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바낭] 참 대단한 볼거리이긴 합니다만. '정크 헤드' 잡담
- 2021년작이라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55분. 스포일러는... 뭐 얘기할만한 게 없습니다. 그래서 따로 안 적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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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로 보면 느껴지지 않을 영화의 국적은 일본입니다. 보다 보면 아 일본 아니메 느낌이구나... 하는 부분들이 좀 있긴 하구요.)
- 디스토피아 세계관입니다. 미래에 인간들은 영생을 이뤄내요. 그게 머리통만 떼어내서 로봇 몸에 이식한다는 것이니 영생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근데 그 결과 생식, 번식 능력은 잃어버리구요. 그렇게 다 같이 편하게 살려다 보니 일 시킬 존재가 필요해서 '마리건'이라는 인공 생명체를 만들어서 지하 개발을 시킵니다만. 얘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어찌저찌하다가 그냥 포기하고 그래 니들은 지하에서 살아라. 우리는 니들 관심 끊고서 지상에서 계속 이러고 살지 뭐. 이런 상황이 되고 또 수백년이 흘렀다나봐요.
그런데 지상의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아요. 그래서 영생하던 인구가 팍팍 줄어드니 다시 번식이 필요해지고. 자기들에겐 없어진지 오래인 그것을 찾아서 되살려 보자고 지하 탐사 임무를 계획합니다. 거기에 이름 모를 우리의 주인공이 선발이 되고. 신이 나서 탐험용 고성능 몸으로 갈아타고 지하를 향한 주인공은... 지하에서 벌어지고 있던 소동에 휩쓸려 도착과 즉시 머리통만 싹둑. 지하의 마리건들은 살아 있는 머리통을 보고는 자기네 고철을 모아 만든 몸에다 그 머리통을 이식하는데, 얘는 충격으로 기억을 다 잃어 버리고 그냥 마리건들의 하찮은 심부름꾼이 됩니다... 만. 뭐 이런 정리가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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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거랑 구조는 이래도 어쨌거나 인간입니다? ㅋㅋ 그래서 지하인들에겐 창조주라고 신 대접도 받고 그래요.)
-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근데 감독이 혼자서 (거의) 다 만들고 찍고 녹음했다네요. 그래서 제작 기간이 7년인가 8년인가가 필요했다고 하구요. 이것만 해도 끔찍(?)한데 더 무시무시한 건... 24프레임입니다. 그러니까 원래 우리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은 대체로 뚝뚝 끊어지는 프레임을 보면서도 이 장르는 원래 이게 맛이지! 이러면서 보는 것이었는데요. 이건 그냥 일반 영화 프레임과 동일하게 매끄러워요. 다만 그렇다는 건 작업량이 두 배였다는 건데 그걸 혼자 다 하고. 또 배경이나 캐릭터 디테일이 다른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대비 심플한 것도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이 작품은 정말 님하는 이거 만들 때 제 정신이셨나요? 라고 묻고 싶어지는 수준의 피, 땀 눈물이 어린 노가다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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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손 중의 똥손인 저 같은 사람은 그냥 이 짤만 봐도 정신이 아득... 저걸 언제 다 만들고 또 언제 다 움직여가며 찍는답니까. ㄷㄷ)
- ...와 같은 정보를 머리에 넣고 보면 아무래도 강제 버프가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와 완전 부드러워! 와 이렇게 디테일한 걸 혼자 다 했다고? 와 대체 이런 건 어떻게 찍었대? 와와와!!! 이러면서 보게 되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감탄할만 합니다. 디테일도 디테일인데 스케일이 엄청 크거든요. 당연히 촬영 트릭 같은 걸 활용해서 더 커 보이게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어쨌든 큽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지하 세계를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장면들은 거의 반지의 제왕 보는 느낌이고 내용의 거의 반을 채우고 있는 액션 장면들은 대체 저걸 혼자서 초당 24장씩 어떻게 움직여서 찍어댔나 싶고... 만든 양반도 넘나 자랑스러웠는지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작 과정을 조금 보여주는데, 크레딧이 끝나고 나면 아니 안돼 더 보여줘. 궁금하단 말이야!! 이런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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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을 높게 잡은 김에 액션을 잔뜩 넣어뒀는데, 액션 자체가 막 훌륭한 정도... 인 것까진 모르겠지만 스톱 모션이니까요. 확실한 볼거리이긴 합니다.)
