벰파이어 잡담이예요


1985년에 나온 영화 이야기입니다.
원제는 [라이프포스]. 대략 원기 생기 정기 등등등? 국내에는 [파이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원작이 되는 소설의 제목은 '스페이스 뱀파이어스', 제작 초기 단계에는 영화의 제목도 그거였다고 합니다. 제작 도중에 [라잎포스]로 바뀌었는데, 일본에서는 그냥 초기 제목대로 개봉했습니다.(그동네 감각으로는 '라이후호스' 보다는 '스페이스 밤파이아'가 더 쿨하게 느껴졌던 모양이죠. 아님 원작소설이 이미 잘 알려져 있었던가...)

아마도 [벰파이어]라는 국내 개봉명은 일본 제목 [스페이스 뱀파이어]를 줄인 거지 싶습니다. 그때는 '뱀파이어'는 국내에서는 거의 들을 일이 없는 단어였는데(흡혈귀를 뜻하는 영어는 '드라큐라'라고 알고있던 시절...ㅎㅎ) 원제에도 없는 뱀파이어를 굳이 소환한 걸 보면...

지금은 '뱀파이어'라는 말이 국내에서도 아주 흔하게 쓰이게 되었으니 단순히 '뱀파이어' 네 글자만 제목에 썼다간 헷갈릴 여지가 아주 많겠죠. 그래도 이 영화 제목을 구분하는 건 가능합니다. [파이어]니까요.ㅎㅎ


대략 제작 정보만 전해들으면 뭔가 엄청날 것 같은 그런 영화ㅂ니다.

원작: 콜린 윌슨(어쨌거나 유명인이니...ㅎㅎ)
감독: 토비 후퍼([텍사스...]!)
각본: 댄 오배넌([에이리언]!)과 돈 자코비([블루 썬더])
특수효과: 존 다이크스트라([스타워즈]!)
음악: 헨리 맨시니(!!!)

거기다 초기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사람들이 클라우스 킨스키, 올리비아 허시, 조지 페퍼드, 안소니 홉킨스... 등등이었다고 하니 제작 당시에 그런 소문을 들었던 해외 영화팬이라면 완성되기를 손꼽아 기다렸을 수도 있겠어요.
그렇지만 제작진 명단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본다면 뭔가 이건 좀... 싶을 부분이 있었죠.

제작: 메나헴 골란과 요람 글로부스....

예, 캐논 그룹의 사장님들입니다. 과연 캐논 그룹에서 만드는 영화를 안심하고 기다려도 되는 걸까... 불안하지 않을 수 없죠. 그래도... 제작비는 제대로 블록버스터급으로 들였습니다. 그보다 몇년전이었다면 캐논 영화 몇십편은 찍었을 예산이 들어갔죠.

그무렵 캐논은 메이저로 함 올라가보겠다는 야심을 품고 제작규모를 부풀리고있던 시기입니다. 특히 SF 비슷한 쪽으로 관심이 많았나봐요. 그래서 스파이더맨 슈퍼맨같은 슈퍼히어로 판권도 막 사들이고 그랬었죠.
제목을 [라잎포스]로 바꾼 이유도 [스페이스 뱀파이어]라고 하면 어째 캐논이 그전부터 늘상 만들던 영화들 제목같아 보여서... 좀 더 있어보이고 싶어서였답니다.

그런데, 제작비만 A급(?)으로 들인다고해서 A급(?) 영화가 나온다는 법은 없는 거죠. 제작자는 물론이고 감독인 토비 후퍼도 B무비판에서 놀던 사람이라...
뭐... 후퍼는 [폴터가이스트]로 고예산 영화에 발을 들인 경험이 있긴 한데... 그 영화는 스필버그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영화였고... 돈 좀 들어갔을법한 부분은 스필버그가 직접 관리했다고 하는 것 같으니까요...(글구 제작비가 [벰파이어]의 반도 안되요ㅎㅎ)
그니까 [벰파이어]는 토비 후퍼가 스필버그 없이도 블록버스터 예산을 다룰 수 있느냐하는 시험대였던 거겠죠.
거기다가, 골란과 글로부스가 감독들한테 이래라저래라 터치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는 모양이고, 촬영을 영국에서 해서 현장에 거의 오지도 않았다고 해요. 그야말로 돈만 대주고는 니맘대로 해라하는 상황이었죠.(근데 감독한테 돈만 대주고 방임하는게 꼭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는게 역사상 여러번 증명되었던... 지금도 넷플릭스가 꾸준히 증명중...)

