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충격과 공포. 거지 깽깽이. 욕이 좀 나옵니다. '무덤의 형벌' 잡담이에요
- 올해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7분. 스포일러는 대충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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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포스터 이미지만 보고 골랐더니... 음... 어디 글자죠 이게. ㅋㅋㅋㅋ)
- 찢어지게 가난... 하다기엔 꽤 사이즈가 큰 빵집을 운영하는 단란한 가족이 나와요. 장사가 잘 안 되는 데다가 근처엔 미쿡산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생겨서 상시 50% 할인을 해대는 등 미래는 이미 끝장난 거나 다름 없지만 참으로 건전한 사고 방식과 넘치는 사랑으로 무장한 부모 덕에 아이들은 대충 행복하네요. 그런데 어느 날 땀을 뻘뻘 흘리는 수상한 남자가 가게에 들어와 물 한 잔을 얻어 마시고는 자식들 중 오빠에게 '너도 이걸 들어봐야 해' 라며 카세트 테이프 하나를 건네고는 '절대 밖에 나오지 마라'라고 말하고는 휙 나가요. 그런데 그때 동생인 딸 쪽엔 왠 나쁜 놈이 들어와서 현금통의 돈을 움켜쥐고 튀어 버리네요.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오빠 저 사람이 돈 훔쳐갔어!! 라고 외치지만 소심한 오빠는 머뭇머뭇. 그래서 아빠!! 저 사람이 돈 들고 튀었어!!! 라고 외치니 아빠랑 엄마가 함께 출동해서 범인을 잡으려는데... 그 순간 아까 그 수상한 남자의 자살 폭탄이 터지고. 엄마 아빠는 자식들의 눈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서 날아가 버립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폭파범의 테이프엔 정체 불명의 고문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고. 자기가 '무덤의 형벌'이라는 걸 녹음했다며, 죽어서 이런 걸 당하지 않으려고 종교적 순교를 택한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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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나 스릴러 초반의 '단란한 가족 스케치'는 늘 보기 좋을 수록 불편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것.)
남매의 고난은 이걸로 끝이 아니어서, 삼촌이란 인간이 가게 판 돈이랑 뭐랑 다 먹고는 시골 동네 싸구려 기숙사 학교에 남매를 넣어 버려요. 그런데 이 곳은 매우 좋지 않은 이사장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오빠는 이 나쁜 놈에게 성폭행을 당하네요. 그래도 용감 씩씩한 여동생이 선생 따위, 학교 따위 다 무시하고 돌격해서 오빠를 구해 탈출에 성공한다... 는 것까지가 도입부 겸 프롤로그구요.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동생은 고오급 요양 시설의 간호사가 되어 살아가요. 오빠는 장례 일을 하며 사니까 둘이 콤비가 될 수 있겠죠. 근데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무덤의 형벌', 그러니까 "나쁜 사람은 죽으면 무덤에서 천사들에게 영원히 고문을 당한다"는 이슬람의 가르침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이런 직업들을 선택한 거죠. 그건 사실이 아니고, 그래서 우리 엄마 아빠 죽인 폭파범은 순교자가 아니라 걍 거짓된 종교에 홀린 미친 놈이었다고!! 라고 증명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동생은 이런 걸 증명할만한 아주 나쁘고 사악한, 그래서 절대로 지옥에 갈 수밖에 없는 고갱님 하나를 타겟으로 찍어서는 오빠와 함께 증명에 나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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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를 열어 제끼는 게 최근 호러의 트렌드인 것일까요!!!)
- 일단 감독이 조코 안와르입니다. 얼마 전에 제가 별로 재미 없게 봤던 호러 앤솔로지를 만든 양반이죠. 인도네시아에서 잘 나가는 호러 감독이라는데 이 영화도 현지에서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대박 흥행을 기록했다고 하구요. 그래서 앤솔로지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각 잡고 만든 극장용 본인 영화는 잘 만들었으려나? 라는 호기심에.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마음으로 재생을 했습니다. 그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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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정리해 놓았을 때 '도입부'에 해당하는 부분이 런닝타임의 과반을 차지합니다. 패기가 너무 과하셨...)
