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퀘스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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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시에라에서 발표한 게임.

KQ5에 이어서 나온 시에라의 두번째 VGA 전용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전작은 중세풍 환타지이고 이쪽은 우주 에세프니까 같은 VGA 그림이라도 느낌이 전혀 다르죠.
글구 제가 보기엔 KQ5와 SQ4가 시에라가 발표한 VGA 그래픽의 최고봉인 것 같습니다. 이후에 나온 게임들의 그래픽은 딱히 이 두 게임들보다 더 나아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면서 뭔가 디테일한 부분을 대충 처리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KQ5는 충격적이었지만 그 충격이 시각에만 한정되는 면이 없지 않았죠. 사운드 관련은 전적으로 MT-32에 의존했기 때문에 그거 없는 사람들은 (음악은 애드립으로 대충 때운다 해도) 효과음은 포기해야 했습니다.(예를 들면 맨처음 주인공의 성이 납치되는 장면에서 MT-32로는 태풍소리, 번개 소리가 들리지만 애드립에선 쉭쉭하는 소리밖에 안납니다)
KQ4는 풍부한 사블 효과음을 지원하게 되면서 돈 없는 사람들에게 시각뿐 아닌 청각적인 충격까지 선사한 게임입니다. 아마도 SQ3가 처음으로 사블 효과음을 약간이나마 지원한 시에라 게임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SQ4에서 사블 지원이 더 강화된 것일 텐데 SQ3은 비교도 안되게 효과음이 늘어, VGA를 제대로 활용한 그림과 사블을 제대로 활용한 사운드의 조합은 신세계였죠.

'스페이스 퀘스트'는 시에라의 첫 코미디 어드벤처였다고 합니다.
그이전까지의 시에라 어드벤처들은 상대적으로 진지한 내용에 주인공이 시도때도 없이 죽어나갔죠.
SQ는 제작자 두양반이 에세프 매냐들이어서 처음부터 각종 에세프를 패러디한 내용을 만들어보자 한 게임이었고, 여기서도 시에라 게임답게 주인공이 시도때도 없이 죽지만, 죽는 장면들을 전부 코미디로 처리했습니다. 어드벤처 게임에서 죽는다는 건 그냥 짜증나는 일이었을 뿐이지만 SQ에서는 주인공이 죽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기획 초기에는 사내에서 반발도 있었다고 합니다만 일단 내놓고 보니 대박. 그래서 회사의 밥줄 시리즈중 하나가 되었고, 또다른 코미디 어드벤처 '래리'도 나올 수 있었죠.


이 시리즈는 1편은 스타워즈를 메인으로 하는 패러디로 시작했지만 2편 이후 시리즈 흐름이 스타트렉 극장판 시리즈를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3편에서는 어떤 인물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나선 주인공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고, 4편에선 (3편에서 노획한 우주선을 타고) 귀향하던 도중 사건에 말려들어 시간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SF뿐 아니라 온갖 미국 대중문화를 패러디해왔던 이 시리즈는 4편에서는 시간여행이라는 걸 빌미로 해서 이제 자기 자신까지 패러디합니다.
게임 세상속 시간여행이니까, 서기 몇년 이런 게 아니고 주인공 로저 윌코는 스페이스 퀘스트 1편으로 돌아갑니다. 딱 시리즈 1편이 나왔던 당시의 그래픽으로 복귀. VGA 풀컬러 캐릭터가 된 윌코가 EGA 16색 저해상도 세상으로 돌아가 그쪽 캐릭터한테서 VGA 낭비라는 소리도 듣고.
과거뿐 아니라 SQ10, SQ12 등의 미래 세계로도 가는데 그런 로저를 계속해서 추적해오는 적들의 명칭이 '속편경찰'입니다.(속편 경찰이라면서 전편에까지 쫓아오는 오류가...)


원래 이 게임은 1~3편과 마찬가지로 텍스트 입력방식으로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개발자들이 사장님한테 호출되어 갔더니 켄 윌리엄스 사장님 말씀이
"앞으로 시에라에서 나오는 모든 게임을 지금 개발중인 KQ5의 형태에 맞추어서 내겠다"고 하네요.
VGA 그래픽에 포인트앤 클릭 인터페이스로.
이미 텍스트 입력 방식으로 게임 다 짜놨고, 개발자들 두 양반 모두 텍스트 어드벤처 지지자였다고 합니다.
그치만 사장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판을 새로 짜야했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촉박해져서 서둘러서 마무리해야했다고 합니다.
그런 거 치고는 아주 잘 뽑혀나왔죠. 3편과 더불어서 시리즈 최고작 자리를 다투는 게임이 되었으니까요.

