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동안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베테랑 2]
류승완의 [베테랑 2]는 별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은 속편입니다. 2015년에 전편이 나오고 나서 [범죄도시]와 그에 따른 속편들이 무려 3편이나 나왔으니, 나름대로 차별화를 시도하려고 애를 쓰지만 그 결과는 딱히 기억에 남을 만한 게 아니거든요. 일단 주인공은 툭하면 소리나 질러대는 구태의연하고 심심한 대한민국 형사 주인공이니 황정민의 매너리즘만 더 확연히 느껴지는 가운데 (그러니 SNL 스케치에 더 어울릴 법한 분장을 했는데도, 전편에서 악역 맡은 모 배우의 스카페이스 리메이크작 오디션에도 떨어질 것 같은 조잡한 과장연기를 아침으로 단숨에 먹고 씹고 싸버릴 급의 거창한 과장연기를 선보여서 수많은 국내 관객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선사한 [서울의 봄]이 상대적으로 더 좋게 보였습니다), 이야기의 악역을 비롯한 주변 캐릭터들마저도 딱히 흥미를 자극하지 않거든요. 그나마 꽤 잘 만든 액션 장면들이 있으니 기본은 하지만, 전편에서도 그랬듯이 전 딱히 상관할 필요를 못 느꼈습니다. (**1/2)
P.S. 아무리 전편 출연 배우들 그대로 다 데리고 오고 싶어해도, 요즘 들어 슬금슬금 기어나오려는 그 배우는 캐스팅하지 말하야 했습니다. 초반부에서 등장하는 성범죄 사건에 대한 영화의 태도를 고려하면, 정말 위선이 따로 없지요.

[장손]
[장손]의 홍보자료를 접했을 때 영화는 마치 전형적인 대한민국 콩가루 가족 드라마같아 보였는데, 영화 자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진중하면서 가끔은 치 떨릴 정도로 매우 사실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는 경북 시골 마을의 한 작은 두부 공장을 운영하는 3대 가족을 중심을 이야기를 잔잔하고 느릿하게 전개하는데, 가족 일원들과 그들 간의 갈등들이 상당한 디테일과 현실감을 통해 그려지기 때문에, 보는 동안 가족과 친척들이 관련된 제 개인적 기억들이 종종 환기되곤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영화는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따라가면서 여러 끝내주는 장면들을 선사하곤 하는데, 특히 결말의 그 롱테이크 장면은 올해 국내 영화 최고의 엔딩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1/2)

[딸에 관하여]
[딸에 관하여]는 김혜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보아하니 원작보다 영화가 상대적으로 더 절제된 것 같은데, 영화는 간간히 텁텁하지만 오민애를 비롯한 출연배우들이 공백을 잘 채워주더군요. 비록 결말을 너무 손쉽게 해결한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
P.S.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천방지축 희극 연기와 본 영화에서의 절제된 정극 연기를 보면 오민애가 정말 좋은 배우라는 걸 체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에게]
[그녀에게]의 예고편을 볼 때부터 저는 걱정이 팍팍 들기 시작했고, 상영 시간 30분이 되기도 전에 제 예감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예고편에서 보여진 대로 영화는 정신 발달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어머니의 인생이 얼마나 지옥 같을 수 있는지를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결코 편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지요. 다행히 영화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진솔하게 그려나가면서 불행 포르노로 전락되는 걸 피하고 있는데, 출연 배우들의 성실한 연기도 여기에 한 몫 합니다. 가끔은 평균 수준의 공익 드라마 같지만, 개인적으로 전 본 영화가 [7번방의 선물]의 싸구려 신파 감상주의보다 훨씬 유익하다고 봅니다. (***)
P.S. 작년에 [익스트림 페스티벌]을 통해 김재화를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본 영화에서 전혀 다른 모습과 분위기를 선사하는 게 꽤 인상적이었지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 중요 조연으로 나왔더군요.