- 일단 엄청 느긋한 페이스를 자랑합니다. 런닝타임도 호러 영화 치고는 짧지 않잖아요? 근데 대략 한 시간 동안 밑밥만 깔아요. ㅋㅋ 제가 위에 적어 놓은 이야기가 런닝 타임 한 시간에 해당하는 내용이거든요. 프롤로그로 주인공의 배경을 설명하고, 현재 주인공의 심정과 상황, 목적 같은 걸 알려주는 데에다가 런닝 타임의 반 이상을 투자한 셈인데. 이렇다보니 일반적인 호러 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지루해집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냥 드라마, 혹은 스릴러 생각을 하고 보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더라... 는 것인데요. 이게 '결국 나쁘지 않았다'가 되려면 그 시간 동안 깔아 놓은 밑밥이 뒷부분 진행에 추진력을 제공해줘야 하겠죠. 클라이막스에선 전반부를 견뎌낸 것에 대한 화끈한 보상도 주어져야겠구요. 그런데 이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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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고, 그 각 부분 부분들이 각자는 괜찮은데 합쳐 놓은 모양새는 좀 헐겁고...)
- 일단 이야기가 좀 방만합니다. 하고픈 이야기, 건드리고픈 떡밥들이 너무 많아요.
도입부의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광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하구요. 외세의 경제적 침공에 의한 서민들의 고통이라든가. 빈부 격차라든가. 종교에 휘둘리는 억압적인 교육 환경이라든가... 심지어 나중엔 고오급 실버 타운의 묘사를 통해 계급 갈등 이야기도 하고, 또 이런 시설에서 발생하는 이런저런 사회적 문제 얘기도 하구요.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충분히 압축되어 있질 않아서 이야기가 표류하는 느낌을 줍니다. 하나의 테마를 단단히 잡고 흘러가면서 저것들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이 얘기 하다가 저 얘기 하다가... 이런 느낌이거든요. 사실 부분부분은 그리 나쁘지 않거든요? 근데 정리가 잘 안 되어 있어서 문제인 게지요. 하긴 이 양반이 만든 그 앤솔로지 시리즈도 매 이야기마다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는 진지한 폼을 잡으면서도 결국 편당 1시간도 안 되는 런닝타임을 감당 못하는 이야기 투성이였으니 그냥 원래 이런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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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강렬한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보이지만 그게 충분히 잘 다뤄진 것 같지는 않구요...)
-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는 '본격 호러'씬이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옵니다. ㅋㅋ 정확히 말하자면 런닝 타임 1시간을 넘기고 드디어 주인공이 '무덤의 형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려 나서는 순간... 부터는 그래도 적당히 이것저것 나오긴 하는데요. 본격적으로 몰아치는 건 거의 마지막 10여분 정도에 다 몰려 있어요. 감독님 나름대로는 아마 그 10여분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이렇게 이야기를 짜고 그렇게 찍었겠지만... 글쎄요.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 마지막 10분은 꽤 훌륭하게 찍어내긴 했습니다. 그 '증명 시도' 후로 주인공의 일상에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게 꼬이고 꼬이면서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마지막엔 거의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식인데 그 미친 것 같은 분위기는 꽤 잘 살려냈고 클라이막스는 와다다다 호러 씬을 쏟아 놓으며 박진감 있게 가요. 사실 이 부분은 썩 괜찮기 때문에 진작에 좀 이러지 그랬어... 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좋게 봤지요. 그래서 '어쨌거나 막판엔 보상을 해주니 종합 감상은 나쁘지 않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와!!
결말이!!!!
이게 웬 똥이냐!!!!!!!!!!!!!!!!!!!!!!!!!!!!!!!!!!!!!!! 가 되면서 망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이걸 조금이라도 설명하려 들면 강력 스포일러가 되어 버려서 설명은 못하겠습니다만. 암튼 참으로 거대한 똥이었어요. 크레딧이 뜨는 순간 멍해져서는 '내가 본 게 지금 이게 맞나?' 하고 바로 되감아가며 확인까지 해봤는데, 제대로 본 게 맞더라구요. ㅋㅋㅋ 허허허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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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덤인데요. 검색을 해보니 정말로 이슬람식 무덤이 이런 식인가봐요. 저 위에 흙을 덮는 거죠.)
- 그래서 결과적으로 매우 비추천입니다.
위에 적은 것처럼 부분부분들은 썩 괜찮은 장면들도 적지 않은데요. 그리고 사회적 이슈들도 나름 잘 꾸며서 이야기 속에 녹여뒀구요. 전개가 좀 루즈하긴 해도 인도네시아의 사회상을 짐작해가며 영화를 보는 재미가 나쁘진 않았고 클라이막스의 호러 러쉬도 적절했지만... 그냥 결말 하나 때문에라도 이건 절대 추천을 못하겠습니다. ㅋㅋㅋ 그러합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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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연 배우님은 미모도, 연기도 매우 훌륭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어요 짝짝짝.)