뭔가 좀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기는 합니다.
이건 KQ5에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게임의 초반은 조밀하게 디테일을 잡아놨는데 뒤로 갈수록 건성건성이 되고요.
게임 플레이 거의 전체가 어떤 아이템 하나를 작동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는 거에 엮여있는데, 정작 그 아이템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었더라는... 뭐 맥거핀이라기 보다는 플롯 변경의 여파가 아닌가 싶은....

그래도 여전히 훌륭한 게임이고요, 그리고 웃깁니다. 루카스의 룸이라든가 시네마웨어 게임이라든가 타사 패러디도 하고, 중간에 게임진행 일부는 게임 속에서 파는 SQ4 힌트집을 사서 봐야지만 넘어갈 수 있다든가... 그니까 어드벤처 게임 회사들이 힌트북 없이는 못할 게임을 만들어내던 세태를 풍자하기도 하고... 역시 SQ는 SQ라는 ㅎㅎ

그리고 CD롬 버전에서는 게리 오웬스에게 나레이션을 맡겨(미국에선 유명인사인가봐요) 더 웃기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영어 모르는 사람도 듣고있으면 웃음이 날 정도...ㅎㅎ

이 게임이 오리지날 게임 디자이너 두 양반이 공동제작한 마지막 게임이다 보니 후속작들은 어딘가 좀 부족한듯한 느낌이 들게 되었죠. 6편에서 제대로 말아먹고, 어드벤처 장르 자체의 인기쇄락까지 겹쳐 시리즈는 쫑났습니다.
실제로 10편 12편까지 갔으면 4편과 엮으려고 작정하고 있었다고 하던데...





91년에 IBM용으로 처음 나오고, 그후 아미가 매킨토시로 컨버전. 이식된 버전들 중에 IBM 버전보다 더 나은 건 딱히 없습니다. IBM 버전 중에는 저사양 컴퓨터를 위한 EGA 버전과 음성과 음악을 보강한 CD 버전도 있습니다.
EGA 버전이 PC-9801용으로 이식되었는데 VGA 버전에 비해 그래픽이 심하게 구립니다. 그래픽 심하게 따지는 일본이란 나라에다 이런 걸 팔아먹을 생각을 했다니 역시 시에라는 감각이 영~....(PQ2 때는 그래도 일본풍으로 개조하는 시늉이라도 하더니만...) 아미가 버전은 EGA 버전보다도 더 구리게 만든 걸 보면... 걍 성의가 없는듯...


CD롬 버전이 업그레이드만 한게 아니라 다운그레이드한 부분도 꽤 있어서 시에라게임 관련으로 지존급으로 유명한 해커 뉴라이징선이 플로피 버전과 시디 버전을 조합해 만든 패치도 있습니다. 스컴vm은 예전엔 그 패치 버전을 불법개조판으로 간주해 외면했었는데 현재는 정식 지원합니다. 지금 해본다면 그 버전을 추천합니다.



-현재 돌고있는 한국어 패치는 일본판을 중역한 거라는 거 같은데, 원본이 되는 일본판도 번역이 별로인데다, 한글번역도 아주 좋다고는 못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 시에라 게임들의 공통점이긴 한데, 출시되던 당시보다 더 빠른 컴퓨터에서 실행시키면 도저히 넘길 수 없게되는 구간이 나옵니다. 그래서 한동안 악명을 떨치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에뮬로 돌리니 상관 없지만...

-이 게임에 따르면 래리 4편은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오지 못했)었다고 하고, 그 바이러스가 로저 윌코의 고향별을 초토화시킨 원흉이라고 합니다.

-어드벤처 게임도 스피드런을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이 게임은 10분도 안되서 끝내더군요.



EGA 버전 플레이 영상

    • 생각해보면 제게 처음으로 미국식 개그의 맛을 알려준 매체가 바로 시에라 어드벤처 게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랑 사전 손에 들고 띄엄띄엄 해석해가며 게임하던 와중에 자꾸 캐릭터들이 이상한 소리들을 하는데, 한참을 진행한 후에야 '아 이게 농담이었구나'라고 이해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ㅋㅋ 개인적으론 몇 편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래리의 사망 후 부활 장면이 인상에 남았구요. 대충 '시에라의 캐릭터들은 죽지 않는다. 만들어진다.' 이런 비슷한 소릴 하면서 무슨 공장에서 래리를 조립해 다시 내보내던 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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