[스픽 노 이블]
[스픽 노 이블]의 미국 리메이크 소식을 듣고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단 원작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엄청 더러워졌는데, 굳이 또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리메이크 버전은 분명 어느 정도 순화될 것 같았거든요. 하여튼 간에, 그 결과물은 예상대로 원작의 불닭 맛을 좀 줄였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작의 캐릭터들은 잔인하고 가차 없게 이야기 논리를 바닥 끝까지 밀어붙이는 장르 게임의 괴물 아니면 꼭두각시였지만, 리메이크 버전의 경우 캐릭터들에 좀 더 깊이를 부여하니 후반부의 변경은 예상보다 잘 먹히는 편이고, 여기에 든든한 출연 배우들이 있으니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듀나님께서 [유전] 보고 무지 아프고 쑤셨다가 [미드소마] 보고 참 시원했다고 하셨는데, [스픽 노 이블]의 원작 보고 나서 아직도 쑤시다고 느끼시면 리메이크 버전으로 마사지 좀 받으시길 바랍니다. (***)
P.S. 보아하니 감독/각본가 제임스 왓킨스도 그 *망할* 토끼 인형에 감정 많았나 봅니다.

[트랜스포머 ONE]
모 블로거 평
“Animation feature film “Transformers One” is one of the better Transformers flicks during last 17 years. Yes, I did not like most of those Transformers movies except a very few cases including “Bumblebee” (2018), so this may not sound like much of a compliment (I still shudder at how much I suffered due to “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 (2009) and several following pointless sequels, by the way), but I must tell you that “Transformers One” leaps way, way, way beyond the dreadfully low standard of these awful products at least.” (***)

[사랑의 탐구]
캐나다 불어 영화 [사랑의 탐구]는 여러모로 사라 폴리의 2011년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와 비교해 볼 만합니다. 그 영화의 주인공처럼 [사랑의 탐구]의 주인공도 꽤 오래 안정된 결혼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낯선 이에게 푹 빠지게 되는데, 나중에 그에 따른 결정을 통해 사랑와 관계에 대한 아픈 교훈을 배우거든요. [우리도 사랑일까]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더 가볍고 발랄하지만, 여기서도 열정은 한 순간이고 외로움은 평생이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놈의 열정이 의지와 이성으로 막을 수 있다면, 아직도 왜 수많은 창작물들이 계속 그걸 다루고 있겠습니까. (***)
P.S. 영어 제목은 [The Nature of Love]인 가운데 불어 원제는 [Simple comme Sylvain]입니다. 후자를 직역하면 [실뱅처럼 단순한]이지요.
장손, 딸에 관하여는 꼭 챙겨봐야겠다 싶은데 상영시간 배정이 정말 갑갑하네요. 1편도 그냥저냥이었어서 관심도 없는 베테랑 2가 다 차지하고 있으니...
스픽 노 이블 리메이크는 써주신 걸 보니 대충 어떻게 바꿨는지 감이 잡히네요. 네덜란드 영화 '베니싱'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랑 비슷한 느낌? 그 불쾌하고 찝찝한 맛이 원작의 존재가치인데
하지만 원작을 보고 격하게 기분 상했던 사람이라면 유명 헐리웃 배우들이 나와서 상큼한(...까진 아니겠지만) 마무리를 선사하는 리메이크를 보면서 디톡스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을지도요. 맥킨지 데이비스나 '나이팅게일' 주연 배우님 + 맥어보이도 나오고 하니 배우들 보는 재미도 있겠고...
...그래도 안 보고 싶긴 합니다. 결말이 바뀌었다 해도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다시 체험하고 싶진 않아요. ㅋㅋㅋㅋ
하긴 그런 면에서 나름 순기능(?)을 할수도 있겠군요. 나이팅게일 주연배우님은 나오는지 몰랐는데 찾아보니 맥어보이 아내역할인가봐요. 나중에 넷플 같은데라도 올라오면 초반에 보다가 견딜만하면 쭉 달려야겠습니다. ㅋ
'장손'을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호평에 힘입어 주말에 보러 갑니다~ 추천 감사합니다.