+ 그래서 분노의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알고 보니 주인공(이름은 '시타'입니다.)이 그 '무덤의 형벌' 테스트 대상으로 점찍어 놓은 영감은 다름 아닌 어렸을 때 오빠를 성폭행했던 쓰레기 이사장이었습니다. 가난한 집 애들 다니는 학교를 세워 놓고 거기에서 맘에 드는 남자애들을 불러다 성폭행을 하고 또 그루밍을 하고 뭐...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착한 일 많이 하는 천사 같은 사업가로 존경 받으며 일생을 잘 먹고 잘 살았어요. 그러다 이제 늙어서 실버 타운에 들어왔고. 슬슬 치매도 오고 갈 때가 다가오는 시점에 시타의 레이더에 걸려 들었던 거죠.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시타가 이 악당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힙니다. 아마도 더 기다리기도 뭐하니 슬슬 골로 보내고 실험을 해 볼 생각이었나봐요. 근데 이 미친 놈이 시타와 오빠가 누구였는지를 알고 나서는 아주 당당 뻔뻔하게 일장 연설을 해댑니다. 테스트 하려면 해보셔? 난 종교도 없고 저승도 안 믿으니 하나도 안 무서움. 나쁜 짓 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건 이미 내 인생으로 증명하지 않았음? 그런데 이제 치매도 오고 더 살아 봐야 좋은 일도 없을 것 같으니 그냥 죽어서 니 실험에 협조해 줄게? 이러고는 서랍의 권총을 꺼내 자살해 버려요.
그래서 시타는 한밤중에 오빠와 함께 이 짐승의 무덤에 가서 캠코더를 들고 드넓은 관짝 속에 나란히 눕습니다. 정확히는 '관짝'이란 게 없어요. 인도네시아는 그냥 땅을 사각으로 넓게 파서 시신을 넣은 후 위에 나무 판자를 덮고, 그 위에 흙을 덮는 식으로 장례를 치르나 보죠. 암튼 그 넓은 공간에 들어가 야간 촬영을 켜놓고 아무 일도 안 생기길 기다리(?)는데... 오. 충격적이게도 정말로 아무 일도 안 생깁니다. ㅋㅋㅋ
그래서 시타는 잘 나가는 공중파 프로그램 프로듀서의 아빠라는 양로원 할배. 그동안 과하게 잘 해줘서 점수를 미리 따 뒀던 양반에게 오퍼를 넣어서 생방송 토크쑈 출연에 성공하구요. 자신의 부모님 얘기, 양로원의 빌런 얘길 한 다음에 본인이 무덤 속에서 찍어 온 '아무 일도 안 생기는 영상'을 공중파에 띄우려는데... 시타가 준 SD 메모리의 영상에선 영 쌩뚱맞고 아무 의미 없는 풍경만 나오구요. 그래서 무덤의 형벌이 없다는 걸 증명하려던 시타의 일생을 건 대작전은 Epic Fail로 마무리됩니다. 그러고는 오빠를 찾아가 "니가 내 메모리카드 바꿔쳤지!!!" 라며 화를 내지만 오빠는 그런 적 없다고 우기고. 그러면서 도리어 시타에게 화를 냅니다. 난 예전부터 그냥 과거를 잊고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니가 하는 일에 휘둘려서 이렇게 된 거다. 니가 하는 모든 건 사실 정의도 뭣도 아니고 그냥 니가 하고 싶어서, 자기 만족으로 그러는 거 아니냐. 라고 따지고 시타는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혀요. 그러고 혼자 엉엉 울고요. 그랬는데 아직도 런닝 타임은 30분이 넘게 남았습니다. ㅋㅋ
그 날 이후로 시타의 양로원엔 계속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가 자길 불러대는 목소리가 막 들리고. 시커멓고 악마처럼 생긴 뭔가가 주변을 어슬렁거리구요. 그러다 양로원 장기 고객 커플 중 남편이 젊은 간호사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아내 쪽이 열 받아서 버럭버럭 화를 내니 '오늘 밤은 따로 주무시라'고 일단 떼어 놨는데. 바로 그 날 밤에 할머니가 세탁기에서 사고를 쳐서 얼굴 가죽이 다 벗겨져서 죽는 대형 사건까지 벌어지네요. 당연히 할배는 너 때문에 이렇게 된거라며 화를 내고. 억울하지만 또 책임감, 죄책감도 느낀 시타는 양로원 입주민 중 영매 능력이 있는 할매를 찾아가 강령술을 부탁합니다. "넌 종교 없잖아?"라고 묻는 할매에게 "내가 믿고 안 믿고는 의미 없고 그 할배만 위로할 수 있음 된다."는 논리적인 답변을 하네요.
