에 집에서 나가 10만 마르크를 구하고 남자 친구가 기다리는 장소로 가야 하는데 스쿠터는 없죠. 고로 달려라! 롤라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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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려!!!!!!)



 - 참 세월 느끼는 방법도 여러가지네요. '대체 10만 마르크가 얼마였지?' 라는 궁금증 때문에 검색을 해 봤더니 유로화를 출범하면서 독일 마르크가 사망한 게 벌써 2002년. 20년이 넘게 지났어요. ㅋㅋㅋ 전환 당시 사실상 유로가 마르크를 이름만 바꾼 정도였다는 얘길 감안해서 단순무식하게 현 유로랑 동급이라고 생각하면 1억 5천만원쯤 되는 돈이네요. 허허. 이걸 20분 안에 구해야 하는데, 구하러 가는 시간과 그걸 남자 친구에게 갖다 주는 시간까지 다 해서 20분 제한인 겁니다. 참 말도 안 되는 미션이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만큼 마지막엔 결국 해내는 결말로 갈 것이고, 그래서 그만큼 흥미롭죠. 과연 이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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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봐도 헤어지는 게 상책일 찐따 남자 친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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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라는 달립니다.)



 - 어차피 다들 아시는 얘기겠지만 26년이면 까먹을 때도 되었으니 스포일러는 존중(?)하구요. 스포일러가 아닌 데까지만 얘길 하자면 루프물입니다. 롤라가 첫 시도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다 실패하고 사망하는데요. 그때 갑자기 주마등 마냥 남자 친구와 예전에 나눴던 죽음에 대한 대화를 생각하다가... '엿차!'하고 다시 20분 전으로 돌아가요. 그러고 롤라는 다시 달립니다. 당연히 또 실패를 하지만 첫 시도와는 뭔가 좀 달라져 있겠죠. 그리고 그 다음 시도엔 또 다른 방면으로 시도를 하고... 이런 식인데요. 이게 일반적인 요즘식 루프물들과는 성격이 좀 많이 다릅니다. 그게 신선한 부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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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주치고 부딪히는 사람들의 일생을 바꿔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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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롤라는 달립니다.)



 - 일단 회차가 몇 회 안 됩니다. 원래 명색이 루프물이면 수백 수천 번이 기본이고 처음 몇 번은 자세히 보여주다가 중간에 몽타주로 훌훌 넘기면서 수백 번 반복을 퉁 치고, 막판에 다시 몇 회를 자세히 보여주고... 이런 게 기본이잖아요. 근데 이 영화에서 루프는 딱 세 번입니다. 이야기 설정 상 1회가 20분이니 다 해봐야 60분. 영화 런닝 타임보다 짧아요. ㅋㅋㅋ 


 그러다 보니 이런 영화들이 기본으로 깔고 가는 잔재미, 자신이 속한 세상의 모든 걸 분과 초 단위로 마스터해서 마치 예지 능력자처럼 즐기는... 그런 장면이 안 나옵니다. 애초에 영화가 그런 쪽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1회차가 20분 밖에 안 되니 영화는 그냥 그 20분짜리 미션에만 집중을 하고 잔가지를 거의 싹 다 쳐내버려요. 롤라가 평소에 어떤 사람인지, 저 찐따 같은 남자 친구를 위해 왜 이렇게까지 애를 쓰는지, 얘네 엄마나 아빠는 왜 저 모양인지... 등등 같은 건 거의 안 나오거나 미션과 연결되는 부분만 살짝 보여줄 뿐입니다. '미니멀리즘 루프물'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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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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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컷 분할로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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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감으로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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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킹 샷으로... 뭐 아무튼 그냥 달리는 겁니다.)



 -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롤라가... 바로 위에서 말 했듯 영화가 워낙 '미니멀'하다 보니 설명이 부족해서 확신은 못 하겠는데요. 아무래도 지난 회차를 기억하지 못하는 듯 싶습니다. 1회차에서 알게된 걸 2회차에서 써먹는 듯한 장면이 한 두 개 정도 나오긴 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자기도 모르게 몸이 기억을 하는 것 같고. 1회차에서 망했던 걸 2회차에서도 또 하려고 들고 그러면서 딱히 대책도 없는 걸 보면, 그리고 지난 회차에 대해 전혀 언급을 안 하는 걸 보면 롤라는 자기가 다회차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게 대충 맞다고 치면, 역시나 일반적인 루프물의 근본 공식을 비껴가는 게 되죠.


