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최고의 아버지이자 최악의 감독이 만든 영화(약스포)


 1.트랩을 봤어요. 스포가 있긴 한데 예고편에 스포를 아주 때려박은 영화라...별로 상관없겠죠. 이번에도 감독의 재능이 잘 발휘된 것 같았어요. 나이트 샤말란은 아무리 재료가 맛없어도 처음 한 입 정도는 맛있게 느껴지는 요리를 만드는 것에는 도사니까요.


 한데 음식이란 게 그렇잖아요. 처음 한 입만 맛있는 음식이라면 먹다가 버리면 돼요.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가 않아서 문제란 말이죠. 영화란 건 일단 먹기 시작했으면 졸라 맛없어도 끝까지 꾸역꾸역 먹게 되잖아요? 



 2.사실 이 영화가 최악까지는 아니예요. 위에 썼듯이 샤말란이니까 영화의 반 정도까지는 재밌거든요. '와우, 이게 뭐지? 대체 무슨 상황인거지?'에서부터 시작해서 대체 경찰이 주인공에 대해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 건지, 주인공은 어떻게 빠져나갈 건지 매우 흥미진진하단 말이죠.


 그런데 중년 남자인 누군가가 어떤 콘서트에 반드시 나타날 거란 걸 알고 있으면 이미 잡았어야 하지 않나? 라는 의문도 들고...그래도 3만 명이 모인 콘서트장에서 탈출하는 게 그리 어려울까라는 의문도 들고. 주인공이 저기서 탈출해봤자 나중에라도 일일이 탐문해서 수사망이 좁혀오면 잡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3.그러니까 영화의 초기 셋팅을 보면 차라리 주인공이 정공법으로, 딸과 함께 콘서트를 관람하고 당당히 나가는 게 베스트 초이스란 말이예요. 그야 검문에는 한번 걸릴 테고 그 프로파일러 여자랑 맞대면하면 얼마쯤 털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주인공이 저 콘서트장에서 도망치는 식으로 빠져나가면, 나중에는 빼도박도 못하게 되는 거란 말이죠. 그래서 나는 궁금했어요. 대체 주인공이 원하는 그림이 저 콘서트장에서 나가서 즉시 가족을 내버려두고 영원히 잠적하는 건지...아니면 지금까지 해온 일코를 계속하는 건지 말이죠. 저 사람이 바라는 건 분명 후자일텐데, 어째서 콘서트장에서 저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저러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았어요.



 4.휴.



 5.문제는 콘서트장을 나온 후에요. 그냥 무난하게만 전개했으면 괜찮은 영화였을 텐데 여기서부터 영화는 한번도 본적없는 곳으로 나아가요.


 아니 그야 스릴러 장르의 영화가 한번도 본적없는 곳으로 나아가는 건 매우 좋은 일이예요. 아주 모범적인 일이고 칭찬받아야 할 일이죠. 설령 그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우리는 박수를 쳐야 해요.


 하지만 무언가...무언가가 이상해서 결국 나는 박수를 치지 않았어요. 박수를 치는 대신에 '그 여자 배우'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 봤죠. 영화 내내 너무나도 영웅적으로 묘사된 그 여자 배우 말이죠.



 6.아니나다를까. '그 여자 배우'는 샤말란 감독의 딸이었던 거예요. 그걸 안 순간 영화를 보면서 내내 이상했던 점이 다 해소됐어요.


 그냥 이야기의 장치일 뿐인 저 가수의 무대는 대체 왜저렇게 쓸데없이 공들여 묘사되는지, 마치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본체를 띄워주려는 듯한 냄새가 왜 그렇게 영화 내내 진동을 하는지 궁금했거든요. 혹시 샤말란이 저 여자 배우의 팬이라서 저렇게 서비스를 해주나...했는데...팬보다도 더한 거였어요. 


 솔직이 저 여자 가수 캐릭터의 배우가 감독의 딸이 아니었어도 스토리가 저렇게 전개됐을까? 무대와 의상에 그렇게 힘을 줬을까? 살인범에게 잡히고 나서 자력으로 탈출이 가능했을까? 마치 인성문제는 1도 없는 천사인 것처럼 묘사가 되었을까? 라고 묻는다면...아무리 봐도 NO거든요.



 7.그렇다고 영화가 완전히 산으로 가는 건 아니고...감독의 딸이 퇴장한 후로는 또다시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로 방향을 틀어요. 그리고...이런 장르에서 여러번 본 장면으로 영화가 마무리되죠. 뭐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영화란 건 마무리를 지어야 하고, 마무리라는 건 독창적으로 하기 힘드니까요. 이야기에서 날아오르는 건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착륙하는 건 대개 뻔하거든요. 멋지게 착지하거나 안전하게 착지하거나 나동그라지거나. 셋 중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죠.



 8.그래도 뭐. 나이트 샤말란은 이번 영화를 통해 좋은 아버지가 됐어요. 이번 영화에 한해서는 최악의 감독에 등극했다고 생각하지만...뭐 다음에 잘 하면 되고요. 그에겐 늘 '다음 영화'가 있으니까요. 


 그는 늘 다음 영화에서 조금 더 망하거나 약간은 부활하거나 하잖아요? 이제 그가 영화를 통해 최고의 감독이 될 일은 아마 없을 것 같고요. 그렇다면 한 번쯤은 영화를 통해 최고의 아버지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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