근데 그래서 시전한 강령회에서 죽은 할매의 귀신이 나타나 한다는 소리가 "남편 니가 바람피운 그 젊은 간호사를 죽여라. 그래야 저승에 왔을 때 만나 주겠다" 에요. ㅋㅋㅋ 당황해서 강령회를 중단시키는 시타입니다만. 잠시 후 죽은 후에라도 자기 마누라를 만나야 한다는 열망에 불타는 할배가 커다란 과도를 들고 나타나 칼을 휘둘러대고. 표적이 된 젊은 동료를 데리고 필사적으로 피해서 도망가다가... 갑자기 쌩뚱맞게 다른 할배가 동료의 배에 칼을 꽂아 버립니다. 당황해서 "아니 할배 이게 뭐임!!!?" 이라는 주인공에게 그 할배는 티비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화면을 보니, 주인공의 티비 출연이 화제가 되어 사람들 사이에 '무덤의 형벌 녹음하기 챌린지'가 유행 중인데 그 중 상당수가 무덤 속에서 들리는 고문, 비명 소리를 녹음하는 데 성공해서 사회적 이슈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종교적 믿음을 반박하려던 주인공의 시도가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 그리고 방금 그 할배도 이 뉴스를 보고 이슬람의 가르침에 반하는 부정을 저지른 주인공 동료를 죽임으로써 무덤의 형벌을 피하려 했다는 것...
멘탈이 나간 주인공이 요양원 밖으로 뛰쳐나가 보니 시내는 온통 난리입니다. 이 무덤의 형벌을 피해 보겠답시고 사람들이 우루루 세상에 몰려 나가 '정의 구현'을 하고 다녀서 치안이 무너진 무정부 상태가 되어 버린 거죠. 그 사이를 뚫고 주인공이 터벅터벅 걸어 도착한 곳은 애초에 자신이 테스트를 했던 그 빌런이 묻힌 무덤입니다. 아니 무덤의 형벌이 존재한다면 왜 이 악당은 무사했던 건데!!! 하고 땅을 파고 관짝을 뜯어 보니 어라? 빌런 시체가 없어요. 그래서 무덤 바닥에 뛰어들어 샅샅이 찾아보는데... 갑자기 우르르 와장창하고 무덤이 무너져 내립니다. 그리고 깔려 죽을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필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조그만 구멍 하나가 보이고, 거기로 기어들어가겠죠.
그러자 갑자기 드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어렸을 때 오빠를 데리고 기숙 학교에서 탈출할 때 지나갔던 어두운 터널이에요. 그때 자길 구해달라던 소년 귀신을 마주쳤는데 무서워서 그냥 튀었던 경험이 있구요. 또 그 귀신을 만나지만 다시 도망친 주인공이 도착한 곳은 자기 부모가 죽던 날의 그 빵집입니다. 부모는 이미 빵집 밖에 나가 있고, 주인공을 보며 웃으면서 손을 흔든 후 홀연히 사라져요. 영문을 모르겠지만 어쨌든 죽은 부모를 만나 인사라도 나눈 것에 갑자기 용기가 생긴 것인지 주인공은 다시 터널로 돌아가 이번엔 그 소년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손을 붙들고 터널의 출구 근방까지 데려다 줍니다. 그러자 소년은 감사하다며 아래에 생긴 끝 없는 구멍을 가리키며 거기로 뛰어내리라고 해요. 겁내지 말라고.
뛰어내린 주인공이 도착한 곳은... 쌩뚱맞게도 '무덤의 형벌' 테스트를 하던 날의 그 무덤 속입니다. 옆에는 빌런 시체가 누워 있고 자신은 카메라를 들고 무덤에 갇혀 있죠. 그런데... 이번엔 다릅니다. 잠시 후 시체가 살아 일어나 앉고, 천사의 우렁찬 추궁 소리와 함께 온갖 잔혹한 도구가 등장해서 시체를 박살내요. 박살나면 재생되고, 다시 박살나고, 다시 재생되고... 이 끔찍한 상황을 옆에서 라이브로 지켜 보던 주인공은 결국 공포에 굴복해서 신을 찾고, 용서를 빌며 기도문을 좔좔 외어대고. 그러다 또 무덤이 무너져 내리는데 밖에 있던 오빠가 관짝을 열고 깔려 죽기 직전의 주인공을 꺼내줘요.