영화 촬영 장소도 영국이겠다, 영화 내용도 고딕 호러의 SF버전이겠다, 후퍼는 자기가 해머 영화를 만든다는 마음을 먹고 찍었다나봐요. 근데 역시 경험의 문제였던지 제작비와 스케줄을 다 초과해버렸고, 그래서 생각했던대로 다 찍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큰돈 들여 만든 영화니까 보여주는 때깔은 훌륭합니다. 존 다이크스트라는 자기 할일 제대로 했고 그렇게 나온 풍경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퀄리티였던데다 무척 아름답기도 합니다.
그렇게 때깔 좋은데 정작 내용은 지대로 B무비인 영화.... 그런 영화가 당시로선 흔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요샌 널렸지만...)

헨리 맨시니의 음악도 인상적입니다. 사실 그분 명성으로나 대표작들의 음악 스타일로나 전혀 이방면과 매치가 안되죠. [하타리] [핑크 팬더] [티파니에서 아침을] 같은 영화의 선율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벰파이어]의 음악은 엄청 장엄하고 묵직해서 이게 같은 사람이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인데, 음악 자체는 좋았다고 해도 이게 과연 영화에 어울리는 음악이었는지는 또 좀... 너무 과한거 같아서...ㅎㅎ
맨시니 선생님은 이 영화의 우주장면들만을 보고는 낚여서 일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나도 [스타워즈] 함 해보는 거야'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셨겠죠... 거기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라네요.ㅎㅎ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되었고 그에 걸맞는 시각적 표현, 거장이 만든 장엄한 음악이 깔려있으면서도 그외 다른 면들은 때때로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무척 싸구려같이 느껴지는... 아니 뭐 애초에 훌러덩 벗은 여자가 돌아다니며 남자들 기를 빨아먹는 영화예요. 이거 딱 캐논다운 소재잖아요. 진짜 메이저 영화사였다면 이런 기획안에 거액을 투자하지는 않았지 싶은...

콜린 윌슨의 원작과는 완전히 딴판...이라나 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스토리는 원작자인 윌슨 보다는 각색자인 오배넌과 자코비의 색깔이 더 반영된 것이겠죠.

[벰파이어]는 일단은 흡혈귀란 존재를 과학적으로 함 고찰해보겠다고 합니다. 흡혈귀가 사실은 외계인이었다는 거죠. 하지만 진지하게 고찰한다기 보다는 패러디 성격이 더 강해 보입니다. 스페이스걸이 지구로 오는 과정을 보면 대충 드라큐라가 런던으로 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구요. 거기다 전직 해머 드라큐라 역할의 배우가 출연하고 있기도 합니다. 굉장히 마이너한 분이긴 하지만... 존 포브스 로버트슨을 드라큐라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분 나오는 장면에서 절로 빵 터졌을 겁니다.(다만 미국판에선 출연분량이 다 잘렸다고 합니다.)

[벰파이어]는 비슷한 시기에 오배넌이 직접 연출까지 했던 좀비 패러디 영화 [바탈리언]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둘 다 유명한 호러 몬스터(흡혈귀/좀비)의 기원을 재조명해보는 내용이고 기존에 알려져 있던 것들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거나 살짝 비틀고 있죠.
둘 다 바싹말라 미이라가 된 사람이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이 나오고(전 지금도 그 두 장면이 헷갈려요.) 둘 다 영화 내내 벗고 돌아다니는 여성이 나옵니다.