 하지만 그렇게 모르는 가운데에도 롤라는 매번 다른 일들을 겪게 되는데요.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집에서 내려오는 계단에 있는 개 끌고 있는 남자가 모든 일의 원흉인 듯 합니다. 그냥 쭈삣쭈삣 천천히 지나갔을 때, 개에 놀라서 계단에서 넘어졌을 때, 후다닥 달려서 휙 뛰어 넘어 버렸을 때... 이렇게 몇 초 지연되냐, 빨라지느냐에 따라서 이후의 일들이 모두 영향을 받아요. 유모차 끄는 할매와 부딪히기도 안 부딪히기도 하고, 차고에서 나오는 자동차를 방해하기도, 안 방해하기도 하고. 이런 변화들에 따라 상대방들의 남은 인생 전부가 스펙터클 바뀌는 걸 갑자기 삽입되는 몽타주로 짧게 보여주고요. 또 그 결과가 20분 안에 롤라에게 돌아오면서 미션 수행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나비효과' 같은 이야기이면서, 그렇게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또 그리하야 실패해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 라는 참으로 긍정, 희망찬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근데 현생의 우린 어차피 그런 나비 효과를 예측할 수가 없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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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데 없는 사자후, 초능력으로 사람들을 괴롭히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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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열심히 달립니다!!! 그것이 제목 값을 하는 길이니까!)



 - 계속 스토리 얘기만 하고 있는 게 좀 웃기네요.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임팩트와 영향을 남긴 건 '스타일'이었죠.

 엄밀히 말해 2년 전에 이미 '트레인스포팅'이 나왔으니 유행의 원조 같은 걸 주장할 입장은 아니겠습니다만. '트레인스포팅'처럼 장난스럽고 악동스러우면서도 현란하고 화려한 연출을 구사하는 가운데 나름의 개성을 분명히 박아 넣은 연출들이 볼만하구요. 결정적으로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일렉트로닉 음악들과 함께 우리의 주인공 롤라가 끊임 없이 힘차게, 빡세게, 열심히 달리는 모습들을 다양한 구도로 찍어낸 장면들이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정말로 영화 내용의 반 이상이 롤라가 뛰는 장면인데 매번 구도를 바꾸고 음악을 바꾸고 뛰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상황들을 조금씩 바꿔가며 그걸 지루하지 않은 독특한 볼거리로 만들어낸 건 대단한 능력이겠죠. ㅋㅋㅋ 


 그리고 이런 '계속해서 달리기'가 영화의 이야기와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꿈도 희망도 안 보여도 계속해서 또 뛰고 달리고 그러면서 다시 도전하는 것. 뭔가 바람직한 '젊음'이자 인생이란 것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지면서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거든요. 어찌보면 '트레인스포팅'보단 훨씬 긍정적이고 밝은 이야기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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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죽어라고 달리면서도 인상 찡그리는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되게 위험한 상황을 다루면서도 늘 영화가 가볍고 밝아요.)



 - 사실 지금 와서 볼 때 그 시절에 느꼈던 그런 속도감을 느끼긴 어렵습니다. 영화도 음악도 모두모두 그 세월 동안 점점 더 빠르게 변해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시절 스타일이나마 분명히 세련되게, 재밌게 연출해낸 센스가 아직은 약빨이 좀 듣는 듯 하구요.

 영화 내내 포기하지 않고 힘차게 달리는 롤라님의 모습은 지금 봐도 참 '젊습니다'. 그냥 보기 좋아요. 조폭 똘마니나 되고 싶어하던 남자 친구 인생을 돕는다는 하찮은 목적을 생각하면 잠깐 멈칫... 하는 기분도 들지만 특유의 미니멀한 분위기가 그딴 거 신경 안 쓰고 응원하게 해주고요. 또 그런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라는 태도와 환상적인 설정, 반복되는 음악과 끝없는 달리기(...) 때문에 무슨 신화 같은 분위기까지 조성이 됩니다.

 뭐 우주 명작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잘 만든 영화였네요. 그 시절 떠올리며 재밌게 봤어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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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게 청춘 아니겠습니까!!!)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우리 롤라님의 1회차 도전은 대충 이렇게 흘러갑니다.