근데 나가 보니 오빠는 그동안 독사에 물려 반쯤 죽어가고 있고. 어떻게든 질질 끌며 '죽으면 안돼! 살아서 함께 나가야 해!!!' 라고 외치던 주인공에게... 갑자기 우렁차게, 무덤 속에서 빌런을 추궁하던 그 목소리가 들려오고. 경악하는 주인공의 표정을 보여주며 암전입니다.
...장면이 바뀌면 어떤 부부의 대화 소리가 들리는데, 상황을 보건데 아까 세탁기에서 사고로 죽은 할매와 그 남편의 대화에요. 근데 안 죽고 살아 있네요? 그리고 빌런이 자살 직전에 떠들었던 대사가 다시 들려와요. 난 안 믿지만 그 무덤의 형벌이란 게 존재한다면 어떤 걸까? 단순한 고문 같은 게 아니라 죽은 사람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을 계속해서 경험 시키는 게 아닐까? 그러면서 완전히 엔딩인데요.
결말의 의미를 해석하자면 종교는 옳았고(!) 무덤의 형벌은 존재한다(!!!)는 겁니다. 주인공은 형벌이 없음을 증명하려던 그 날 무덤 속에서 죽었어요. 어떻게 죽었는진 모르겠지만 그때 지나갔던 뱀에게 물렸을 수도 있고 클라이막스의 상황처럼 무덤 흙이 무너져 내렸을 수도 있구요. 암튼 그리고 빌런의 말대로 무덤의 형벌은 죽은 자가 생전에 가장 두려워했던 일을 경험하는 것. 그러니까 주인공 입장에선 종교가 옳고, 무덤의 형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두려움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테스트 장면 후로 벌어진 일들은 모두 주인공에게 닥친 '형벌'이었다는 겁니다.
이 엔딩에 제가 그렇게 화가 난 이유는, 그렇다면 이 엔딩의 메시지는 초반의 폭탄 테러범은 옳은 일을 한 것이고. 주인공 부모가 억울하게 죽어 나간 것도 다 신의 뜻이니 닥치고 받아들이기나 할 것이고. 우리는 우리 팔자를 모두 절대자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얌전히 착하게 살아야 한다... 는 건데요. 아니 이게 맞냐는 겁니다. ㅋㅋㅋ 이런 엔딩을 낼 거면 전반부의 거의 한 시간을 들여가며 맹목적 믿음 때문에 생기는 비극들을 상세하게 보여준 건 왜 때문이었는지??
뭐 억지로 다른 방향으로 끼워 맞춰 보자면 이런 걸 수는 있어요. (인도네시아 인구의 90%에 달하는) 우리가 믿는 신은 우리를 챙겨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갈구고 찍어 누르는 존재이며 전혀 정의롭지도 않다. 그러니 종교의 가르침대로 살아 봤자 우리에겐 꿈과 희망이란 게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그걸 거부하면 저승에서 죽어라고 고통을 당하게 될 테니 결국 우리에겐 절망 뿐이다... 라는 염세적인 이야기로 해석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만.
정말로 그런 의도라면 이 영화가 인도네시아에서 그렇게 무탈하게 대박 흥행을 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아닌 것 같구요. 그렇담 왜 갑자기 포교를 하고 난리야!!! 라며 화를 낼 수밖엔... ㅋㅋㅋㅋㅋ 이제 이 감독 영화는 다시 안 볼 겁니다!!!!!! 진짜로!
이렇게 몸소 미리 걸러주시니까 감사드립니다. ^^ 넷플에 많은 콘텐트가 있지만 실제로 "볼 만한 것은 (한참 전에 다른 데서)이미 다 보았던 것" 이라는 게 함정이죠. 검색에 한 20분 낭비하다가, 공중파로 돌아가서 결국, 뉴스프로그램에 머문다는...
분명히 괜찮은 점도 있고 보기에 따라 준수한 호러 영화일 수도 있는데 결말이 워낙 맘에 안 들어서요... ㅋㅋ 넷플릭스가 그렇게 볼 게 많지 않은데 그나마도 다른 OTT들이랑 비교하면 확연하게 가장 볼 게 많은 쪽이라는 게 난감한 포인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로 다른 OTT보단 볼 게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