그니까 어쩌면 오배넌은 사실은 패러디라는 생각으로 각본을 쓴건지도 모르겠다 싶은데, 그게 토비 후퍼의 연출방향과는 맞지 않았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후퍼의 연출은 진지하게 진짜 고딕 호러를 하려고 하고있거든요. 거기다 맨시니의 음악은 그보다 더 진지장엄하고요. 그러니 그 미스매치로 기괴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그 진지함 때문에라도 지금 보면 만든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웃음포인트가 생겨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특히 X 교수님이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남자를 유혹하는 장면같은 건...ㅎㅎ) 어쨌거나 뭐 걸작은 아니라도 이런저런 면에서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수는 있을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벰파이어]란 영화가 지금까지 사람들 기억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마틸다 메이 때문...이겠죠. 80년대 대한민국의 소년들에게 있어서 마틸다 메이의 존재는 아마도 70년대 소년들에게 있어 실비아 크리스텔의 위치와 동급이 아닐까 싶기도...
    • 한번 나왔던 이야기지만, 개봉 당시 벰파이어냐 뱀파이어냐로 포스터 만들 때 옥신각신 했다지요 -실비아 크리스텔은 80년대까지도 그 위세가 막강했습니다. 마틸다 메이가 범접하기 어려웠을 걸요

      • 아마도 실비아 크리스텔은 70년대보다도 80년대에 더 유명했을 겁니다.ㅎㅎ 70년대 영화들은 공식적으로는 볼수있는 방법이 없었고 80년대 영화들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요. 마틸다 메이는 알려진 게 딱 하나뿐이라 다른 소식을 알수 없으니 아이들 사이에 막 만들어진 소문이 돌고 그랬었죠. 헤외에선 멀쩡하게 활동 잘 하고 있었는데....

    • [라이프포스]는 80년대 가난했던 저희 집에서 VHS플레이어를 처음 사서 처음으로 대여점에서 빌려와 돌려본 영화였습니다. 당시에 갓 중학생이 되었던 때였던가… 


      어쨌든 미성년자가 보기엔 수위가 좀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것 때문에 완성도 보다 더 인기 있는 영화였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분명히 시각적인 면에서는 꽤 충격적이었고 어필할 점도 많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도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추억의 80년대 영화 중 하나이긴 합니다 ㅎㅎㅎ










      하지만 오락실 꼬마에겐 [라이프포스]하면 이 게임이 먼저 떠오르는 법이죠. 국내에선 사실 그라디우스 시리즈가 전체적으로 찬 밥 취급이었다고 생각되지만요.




      :DAIN. 



      • 저는 라이프포스판 그라디우스는 오락실에선 본 기억이 없고 에뮬레이터로 처음 알았습니다. 제목을 보고 이게뭐야 했었네요.ㅎㅎ

      • 그라디우스 시리즈에다가 패러디우스까지 꽤 인기나 인지도는 높지 않았나요? 저도 다 해봤을 정도면 꽤 유명했던 걸 텐데요. (해보기만 함. 깨지를 못함. ㅋㅋㅋ)




        나중에 국산 게임들 '그날이 오면'이니 '폭스 레인저'니 하는 것들도 다 그 게임들 (좋게 말해) 영향 아래 있었던 기억이 나구요.

    • 쓸 데 없이 고퀄에 심지어 아주 그럴싸하게 장엄한 분위기... 가 나오다가 갑자기 쿡쿡 웃음 나오는 저퀄 B급 호러가 되었다가 정신 없이 오가면서 독특한 재미를 주는 영화였죠. 마틸다 메이는 참 미인이었고 영화 내내 뽐내는 몸매도 멋졌지만 역할에는 좀 미스 캐스팅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서늘하고 카리스마 있는 마스크가 잘 어울렸을 역인데 너무 곱게 생기셔서. ㅋㅋ 말씀하신 프로페서 X님 장면에서 뒤집어졌습니다. 그 시절에 봐도 웃겼겠지만 엑스맨 이후에 보니 2배로 더 웃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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