 일단 은행에서 일 하는 아빠에게 달려가서 간청을 해 볼 생각인데요. 집 나오고 '개를 데리고 있는 남자'에게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가는 길에 이 사람 저 사람과 부딪히고 길 막고 하는 민폐를 많이 저질러요. 그러다 차고에서 나오던 아빠 동료 '마이어씨'의 시선을 끌어 버리고 그래서 마이어씨는 지나가던 다른 차를 들이 받는 사고를 냅니다. 고생 끝에 아빠 사무실에 도착했더니 아빠는 막 자기 아이를 임신한 내연녀와의 행복한 대화를 마치고 롤라와 엄마를 내버리고 떠나기로 결심한 참이에요. 당연히 돈 따위 못 준다며 쫓아내 버리구요. 결국 시간이 없어서 남친에게 달려갔더니 이 놈은 다른 방법이 없다며 동네 마트로 뛰어들어가 권총 강도질을 시전 중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걸 돕게 된 롤라는 도주 중에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


 이때 예전에 남친과 나눴던 죽음에 대한 대화를 떠올리는데... 거두절미하고 '니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대사가 나오면서 롤라는 되살아납니다. 시간도 20분 되돌아가서 2회차 스타트!


 이번엔 '개를 데리고 있는 남자'를 지나가다가 계단에서 굴러요. 절뚝거리느라 속도가 한참 늦춰지고 그러다가 아까 부딪혔던 사람들과 안 부딪히고 무사히 지나가는데, 그럴 때마다 그 사람들의 인생이 어떻게 변하는지 몽타주로 샤샤샥 보여지구요. 1회차에선 그냥 스쳐갔던 '앰뷸런스'가 이번엔 유리판을 들이 받는 사고를 내게 만들기도 합니다. 민폐 갑 롤라씨! ㅋㅋ

 아무튼 또 아빠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도착 시간이 달라져서 아빠와 내연녀의 대화를 끊는 타이밍이 달라지니 이 둘의 결정도 좀 달라진 듯... 하지만 어쨌든 '내가 10만 마르크를 너한테 왜 주냐'는 아빠의 결론은 같습니다. 그러자 롤라는 (1회차에서 체험한 권총 강도 경력의 영향으로) 은행 경비원의 권총을 샥 훔쳐다가 아빠를 위협해서 10만 마르크를 뽑아내고야 마네요. 그러고 은행을 뛰쳐나가자 이미 은행은 경찰로 포위되어 있는데... 롤라의 행색을 보고 그냥 은행 고객이라고 생각한 경찰이 어서 빨리 여기서 나가라고 등 떠밀어줘서 고맙게 남자 친구를 향하죠. 그래서 권총 강도 직전에 남자 친구를 멈춰 세우는 데까지 성공. 하지만 롤라를 보고 기쁘게 뛰어오던 남친이, 아까의 사고 때문에 이동 타이밍이 바뀐 앰뷸런스에 치어 죽어요(...)


 이때 특이하게. 이번엔 롤라가 아니라 남친이 과거 롤라와의 대화를 떠올립니다. 한참의 알콩달콩 대화가 끝나면 역시나 결론은 '죽지 마.' 

 그래서 이번엔 남친의 힘(?)으로 다음 회차가 시작되구요.


 이번의 롤라는 '개를 데리고 있는 남자'를 그냥 사뿐히 뛰어 넘어서 지나쳐요. 시간 지연 없이 통과 성공! 근데 그러는 바람에 '마이어씨'는 아무 사고 없이 집에서 차를 끌고 나오고, 알고 보니 이 분은 업무 출장으로 아빠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어요. 이 사람이 지연 없이 은행에 도착하는 바람에 아빠는 내연녀와의 대화 없이 출장을 가버리는데. 덕택에 롤라의 가정은 지켜졌지만 롤라가 돈을 구할 길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포기 않고 집요하게 달리던 롤라는 카지노를 보고 이거다! 하고 들어가서는... 10만 마르크가 넘는 돈을 따 버립니다. ㅋㅋㅋ 그냥 딴 건 아니고 본인의 초능력(!?)을 써서 따요. 처음부터 반복해서 이 양반이 끼야아악! 하고 소리 지르면 무슨 소닉 붐 같은 게 발생하는 걸 개그처럼 보여줬는데, 이걸 룰렛에 써먹는. ㅋㅋㅋ


 그런데 그때, 이번 회차를 성사 시킨 남자 친구 인생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원래 롤라에게 전화할 때 전화 카드를 빌려준 맹인 여성이 있었는데요. 1, 2회차에선 카드를 못 돌려줬는데 이번엔 돌려주게 되고. 그러느라 여인 쪽을 바라 보다가 그 뒤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노숙자를 목격해요. 근데 이 인간이 남자 친구가 지하철에 돈봉투를 두고 내릴 때 그 앞에 서 있던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이 놈이 챙겼구나!' 하고 미친 듯이 달리는 남친. 이제 롤라도 달리고 남친도 달립니다. ㅋㅋㅋ 그런데 이 추격전의 여파로 '마이어씨'가 아빠랑 탄 차가 사고가 나고, 마이어씨가 크게 다치네요.