- 다만 문제가 있다면... 런닝타임이 거의 두 시간에 가깝잖아요? 그런데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주인공이 지하에 내려가고, 기억을 잃고, 지하 생명체들의 셔틀 노릇하고, 그러다 친구 좀 만들고... 하면서 한 시간 반 가까이가 흘러가구요. 간신히 기억이 돌아와서 '아, 나 목적이 있었지!?' 하는 순간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나서 위협을 받고, 어찌저찌 그거 무찌르고 나면 영화가 그냥 끝나요! ㅋㅋ 말하자면 이 영화 한 편이 통째로 프롤로그인 겁니다. 주인공과 캐릭터들 소개하고 파티 구성해서 "자 이게 일하러 가자!!!" 하는 순간 끝나는 것. 뭐 따지고 보면 '반지의 제왕' 1편도 비슷한 경우였지만 그건 한 번에 다 찍어서 다음 해에 공개한다는 플랜이라도 있었잖아요. 이건 1인 제작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인데... 이거 만드느라 7년 걸렸다는데... 여보세요 감독님?? 이란 생각이 강력하게 들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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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게 몇 편으로 끝날지도 모르잖습니까. 심지어 완결이 되기는 할지도 알 수 없구요. ㅋㅋ)
뭐 다음 편을 언제 기다려!! 라는 걸 제외하고 보더라도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지하 세계 풍경과 괴이한 생명체들 구경하는 게 거의 절반. 남은 절반의 절반 정도는 캐릭터와 세계관 소개. 그래서 1/4 정도만 간신히 '이야기'라고 할만한 게 존재하다 보니... 좀 지루해요. 그렇잖습니까. 멋지고 희한한 구경도 정도가 있는 법. 솔직히 '재밌게 보았다'라고 말하기는 좀 어려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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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쩌는 수공예 디테일을 즐기라고!!! 가 먹히는 것도 몇 십 분이지 그게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지면 좀...)
- 덧붙여서 이게 좀 많이 그로테스크합니다. 대놓고 에일리언처럼 생겨서 에일리언처럼 행동하는 괴물이 나오는데 이게 지하 생명체들을 잡아 먹는 장면들마다 피가 철철. 신체 절단은 기본... 뭐 그렇구요. 사람 몸뚱이처럼 생긴 걸 배양(...)하고 거기에 뭘 심어서 종양처럼 튀어나오는 걸 썩둑썩둑 잘라서 별미 간식으로 즐긴다든가 하는 식으로 참 비호감스런 장면들이 적잖게 나와요. 거기에 결정적으로 그냥 캐릭터들이 귀엽고 정 가게 생긴 애들이 별로 없네요. 왜 팀 버튼도 한때 그로테스크로 이름 날리던 시절이 있지만 그 중 유명한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 같은 걸 보면 그로테스크해도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요?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거기에서 그로테스크를 더 높이고 귀여움은 살짝 내린 느낌입니다. 그러니 취향에 따라 훌륭하지만 보기 피곤한 볼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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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보고 '귀엽다'고 느끼신다면 보셔도 좋겠습니다만... 얘들이 딱히 귀여운 짓을 하질 않아서 말입니다.)
- 암튼 뭐. 독특하면서도 매우 고퀄의 시각적 체험이었다는 건 분명하겠구요. 만든 사람의 열정과 능력을 생각하며 보면 더욱 인상 깊어지겠죠.
하지만 정말로 프롤로그 격의 내용만 두 시간 가까이 늘어 놓는 이야기... 인 데다가 그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거든요. 재밌는 이야기를 기대하신다면 추천해주기 좀 난감하구요. 한 20년쯤 후에(...) 완결되고 나면 그때 몰아서 봐도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ㅋㅋ
그냥 그 비주얼이 궁금하시다면, 웨이브 가입자시라면 한 번 틀어보셔도 좋겠습니다만. 굳이 열심히 노력해서 찾아보시라고 등을 떠밀 생각까진 안 드는군요. 뭐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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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감독님 엄청난 능력자 겸 집요 킹이라는 건 인정합니다... ㅋㅋㅋㅋ)
+ 아무래도 사진만으론 작품 특징이 안 느껴질 텐데 그 흔한 gif 하나도 없어서
예고편을 올려 봅니다. 올해 한국에서 개봉도 형식적으로나마 하긴 한 모양이네요.
좋아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이는 볼거리이기도 하죠. 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챙겨보긴 해야겠는데 저는 왓챠나 웨이브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OTL
무려 웨이브 독점 공개... 라서 왓챠에도 없습니다. ㅋㅋ 근데 안 쓰던 서비스 굳이 가입해가며 봐도 흡족할만한 작품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해외 비평은 굉장히 좋습니다만 전 그 정도까진... 비주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는 있었지만요.
쓰신 글 읽고나니 넷플릭스에서 [리락쿠마와 카오루씨] 봤던 게 생각나네요. 그 때 '그렇게 예쁘고 귀엽게 공들여서 스톱모션 애니 만들어서는 고작 하는 얘기가 이 정도인가'라며 살짝 실망했었는데 어째 비슷한 느낌? ㅋㅋㅋ 그래도 공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들어간 스톱모션 애니라 하고 독특한 비주얼이 괜찮은 구경거리같아서 한번 시도해볼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건 조금 보다가 말았는데 확실히 비주얼은 좋았죠. 이건 아무래도 인디 작품이다 보니 좀 거칠면서도 수공예 느낌은 더 잘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암튼 웨이브 계정이 있다면 그냥 잠시라도 틀어볼만은 합니다. "우왕! 이걸 진짜 혼자 다 했다고!!" 이러고 끄셔도 뭐... ㅋㅋㅋ
중간에 지방 365 캐릭, 지방이가 나오네요.. ㅋㅋ
그거슨 또 무엇인가... 하고 찾아보니, 닮았네요. ㅋㅋㅋㅋ 현대인의 적 주제에 너무 귀여운데요 그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