 어쨌든 남친은 기나긴 추격전 끝에 결국 권총을 뽑아 들고 위협 사격을 해서 노숙자를 멈춰 세우고. 돈 봉투를 돌려 받구요. 뻔뻔하게 "그럼 난 어쩌라고! 그럼 돈은 줄 테니 그 총이라도 나 줘!!!" 라는 노숙자에게 용감하게도 정말 총을 선물로 줘 버리는 남친입니다. 정말 생각이 없... 지만 놀랍게도 아무 일도 안 생겨요. 아마 다른 데 어디 가서 강도질 할 생각인 듯(...)

 그리고 롤라는 카지노에서 돈 버느라 늦어진 시간을 지나가던 앰뷸런스를 억지로 세우고 올라타 버리는 식으로 단축하려는데... 그 안엔 산소 호흡기를 달고 CPR을 받는 마이어씨가 있었어요. 롤라는 그 양반을 알아 보고는 가만히 손을 잡아 주고. 거의 희망이 없어 보였던 마이어씨는 기적적으로 호흡을 회복합니다.


 그래서 카지노에서 딴 돈을 든 롤라가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남자 친구는 이미 중간 보스를 만나 10만 마르크를 전달하고 여유롭게 걸어오는 중입니다. 어라? 하고 안심한 롤라는 남친과 나란히 걸으며 시시한 대화를 나누고요. 그때 남친이 롤라가 들고 있는 돈봉투를 보고는 그게 뭐냐고 물어요. 그러자 씨익하고 미소 짓는 롤라의 표정을 보여주며 엔딩입니다.

    • 어렸을(?) 적에 매우 재밌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만 로이배티님 글을 읽어도 스토리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ㅎㅎ


      다시 보고 싶은데 어디셔 보셨는지요?

      • 안타깝게도 OTT에서는 못 찾았구요. 지니티비(구 올레티비)에 있길래 감사한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옛날 영화들은 OTT보다 IPTV쪽에 훨씬 많더라구요.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국내 한정 서비스이다 보니 한국인들 기준 추억의 영화... 같은 걸 많이 들여 놓는 편이에요.

    • 타임루프라는 장르 자체가 당시 기준으로도 딱히 기발한 건 아니지만 정말 효과적으로 개성있는 방법으로 활용해서 재밌게 잘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었습니다. 한정된 시공간 안에서 해야할 일과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사건들도 다 제한적이라서 3회차였던 게 딱 맞았던 것 같아요. 한 번 더 했으면 저를 포함 많은 관객들이 아 또야? 하면서 불평했을 느낌? ㅋㅋ 




      나비효과라는 이론을 가장 극단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나 싶구요. 그렇게 몇초 사이로 부딪히거나 하는 자체로 누군가의 운명이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는 게... 특히 그 할머니 말이죠 ㅋㅋㅋ 그래서 보면서 더 재밌긴 했었죠. 음악 활용도 당시 기준으로 힙하게 효과적으로 잘썼고 말씀대로 그냥 달리는 장면들이 많은데도 반복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감독이 각각 샷 구성들을 엄청 고민해서 만든 것 같았어요.




      어디서 듣기로는 더그 라이먼 감독이 이 작품에서 프란카 포텐테를 보고 꽂혀서 '본 아이덴티티' 마리 역할 캐스팅을 강력히 밀어 붙였다죠. 참 매력적이고 연기도 탄탄한 배우이긴 한데 이후 다른 출연작들에서는 이정도로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를 맡지는 못한 것 같아요. 약간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랑 비슷한 케이스 같기도 하고..

      • 다 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애초에 루프물이라기 보단 '슬라이딩 도어즈'나 'TV 인생극장' 같은 선택지(?)류 이야기에 가까운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결국엔 루프가 맞긴 한데 '사랑의 블랙홀'이나 여타 루프물의 대표작들보단 저 쪽이랑 더 닮아 보여서요.




        그때 내가 1분만 늦게 나왔어도, 그때 내가 그 물건을 떨어뜨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식의 일상적인 상상을 이렇게 시각적으로 풀어서 보여주니 재밌더라구요. 나름 영화의 테마와 어울려서 따로 노는 느낌도 적었구요. 달리는 장면들은... 진짜 보면서 가능한 촬영 구도, 각도, 기법 다 나온다 싶었습니다. ㅋㅋㅋㅋ




        아 그러고보니 거기 나온 분이었죠. 거기에선 이미지가 많이 다르게 나왔는데 말이에요. 아마도 빨강 머리 임팩트 때문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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